공유

제250화

작가: 진헤이
이유영은 지금 청하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여성 커리어우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에 정국진의 영향까지, 그 누구도 함부로 그녀에 대해 쉬쉬하지 못했다. 그러니 이제 그녀가 박연준과 함께 식사를 해도 허튼 소문이 퍼질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차 안, 박연준은 정면을 보며 운전을 하고 있었고 이유영은 어색하니 손을 꼼지락대고 있었다.

“회장님은 가셨어요?”

이때 박연준이 물었다.

“네, 가셨어요. 원래 이렇게 오래 있을 일정이 아니었는데, 괜히 저 때문에 더 머무신 거죠.”

그녀는 얼마전까지 매섭게 자신을 공격해오던 강씨 집안을 떠올렸다. 비록 그 일은 잘 마무리됐지만, 정국진은 혹시라도 그가 없는 사이에 또 진영숙이 이유영을 괴롭힐까봐 걱정했었다. 진영숙의 성격대로라면 이대로 이유영이 청하시에서 멀쩡히 잘 사는 걸 두고 볼 리 없을 테니까.

“하긴 걱정하실 만하죠.”

“제가 왜요?”

“딱 봐도 뭔가 연약해 보이잖아요.”

“….”

이유영은 부정할 수 없었다. 이런 이미지에 가장 큰 몫을 하는 건 역시나 그녀의 신장일 것이다. 작은 키는 사람을 하여금 약자로 보이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강씨 집안에 있을 때, 사람들이 그녀를 만만하게 봤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작은 체구였다.

입을 꾹 닫아버린 이유영의 모습을 본 박연준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도대체 이 작은 체구로 어떻게 강씨 집안이랑 맞선 걸까? 무섭지도 않나?

두 사람은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하지만 막상 자리에 앉고 보니 서재욱이 보이지 않았다.

“서 대표님 오시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이유영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러기로 했는데, 약속이 잡혔다고 갑자기 못 온다고 연락왔네요.”

박연준이 한쪽으로 핸드폰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그렇군요.”

이유영은 이때부터 갑작스레 어색해졌다. 전에 둘이 만났을 때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강이한을 자극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이유영은 다른 생각 따위 할 여유가 없어 자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1화

    이때 박연준이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썰며 말했다.“저도 알고 있어요. 이유영 씨, 지금 연애할 여유 없으시죠? 얼마 전에 강씨 집안이랑 그런 일도 있었고.”“….”그 말을 들은 이유영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아무리 잘라내고 싶어도, 강이한과 그녀는 1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보낸 사이였다. 하루아침에 정리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었다.“맞아요. 전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아요.”이유영은 섣불리 연애를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겪었던 수많은 일들이 큰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직 그 두려움으로부터 완벽한 자유를 얻지 못했다.이유영의 얼굴을 본 박연준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그녀가 느끼고 있을 감정이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이때 침묵하던 이유영이 말을 꺼냈다.“대표님도 뜨거운 사랑 해본 적 있어요?”“네?”“아, 아니에요!”이유영은 감성에 젖어 괜한 질문을 한 것 같아 민망했다. 그녀는 서둘러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와인 잔을 들었다.보통 사람처럼, 이유영은 회귀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믿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회귀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국진, 박연준, 서재욱 등, 전엔 마주친 적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나타난 후로 그녀의 삶은 걷잡을 수 없게 변했다.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발생하고 삶이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전혀 예상되지 않았다.“이유영 씨.”과거를 떠올리며 시시각각 변하는 이유영의 상태를 눈치챈 박연준이 걱정스레 이름을 불렀다. 이유영은 애써 괜찮은 듯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박연준은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어요?”박연준이 조심스레 물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 맞닿았다. 그는 위로하듯 달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유영은 쉽사리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녀가 겪은 일은 그 누가 들어도 믿지 못할 일이었다. 그녀는 얼른 표정을 갈무리하며 말했다.“아무 일 없었어요. 다 잊어버렸는걸요.”“잊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2화

    “그러게요, 삼촌을 찾아서 참 다행이었겠네요.”만약 그때 정국진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녀는 강이한과 이혼은커녕 어떤 보복을 당했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저도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요.”이 말은 진심이었다. 무서울 것이 없는 이유영이었지만, 정국진이 없었다면 지금의 그녀도 없었을 테니까.잠시 후,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다시 이유영의 회사로 향했다. “6시에 다시 데리러 올게요.”박연준이 차에서 내리는 이유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네.”박연준의 차가 떠나자, 이유영은 회사로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들어서자마자 강이한과 마주치고 말았다. 그의 눈빛에서 싸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언제부터 있었지?’그는 검은색 롱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그 누구라도 단번에 시선을 빼앗길 만큼 매력적이었다. 주변에 지나다니는 많은 여성이 그를 힐끔거렸다.“여긴 어쩐 일이야?”이유영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박연준과는 언제 이렇게 가까워졌어?”정국진과 그녀의 사이를 오해했던 사건 뒤로 강이한은 섣불리 추측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유영이 외간 남자와 만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유영이 박연준의 차에서 내리는 걸 본 순간, 그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강이한과 달리 이유영은 어떠한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매우 무심한 눈빛으로 강이한을 바라봤다.“어제 삼촌이랑 얘기 좀 나눴거든.”“무슨 얘기?”이유영이 정국진을 언급하며 대답을 미루자 강이한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박 대표님 가정사는 좀 복잡하지만, 책임감이 강한 남자니까 잘해보라고 하시더라고. 박 대표님이라면 절대로 날 실망하게 할 일이 없을 거라면서.”“그게 무슨 뜻이야?”강이한이 날카로운 어투로 말했다.그의 태도에 이유영이 비웃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녀의 웃음을 본 강이한은 기분이 몹시 상했다. “모른 척하기는. 너처럼 밖에서 딴 여자랑 놀아날 일은 없을 거란 뜻이잖아!”그 말을 들은 강이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3화

    이유영은 더 이상 강이한을 상대해 줄 기분이 아니었다. “너 때문에 지음은 완전히 빛을 잃어버렸어.”이유영이 강이한을 지나치려던 순간 그가 말했다. 예상치 못한 소식에 이유영은 자리에 우뚝 서고 말았다.“지금 한지음이 맹인이 됐다는 거야?”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 부딪혔다. 이유영의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그 미소를 본 강이한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남이 평생 장애를 가진 채 살아가야 한다는데, 어떻게 저렇게 태연할 수 있지?“너…!”강이한은 분노에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수술하면 되지 않아?”“이유영!”“왜? 설마 내 각막을 원해?”이유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한지음이 진짜로 맹인이 되었다니, 인과응보 아닌가? 묘한 희열이 속에서부터 서서히 피어올랐다. 반면, 점점 환해지는 이유영의 얼굴을 본 강이한은 분노에 휩싸였다.“네가 감히 비웃어?”강이한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러나 이유영은 전혀 흔들림이 없이 더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왜? 비웃으면 안 돼? 인과응보지! 참, 꼴 좋다.”지난 생에 눈이 멀었던 사람은 이유영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멀게 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한지음이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남을 해치는 일 따위 서슴지 않던 사람이었다. 그 때문에 저번 생엔 이유영은 죽을 때까지 어둠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아야만 했었다.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웃음이 치고 올라왔다. 이유영은 도무지 참을 수 없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의 웃음이 지속될수록 강이한의 얼굴은 점점 굳어져 갔다. 하지만 이유영은 오히려 그것이 촉진제가 되었는지, 더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어젖혔다. “이유영!”그녀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강이한이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이유영을 죽여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에 휩싸였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악독할 수 있는가?강이한은 자신이 이곳에 찾아온 목적도 잊은 채, 분노했다.“걱정 마, 좋은 약 많이 보내줄게. 그쪽이 빨리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이유영은 한지음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4화

    “방금 강이한이 자기 입으로 그랬어. 한지음, 수술 실패한 것 같아!”이유영은 아주 통쾌했다.“실패했다고?”“응!”“벌받았네!”소은지는 이미 이유영한테서 그동안 한지음이 저질러온 악행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다. 한지음은 이유영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스스로 눈에 상처를 입힐 정도로 아주 악독한 여자였다. 그랬는데 진짜로 눈이 멀어버렸다니, 인과응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그지! 죗값을 받은 거지!”이유영이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강이한을 너무 믿었던 거지.”“맞아. 웃겨 정말!”한때 이유영이 그랬던 것처럼, 한지음은 강이한을 진심으로 믿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독이 되어 돌아왔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다고, 딱 그 꼴이었다.“믿으려면 의사를 믿어야지. 바보같이 강이한을 믿어서 무슨 의미가 있다고?”이유영이 말했다.“그래, 이제 만족해?”소은지가 물었다.“응, 아주 좋아! 정말 오랜만에 홀가분하다!"이유영은 한지음을 동정하기는커녕 아주 기뻐했다. 한지음이 처음부터 좋게 나왔다면 둘은 좋은 사이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엄연히 둘은 아빠가 같은 자매라고도 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모든 것을 망친 건 결국 한지음이었다. 이제 그녀는 이유영이 느꼈을 지옥을 똑같이 경험해야 할 것이다!“그러니까,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더니 죗값을 치르는 날이 오는구나!”소은지가 말했다. 그녀는 과거에 이유영이 한지음 때문에 당했던 수모를 떠올렸다. 이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알겠어, 너도 바쁘고 나도 바쁘니까 남은 얘기는 내일 하자!”한지음이 그렇게 됐다는 것은 매우 통쾌한 일이었지만, 일단 지금은 업무가 더 중요했다.“잠깐!”이유영이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갑자기 소은지가 그녀를 멈춰 세웠다.“무슨 일인데?”“그래도 너무 방심하진 마.”“왜?”“저번에도 너한테 온갖 누명을 씌웠는데, 이번에 수술 실패까지 했으니 또 어떤 계략을 꾸밀지 누가 알아? 일이 이렇게 순순히 풀릴 것 같지 않아.”소은지는 한지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5화

    조민정은 이유영도 인정하는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보다 더 대단한 능력자라고 평가받는 지현우라니, 분명 큰 힘이 되어 줄 거라 이유영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얼른 들어오라고 하세요.”이유영이 말했다.“네!”잠시 밖으로 나갔던 직원이 정장을 차려입은 한 남자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왔다.이유영은 단번에 그가 비범한 인물임을 눈치챘다. 지현우는 정국진이 데리고 있던 가장 능력이 출충한 비서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갑작스레 거대한 지사를 맡게 된 이유영이 가장 필요로 하고 있는 인재이기도 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비서실장으로 발령받은 지현우라고 합니다. 여긴 제 서류예요.”지현우가 들고 있던 봉투에서 이력서와 발령 서류를 꺼내 이유영에게 조심히 건네주었다. 남들 보기엔 당연한 절차일지 몰라도, 이유영은 그의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련함을 느꼈다. 긴 시간 자신의 분야에서 완벽히 적응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그런 특유의 분위기였다. “네, 어서 오세요.”이유영이 서류를 받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간단히 내용을 살피기 시작했다. 솔직히 큰 회사를 경영해 본 이력이 없는 이유영으로서, 자신보다 더 노련한 경험자를 부하직원으로 둔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티 내면 안 되었기에, 그녀는 애써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서류를 모두 살펴본 이유영은 지현우와 함께 회사 운영과 청하시 내부 현황에 관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그리고 한참, 슬슬 얘기가 마무리될 때쯤이었다.“아, 맞다!”“왜 그러세요, 대표님? 뭔가 더 지시하실 사항이라도 있으신가요?”“한 가지 더 있어요.”“말씀해 주세요.”이유영의 머릿속에 소은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한편 병원에서, 강서희와 한지음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상황이 종료되고 진영숙은 다른 치료 방법을 찾아, 강이한은 다른 일로 모두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 때문에 병실엔 강서희와 한지음, 단 둘만이 남아있었다.“그러게 왜 쓸데없이 싸움을 걸었어.”강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6화

    “정국진 회장 누구인지 너도 알지?”강서희가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동안 강이한 옆에서 지내게 되면서 한지음도 나름 상류사회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정국진은 그녀도 들어본 이름이었다. 그는 파리의 최고의 부자라 알려진 대기업 회장이었다.“하! 설마 네가 뭐 정국진 회장의 잃어버린 딸이라도 된다는 거야, 뭐야?”한지음이 조롱하듯 말했다. 그녀는 강서희가 강씨 집안의 입양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은연중 항상 강서희를 무시해 왔었다.“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난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만족해.”“….”“네가 지금 걱정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이유영이야! 그 여자가 무려 정국진 회장의 조카였다는 것이 밝혀졌으니까! 파리 최고의 부자가 이유영의 삼촌이라고!”강서희의 말이 이어질수록 한지음의 안색이 점점 새파랗게 질려갔다. 하지만 강서희는 오히려 그 모습에 희열을 느낀 듯 더 흥분해서 말을 이어갔다.“이제 이유영은 네가 어떻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단 말이야!”“….”“정국진 회장이 든든히 뒤에서 버티고 있는데 네까짓 게 뭔 짓을 한다 해도 쓸모 없을 거야!”“….”“그렇게 불쌍한 척 굴어봤자 소용없어. 세상 모두가 널 동정한다 해도 이유영에겐 정국진 회장이 있으니까!”강서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한지음의 심장을 꿰뚫었다. 파리 최고의 부자, 정국진이 이유영의 삼촌이었다니! 한지음은 크나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제 그녀가 어떤 계략을 짜더라도 쉽사리 이유영을 무너뜨릴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지?’강서희가 계속 떠들어대자, 정신이 산만해진 한지음이 입을 열었다.“그만!”“이제 이유영은….”갑작스레 울려 퍼진 한지음의 고함에 강서희는 깜짝 놀라 하던 말을 멈추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분노하지 않았다. 무력감에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는 한지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이유영도 꼴 보기 싫은 건 마찬가지지만, 네가 그동안 한 짓거리들 보면 인과응보가 진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7화

    노부인은 매우 체면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녀는 한지음한테 감사한 마음은 가지고 있었으나, 그동안 하도 언론에 좋지 않은 소문들이 많이 퍼지다 보니 이제는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그래, 하지만 네 말대로 강씨 가문은 우리 오빤한테 목숨을 빚졌어! 그건 사실이잖아?”“이익!”결국 말문이 막혀 버린 강서희는 화를 참지 못하고 병실을 나가버렸다. 강서희는 머리가 나쁘지 않았지만, 아직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했다.결국 병실엔 한지음 혼자 남아 있게 되었다.“이유영!”한지음이 이를 뿌득뿌득 갈며 이유영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아름다웠던 모습은 잃어버린 채, 추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유영에게 가장 비참한 최후를 안겨주려다가 도리어 자신의 눈이 멀어버렸다. 이제 한지음은 다시는 빛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유영에게는 어떠한 타격도 주지 못했다.그녀는 이 사실을 자각하자 너무 분했다!“내가 널 과소평가했네!”자신은 어둠 속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유영은 밖에서 훨훨 날아다닐 걸 생각하니, 한지음은 원통하다 못해 피눈물이 날 것 같았다.한지음은 당장이라도 이유영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스스로 일상생활도 할 수 없는 비참한 처지가 되어버렸다.한편, 이유영은 한참 회의 중이었다.그런데 이때 갑자기 핸드폰이 진동했다. 하지만 옆에서 엄숙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지현우의 시선에 차마 전화를 받지 못했다.그러나 전화는 끊길 기색이 없이 계속해서 울렸고 보다 못한 지현우가 잠시 휴식을 선언했다. 역시 유능한 인재답게, 아주 눈치가 빨랐다. 그제야 이유영은 마음 편히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나야!”전화 너머 들려온 목소리는 한지음이었다.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린 이유영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또 무슨 일인데?”이유영이 차갑게 말했다. “나 좀 만나러 와.”한지음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소리 지르지도 않고 차분한 태도라니, 이유영은 평소답지 않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8화

    “너한테 정국진이라는 삼촌이 있을 줄은 나도 예상치 못했어. 하지만 그래봤자 너도 결국 그의 보호가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잖아!”“그래서 뭐? 너는 뭐가 있는데?”이유영이 비죽대며 물었다. 한지음이 일부러 그녀를 자극하려고 이런 말들을 내뱉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나한텐 이한 오빠가 있지!”한지음이 증오를 듬뿍 담아 말했다. 이건 그녀에게 현재 남은 마지막이자 유일한 패였다. 한지음은 눈까지 잃고 나니, 생각보다 자신이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그녀를 비참하게 만들었다.이유영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난 또 뭐 대단할 걸 가졌다고.”차갑고도 스산한 목소리가 이유영의 입에서 나왔다. 저번생이었으면 모를까, 이번 생엔 강이한은 그녀의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니었다. 이제 사사건건 강이한의 행동 하나하나에 마음을 조리며 슬퍼하던 그녀는 없었다. “너나 네 엄마나, 정말 똑같네. 남의 것을 탐하는 그런 더러운 족속!”“이유영,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그 말을 들은 한지음은 이성을 놓아버렸다. 엄마는 그녀에게 있어 금기어나 마찬가지였다. 길길이 날뛰는 한지음의 목소리에 이유영은 매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역시 그 엄마에 그 딸이야.”이유영이 계속해서 한지음을 자극했다.“그 입 다물어!”“내가 뭐 틀린 말 했어? 너의 엄마가 남의 남자를 탐낸 건 맞잖아! 불륜녀 엄마에 불륜녀 딸이네!”“입다물라고!”“분륜도 유전인가 봐.”이유영은 전에 진영숙한테 모욕당할 때를 떠올리며 그대로 흉내 냈다. 평소였다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독한 말들이 이유영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그녀는 당했던 것을 그대로 돌려주었다.가해자는 한지음의 엄마인데, 뻔뻔하게 피해자 행세를 하며 이유영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덤벼들었던 건 한지음이었다. 그러니 봐줄 이유가 없었다.“이유영! 내가 맹세하는데, 넌 반드시 내 손에 죽게 될 거야! 절대로!”한지음은 자신을 조롱하는 이유영을 절대로

최신 챕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20화

    “담배.”박연준이 꺼내 든 담배는 강이한에게 날아갔고 강이한은 정확하게 담배를 받았다. 그리고 라이터가 딸깍거리며 켜졌다.강이한은 담배에 불을 붙여 힘껏 두 모금 빨아들였지만 가슴속 답답함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앞으로 담배 덜 피워. 네 간은 십 년 전부터 안 좋았잖아.”박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십 년 전이라니...그렇다. 그 사건 이후로 십 년이 지났다. 이유영과의 시간만 해도 십 년이나 되었다.박연준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유영이가 너를 알게 되었을 때, 열여섯 살이었지?”강이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이유영은 열여섯 살이었다.하지만 강이한은 열여섯 살 소녀의 눈에서 그렇게 많은 세월의 흔적을 본 적이 없었다.이유영은 연서와 너무 닮았지만 그들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연서는 손바닥 위에서 자란 공주로 최고의 영광을 누리며 마치 천사처럼 아름다웠지만 이유영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사람처럼 보였다.그렇다.이유영은 모진 고통을 겪으며 살아왔다.어린 나이에 부모와 친척을 모두 잃고 혼자가 되었고 그렇게 텅 빈 세상에서 살게 된 것이다.어린 나이에 이유영은 모든 가족을 떠나보내게 되었다.“유영이는 너를 만난 후에 좋은 날들을 보낸 거야.”과거에 이유영은 박연준의 마음속에 없었지만 박연준은 이유영을 잘 알고 있었다.한지음은 이유영이 아버지의 모든 재산을 상속받았고 어머니가 모든 것을 이유영에게 남겼다고 격렬하게 말했다.심지어 자신의 몫까지 이유영에게 주었다고 말했다.하지만 이유영은 정말 그 돈을 다 썼을까?강이한은 그렇게 순진한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이유영은 아무것도 없었고 세상에서 의지할 곳도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매달 정기적으로 기부를 했는데 그녀의 생활비 일부조차도 기부했다.남은 돈은 그녀가 생활하기에 충분했지만 학교에서 추가 비용이 필요하면 그녀는 거의 보름 동안 빵과 갓김치만 먹었다.과거의 일들을 떠올리며 강이한의 눈에는 씁쓸함이 가득했다.“유영이가 나와 함께 하면서 좋은 날들을 보냈다고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19화

    우지는 이유영에게 아로마 오일 마사지를 해주었다. 이곳의 아로마 오일은 정말 좋았고 이유영은 여행의 피로를 잊고 잠들었다.우지는 이유영의 몸을 어떻게 옮겨야 할까 고민하던 중,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우지는 문 쪽을 바라보았고 강이한이 연회색 실내복을 입고 나타났다.강이한은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고 그 모습을 본 우지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박연준이 문간에 나타나 우지에게 손짓했다. 우지는 마지못해 방을 나왔다.방에는 이유영과 강이한만 남았다. 이유영은 침대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고 머리카락은 많이 길어 어깨에 쏟아졌다. 감은 눈과 긴 속눈썹은 마치 천사처럼 아름다웠다.요즘 박연준은 이유영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다. 이유영은 한약을 먹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아기 같은 통통함이 돌아왔다.여자들은 살찌는 것을 싫어하지만 이유영은 뼈대가 작아서 살이 조금 있어야 예뻤다.강이한은 이유영의 통통한 얼굴 윤곽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그의 눈에는 애정과 부드러움, 그리고 씁쓸함이 가득했다.“음...”이유영은 불편한 듯 몸을 뒤척였다. 강이한은 이유영을 조심스럽게 눕혀주었고 이유영은 너무 피곤해서 눈꺼풀조차 뜨지 못했다. 편안한 자세로 누운 이유영은 다시 깊이 잠들었다.강이한은 이유영의 고른 숨소리와 작은 코를 바라보며 애정이 더욱 깊어졌다.강이한은 이유영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했다.그 순간, 강이한은 이유영의 온기를 마음속에 새기고 그녀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다.“싫어, 싫어...”이유영은 꿈꾼 듯 무의식적으로 잠꼬대를 했다.세상에는 이유영이 싫어하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강이한은 밤새도록 침대 옆에 앉아 있었고 이유영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기억 속에 새겼다.그는 이유영의 곁에 있고 싶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함께 걸어갈 길을 잃고 말았다.모든 길은 그가 스스로 끊어버린 것이기에 각자 잘 사는 것이 그들에게 유일한 길인 것 같았다.하지만 사실 그들의 세상에는 각자 잘 사는 길조차 존재하지 않았다.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18화

    그들의 숙소에는 나무로 된 테라스가 있었는데 테라스에 서면 숲속의 나무 건물들의 불빛이 보였다.숲속의 나무들은 따뜻한 주황색 조명에 휩싸여 있었다.“와아, 여기 너무 예뻐요!”우지는 벌써 몇 번이나 감탄했는지 모를 정도였다.밤 풍경은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문기원은 말했다.“아침에는 여기서 일출을 볼 수 있어. 아가씨도 좋아하실 거야.”일출을 볼 수 있다는 말에 우지는 기뻐하며 뛰어오를 뻔했다. 우천시의 고풍스러운 풍경도 좋았지만 우지는 이곳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을 더 좋아했다.우천시의 건물들은 독특하고 아름다웠지만 왠지 답답한 느낌을 주었다.우자는 우천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이유영에게 우천시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한 적도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이곳을 너무 좋아해서 이유영에게 이곳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었다.“아가씨, 아가씨께서 다 나으시면 여기서 며칠 더 머물러요.”우지는 이유영의 손을 잡고 말했다.“좋아요.”박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칠 전에 그는 이유영에게 여기서 며칠 더 머물자고 제안했지만 이유영이 거절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도우미가 제안하자 이유영은 흔쾌히 승낙했다.우지는 이곳의 모든 것이 좋았다.이유영을 위해 목욕물을 준비하면서 우지는 장미 에센셜 오일을 넣었다. 임소미의 도우미답게 세심한 배려를 보였다.“모이산 숙소가 왜 이렇게 비싼지 알겠어요. 욕실에 있는 에센셜 오일이 전에 사모님이 쓰시던 것과 똑같아요.”임소미가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 최고급이었다.하지만 이곳의 것들도 임소미가 사용하는 것과 비슷했기에 숙소의 시설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었다.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말이 맞았다.따뜻한 물은 이유영에게 편안함을 주었다.“아가씨, 편안하세요?”우지는 이유영을 정성껏 씻겨주고 이유영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마사지를 해주었다.“네.”이유영은 눈을 감고 좋은 향기를 맡았다.이유영은 지금 눈이 보이지 않지만 이곳이 우천시보다 더 좋다는 것을 느낄 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17화

    파리의 혼란과는 달리 용성시는 번화한 도시였다. 만가등불이 밝게 빛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감돌았다.비행기가 착륙하는 순간, 이유영은 물었다.“여기는 어디야?”“용성시.”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유영은 용성시이라는 곳을 들어본 적이 있지만 청하시와 너무 멀어서 여행을 고려해 본 적이 없었다.용성시의 날씨는 우천시와 완전히 달랐다. 겨울이었지만 날씨가 매우 좋았다.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이유영은 따뜻한 기운을 느꼈고 뒤섞인 꽃향기를 맡았다.용성시는 유명한 꽃 도시였다.이곳에서는 많은 희귀한 꽃과 식물이 생산되었다. 용성시의 기후는 식물이 자라기에 매우 적합했다.“냄새 맡았어?”“응.”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이유영의 대답에 박연준은 더욱 씁쓸해졌다.공항 곳곳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놓여 있었다. 아름다웠고 꽃 도시의 매력을 드러내고 있었다.하지만 이유영은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없었고 오직 감각과 냄새로만 세상을 느낄 수 있었다.“시력을 되찾고 나면 여기서 함께 시간을 보내자.”“필요 없어.”박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유영은 언제나 그와 강이한에게서 멀리 떨어지고 싶어 했다.만약 눈이 보였다면 이미 오래전에 그들을 떠났을 것이다.지금 이유영이 그의 곁에 있는 것은 그녀가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만약 눈이 보였다면 절대 그의 곁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그 생각을 하자 박연준은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이유영도 그 숨 막히는 기운을 느꼈다.결국 그들은 용성시의 모이산에 도착했다.모이산은 박연준 소유의 유명한 숙소였다. 용성시에 여행을 온 사람 중 모이산에 묵을 수 있는 사람은 부유하거나 권력 있는 사람들이었다.이곳은 가격이 매우 비쌌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곳곳에서 나무 향과 꽃향기가 났고 민족적인 특색이 묻어나는 건물은 우지와 우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아가씨, 눈이 보이셨다면 분명 이곳을 좋아하셨을 거예요. 정말 아름다워요!”밤이 되자 모이산은 더욱 아름다워졌다. 만가등불이 빛나는 모습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16화

    겨울의 파리는 날씨가 좋지 않았고 눈이 내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작은 눈송이들이 흩날렸고 지금은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였다.“쾅!”소은지는 차에서 내려 차 문을 닫고 돌아서는 순간, 여진우의 시선과 마주쳤다.온몸에 전율이 흘렀다.여진우는 소은지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억눌렸던 기억이 떠올랐다가 다시 순식간에 사라졌다.어둑한 눈 속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익숙함이 느껴졌고 마음속이 세차게 흔들렸다.여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익숙함 때문에 여진우의 시선은 강이한에게 고정되었다.소은지는 여진우의 시선에 불편함을 느꼈고 눈살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아가며 물었다.“유영이는 돌아왔어?”“유영이를 찾는 거야?”여진우의 목소리도 익숙했다.소은지와의 접촉은 많지 않았고 특히 이렇게 어두운 공간에서는 더욱 그랬다. 소은지는 주로 이유영과 함께 있었고 여진우와 마주친 적은 몇 번 없었다.소은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정 선생님을 찾아왔어.”소은지의 얼굴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그녀의 눈빛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여진우는 한눈에 소은지가 이 시점에 정국진을 찾아온 이유를 알았다.소은지는 지금 현우의 아내였고 엔데스 가문은 중요한 시기에 있었다.그러니 소은지의 목적은 분명했다.“들어갈 필요 없어. 그는 너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소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말을 듣자, 소은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차가운 외모 아래, 누구도 그녀의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끓어오르는지 알 수 없었다.지금 소은지에게는 정국진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만나봐야 알지 않을까?”소은지는 말하며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내딛는 순간, 여진우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소은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여진우의 차가운 옆모습을 바라봤다.말할 것도 없이, 키를 제외하고는 여진우는 이유영과 닮았다. 마치 복사본처럼 똑같았다.그 순간 소은지는 생각했다.만약 강이한과 박연준이 서주에서 여진우를 만났다면 이유영은 존재하지 않았을까?혹은 여진우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15화

    서재 안에는 편안함 대신 긴장감이 가득했고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앉아 있었다.정국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다 알아봤어?”“네.”“그 엔데스 가문...”정국진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엔데스 가문의 깊은 속셈은 아무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 정국진은 박연준이 이유영을 파리로 데려오기 전에 우천시에서 이유영과 결혼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사실 모두가 알고 있었다.엔데스 가문에서 일이 벌어지는 동안, 이유영 곁에 강이한과 박연준이 있었기에 그들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하지만 엔데스 가문은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권력 때문에 결국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송씨 가문은 이미 그 사건에 휘말리고 말았다.“너는 용성시로 가.”정국진은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여진우에게 말했다.여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용성시에 가라고요?”“유영이에게 연락해야 해. 지금은 중요한 때야.”결국 남자는 여자가 분노에 차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유영은 지금 박연준과 강이한에게 분노로 차 있었고 그녀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연서는 이유영의 마지막 선이었다. 연서가 나타나면서 이유영은 자신과 강이한의 감정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깨뜨렸다.그런 깨진 감정 속에서 이유영과 엔데스 명우의 과거를 생각하니 정국진은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네, 알았어요.”여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유영은 정말 골칫거리였다. 강이한에 대한 이유영의 분노는 대단했고 서주에서 벌어진 일만 봐도 알 수 있었다.“어찌 됐든 이번에 유영이는 엔데스 가문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야 해.”정국진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정국진은 엔데스 가문 때문에 과거에 쓴맛을 본 적이 있었기에 그는 파리에 살면서도 엔데스 가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관여하지 않았다.심지어 엔데스 가문과 친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때로는 가족이 어떠한 친분보다 소중했다. 과거에는 가족이 없었기에 고려할 것이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가족이 있는 사람은 고려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14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정국진은 임소미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은 정말...”정국진은 지금 임소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비록 말투는 단호했지만 여린 마음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사실 그들은 강이한이 이유영의 눈을 위해 그런 결정을 내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그저 수술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강이한이 나선 것이다.여진우가 돌아왔을 때, 정국진과 임소미는 무거운 표정을 서로 마주 보았고 결국 정국진은 임소미에게 말했다.“제가 진우랑 서재에서 얘기할게요.”“그래요.”임소미는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던 임소미의 표정은 여전히 무거웠다. 누구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정국진과 여진우가 위층으로 올라갔고 때마침 월이가 밖에서 놀다가 들어왔다.“할머니.”작은 아이는 부드러운 몸으로 임소미에게 안겼다.임소미는 아이를 꼭 껴안고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왜 이렇게 빨리 뛰어다녀. 여자아이는 넘어져서 흉터가 생기면 안 돼.”흉터라는 말이 나오자 임소미는 이유영의 온몸에 있는 상처들을 떠올렸다. 그 상처들은 모두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남긴 상처였고 그녀를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의 증거였다.그렇게 생각하니 임소미는 강이한이 각막 수술에 대해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그래, 그건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빚진 것이다.그들의 관계에서 누가 누구를 이용했든, 감정은 결국 그들만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유영은 항상 강이한을 믿었지만 강이한은 결국 그녀의 믿음을 저버렸다.그래서 그들은 지금 이런 사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할머니.”“응?”“엄마는 언제 돌아와요?”작은 아이는 임소미를 애처롭게 바라봤다.임소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엄마가 보고 싶어?”“네, 너무 보고 싶어요.”강이한에 대한 감정과 달리 아이는 이유영을 매우 좋아했는데 석 달을 보지 못했으니 너무 보고 싶어 하고 있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13화

    비행기가 구름을 뚫고 하늘로 치솟는 순간, 이유영이 박연준에게 물었다.“우리 파리로 돌아가는 거야?”박연준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걱정 마, 널 어디에 넘기려는 건 아니니까.”이유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이 비행기가 파리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이유영은 찌푸렸던 미간이 더욱 깊어졌고 불쾌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수술하러 가는 거야.”“...”수술?파리로 돌아온 이후, 이유영은 피부든 눈이든, 끊임없이 수술이라는 단어와 마주해야 했다.그러나 막상 수술이 현실이 되자, 그녀의 마음속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공기는 정적에 휩싸였다.이유영은 손에 들고 있던 빨대 컵을 힘껏 들이켜고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있어?”그녀는 각막에 관해 묻고 있었다.어둠 속에서 살아본 사람만이 그 희망이 얼마나 희박한지, 세상에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 시력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깨닫는다.세상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다시 눈을 뜨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까?아버지는 여러 번 이유영에게 수술을 제안했지만 이유영은 매번 거절했다. 그녀는 자신의 신분 때문에 특별 대우를 받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고 가장 평범한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기다리는 것,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기준이었다.“응.”박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이유영은 박연준의 목소리에서 묵직한 기운을 감지하고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그건 알고 있지?”“알아.”박연준은 이유영의 신분이 어떻게 변하든 그녀의 입장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강이한과의 감정 외에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그럼...”이유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두 사람 사이에는 긴 침묵이 흘렀고 박연준은 이유영의 텅 비어 있는 눈을 보며 그녀의 감정을 읽기 어려웠다.박연준은 이유영을 한참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12화

    우천시의 추위는 뼛속까지 스며들었고 이유영은 몸을 움츠리며 떨었다.박연준은 이유영의 작은 몸짓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았다.언제부터 이유영의 작은 변화에도 이렇게 민감해졌을까? 누군가를 깊이 관심하게 되면 다 이렇게 되는 걸까?박연준은 누군가에게 마음이 흔들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그 감정은 예상보다 훨씬 견디기 어려웠다.연서를 향했던 감정보다 더 깊고 복잡했다. 분노와 좌절은 전혀 다른 감정이었고 그가 이유영에게 느끼는 것은 오직 좌절과 안타까움뿐이었다.박연준은 목에 두르고 있던 회색 목도리를 풀어 이유영의 목에 감아주었다.그 목도리는 옥색 전통 복장과 어우러져 한층 더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박연준의 온기가 스며들자 이유영이 느끼던 추위도 서서히 사그라졌다.박연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조금은 따뜻해졌어?”“이러지 않아도 돼.”“...”이유영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예전 같았으면 이유영의 이런 차가운 태도에 상처를 받았겠지만 지금은 이미 익숙해진 듯했다.이건 그와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빚진 것이니 어떤 태도로 그들을 대해도 당연한 일이었다.“지금은 춥지 않은 것 같네.”박연준의 목소리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청석판 길은 매끈하지 않았고 휠체어를 밀 때마다 돌출된 부분이 울퉁불퉁하게 전해졌다. 마치 공예품처럼 정교하게 만들어진 돌이었지만 이유영은 불편함을 느꼈다.청석판에서는 특유의 은은한 향이 풍겼다.“여기서 사는 사람들은 행복할 것 같아.”“왜 그렇게 생각해?”“여기가 도심 한가운데잖아? 그런데도 자연의 향기가 가득해.”이유영은 이곳의 향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박연준은 말없이 이유영을 바라보았고 눈빛에는 씁쓸함이 더욱 짙어졌다.냄새에 대한 감각이 더욱 예민해졌고 눈이 보이는 사람조차도 쉽게 느낄 수 없는 감각이 있었다.이유영은 어둠 속에서 세상을 특별한 방식으로 인지하고 있었다.“유영아, 더 이상 애쓰지 마. 응?”박연준의 목소리에는 깊은 슬픔이 묻어났다.이유영이 애써 괜찮은 척할수록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