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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화

강이한은 기증자 쪽에 문제라도 생길까 봐 급하게 수술 일정을 잡았다.

한지음은 강이한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남자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며 물었다.

“왜? 뭐 필요해?”

강이한의 눈빛에서 약간의 거부감이 스쳤지만 앞을 못 보는 한지음은 그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녀가 애달픈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이 암흑에 적응을 해보려고요.”

한지음은 남자의 마음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남자의 죄책감을 자극할 수 있는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남자는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적응할 필요 없어. 곧 광명을 되찾게 될 거니까.”

“정말요?”

“그래. 수술 준비는 순조롭게 되어가고 있어.”

한지음의 얼굴에 기쁨의 미소가 활짝 피어났다.

앞을 못 보는 나날은 그녀에게도 고역이었다. 영원히 어둠에 갇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두려움에 사로잡히고는 했다.

“제가 정말 앞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사실 두 눈이 멀쩡했을 때도 기증자를 구하기 어려웠는데 혹시 이유영을 설득한 걸까?

약간의 기대감이 들었다.

강이한이 말했다.

“당연하지.”

“하지만 사모님은….”

한지음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조금 전까지 기뻐하던 얼굴은 죄책감으로 바뀌었다.

강이한은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이렇게 선한 아이에게 그런 짓을 할 생각을 했을까?

강이한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기증자 따로 있으니까 걱정 마.”

이유영이 순순히 기증서에 사인할 리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매번 각막 기증 얘기가 나올 때마다 미친 사람처럼 발광하던 유영의 얼굴이 떠올랐다.

새로운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한지음이 평생 어둠 속에서 살아갈까 봐 가슴을 졸였던 그였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숨 막히는 일이었다.

반면 한지음은 가슴이 철렁했다.

물론 강이한이 보고 있는 앞에서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사모님이 아니면 기증자가 따로 있어요?”

“그래.”

“너무 잘됐네요.”

입으로는 그렇게 말해도 속은 이미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유영을 망가뜨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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