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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후 전남편과 이혼의 모든 챕터: 챕터 181 - 챕터 190

969 챕터

제181화

언론에 그런 영상을 뿌리기까지 했으면서, 이제 와서 뻔뻔하게 모른 척하다니! 강이한은 기가 막혔다. 그는 한때 그 누구보다 선했던 이유영을 떠올리며 너무나 변해버린 모습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을까? 내가 정말 사람 본이 눈이 없나?“한지음이 진짜 아픈 거라고 쳐, 그게 내가 공개한 영상이 가짜라는 증거가 돼?” “너 정말!”이유영의 말을 들을 한지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지금 상황은 누가 봐도 이유영이 불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혀 꿀릴 것이 없다는 듯 강하게 밀어붙이는 이유영의 모습에 한지음은 속이 타들어 갔다.안 그래도 지금 한지음은 시력을 잃은 탓에 모든 것을 청각과 촉감으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이런 제한적인 상황에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자신이 유리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래도 시력을 잃은 탓에 그녀는 다른 감각들이 더 발달하게 되어 목소리와 감촉만으로도 다른 이의 감정이 추측되었다. 한편 이유영의 말을 들은 강이한은 분노에 몸이 딱딱히 굳었다.“오빠!”그의 변화를 눈치챈 한지음이 강이한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이로 인해 강이한의 주의력이 한지음한테 쏠렸다. 그녀의 교활한 의도를 눈치챈 이유영이 입가에 비웃음을 띄며 말했다.“강이한, 정말 언론이 틀렸다고 생각해? 한지음은 억울한 사람이고? 넌 왜 매번 한지음의 입장에서만 생각해? 내가 사람들한테 확인되지 않은 사실 때문에 욕먹을 때는 가만히 있더니!”뭐의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강이한의 눈엔 한지음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나올 수 있는 반응이라고 이유영은 생각했다. 이유영과 강이한의 시선이 강력하게 허공에 부딪혔다. 반면 한지음은 강이한이 이유영을 상대하느라 자신한테 관심을 주지 않자, 그의 주의를 끌기 위해 옷깃을 잡아당겼다.“저는 괜찮아요. 이제 그만해요, 네?”이대로는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올지도 몰랐다. 이유영은 그만큼 상대하기에 까다로운 존재였다. 한지음은 한시라도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녀가 운 좋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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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이유영이 떠나자, 병실엔 강이한과 한지음만 남게 되었다. 그는 자리에 일어나 한지음에게 다정히 이불을 덮어주며 미안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 내가 어떻게든 사과를 받아내려고 했는데.”강이한도 이유영이 이토록 강하게 나올 줄 몰랐다. 눈 앞에 자신이 저지른 짓 때문에 한지음이 이 지경이 된 걸 보고도 이토록 뻔뻔하게 나올 줄은! 도대체 어쩌다가 이유영이 이토록 냉혈한 여자가 되었는지, 그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한지음이 말했다.“괜찮아요. 괜히 저 때문에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전 언제나 오빠의 행복을 바래요.”그녀는 진심을 가득 담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지음은 자신이 강이한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여야 이유영을 더 증오하게 될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저 여자와 난 이제 가망이 없어!”한지음의 말을 들은 강이한이 완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때 그도 이유영과 이혼하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이 후회가 되고 혐오스러웠다. 그러면서도 한편 알 수 없는 저릿함이 느껴졌다. 강이한은 이런 자신이 싫어 더욱 증오심에 감정을 집중시켰다.한편 이유영도 강이한을 떠올리며 분노를 삭이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한지음의 본모습을 까발리고 모든 오해를 풀어버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결국 가증스러운 한지음의 연기 때문에 모든 것이 수포가 되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강이한과 얽히지 말았어야 했다고, 이유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때 강씨 본가에선 또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노분인의 생일 잔치 이후로 연락도 안 되고 모습도 드러내지 않던 유경원이 찾아왔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그녀는 꽤 수척해져 있었다. 유경원을 강이한의 짝으로 맺어주고 싶다는 마음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진영숙은 아주 반갑게 그녀를 맞이하였다. “우리 경원이,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진영숙이 유경원의 손을 다정히 잡으며 말했다.유경원의 눈가가 빨개졌다.“저희 엄마, 아빠를 대신해 사과드려요.”그녀가 매우 속상한 듯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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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이유영은 한지음이 또 무슨 짓거리를 벌일지 짐작되지 않았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켠 후, 비장한 눈빛으로 외투를 집어 들고 방을 나섰다. 이때 그녀가 외투를 입은 채 내려오고 있는 모습을 본 집사가 놀라 물었다.“이 시간에, 밖에 나가시게요?”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준비해 주세요.”정국진이 그녀를 위해 보내준 경호원들을 가리킨 말이었다. 청하시는 안전했지만, 그녀의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정국진의 조언대로 움직일 때 경원들을 대동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박연준과 소은지를 만날 때를 제외하곤 어디를 가던 그녀는 앞으로 운전기사와 경호원들은 항시 동행시키기로 결심했다.집사는 빠르게 그녀의 요구에 따라 움직였다.“기사와 경호원,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요.”“알겠어요.”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로 향했다.차에 탑승한 그녀는 곧바로 조민정에게 전화했다.“강이한이 어디 있는지 확인해 줘요. 병원에 있다면 딴 곳으로 유인해 주세요!”“무슨 일이예요?”“저 지금 병원으로 가고 있어요!”이유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직접 병원으로 가 한지음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에게 조사를 맡기기엔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이번에 병원에서 만남을 가지게 되면서 이유영은 한지음이 또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한지음은 이유영을 단순히 견제하는 것이 아닌, 무언가 더 깊은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한지음이 결코 강이한을 빼앗아 가는 것만으로 상황을 끝낼 것 같지 않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한지음은 단순히 이유영을 증오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 어쩌면 죽음까지 바라고 있는지도 몰랐다.그러니 이유영은 이번에 말로 한지음이 그토록 자신을 증오하는 이유를 명백히 알고 싶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자신을 괴롭히는지, 그 원인을.“제 생각엔 안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여자가 또 어떻게 나올지 모르잖아요!”그렇다, 지금까지 한지음과 엮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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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예상했던 사람이 아닌 뜻밖의 이유영이 나타나자 한지음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두 사람은 서로 냉정한 표정으로 대치하기 시작했다. 그런 이런 둘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어딘가 비슷해 보였다.“왜 왔어?”한지음의 목소리는 싸늘함, 비꼼과 왠지 모를 자신감까지, 다양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이유영을 도발하려 하고 있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에 넘어갈 이유영이 아니었다. 이유영은 여유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얼마나 비참한 꼴을 하고 있을지 구경하러 왔어. 아주 보기 좋네, 딱 내가 원하던 모습이야.”“….”그녀의 말을 들은 한지음의 얼굴이 무섭도록 일그러졌다.“하, 그래. 즐길 수 있을 때 즐겨, 조만간 너도 빛을 잃게 될 테니까!”“내가?”이유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으론 왠지 모를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이유영은 강이한이 망막을 내놓으라며 협박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한지음은 정말 여우 같은 여자였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계획이 들통났음에도 또 아무렇지 않게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철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지음은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이유영의 망막을 노리고 있었다! 한지음은 이유영이 눈이 멀고 모든 사람이 하여금 그녀를 짓밟길 원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독한 적대심이 한지음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강이한의 앞에서 연기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넌 죽어야 해, 이유영!”“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야!”“잘못한 거? 그런 거 없어. 난 그냥 네가 싫어! 이유 없이 미치도록 싫을 뿐이야!”한지음이 이를 악문 채 독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이유영은 이런 그녀의 증오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미 한번 죽은 몸이었다. 그녀는 이유라도 알고 싶었다! 이유라도 알아야 회귀 전처럼 그렇게 혼란스러운 삶을 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말 못 하겠다, 이거야?”이유영이 찬 바람 쌩쌩 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한지음이 채 대꾸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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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하, 어디 한 번 해봐!”“못 할 것도 없지!”한지음이 웃으며 답했다.이유영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병실을 나갔다.한편 저녁 12시, 강이한은 겨우 회의를 끝마쳤다. 그럼에도 전혀 피곤한 티를 내지 않는 강이한의 모습에 비서가 존경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대표님, 유경원 씨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이 시간에?”“네, 사무실로 모셨습니다.”강이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연회에서 그 창피를 당했으니, 그는 당연히 유경원이 약혼을 포기하고 집착을 멈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또 이렇게 찾아오다니 정말로 끈질긴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는 유경원을 상대할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표정이 굳어졌지만, 사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진 않았다.그가 사무실로 다가오는 것을 느낀 유경원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입가에 부드럽고도 예의 바른 미소를 띠었다. 아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회의 끝났어요?”유경원이 아주 부드럽고도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러고는 자신이 들고 있던 도시락통을 내밀었다.“간단한 야식거리를 가져왔어요. 한번 맛보시겠어요? 다 제가 직접 만든 거예요.”강이한은 이런 그녀의 행동에도 어떠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유경원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이미 오기 전, 진영숙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은 터라 오히려 당연하듯이 그의 반응을 받아들였다.전엔 강이한이 이혼하기 전이라 어느 정도 행동에 제약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리고 진영숙한테 강이한과 이유영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두 전달받은 터라 많은 준비를 하고 온 상태였다.유경원은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이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이었다. 그녀는 이유영과 달리 몸매가 늘씬하며 키도 컸다. 그래서 강이한과 함께 있으면 이유영처럼 보호받아야만 할 것 같은 연약한 느낌은 주지 않았다. 그러니 이제부터 유경원은 강이한에게 자신만의 매력을 어필해야만 했다.“왜 그렇게 봐요?”강이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가 먼저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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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병원.강이한이 도착했을 때, 병실에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핏자국들이 가득했다. 그는 싸늘한 얼굴로 피 묻은 시트를 정리하는 간호사를 노려보았다.강이한을 본 간호사가 움찔하며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한지음 씨 지금 어디 있습니까!”강이한이 이를 갈며 물었다.겁에 질린 간호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한지음 씨는 지금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강이한은 응급실로 달려갔다.여기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단순 찰과상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바닥에 묻은 핏자국을 보고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대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면 병실이 그 지경이 되었을까?강이한은 갑갑함에 숨소리마저 거칠어졌다. 이때, 응급실 밖에서 대기하던 조형욱이 그에게 다가왔다.“어떻게 됐어?”강이한이 물었다.“들어간지 한참 되었는데 아직도 안 나오네요. 아까 의사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그 말에 강이한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대체 얼마나 많이 다쳤으면 의사가 그런 말까지 했을까?“대체 어떻게 된 거야?”강이한이 물었다.조형욱은 어두운 표정으로 상사를 바라보며 머뭇거렸다.“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성질 급한 강이한이 차갑게 재촉했다.“그냥 한지음 씨한테 직접 듣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쾅!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강이한이 다리를 들어 조형욱을 걷어찼다.“내가 그런 말이나 듣자고 조 비서를 비싼 돈 주고 고용한 것 같아?”조형욱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강이한이 말했다.“자초지종을 모르면 조사를 했어야지!”“사모님이십니다.”강이한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이유영이?”조형욱이 말했다.“대표님 가시고 얼마 되지 않아 사모님께서 병실에 오셨더라고요.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사모님이 오시기 전까지 한지음 씨는 멀쩡한 상태였습니다. 시간을 대조했을 때….”조형욱은 결국 말끝을 흐렸다.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강이한은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이유영, 또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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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강이한 씨 쪽에서 아마 손을 쓸 겁니다. 회장님이 나서주시지 않으면 저희의 힘만으로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조민정이 괜한 걱정을 한 것은 아니었다.한지음의 납치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모든 화살은 유영을 향했다.다른 사람은 그렇다 하더라도 강이한이 유영을 범인으로 의심하고 심지어 나서원을 통해 조작된 증거까지 확보한 것만 봐도 그랬다.병실을 나가기 전 한지음이 했던 말을 떠올리면 참 대단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유영은 눈을 질끈 감았다.분명 신경 쓰지 않기로 했는데 강이한이 자신을 감방에 보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갑갑했다.“알았어요. 잘하셨어요.”이미 이혼한 마당에 외삼촌의 개입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전화를 끊은 뒤, 유영은 우두커니 침대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전생에 비해서 많은 것을 가졌지만 어쩐지 따스함은 느껴지지 않고 마음은 점점 심연으로 추락하고 있었다.병원.강이한은 싸늘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 결국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그는 수화기에 대고 오늘 당장 그 여자를 구치소로 끌고 가라고 말했다.조형욱은 말없이 그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숨막힌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한지음이 드디어 수술실에서 나왔다. 하얗게 질린 여자의 얼굴이 강이한의 분노를 자극했다.그가 그렇게 지켜주고 싶었던 유영이 이 여자한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계속해서 깨우쳐 주고 있는 것 같았다.“내가 그 여자를 너무 좋게만 생각했어!”그가 착잡한 얼굴로 말했다.조형욱의 눈빛도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사모님께서는 참….”그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강이한은 유영을 천하에 나쁜 년이라고 속으로 욕하고 있었다.어쩌면 10년 동안 그의 앞에서 보였던 온순한 모습은 허상이었을 수도 있었다.그는 눈을 감고 감정을 수습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형사들이 곧 그쪽에 도착할 겁니다.”조형욱이 말했다.강이한은 담담하게 고개만 끄덕였다.더 이상 그런 악인이 활개 치고 돌아다니게 할 수 없었다.그날 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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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내가 너무 오냐오냐했어!’이건 강이한의 생각이었다.그는 자신의 애정이 유영을 비열하고 잔인한 인간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지금의 강이한은 최근 벌어진 모든 비극이 유영이 주도한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그는 자신이 이런 악녀와 10년이나 같은 침실을 썼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아니야. 처음부터 악인은 아니었을 거야. 내가 너무 예쁘다고 싸고만 돌았어!’‘거기서 고생 좀 하면 다시 예전에 착했던 이유영으로 돌아올 거야!’그는 유영이 정신만 차리면 자신에게 찾아와서 잘못을 사과할 거라고 믿었다.한참이나 유영에 대한 비난을 퍼붓던 진영숙은 이번에는 강이한에게 한소리 했다.“이제 걔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았지?”강이한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너 더 이상 걔만 감싸고 돌면 안 돼!”진영숙은 과거 아들이 유영의 편만 들던 것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었다.강이한은 싸늘한 눈빛으로 진영숙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쯤 경찰서에서 조사 받고 있을 거예요.”“뭐라고?”“자기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죠.”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가슴 속 아픔을 감추었다.사실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유영을 매몰차게 몰아붙일 때마다 가슴 속 한 구석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앞으로 절대 용서받지 못할 거라고 계속 누군가가 말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결국은 눈앞에 벌어진 현실을 믿고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게 되었다.‘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면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해!’여기까지 오게 된 건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유영이 한발 한발 이렇게까지 오게 만든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진영숙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에게 재차 물었다.“너 방금 뭐라고 했니?”강이한이 답이 없자 진영숙이 다그치듯 그에게 물었다.“그게 사실이야? 네가 걔를 경찰서에 보냈어?”“네.”“그래. 진작에 이랬어야 했어.”진영숙이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음이 납치됐을 때부터 이렇게 했어야 했어. 그랬으면 우리 지음이도 이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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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하지만 그 시각 유영은 서원그룹 서재욱의 사무실에 있었다. 오늘 디자인 초안을 평가 받는 날이었다.그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수갑을 차고 경찰서에 끌려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서재욱은 무심한 얼굴로 유영이 내민 초안을 대충 훑어보고는 다시 우아한 몸짓으로 서류를 그녀에게 건넸다.“연준이가 추천한 사람이라 그런지 실력 하나는 정말 믿을만하네요. 청하시에 이런 인재가 있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안 게 한탄스럽군요.”“그럼 통과한 건가요?”유영이 긴장한 표정으로 남자에게 물었다.과거에 그녀는 강이한이 청하시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연준이나 서재욱을 만난 뒤로는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콩깍지가 벗겨지자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남자는 담배를 입에 물고는 우아하게 담배연기를 토하며 말했다.“이대로 진행하면 될 것 같아요. 공개 입찰은 3일 뒤에 시작해요.”“시간이 좀 빠듯하네요.”“윗분들이 성격이 급하니까요. 전에는 시간을 좀 줄 것처럼 말하더니 갑자기 입찰을 시작한다네요.”“참여자가 많으니 꼭 우리가 가져올 거라는 보장은 없어요. 하지만 유영 씨의 실력을 믿어요. 연준이도 유영 씨를 내세워서 입찰에 성공했잖아요. 안 그래요, 이유영 대표님?”서재욱은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유영을 바라봤다.귀티 나는 얼굴에 두 눈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사실 그는 이유영이라는 여자에 대해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키도 작고 유약해 보이는 여자가 무슨 용기로 강이한과 세강을 상대로 싸우는지 궁금했다.하지만 그녀의 막강한 디자인 실력과 온몸으로 풍기는 카리스마에 놀랐다. 그녀에게는 다른 여자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걱정 마세요. 디테일한 부분은 야근을 강행하더라도 수정할게요. 저를 이렇게까지 믿어주셨는데 저도 실망시켜 드릴 수는 없죠.”“내가 유영 씨 과거에 신경 써야 할 일은 없겠죠?”“당연하죠. 과거가 신경 쓰였으면 애초에 박 대표님과의 협력도 없었을 겁니다.”유영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어색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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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그 시각 강우현은 병원을 나오고 있었다. 한지음의 병실은 진영숙이 지키기로 했다. 그는 이번 동교 옆 상권 개발 프로젝트 준비 때문에 급히 회사로 돌아가야 했다.그런데 회사로 가는 길에 길바닥을 질주하는 유영의 포르쉐를 발견했다.거리를 질주하던 차량들은 외제차를 보고 모두 길을 비켜주는 눈치였다.‘이유영?’유영을 떠올린 강이한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저 차 좀 따라가!”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운전기사에게 말하자, 운전기사는 곧장 가속페달을 밟았다.잠시 후, 강이한의 차가 유영의 차를 따라잡았다. 강이한은 고개를 돌려 운전 중인 유영을 보고 분노에 몸을 떨었다.“저 차 세워!”“대표님, 그건 좀….”운전기사의 이마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났다.유영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상대 차량은 포르쉐였다. 혹시라도 차를 강제로 세우게 하는 과정에서 두 차량이 충돌사고를 낸다면 일년 연봉을 합쳐도 수리비로 부족했다.“그냥 들이밀어!”강이한이 차갑게 명령했다.명령을 들은 운전기사는 긴장해서 손을 삐끗했다가 그대로 차 머리를 유영의 차를 들이받았다.쾅!유영의 몸이 앞으로 튕겨져 나갔다.다행히 워낙 성능이 좋은 차량이라 큰 사고는 없었다.고개를 든 그녀는 후방 카메라를 통해 강이한의 차량을 확인했다.참 여러모로 끈질기고 귀찮은 상대였다.어제 그가 경찰서에 그녀를 신고한 건 알고 있었다.다행히 외삼촌 쪽에서 인맥을 동원했기에 경찰서에 끌려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잡혀간 줄 알았던 그녀가 멀쩡하게 거리를 주행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난 것 같았다.유영은 차가운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오늘은 단화를 신었기에 유난히 키가 작아 보였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강이한의 차량을 노려보았다.강이한도 차에서 내려 유영에게 다가왔다.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위에서 아래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당신이 왜 여기 있어?”“실망했나 봐? 경찰서에 있어야 할 내가 왜 바깥을 돌아다니는지 알고 싶은 거지?”유영은 다가가서 그의 흐트러진 넥타이를 바로 매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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