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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작가: 진헤이
이유영이 떠나자, 병실엔 강이한과 한지음만 남게 되었다. 그는 자리에 일어나 한지음에게 다정히 이불을 덮어주며 미안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내가 어떻게든 사과를 받아내려고 했는데.”

강이한도 이유영이 이토록 강하게 나올 줄 몰랐다. 눈 앞에 자신이 저지른 짓 때문에 한지음이 이 지경이 된 걸 보고도 이토록 뻔뻔하게 나올 줄은! 도대체 어쩌다가 이유영이 이토록 냉혈한 여자가 되었는지, 그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한지음이 말했다.

“괜찮아요. 괜히 저 때문에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전 언제나 오빠의 행복을 바래요.”

그녀는 진심을 가득 담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지음은 자신이 강이한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여야 이유영을 더 증오하게 될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저 여자와 난 이제 가망이 없어!”

한지음의 말을 들은 강이한이 완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때 그도 이유영과 이혼하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이 후회가 되고 혐오스러웠다. 그러면서도 한편 알 수 없는 저릿함이 느껴졌다. 강이한은 이런 자신이 싫어 더욱 증오심에 감정을 집중시켰다.

한편 이유영도 강이한을 떠올리며 분노를 삭이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한지음의 본모습을 까발리고 모든 오해를 풀어버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결국 가증스러운 한지음의 연기 때문에 모든 것이 수포가 되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강이한과 얽히지 말았어야 했다고, 이유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때 강씨 본가에선 또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노분인의 생일 잔치 이후로 연락도 안 되고 모습도 드러내지 않던 유경원이 찾아왔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그녀는 꽤 수척해져 있었다. 유경원을 강이한의 짝으로 맺어주고 싶다는 마음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진영숙은 아주 반갑게 그녀를 맞이하였다.

“우리 경원이,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진영숙이 유경원의 손을 다정히 잡으며 말했다.

유경원의 눈가가 빨개졌다.

“저희 엄마, 아빠를 대신해 사과드려요.”

그녀가 매우 속상한 듯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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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소은지는 알고 있었다. 이 세상에는 정말 귀하고도 소중한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소은지는 한 걸음 다가서서 현우의 넥타이를 정성껏 매만졌다. 그녀의 숨은 막히듯 답답했고 가슴은 아팠다. 이런 불편함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저는 여전히 예전의 삶이 더 좋아요.”그때의 삶은 엔데스 명우에게 망가지기 전의 삶이었다.그때의 소은지는 자유로웠고 거침없었다.소은지는 스스로에게 자부심이었고 어떠한 방해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이 깊은 나락 속에서 이런 절망을 경험하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소은지 씨!”“엔데스 가문 자체가 심연과 같은 존재예요. 그리고 이 파리도 제게는 심연과 같아요.”소은지는 단호하게 말했다.소은지가 이렇게까지 파멸에 이른 건 파리 땅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였다.아프냐고?너무 아팠다.숨이 막히냐고?너무도 답답했다. 예전의 소은지는 한 번도 인생에 이렇게까지 기복이 심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소은지는 조심스레 현우의 넥타이를 정리한 뒤 말했다.“유영이의 세계는 이미 너무 흔들리고 있어요. 유영이를 더 힘들게 하지 마세요.”“...”현우는 침묵했고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소은지가 보기에 이유영은 정말 불쌍했다. 이유영은 강이한을 떠나려고 애쓰고 박연준을 떨쳐내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하지만, 이 두 사람은 끊임없이 이유영을 얽어맸고 심지어 터무니없는 이유로 이유영의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렸다.만약 강이한과 박연준이 없었다면, 이유영도 자신의 커리어를 쌓으며 당당하게 살아갔을 것이다. 높은 위치에서 자신의 삶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강이한과 박연준 때문에 이유영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지금은 어둠 속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이유영이 안타까울 뿐이었다.“소은지 씨!”현우의 목소리가 더욱 단호해졌다. 소은지를 바로 보는 현우의 눈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러니까 현우가 소은지를 지키는 이유가 이유영 때문이라는 건가?“파리를 떠나고 싶어요.”현우의 표정은 굳어졌고 목소리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37화

    결국 송연미는 사람들에 의해 떠나야 했다. 마지막으로 뒤돌아본 송연미의 눈빛은 무거움과 아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모습에 소은지의 마음도 잠시 흔들리고 말았다.그 순간 소은지는 문득 깨달았다. 이 모든 시간 동안 송연미가 차갑고 냉정한 가면 뒤에 감춰 두었던 것이 무엇인지를.억지로 맺어진 인연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처음부터 원치 않았던 것은 시간이 지나도 마음에 닿지 않는 법이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바뀔 수 없는 진실이었다.여자의 운명은 때로는 지나치게 가혹하다. 특히 자신의 미래조차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랬다.현우는 묵묵히 소은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이혼 합의서를 집어 들었다. 소은지를 놓아주던 현우의 손등에 힘줄이 도드라졌다.현우가 서류를 찢으려는 찰나, 소은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잠깐만요.”“...”현우는 동작을 멈추고 소은지를 바라보았다. 소은지는 조용히 다가가 서류를 천천히 빼앗으며 말했다.“어차피 서명해야 할 서류잖아요.”“소은지 씨!”“엔데스 가문의 상황이 어떨지는 제가 잘 모르지만, 회장님의 죽음조차 이 싸움의 끝을 맺지 못했다는 걸 보면 일이 간단치 않다는 건 분명해요.”소은지는 현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힘주어 말했다.그 말을 내뱉으면서도 소은지의 가슴은 짓눌린 듯 아려왔다.현우는 소은지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당신...”“엔데스 명우가 지금 당신과 맞서고 있는 거잖아요, 맞죠?”그 말이 떨어지자, 현우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소은지는 그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방금 송연미가 소은지에게 했던 말이 모두 사실이었다는 것을.애초의 계획대로라면, 엔데스 가문의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모든 일이 마무리되어야 했다.그리고 소은지는 그로 인해 자유를 완전히 되찾을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엔데스 회장은 끝내 어떤 결론도 남기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났다.그렇게 가문은 단번에 분열되었고 문서는 핵심적인 요소가 되어버렸다. 전기봉은 행방불명 상태였고 나머지 서류의 절반은 강이한의 손에 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36화

    송연미에게는 더 이상 고귀함도 우아함도 냉정함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간신히 붙들고 있던 인내심은 그 순간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지금의 송연미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현우가 돌아왔을 때, 그의 몸에서는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만이 흘렀다. 오늘 장례식에서 벌어진 일이 그 원인이었음은 분명했다.송씨 가문 또한 그 사건에 연루되어 있었기에 송연미가 이곳에 나타난 순간 현우의 눈빛은 한층 더 차갑게 얼어붙었다.“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두 여자의 생각을 단숨에 현실로 끌어냈다.송연미는 고개를 들어 현우를 바라보았다.현우는 빠르게 걸음을 옮겨오더니 탁자 위에 놓인 이혼 합의서를 보자 눈빛이 한층 더 서늘해졌다.송연미의 가슴은 긴장으로 꽉 조여졌고 소은지의 얼굴도 금세 창백해졌다.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송연미를 향해 입을 열었다.“내가 경고했지. 반산월에 오지 말라고.”현우의 말투는 냉혹하기 그지없었다.송연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핏기 없던 송연미의 얼굴은 그의 말에 더욱 하얗게 질려 갔다. 마치 얼어붙은 듯 멍하니 현우를 바라보며 한참 동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현우는 소은지를 보호하려는 걸까? 오늘 장례식에서 무슨 일이 터질 것을 예감이라도 했던 걸까?엔데스 가문의 모든 이가 참석했음에도 현우는 소은지를 가지 못하게 했다. 소은지를 보호하기 위해 송연미조차 반산월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한 것인가? 모든 것이 변했다.현우는 이제 소은지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다면, 소은지는 현우에게 이토록 중요한 존재란 말인가?송연미는 고개를 들어 현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품에 안긴 소은지를 보며 송연미의 눈에는 깊은 고통과 실망이 서려 있었다.“이봐.”“일곱째 도련님, 무슨 일입니까?”“넷째 사모님을 집으로 바래다줘.”현우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소은지를 더욱 단단히 품에 안았다.그 무심한 행동이 송연미의 가슴을 날카롭게 찌르는 비수처럼 느껴졌다.숨이 멎을 듯 아팠고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어버렸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35화

    엔데스 명우가 어떤 사람인지 파리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었다.엔데스 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소은지는 명우에게 가장 미움을 받는 사람이 되었고 현우와의 관계도 본래부터 경쟁적이었다.이런 상황에서 소은지의 일이 여섯째 도련님과 엮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둘 사이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컸다.“소은지, 넌 무슨 자격으로 현우에게 보호받고 있는 거야?”송연미는 이성을 잃은 듯 소은지를 향해 소리쳤다.현우는 소은지를 보호하고 있었다.그리고 이 상호 관계가 현우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불 보듯 뻔했다. 여섯째 도련님은 원한을 쉽게 잊는 사람이 아니었다.이런 상황 속에서 일은 점점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았다.“...”보호한다고? 소은지를? 현우는 대체 왜 소은지를 보호하고 있는지, 소은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송연미는 몰랐다. 그러나 송연미의 입장에서는 이대로 두면 안 됐다.“소은지, 제발 부탁이야. 한 번만이라도 내 부탁을 들어주면 안 될까? 나는 이미 그들에게 한 번 해를 입었어. 더 이상 현우까지 그들에게 해를 입게 할 순 없어...”송연미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며 온몸이 떨렸다.송연미가 엔데스 운빈과의 결혼에서 받았던 심리적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었다.“...”갑자기, 이 여자가 보여주는 히스테리가 그렇게 미워 보이지만은 않았다.송연미는... 두려워하고 있었다.“너와 여섯째 도련님 사이의 일은 나는 다 알고 있어. 소은지, 여섯째 도련님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너도 알잖아. 파리에서 멀리 떠나줘, 안 될까?”송연미의 관점에서는 소은지가 현우의 곁에 있으면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송은지가 현우의 곁에 있는 한, 그건 현우에게도 큰 상처가 될 터였다.“내가 떠난다고 해서, 그들 사이의 원한이 사라질 것 같아?”“하지만 네가 현우 곁에 있으면, 여섯째 도련님은 모든 책임을 현우에게 돌릴 거야. 이걸 정말 모른단 말이야? 그들은 이미 중요한 순간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34화

    소은지는 그저 얼어붙은 듯한 눈빛으로 송연미를 바라보고 있었다.송연미는 그런 눈빛에도 전혀 압박을 느끼지 않는 듯, 담담히 말했다.“네가 진심으로 현우를 사랑한다면, 지금 무엇이 그를 위하는 것인지 알아야 할 텐데.”“처음 너를 봤을 때, 꽤 침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소은지가 갑자기 말했다.“...”침착?그때는 위화영이 무슨 말을 해도 그저 침묵으로 일관했었다.하지만 지금 보니, 사실 그때는 반박할 방법을 몰라서 그랬던 것 같았다. 막상 반박할 기회를 잡기만 한다면, 송연미의 말은 그 누구보다도 날카로울 것이었다.송연미는 그저 차갑게 소은지를 바라보며 깊이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널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 날 너무 몰아붙이지 마, 알겠어?”몰아붙인다니!소은지는 차가운 시선으로 송연미를 바라보았다.송연미는 깊은숨을 들이쉬며 말했다.“넌 파리의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이 파리의 이면에 어떤 흐름이 있는지도 전혀 모르잖아.”“...”“여기서 헛되이 상처받을 필요 없잖아.”강경하게 나왔더니 소용이 없다고 여겨 이제는 부드럽게 나오는 건가?하지만 아마도 송연미는 소은지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가장 싫어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모양이었다.설령 소은지와 엔데스 현우가 그런 관계라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도발당하면 마음속에 약간의 불쾌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너 착각하지 마.”결국 소은지는 송연미에게 그렇게 답했다.어떤 것들은 변한다. 특히 사람의 마음은 더 쉽게 변한다.하지만 송연미는 이 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고 오히려 집요하고 고집스럽게 자신의 믿음을 고수하고 있었다.“서명하지 않겠다는 거야?”송연미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왜? 더 강한 수를 쓸 생각이야?”소은지는 태연히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그런 소은지의 태연함은 분명 송연미를 더욱 격분하게 했다.“소은지, 난 네가 파리의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렇게 곱게 설득하려는 거야. 그런데 너는 정말로 고마운 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33화

    이유영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몰라도 그 이름이 나오자 현우의 눈빛에는 더욱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소은지는 그런 현우를 묵묵히 바라보았다.“...”그렇다면 송연미는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현우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고 소은지에게 말했다.“이유영 씨는 어떤 충격도 견딜 수 없어요. 지금 박연준과 강이한이 이유영 씨의 곁을 지키고 있는 걸 보면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아요.”“유영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아마도 유영 씨의 두 눈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소은지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이유영이 정말로 암흑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소은지의 가슴을 짓눌렀다.2년 동안, 엔데스 명우의 학대로 인해 소은지는 일주일 동안 완전히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소은지는 그 고통스러운 기억을 생생히 떠올렸다.그 일주일 동안 소은지가 겪었던 무력감과 절망은 평생 따라다닐 상처가 되었다. 소은지는 자신의 삶에서 빛을 볼 기회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조차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그때부터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증오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둠은 공포스럽고 숨 막혔다.“그럴 리가요.”이유영의 두 눈이 시력을 잃어간다는 말을 들은 소은지의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여 있었다.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박연준과 강이한 사이도 이번 한판이 마지막이겠지.”현우의 말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소은지는 그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만약 이유영의 두 눈이 정말로 회복되지 못한다면, 이유영은 박연준과 강이한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었다.소은지는 암흑 속에서의 무력함이 얼마나 참혹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해친 원수조차 볼 수 없다는 그 사실은 숨 막히는 고통이었다....엔데스 가문은 완전히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장례식 당일, 엔데스 가문의 모든 사람이 참석했지만, 오직 소은지만은 그 자리에 없었다.반산월에 머물던 소은지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32화

    현우는 망설이다가 말했다.“엔데스 가문은 심연과 같아요. 그 심연의 문턱에 서서 더 이상 들여다보지 않는 게 좋아요.”소은지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심연... 자신의 가문을 심연이라 부르다니. 현우가 생각하는 엔데스 가문은 도대체 얼마나 깊고 어두운 곳일까?소은지는 생각에 잠겼다. 그 순간, 어두운 방 안에서 현우의 손에 들린 담배의 불꽃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 불꽃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그것은 현우의 고독을 의미하고 있었다. 많은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우가 느낀 것은 오직 고독뿐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현우는 과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엔데스 가문을 떠나 황가 국제 그룹에서 단순한 보좌관으로 숨어들었겠는가?그 당시, 현우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엔데스 가문의 일곱 번째 아들이 평범한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현우는 자신의 정체를 완벽하게 숨기며 세상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태생은 결국 운명을 결정짓고 말았다.“심연이라니...”소은지는 그 단어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며 중얼거렸다.현우야말로 세상에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보다 더 두려운 존재처럼 보였다.소은지는 한때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가족도 없고 엔데스 명우가 소은지의 모든 것을 망쳐버렸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현우를 보며 소은지는 깨달았다. 가짐으로 인해 더 불행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현우에게는 거대한 가문이라는 배경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배경 속에서 더 큰 고통과 외로움을 견뎌야 했다. 심지어 엔데스 노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현우의 얼굴에는 단 한 점의 슬픔도 찾아볼 수 없었다.“앞으로는 대저택의 사람들과의 만남은 피하세요.”현우가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말했다.“최근 자주 찾아오더라고요.”소은지가 언급한 사람은 바로 송연미였다.현우가 엔데스 가문으로 돌아온 이후, 송연미는 더 이상 자신의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송연미를 이야기할 때, 현우의 눈빛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31화

    소은지와 엔데스 현우의 관계는 철저히 계약으로 엮여 있었다. 그래서 중요한 자리에서도 소은지가 굳이 현우와 동행할 이유는 없었다.두 사람의 관계를 명확히 선을 그어 외부의 불필요한 관심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었다.엔데스 현우는 소은지를 미묘하게 찌푸린 얼굴로 바라보았다.현우는 소은지가 예상외로 순순히 나오는 모습에 살짝 놀란 기색을 보였다.“왜 그래요?”“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이 모든 일이 언제 끝나는지 알고 싶어요.”소은지는 엔데스 가문의 내부 사정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엔데스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금, 곧 새로운 후계자가 결정될 것이라 생각했다. 소은지는 그 결과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만약 엔데스 명우가 이긴다면요?”현우는 소은지의 손을 잡았다.현우는 소은지의 손바닥에 맺힌 차가운 땀을 확연히 느꼈다.소은지가 엔데스 명우의 승리를 절대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해졌다.소은지와 현우의 관계는 사실상 소은지와 엔데스 명우 사이의 대결로 비쳤다. 현우의 말을 듣고 소은지는 심장이 순간적으로 멈출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이렇게까지 와서도 어쩔 수 없는 건가요?”소은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물었다.소은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무거움이 담겨 있었다. 소은지는 이런 결과를 원하지 않았다.현우는 미소를 지었다.특히 소은지의 눈빛에 담긴 불만을 보며 현우는 소은지가 엔데스 명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욱 분명히 알 수 있었다.“그게 그렇게 쉽겠어요?”현우는 활짝 웃으며 소은지를 안고 안쪽으로 데려갔다.소은지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엔데스 명우를 파리에서 떠나게 만드는 건 쉽지 않지만, 이기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거예요!”“그래서 지금 대체 어떤 상황인가요?”소은지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눈앞의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갔다. 어떤 상황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소은지는 엔데스 회장이 떠난 뒤 모든 것이 정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현재 남겨진 것은 문서라는 단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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