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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Chapter 171 -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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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사실 짐작 가는 바는 있었다.의사가 말했다.“한지음 씨는 요즘 계속 우울해하셨습니다. 아마 우울증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한 게 아닌가 싶어요. 보호자가 옆에 많이 있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우울증?한지음이?그 증거들을 확인한 후로 강이한은 한지음을 속이 시커먼 여자로 단정지었다.아무나 다 우울증에 걸릴 수 있지만 그런 이기적인 사람은 절대 우울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잠시 후, 한지음이 실려 나왔다. 간호사는 그녀를 끌고 병실로 돌아갔다. 강이한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병실.한지음의 두 눈은 여전히 흰 천으로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강이한이 보기에 전혀 안쓰럽지 않고 오히려 기괴하게 느껴졌다.“굳이 이렇게 해야 했어?”한참이 지난 뒤, 강이한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병상에 앉은 한지음은 더듬거리며 그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천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기에 그녀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강이한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한지음이 길게 심호흡한 뒤에 말했다.“이렇게 하면 대표님이 저 보러 올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이렇게 했을 거예요.”그녀는 숨을 쉬는 것조차 괴롭고 아팠다.강이한이 그녀를 빤히 보며 말했다.“너 참 교활한 사람이었구나.”예전에는 절대 이런 식으로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강이한은 전에 유영에게 했던 모든 잔인한 말들을 한지음에게 돌려주고 싶었다.모든 걸 다 안다는 듯한 그의 태도와는 다르게 여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뭐? 내가 왜 이러는지 정말 몰라? 한지음, 넌 나한테 아무것도 아닌 존재야. 내가 널 돌봐줬던 건 네가 지석이 여동생이었기 때문이었어.”“그런데 왜 굳이 이런 일을 벌여서 그 여자가 나랑 이혼하게 만들었니?”유영과 이혼할 때를 생각하면 강이한은 지금도 숨이 막히고 가슴이 아팠다.그녀와 함께한 세월이 있으니 유영이 어떤 사람인지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그녀가 왜 해외에 가서 정국진을 만나고 국내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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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점심식사가 끝난 뒤, 박연준은 유영을 사무실까지 데려다주었다. 유영은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고 조민정을 보았다. 조민정이 그녀의 사무실이 있는 방향을 눈짓으로 가리키자 유영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그 인간 또 왔어요?”조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동교 신도시 개발에서 패배의 쓴맛을 보았으니 그 주변 상권을 노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경쟁 회사들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오전에 서원그룹 김연우를 만났는데 점심 시간이 지나 바로 찾아왔다는 게 그 증거였다.유영은 길게 심호흡을 하고 옷매무시를 정리한 뒤에 사무실로 들어갔다.매캐한 담배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강이한의 앞에 놓인 일회용 컵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아마 그녀가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찾아온 듯했다.소리를 들은 강이한은 고개를 들고 슬픔에 잠긴 표정으로 유영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담긴 슬픔을 확인한 순간 유영은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덤덤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야?”말을 마친 그녀는 그를 지나쳐 자신의 의자로 가서 앉았다.강이한은 그녀가 입고 있는 정장 오피스룩을 빤히 바라봤다.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한정판 제품들이었다.그의 눈빛에 서렸던 아픔이 갑자기 이글거리는 분노로 바뀌었다. 그리고 여기까지 찾아오기 전에 그녀에게 들었던 죄책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두 사람은 형형한 눈빛으로 서로를 노려보았다.유영은 말없이 그를 보기만 했고 그녀를 바라보는 강이한의 눈빛에도 온도가 없었다.“당신에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은 몰랐네.”“왜? 난 꼭 집에서 밥이나 하고 시댁 어르신들 비위나 맞춰야 어울려?”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온몸에 솜털이 곤두섰다.좋게 말해서 온순하고 고분고분한 며느리이자 아내였지만 강이한의 가족들 눈에 유영은 실컷 부릴 수 있는 노예와도 같았다.오히려 본가에서 일하는 고용인들이 그녀보다 더 존중을 받았다.“유영아.”강이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서 깊은 아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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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하지만 이유영은 그가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 몰라 입을 다물고 있었다.“한지음이 당신 밀어내려고 꼼수 부린 거 다 알았어. 하지만 여기서 끝내자. 이런 일 때문에 우리가 헤어져야 할 이유는 없어.”강이한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영은 지금 이 상황이 황당하기만 했다.저게 지금 사과를 하는 태도인 걸까?너무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다.“그 사건을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끝내라 마라야? 그리고 우리가 헤어져야 할 이유는 충분해.”참 말을 쉽게 한다 싶었다.아이의 목숨과 그녀의 목숨, 이 모든 걸 다 합치면 저들을 찢어 죽여도 모자란데 가해자 주제에 여기서 끝내자니?그는 아직도 주도권을 잡고 싶은 걸까?그녀는 길게 심호흡한 뒤, 분노를 삭히고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강이한은 그런 유영을 바라보며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사실 난….”이때 그의 핸드폰이 울리며 대화가 중단되었다.조형욱의 전화였다.강이한이 전화를 끊어버렸지만 상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그는 유영의 눈치를 힐끗 살피고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인데 이렇게 호들갑이야!”“대표님, 한지음 씨, 눈 주변 상처 감염이 너무 심한데 당사자가 모든 치료를 거부하고 있습니다!”“그 여자 상태가 어떤지 조 비서가 몰라?”강이한이 버럭 화를 내며 포효했다.한지음의 상태에 대해 그의 주변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조형욱이 잠깐 당황하며 입을 다물었다.강이한이 전화를 끊으려던 때, 조형욱이 다시 말했다.“대표님, 저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그래서?”강이한의 시선이 유영을 향하고 있었다. 유영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치며 스파크가 튀었다.또 한지음!그들 사이에 이제 남은 게 뭐가 있을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한지음은 유령처럼 그들 사이에 끼어 있을 것이다.유영은 원한이 사무쳤다. 지난 생에서 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마지막 죽는 순간에야 깨달았을까?강이한은 유영을 매섭게 노려보며 한결 누그러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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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유영의 입가에 비웃음이 진해졌다. 그 모습은 강이한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쾅!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얼마나 세게 쳤는지 테이블이 흔들거렸다.“그래, 내가 시켰어.”“당신에게 먼저 보여주고 기자에게 흘린 거야. 알잖아?”“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이 남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저러는 걸까?그녀는 단지 반격을 했을 뿐이었다.개한테 물렸는데 가만히 당하고만 있으라는 소리로 들렸다.유영은 길게 심호흡하고 가슴에 치미는 분노를 억지로 참으며 말했다.“당장 여기서 나가.”“이유영, 한지음한테 무슨 일 생기면 절대 용서 안 할 거야.”남자는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고는 뒤돌아서 나가버렸다.유영은 분노에 온몸이 떨려왔다.그녀는 떠나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이를 갈았다.“마음대로 해!”저렇게 말하면 누가 두려워할 줄 알고?쾅!사무실 문이 거칠게 닫혔다. 여기 찾아와서 그녀와 관계를 회복하자고 했던 때와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었다.유영은 부들부들 떨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강이한이 나가자마자 조민정이 안으로 들어왔다.“어떻게 된 거예요?”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사를 바라보며 조민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유영은 떨리는 몸을 억지로 진정시켰다.조민정은 강이한이 문을 쾅 닫고 나가는 것을 보고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직감했다.하지만 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민정도 조용히 그녀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한참이 지난 뒤, 드디어 분노를 진정시킨 유영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한지음이 스스로 자해를 한 것 같아요. 진짜 실명된 거 같다고요!”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에 조민정은 충격 받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게 무슨 말씀인지….”한지음의 실명이 진짜였다니?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유영이 조민정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어떻게 그런 짓을 했을까요?”유영을 날려버리기 위해 한지음은 스스로 자기 눈을 자해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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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강이한은 쉽게 한지음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그만큼 그에게 한지음이라는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했다.유영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다.그리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사설 탐정 한 명 알아봐 줘요.”“사설 탐정은 왜…”“외삼촌은 너무 멀리 있어요. 한지음이 왜 날 그토록 미워하는지 최대한 빨리 알아야겠어요.”한지음의 의도는 강이한을 차지하려는 것뿐이 아니었다.만약 단순히 남자를 차지하려고 했다면 강서희처럼 둘이 이혼한 뒤에는 완전히 손 털고 모른 척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지음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악랄하게 유영을 괴롭혔다.스스로 눈을 멀게 만들 정도로 독해져야 했을 이유가 유영은 궁금했다.외삼촌은 먼 파리에 있어서 도움을 받으려고 해도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렸다.“알겠습니다.”조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정국진도 최근에는 한지음의 배후를 파는 것보다는 유영에게 회사를 물려줄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정국진에게는 승계 작업이 가장 우선이었다.한지음은 유영이 혼자 해결할 수 있다고 했기에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그가 전면에 나섰다면 어쩌면 벌써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그건 조민정도 알고 있었다.병원.강이한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조형욱과 의료진이 한지음의 두 눈을 가렸던 흰 천을 벗겨내고 있었다.상처를 확인한 강이한은 흠칫하며 표정이 굳었다.조형욱은 옆에서 한지음을 계속 설득하고 있었다.“한지음 씨, 대체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시는 거예요? 계속 이대로 내버려두면 평생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어요.”“차라리 안 보는 게 나아요. 인간의 추악함을 너무 봐서 구역질이 나니까요.”한지음은 의료진과 조형욱의 만류에도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조형욱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강이한은 그 모습을 보고 어두운 표정으로 다가갔다.“대… 대표님?”한 간호사가 그를 알아보고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강이한의 싸늘한 표정에 모두가 긴장해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한지음은 강이한이 왔다는 소리에 속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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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한편, 유영은 간만에 장을 봐서 소은지를 찾아갔다. 그리고 풍성한 요리를 하고 맥주도 땄다.한숨에 맥주 반 병을 먼저 비워버린 유영을 보고 소은지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야, 취할 정도로 마시지 마! 나만 힘들다고.”유영은 주사가 심한 편이었다.소은지는 고기 한점을 집어 유영의 입에 넣어주었다.유영은 고기를 잘근잘근 씹으며 미소를 지었다.소은지도 닭다리를 집어 맛보았다. 둘은 살이 잘 찌는 체질이 아니었기에 매번 만날 때마다 배 터지게 먹었다.“너 오늘 무슨 일 있었지?”소은지가 반찬을 먹으며 유영에게 말했다.가장 가깝게 지낸 친구로서 유영이 뭔가 고민이 있을 때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유영은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술잔을 들었다.소은지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직감했다.술잔을 비운 유영이 말했다.“한지음 걔 진짜 실명했어.”만두를 먹고 있던 소은지가 화들짝 놀라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청하시 언론들이 한지음을 피해자 코스프레한다고 맹비난을 퍼붓고 있는 상황이라 더 충격이었다.“그게 무슨 소리야?”사고가 민첩한 소은지마저도 유영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었다. 인터넷에 버젓이 멀쩡하게 걸어 다니는 영상이 올라갔는데 진짜 실명이라니!그럼 한지음이 의사를 매수하고 사람들이 없을 때 멀쩡히 돌아다닌 영상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강이한은 지금 병원에 있을 거야. 아마 상황이 많이 심각한 것 같아.”“처음에는 실명 그거 거짓이라고 다 밝혀졌잖아. 대체 어떻게 된 거야?”소은지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유영은 이미 강이한과 이혼도 했으니 한지음은 조용히 지내야 하는 게 맞았다.이 일이 있기 전까지는 유영도 그렇게 생각했다.그녀는 짜증스럽게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그녀는 말없이 술잔을 비웠다. 알코올이 들어가야 이 기분이 좀 내려갈 것 같았다.“대체 내가 얼마나 미웠으면 자해를 해가면서까지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야 했을까?”예전에 한지음이 의사를 매수하고 장님 행세를 한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진짜 장님이 되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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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그 여자들은 처음부터 목적이 강이한이었기에 유영이 강이한과 이혼하면서 더 이상 유영을 공격하지 않았다.“한지음은 언제 청하시에 온 거지?”“6개월 전이야.”6개월 전!그렇다면 그 여자는 처음부터 목적을 가지고 청하시로 온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강이한과 각종 스캔들을 만들어 내고 유영을 흔들려고 작정했던 것이다.“걔 오빠가 강이한의 목숨을 구해줬었대. 그래서 오빠의 죽음 때문에 강이한을 미워하는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아.”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한지음에게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있는 듯했다.소은지는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친구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걔와 강이한 사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네.”“맞아.”복잡한 정도가 아니었다.한지음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강이한은 무조건 한지음의 편을 들었다. 심지어 10년을 함께한 아내의 말도 믿지 않았다.오늘 밤이 지나면 또 어떤 국면이 펼쳐질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언제부터 이 도시가 이렇게 숨 막히는 곳이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그럼 차라리 해외로 출국해. 너 더 이상 여기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아.”소은지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여자는 유영을 망가뜨리기 위해 스스로 장님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이대로 가다가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 없었다.유영이 파리에 있는 외삼촌의 옆으로 돌아가면 최소한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있었다.유영은 소은지를 빤히 보며 대꾸했다.“그게 그렇게 쉬워?”“하긴. 이제 너도 어엿한 스튜디오 대표인데 해외로 간다고 해도 의뢰는 마무리하고 가야겠네.”“맞아.”가능하다면 유영도 지금 당장 파리로 떠나고 싶었다.국내에 있자니 공기마저 숨 막히는 기분이었다.하지만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신용이었다.그녀의 사업은 이제 시작이었으니 시작한 일은 마무리하고 가야 했다.소은지는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한모금 마시고 말했다.“너 이러는 거 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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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이런 상황에서 성질 급한 소은지를 내보내서 그와 독대하게 할 수는 없었다.소은지와 강이한은 예전에 큰 접점이 없었다. 하지만 한지음이 나타난 뒤로 무슨 일만 생기면 소은지를 찾아와서 괴롭혔다.그걸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치밀었다.“넌 일단 방으로 들어가.”유영은 단호한 표정으로 친구에게 말했다. 소은지가 나서주는 건 고맙지만 더 이상 그녀와 강이한의 마찰을 두고볼 수 없었다.소리를 들어보니 어디 사람이라도 칠 것 같은 기세였다.그가 화가 나면 어떻게 되는지 유영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럼 너는?”소은지는 화도 나고 친구가 걱정스러웠다.“내가 해결할 수 있어.”어차피 예상했던 일이었다.그녀도 쌓인 화가 많았다. 그는 여기까지 찾아와서 화를 낼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결국 소은지는 방으로 들어갔다.쾅쾅!유영이 현관으로 나가는 동안에도 바깥에서는 요란하게 문을 걷어차고 있었다.문을 열고 나왔던 이웃들도 그의 기세에 밀려 다시 집으로 도망가 버렸다.유영이 문을 열었다.남자가 싸늘한 얼굴을 하고 복도에 서 있었다.시선이 마주친 찰나, 남자는 유영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이게 무슨 짓이야?”“이유영!”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강이한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그에 상반되게 유영의 목소리는 담담했다.마치 이번 일은 그녀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했다.강이한은 그녀가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한지음을 몰아세우는지 믿기지 않고 그만큼 분노가 치밀었다.갑자기 손목에서 통증이 전해지고 남자가 우악스럽게 그녀를 질질 끌고 밖으로 향했다.유영은 바닥에 무릎이 꿇린 상태로 질질 끌려갔다. 살결이 바닥과 마찰하면서 쓰라린 고통이 찾아왔지만 남자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유영의 두 눈에도 진한 분노가 서렸다.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해서야 유영은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고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하지만 남자는 으스러지게 그녀의 팔목을 꽉 잡고 있었다.“강이한, 이거 놔!”분노한 유영이 소리쳤다.신경 써서 드라이한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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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강이한에 대한 사랑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유영은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아무리 깊게 사랑한 사이더라도 한번 마음이 돌아서면 다시 뒤돌아보지 않는 법이다.두 사람이 병원에 나타나자 무수히 많은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하지만 온몸으로 살기를 뿜어대는 남자를 보고 다급히 시선을 돌렸다.유영은 핸드폰을 꺼내 조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오늘밤 기자들 동향 잘 살피고 있어요. 그 어떤 소문도 흘러나가서는 안 돼요.”“누가 또 이상한 기사를 올리면 내일 당장 그 회사를 사냥할 거예요. 입을 잘못 놀리는 인간들은 모두 청하시에서 내쫓으세요.”유영의 목소리는 지독하게 차가웠다.강이한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그 눈빛은 차가웠다.저런 대담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만큼 힘이 생긴 걸까?작은 체구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차가운 포스가 풍기고 있었다.그녀는 마치 왕좌에 오른 여왕처럼 위풍당당했다. 키는 그가 더 컸지만 왠지 그녀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들었다.“알겠습니다.”수화기 너머로 조민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실 퇴근하기 전에 모든 준비는 이미 끝났다.한지음이 자해까지 해가며 유영을 가해자로 몰아가려 했기에 기자들의 여론공세가 곧 시작될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그리고 유영은 이런 치졸한 수법에 질릴 대로 질린 상태였다.전화를 끊은 그녀는 싸늘한 표정으로 강이한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 참 여러모로 대단해.”마치 강이한이 아랫사람을 굴릴 때 자주 쓰던 말투와 매우 흡사했다. 과거의 온순하고 이해심 많던 세강의 안주인은 지독하게 차갑고 거친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유영이 냉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당신들 세강은 요즘 이미지가 많이 추락했더라?”세강 얘기가 나오자 강이한의 눈빛에 살기가 스쳤다.동교 사업을 그녀가 모두 앗아간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때부터 세강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가 가둬놓고 키우던 새장 속 새가 이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가졌을 줄은 몰랐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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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내가 왜?”유영이 싸늘하게 물었다.이 여자는 그녀가 무릎을 꿇을 가치가 없는 여자였다.그녀는 가슴에 사무치는 실망감을 안고 남자를 바라봤다.예쁜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한지음도 여자의 싸늘한 기운을 느끼고 어깨를 움찔 떨었다.하지만 속으로는 유영에 대한 분노가 부글부글 꿇고 있었다.넌 뭐가 그렇게 잘났지?너도 기댈 곳 하나 없는 고아잖아!어디서 저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지?유영과 강이한은 팽팽하게 대치했다.병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저기압이 되었다.“이한 오빠.”한지음이 강이한의 옷깃을 잡아당겼다.그런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더욱 동정심을 유발하게 만들었다.유영은 싸늘한 눈으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강이한은 여자가 옷깃을 단단히 잡고 있는데도 뿌리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유영과 결혼한 뒤로 강이한은 다른 여자들의 접촉을 극도로 꺼렸다.그런 의미에서 한지음은 그에게 특별한 존재라고 볼 수 있었다.유영은 입가에 진한 비웃음을 머금었다.“꿇으라고 했어!”강이한은 피식거리고 있는 유영을 매섭게 노려보며 다시 소리쳤다.“그만해요.”한지음은 더 힘을 주어 강이한을 잡아당겼다.하지만 강이한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일부러 강이한의 몸을 더듬으며 유영을 도발하고 있었다.‘저건 고의야!’한지음은 유영이 강이한 앞에서 이성을 잃고 추악한 모습을 보이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영은 그녀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유영은 무덤덤한 얼굴로 그 모든 동작들을 바라보며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그 표정이 강이한의 분노를 자극했다.“너 감방 가고 싶어?”남자가 끝내 숨겨둔 패를 드러냈다.그의 손에는 나서원이 가져다 준 증거가 있었다.예전에는 그녀가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괴롭고 긴장했지만 이런 일이 벌어진 지금은 당장 유영을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는 유영이 한번이라도 진심으로 한지음에게 사과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영은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그는 눈앞에 있는 전처가 얼마나 자존심 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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