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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강이한에 대한 사랑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유영은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깊게 사랑한 사이더라도 한번 마음이 돌아서면 다시 뒤돌아보지 않는 법이다.

두 사람이 병원에 나타나자 무수히 많은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하지만 온몸으로 살기를 뿜어대는 남자를 보고 다급히 시선을 돌렸다.

유영은 핸드폰을 꺼내 조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오늘밤 기자들 동향 잘 살피고 있어요. 그 어떤 소문도 흘러나가서는 안 돼요.”

“누가 또 이상한 기사를 올리면 내일 당장 그 회사를 사냥할 거예요. 입을 잘못 놀리는 인간들은 모두 청하시에서 내쫓으세요.”

유영의 목소리는 지독하게 차가웠다.

강이한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 눈빛은 차가웠다.

저런 대담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만큼 힘이 생긴 걸까?

작은 체구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차가운 포스가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왕좌에 오른 여왕처럼 위풍당당했다. 키는 그가 더 컸지만 왠지 그녀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조민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퇴근하기 전에 모든 준비는 이미 끝났다.

한지음이 자해까지 해가며 유영을 가해자로 몰아가려 했기에 기자들의 여론공세가 곧 시작될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영은 이런 치졸한 수법에 질릴 대로 질린 상태였다.

전화를 끊은 그녀는 싸늘한 표정으로 강이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참 여러모로 대단해.”

마치 강이한이 아랫사람을 굴릴 때 자주 쓰던 말투와 매우 흡사했다. 과거의 온순하고 이해심 많던 세강의 안주인은 지독하게 차갑고 거친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유영이 냉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당신들 세강은 요즘 이미지가 많이 추락했더라?”

세강 얘기가 나오자 강이한의 눈빛에 살기가 스쳤다.

동교 사업을 그녀가 모두 앗아간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때부터 세강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가 가둬놓고 키우던 새장 속 새가 이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가졌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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