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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작가: 진헤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2-05 19:00:00
강이한에 대한 사랑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유영은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깊게 사랑한 사이더라도 한번 마음이 돌아서면 다시 뒤돌아보지 않는 법이다.

두 사람이 병원에 나타나자 무수히 많은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하지만 온몸으로 살기를 뿜어대는 남자를 보고 다급히 시선을 돌렸다.

유영은 핸드폰을 꺼내 조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오늘밤 기자들 동향 잘 살피고 있어요. 그 어떤 소문도 흘러나가서는 안 돼요.”

“누가 또 이상한 기사를 올리면 내일 당장 그 회사를 사냥할 거예요. 입을 잘못 놀리는 인간들은 모두 청하시에서 내쫓으세요.”

유영의 목소리는 지독하게 차가웠다.

강이한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 눈빛은 차가웠다.

저런 대담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만큼 힘이 생긴 걸까?

작은 체구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차가운 포스가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왕좌에 오른 여왕처럼 위풍당당했다. 키는 그가 더 컸지만 왠지 그녀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조민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퇴근하기 전에 모든 준비는 이미 끝났다.

한지음이 자해까지 해가며 유영을 가해자로 몰아가려 했기에 기자들의 여론공세가 곧 시작될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영은 이런 치졸한 수법에 질릴 대로 질린 상태였다.

전화를 끊은 그녀는 싸늘한 표정으로 강이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참 여러모로 대단해.”

마치 강이한이 아랫사람을 굴릴 때 자주 쓰던 말투와 매우 흡사했다. 과거의 온순하고 이해심 많던 세강의 안주인은 지독하게 차갑고 거친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유영이 냉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당신들 세강은 요즘 이미지가 많이 추락했더라?”

세강 얘기가 나오자 강이한의 눈빛에 살기가 스쳤다.

동교 사업을 그녀가 모두 앗아간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때부터 세강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가 가둬놓고 키우던 새장 속 새가 이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가졌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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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영이 떠나자, 병실엔 강이한과 한지음만 남게 되었다. 그는 자리에 일어나 한지음에게 다정히 이불을 덮어주며 미안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 내가 어떻게든 사과를 받아내려고 했는데.”강이한도 이유영이 이토록 강하게 나올 줄 몰랐다. 눈 앞에 자신이 저지른 짓 때문에 한지음이 이 지경이 된 걸 보고도 이토록 뻔뻔하게 나올 줄은! 도대체 어쩌다가 이유영이 이토록 냉혈한 여자가 되었는지, 그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한지음이 말했다.“괜찮아요. 괜히 저 때문에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전 언제나 오빠의 행복을 바래요.”그녀는 진심을 가득 담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지음은 자신이 강이한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여야 이유영을 더 증오하게 될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저 여자와 난 이제 가망이 없어!”한지음의 말을 들은 강이한이 완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때 그도 이유영과 이혼하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이 후회가 되고 혐오스러웠다. 그러면서도 한편 알 수 없는 저릿함이 느껴졌다. 강이한은 이런 자신이 싫어 더욱 증오심에 감정을 집중시켰다.한편 이유영도 강이한을 떠올리며 분노를 삭이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한지음의 본모습을 까발리고 모든 오해를 풀어버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결국 가증스러운 한지음의 연기 때문에 모든 것이 수포가 되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강이한과 얽히지 말았어야 했다고, 이유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때 강씨 본가에선 또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노분인의 생일 잔치 이후로 연락도 안 되고 모습도 드러내지 않던 유경원이 찾아왔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그녀는 꽤 수척해져 있었다. 유경원을 강이한의 짝으로 맺어주고 싶다는 마음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진영숙은 아주 반갑게 그녀를 맞이하였다. “우리 경원이,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진영숙이 유경원의 손을 다정히 잡으며 말했다.유경원의 눈가가 빨개졌다.“저희 엄마, 아빠를 대신해 사과드려요.”그녀가 매우 속상한 듯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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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영은 한지음이 또 무슨 짓거리를 벌일지 짐작되지 않았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켠 후, 비장한 눈빛으로 외투를 집어 들고 방을 나섰다. 이때 그녀가 외투를 입은 채 내려오고 있는 모습을 본 집사가 놀라 물었다.“이 시간에, 밖에 나가시게요?”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준비해 주세요.”정국진이 그녀를 위해 보내준 경호원들을 가리킨 말이었다. 청하시는 안전했지만, 그녀의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정국진의 조언대로 움직일 때 경원들을 대동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박연준과 소은지를 만날 때를 제외하곤 어디를 가던 그녀는 앞으로 운전기사와 경호원들은 항시 동행시키기로 결심했다.집사는 빠르게 그녀의 요구에 따라 움직였다.“기사와 경호원,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요.”“알겠어요.”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로 향했다.차에 탑승한 그녀는 곧바로 조민정에게 전화했다.“강이한이 어디 있는지 확인해 줘요. 병원에 있다면 딴 곳으로 유인해 주세요!”“무슨 일이예요?”“저 지금 병원으로 가고 있어요!”이유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직접 병원으로 가 한지음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에게 조사를 맡기기엔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이번에 병원에서 만남을 가지게 되면서 이유영은 한지음이 또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한지음은 이유영을 단순히 견제하는 것이 아닌, 무언가 더 깊은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한지음이 결코 강이한을 빼앗아 가는 것만으로 상황을 끝낼 것 같지 않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한지음은 단순히 이유영을 증오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 어쩌면 죽음까지 바라고 있는지도 몰랐다.그러니 이유영은 이번에 말로 한지음이 그토록 자신을 증오하는 이유를 명백히 알고 싶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자신을 괴롭히는지, 그 원인을.“제 생각엔 안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여자가 또 어떻게 나올지 모르잖아요!”그렇다, 지금까지 한지음과 엮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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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연준은 전기봉 하나로도 이미 머리가 아팠다.그런데 이유영까지 그에게 지나치게 냉혹하게 굴었다.이유영의 눈에는 모든 것이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강이한에게 비친 이유영의 모습은 모든 것을 잃고 허공을 바라보는 사람 같았다.이온유가 집으로 돌아왔다.아이에게 놀고 싶다는 욕구는 본능이었다. 퇴원 후 며칠간 쉬고 나니 매일 밖에 나가고 싶어 했다.“아빠.”온유는 어느새 훌쩍 자란 모습이었다.온유가 방으로 들어온 것을 본 강이한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끄며 물었다.“어디 갔다 왔어?”“놀이공원이요!”놀이공원 이야기가 나오자, 온유의 얼굴에 금세 생기가 돌았다. 그곳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아마도... 어릴 적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에야 놀이공원을 좋아하게 된 걸지도 모른다.“이번 달은 놀이공원은 쉬자, 알겠지?”“네.”온유는 작은 고개를 얌전히 끄덕였다. 아빠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아이였다.놀기 좋아하면서도 말을 잘 들었다.강이한은 온유를 안으며 속상한 듯 말했다.“몸이 이제 막 나았으니,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해야 해.”“정 아저씨가 한적한 곳만 골라 데려갔어요.”온유는 부드럽게 말했다.하지만 강이한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공공장소는 어디든 위험이 도사릴 수 있었다.한 차례 병을 겪고 난 뒤, 강이한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자리 잡았다. 그래서 온유가 그런 곳에 가는 것이 늘 불안했다.“온유야.”“네, 아빠.”“아빠가 며칠 동안 출장을 가야 해. 집에서 얌전히 있어야 한다, 알겠지?”“아빠는 온유를 안 데려가요?”아빠가 출장을 간다는 말에 작은 아이의 얼굴이 금세 시무룩해졌다.그도 그럴 것이.이온유에게 있어서 강이한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그런 아빠가 집을 떠난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서운함이 얼굴에 드러난 것이었다.강이한은 말했다.“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래. 네 몸은 이제 막 나아졌잖아, 응?”“네.”작은 아이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60화

    “꿈도 꾸지 마!”강이한은 신지수에게 냉정히 잘라 말했다.신지수가 혀를 차며 말했다.“말 차갑기 짝이 없네. 그 연회에서 내가 너에게 첫눈에 반했을 땐, 최소한 미소 하나쯤은 보여줄 수 있었잖아.”첫눈에 반했다고? 신지수가? 신씨 가문의 사람이 무슨 낭만적인 감정 따위를 가질 여유가 있겠는가? 라이터가 ‘딸깍’ 소리를 내며 불꽃을 피웠고 강이한은 담배를 천천히 피워 물었다. 신지수는 담배 냄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신지수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연서가 당신들 사이의 깊은 골이라는 건 너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 안 그래?”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연서라는 존재는 실재하는 사람이었다.그렇기에 연서는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늘 잠재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는 진실이었다.신지수의 말이 끝나자, 강이한은 담배 연기를 깊이 들이마셨다.신지수는 계속 말을 이었다.“두 사람 사이엔 이제 어떤 가능성도 남아 있지 않아 보여.”“신지수!”강이한의 목소리가 더 깊어지고 무거워졌다.강이한의 표정에는 이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고집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신지수가 말했다.“네가 이유영의 딸을 이용해 한지음의 딸을 구하려 했다는 소문을 들었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한 거야?”신지수가 이 사실을 처음 듣게 되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비록 오랜 세월 서주에 있었지만 그래도 강이한은 이유영을 꽤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런데 굳이 왜 한지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행동을 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강이한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닥쳐!”그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몰라도,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강이한의 몸에서 냉랭한 기운이 흘러나왔다.신지수는 비아냥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강이한, 사실 이유영도 너한테 그렇게 중요한 존재는 아니지, 그렇지?”“언제부터 이유영과 친한 사이였어?”신지수가 이유영의 이름을 너무나 친근하게 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9화

    “그때, 너는 왜 한 번도 멈출 생각 하지 않았는데?”과거에도, 이번 생에서도, 홍문동 사건에서도 강이한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이번 생에서 이유영을 감옥에 보낸 일도 마찬가지였다.심지어 월이를 이온유를 구하는 도구로 이용하려 할 때조차 그는 멈출 줄 몰랐다.그런데 그런 강이한이 무슨 자격으로, 무슨 염치로 이유영에게 멈추라 말할 수 있는가?“만약 그 여자였대도 넌 똑같이 행동했을까?”그 여자는 연서였다.공기가 한순간 얼어붙은 듯 고요해졌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강이한의 숨소리가 순간적으로 거칠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왜 말이 없어?”강이한의 불규칙한 호흡을 들으며 이유영의 목소리는 더욱 차갑게 내려앉았다.전화기 너머, 강이한의 온몸은 긴장으로 굳어갔다.만약 이유영이 연서였다면, 한지음과 이온유에게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까?“안 그랬을 거야, 맞지?”강이한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이유영은 차가운 조소를 담아 말을 이었다.강이한의 마음은 폭풍 속 배처럼 거칠게 흔들렸다.두 사람은 전화기 너머로 대치하며 날 선 긴장감을 이어갔다.이유영이 말했다.“강이한, 너 정말 잔인하다.”“유영아...”막상 강이한이 입을 열어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진짜 잔인한 건가?이유영의 마음속에서 강이한은 잔인함 이상의 존재였다.이유영이 차갑게 말했다.“다시는 전화하지 마. 네가 어떤 말을 해도 이제는 들을 마음이 없으니까.”이 말을 끝으로 이유영은 전화를 끊었다.세상이 다시 고요해졌다. 그러나 이유영의 온몸은 긴장으로 굳어졌고 차가운 땀이 등줄기를 따라 흘러내렸다.방금 전 통화에서 이유영이 던진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만약 연서였다면, 그 일들이 벌어졌을까?’이유영은 강이한의 주저함과 침묵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연서라는 여자가 강이한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한편, 전화기 너머의 강이한.강이한의 눈빛은 복잡한 감정으로 뒤엉켜 흔들리고 있었다.이유영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8화

    온화하고 애정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온몸에 모래투성이네. 어디서 놀다 온 거야?”“모래 놀이터요! 엄마도 갈래요?”아이는 보물을 자랑하듯 반짝이는 눈으로 이유영에게 말했다. 이곳은 아이들에게 그야말로 작은 천국이나 다름없었다.임소미는 이 아이를 정말 애지중지했다.아이가 파리로 돌아온 이후, 백산 별장의 뒷마당은 서서히 아이만의 놀이터로 탈바꿈했다.바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놀이기구들이 이미 뒷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그중에서도 아이가 가장 애정을 쏟는 곳은 모래 놀이터였다.“엄마는 지금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시간 나면 꼭 같이 놀아 줄게, 알겠지?”이유영은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유영의 품에서 내려왔다. 그러고는 작은 발을 바쁘게 움직이며 어디론가 달려갔다.멀어지는 아이의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는 이유영의 가슴속엔 따스한 온기가 서서히 스며들었다.과거에,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강이한에 대한 증오마저도 억누를 수 있었다.그 시절, 둘은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각자의 분노를 표현했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강이한이 월이에게까지 손을 뻗어 그녀를 이온유 구출에 이용하려 했을 때, 이유영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쳤다.그동안 억눌러왔던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폭발했고 이유영의 인내심은 그 끝에 다다랐다.더는 견딜 수 없었다.휴대전화가 진동하자 이유영은 화면을 천천히 확인했다.강이한이었다.이유영은 서늘한 미소를 띠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신씨 가문만으로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유영은 장혜주에게 전기봉의 행방을 추적하게 했다.이유영은 그의 의도를 곧바로 알아챘지만, 차가운 눈빛으로 냉정한 한마디를 내뱉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자초한 일?맞다.이유영에게 있어 강이한이 지금 겪는 모든 일은 자업자득이었다.“그만해. 서주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한 곳이 아니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7화

    엔데스 명우는 떠났다.소은지는 주위 공기가 묘하게 달라진 것을 느끼며 자신을 감싸안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소은지는 마음 깊숙이 알 수 없는 감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왜 그렇게 쳐다봐요?”소은지의 말투엔 불만이 희미하게 묻어나왔다.소은지는 누구에게도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저 자기 일에만 충실하며 조용히 살아가길 바랐다.심지어 이유영이 주위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를 보며 결혼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그런 소은지가 아무런 잘못 없이 이런 소용돌이에 휘말렸으니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현우는 소은지의 손을 조금 더 힘주어 쥐며 조용히 말했다.“당분간 그 사람은 만나지 마요. 설유나의 상태가 심각해요.”현우의 말투에는 묵직한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엔터스 가문은 지금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하지만 현우는 여전히 엔데스 명우의 주변에 모든 일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특히 그것이 소은지와 연관된 문제라면, 그 관심은 배가 되었다.설유나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은 소은지 역시 알고 있었다. 설유나가 엔데스 명우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그렇기에 현우의 경고가 더 깊게 와닿았다.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명우가 강압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현우의 말에 담긴 경고를 느낀 소은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현우는 바빴다.엔데스 명우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우도 반산월을 떠나야 했다. 현우는 소은지 곁에 한 사람을 남겨두고 갔다.“추민기!”현우는 늘 곁을 지키던 추민기를 소은지의 보호자로 남겨두었다.그것은 명우로부터 소은지를 보호하려는 현우의 세심한 배려였다.떠나기 전, 현우는 추민기에게 분명히 당부했다. 소은지가 어디를 가든 한 발짝도 떨어지지 말고 따라가라고....벽산 별장.이유영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겉으론 평온해 보였지만, 그 이면에서는 여전히 복잡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다.장혜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그제서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6화

    그때 엔데스 명우는 그렇게 말했다.하지만 그가 말했던 ‘결혼’이란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소은지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었다.“소은지!”엔데스 명우의 눈빛에는 위험한 기운이 번뜩였다.소은지는 담담히 말했다.“윤아를 구하는 건 내겐 어렵지 않은 일이야.”“조건은?”소은지가 입을 떼려는 순간, 명우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소은지는 그 짧은 눈빛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설유나의 상황은 이제 더는 미룰 수 없을 만큼 절박해졌다.소은지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피어올랐다.“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부탁해 봐.”주변의 공기가 순간 멎어버린 듯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소은지의 말을 듣고 숨을 멈췄다.배천명은 소은지를 바라보며 더욱 위험한 기운을 드러냈다.이 자리에 있던 모두가 소은지가 미쳤다고 생각했다.아니고서야, 파리의 엔데스 가문 여섯째 도련님에게 이런 무모한 요구를 할 수 있었을까?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지 알고 있기나 한 걸까? 이건 너무도 위험한 도전이었다. 그 순간, 엔데스 여섯째 도련님의 눈빛에는 위험을 넘어선 야수 같은 날카로움이 담겼다.당장이라도 소은지를 산산이 조각낼 기세였다.하지만 소은지에게선 위협의 기색조차 엿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명우를 직시하며 여유롭게 비웃었다.긴 시간이 흘렀다.모두가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 드디어 명우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정말 뻔뻔하군.”“뻔뻔한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지. 여섯째 도련님, 그래서 내 요구를 들어줄 수 있어?”여섯째 도련님의 ‘무릎’은,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그의 자존심 그 자체였다. 그러나 명우가 과거에 자신에게 저지른 일을 떠올리면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절대로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물론 소은지도 알고 있었다. 그가 소은지의 요구를 받아들일 리가 없다는 것을.설유나가 그의 마음속에서 아무리 소중한 존재라 해도 무릎을 꿇는 일만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이곳 파리에서 엔데스 명우가 그런 굴욕을 당한다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5화

    일이 여기까지 진행된 마당에 강이한은 이유영이 전기봉을 찾아낸 후 자신이나 박연준에게 넘기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지금의 이유영은 자신과 박연준에게 끝없는 증오를 품고 있었다.“나가봐!”강이한의 눈빛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이 문제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이유영은 ‘연서’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된 순간부터 감정이 완전히 폭발해 버렸다. 박연준과 자신의 사이에 어떻든 간에, 이제 이유영은 더 이상 둘 중 누구도 믿지 않았다.신시욱이 나갔다.서재에 홀로 남겨진 강이한은 연거푸 담배를 피워 물었다. 반 갑 넘게 태웠지만 마음속 불안과 짜증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이유영...”강이한은 이유영의 이름을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목소리에는 깊은 상처가 묻어 있었다.이유영을 어떻게 해야 좋단 말인가?가슴속 공허함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이유영이 남긴 모든 말은 이미 충분히 명확했다.이유영은 말했다.지난 생 마지막 순간 무슨 일이 있었든, 설령 한지음이 모든 대가를 치렀더라도 그것은 당연한 결과라고.한지음이 이유영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해도 이유영에게는 여전히 용서란 존재하지 않았다.이유영은 전혀 주저 없이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보여주었다.과거에 자신이 이유영에게 준 상처만큼 지금의 이유영은 잔인했다. 이 또한 당연했다.잔인함...사실 따지고 보면 이유영을 탓할 자격도 없었다. 강이현 역시 과거 이유영에게 품었던 증오 이상을 느꼈으니까.하지만 적어도 이유영의 눈엔 잔인함으로 비췄다.그러나 이유영이 본 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이제 이유영은 무슨 말을 들어도 더는 믿지 않을 것이었다.이유영은 이제 강이현을 자신의 세계에서 철저히 끊어내 버렸다.그야말로 냉정하고 단호하게.어두운 서재에서 강이한의 눈에는 깊은 상처가 가득했다....파리의 상황 역시 심상치 않았다.이유영은 뒤에 정씨 가문이 있었기에, 이유영은 돌아온 후 비교적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반면 소은지 쪽은... 엔데스 명우가 다시 반산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4화

    전기봉.지금은 아주 중요한 때다.‘전기봉’이라는 이름이 언급될 때, 이유영의 눈빛에 살벌한 차가움이 서려 있었다.그 차가움은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낼 듯 날카로웠고 그 서늘한 기운은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전기봉.서주에 있을 때, 이유영은 알 수 있었다. 그가 지금 박연준의 손에 있지 않다는 것을.이유영이 박연준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전기봉이 박연준의 손에 있었다면 지금쯤 강이한을 상대로 이미 어떤 행동을 취했을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서주에 머물렀던 그 시간 동안, 박연준은 강이한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이는 전기봉이 아직 그의 손에 들어오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전기봉은 결정적인 인물이 분명했다. 이유영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모든 것이 뒤엉켜 버렸다.완전히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서주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유영은 지금 백산 별장에 머물고 있었지만, 결코 한가롭게 있을 수가 없었다.특히 엔데스 가문의 사람들 모두가 문서의 절반이 강이한의 손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로는 더욱 그랬다.엔데스 명우와 엔데스 현우뿐만 아니라 엔데스 가문의 다른 몇몇 주요 인물들, 예를 들어 엔데스 운빈조차도 강이한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박연준은 아직 전기봉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박연준은 전기봉을 찾는 와중에도 강이한과 엔데스 가문을 예의주시해야 했다.강이한도 마찬가지였다. 이유영이 신지수에게 대체 무엇을 줬길래 강이한 곁에 있기도 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강이한은 문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와중에 신씨 가문까지 경계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서주 전체가 떠들썩했다.신씨 가문의 아가씨가 곧 강이한과 결혼할 거라고.크리스탈 별장의 서재.신시욱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이한을 바라보며 말했다.“전기봉을 찾으려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가 찾더라도...”신시욱은 말을 차마 끝마치지 못했다. 하지만 강이한은 그 의미를 충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3화

    월이는 정말 사랑스럽고 얌전한 아이였다.임소미는 월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집안의 보물인 월이는 집안 사람들과도 무척 친하게 지냈고 말투까지 귀엽기 그지없어 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아침 식사 후.여진우는 이유영을 서재로 데려갔다.두 사람 사이에는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앞으로 무슨 계획이야?”여진우가 입을 열었다.계획. 그 한마디에 이유영은 고요히 숨을 고르며 생각에 잠겼다. 이 모든 일은 이미 일어났고 이유영은 눈앞의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이유영의 마음도 변화하기 시작했다.변화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부족했다. 이유영의 인식 전체가 송두리째 뒤흔들렸기 때문이다.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이유영이 차분히 여진우의 물음에 답했다.“난 계획이 있어.”이 일은 이유영이 직접 처리하고 싶었다.그게 박연준의 일이든, 아니면 강이한의 일이든.여진우의 얼굴에 순간 심각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이유영은 지나치게 차분했다. 그 차분함 속에는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듯했다.“오빠.”“응?”“오빠는... 이미 다 알고 있었지?”강이한은 예전에 이유영에게 경고했었다. 박연준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정씨 집안으로 돌아오고 여진우는 또다시 한번 이유영에게 경고했었다. 강이한도 좋은 사람이 못 된다고.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두 사람이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이유영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경고 뒤에 이렇게 거대한 비밀과 음모가 숨겨져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10년... 그 오랜 시간 동안 도대체 어떻게 그런 치밀한 계획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이유영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여진우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그 사람들이 한 여자 때문에 그런 일을 벌였을 줄은 나도 몰랐어.”여진우는 담담히 사실을 말했다.사실, 모두가 서주에서 지내고 있었지만 서로 마주친 적은 없었다. 만약 한 번이라도 만났었다면 박연준과 강이한의 정체는 의심받았을 거고 두 사람에 대한 이유영의 믿음 또한 계속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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