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다시 만나요의 모든 챕터: 챕터 891 - 챕터 900

967 챕터

제891화

결국, 조유진은 결혼 전 증여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배현수는 금고에서 호신용 전기충격기를 꺼내 조유진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 항상 이거 갖고 다녀. 충전은 이미 해뒀고. 지난번에 이거 쓰는 법 가르쳐줬는데, 기억하지?”조유진은 생각보다 무거운 전기충격기를 받아 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기억하죠.”배현수가 다시 당부했다.“위급 상황에도 절대 마음 약해져선 안 돼. 일이 너무 커졌다 싶으면 바로 육지율 변호사 부르고.”“알겠어요, 꼭 명심할게요.”“전기충격기는 잘 숨겨둬. 내가 호신술 몇 개 더 가르쳐줄게.”“네, 좋아요.”하지만 지금 조유진이 누구보다 걱정하는 사람은 배현수였다. 지금 위험한 상황에 뛰어드는 사람은 결국 그였으니까.조유진은 배현수의 셔츠 깃을 정리해주며 그의 목젖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말했다.“현수 씨, 돌아오면 꼭 나랑 결혼해줘요.”깊은 눈으로 조유진을 바라본 배현수가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았다. 조유진은 배현수의 품속에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지만 밀어내지 않았다.조유진은 밀어내는 대신 두 팔로 배현수의 넓은 등을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배현수는 조유진의 이마, 콧등, 입술에 차례대로 입을 맞췄다.조유진은 고개를 살짝 들어 점점 진해지는 키스를 받아들였다.…배현수가 떠난 후에도 주명은은 여전히 인터넷에서 소란을 피웠다.조유진은 그런 주명은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녀 홀로 궁지에 몰리면 그때 확실하게 끝장을 볼 생각이었다.조유진은 선유를 데리고 대제주시 근처에서 이틀 동안 놀았다.하지만 배현수가 없는 동안 혹시라도 드래곤 파의 사람들이 그녀와 선유의 주변에 잠복해 있을까 봐 두려웠다. 결국, 조유진은 선유와 루루를 성남에 있는 엄씨 본가에 보내기로 했다.오랜만에 내려간 엄씨 본가에서 조유진은 엄준에게서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되었다.“곧 대제주 쪽에서 경매가 열릴 예정입니다. 그 경매에 저와 성행 그룹을 대표해 나가줬으면 합니다. 그 경매에 내가 관심 있는 도자기가 있거든요. 사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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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조유진은 주저 없이 바로 타투 가게에 들어갔다.가게에서 일하는 쿨한 스타일의 여자 타투이스트는 뛰어난 그림 실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조유진은 가게 안에 걸려있는 타투를 쭉 둘러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타투이스트는 종이와 펜을 꺼내 조유진이 원하는 도안을 즉석에서 그려주었다.그렇게 탄생한 타투 도안은 연한 분홍색 불꽃 비 아래로 S가 부드럽고 밝은 분위기로 이어지는 도안이었다.그 독특하고도 로맨틱한 분위기는 조유진과도 아주 잘 어울렸다.남초윤도 그 도안을 보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이 도안 진짜 예쁘다. 난 타투라고 하면 다 무슨 용 문신 같은 거인 줄 알았어!”타투이스트가 물었다.“어디에 하실 거예요?”“왼쪽 가슴에 할게요.”“네, 그럼 이쪽으로 와서 누워주세요. 간단히 마취 크림부터 바르고 타투 시작하겠습니다.”타투이스트에게는 이미 익숙한 일이었다. 왼쪽 가슴에 타투를 새기는 것쯤은 흔하디흔한 일이었고 더 은밀한 부위에 타투를 해본 적도 있었다.하지만 조유진의 말에 남초윤은 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현수 씨가 이거 보면 어떡해? 완전 짐승 되는 거 아니야?”“…”한 시간가량이 지나자 타투가 완성되었다.출중한 실력의 타투이스트 덕에 완성된 타투는 조금 전 종이에 그렸던 타투 도안과 일치했다.조유진도 자신의 타투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배현수가 돌아오면 깜짝 선물로 보여줄 계획이었다.…3일 후, 박람회 센터.그곳에서는 국제 경매가 진행되고 있었다.남초윤은 조유진의 팔짱을 낀 채 안으로 들어섰다. 경매장에는 다양한 골동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경매 시작 전, 남초윤은 휴대폰을 들고 골동품들을 찍으며 말했다.“부자 친구 두니까 이런 것도 보고 좋네. 유진아, 이 부채 조개로 만들어진 거래! 정말 대단하지 않아?”행사장을 둘러보던 조유진은 엄준이 찾던 그 도자기를 보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고개를 든 조유진의 눈에 익숙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정확히 말하자면 성가신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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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속였는데 그래서 뭐? 넌 속이려고 해도 현수 씨가 봐주든?”“…”조유진의 말에 화가 치밀어오른 주명은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주현성은 곁에서 두 사람을 제지하는 척 나서며 입을 열었다.“두 사람 왜 이렇게 싸우는 거야? 명은아, 너랑 유진이 같은 학교 동창이잖아. 나도 이제 방송국장 됐는데 유진이 네가 없는 게 조금 아쉽구나. 유진이 네가 방송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면…”주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명은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큰소리로 외쳤다.“아빠! 몇 년 동안 놀고먹던 온실 속 화초가 뭘 알겠어요, 지금 아마 대사 한 줄도 제대로 못 외울걸요? 그런 애를 왜 다시 데려가요? 그냥 월급만 받으면서 놀고먹으라고요?”아빠라고?주명은이 주현성 같은 늙은 변태를 의붓아버지로 삼았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주명은은 무의식적으로 주현성의 팔짱을 끼더니 남자의 팔을 좌우로 흔들었다.지나칠 정도로 애교 섞인 주명은의 동작은 두 사람이 정말 부녀 사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친밀해 보였다.스물여섯이나 먹은 여자가 마흔 넘은 중년 남자를 의붓아버지로 삼는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냥 슈가 대디겠지.두 사람을 바라보는 조유진의 눈빛이 지나치게 예리해 보였던 모양이다.그녀의 시선에 주명은은 급히 주현성에게서 팔을 빼며 남자와 거리를 두었다.만약 배현수가 여기 있다면 다른 남자와 이렇게 다정하게 붙어있는 모습을 들켜선 안 되니까 말이다.그리고 조유진이 배현수에게 이 사실을 얘기할까 봐 신경 쓰였다.조유진은 알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아, 두 사람, 부녀 사이였구나. 그래서 둘이 성씨가 똑같았던 거네. 국장님, 밖에 이렇게 큰 딸이 있다는 걸 사모님께서도 아세요?”그 말에 주명은이 분노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조유진! 너 지금 무슨 헛소릴 하는 거야?”주명은의 호통에 조유진은 미간을 약하게 좁히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네가 먼저 아빠라고 부르지 않았어? 네가 국장님한테 아빠라고 했으니까, 둘이 부녀 사이인 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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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본격적인 경매가 시작되기 전, 입구에서는 작은 소동이 있었다.화려하게 차려입은 유설영이 현장에 등장했다.남초윤이 공중에서 손을 휘휘 저으며 냄새를 쫓으려는 듯한 모션을 취했다.“오늘 운세가 좀 안 좋나, 왜 갑자기 여우 냄새가 나지?”음흉하고 비열한 주명은과는 달리 유설영의 교활함은 더욱 대담했다.그녀는 남초윤을 발견하자마자 매니저와 함께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어머, 초윤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 가십거리라도 있나 캐러 왔어요?”남초윤은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유설영의 질문에 대답했다.“그럼 유설영 씨는 여기서 나한테 가십거리 제공하러 와주신 건가요?”“그런 건 아니고, 오늘 이 경매에 ‘준마’ 작품이 나온다고 해서요. 할아버님께서 그림을 아주 좋아하시거든요. 곧 할아버님 80번째 생신이시기도 하고 그래서 선물이나 사드릴 겸 온 거예요.”“어머, 효녀 납시셨네요. 누가 들으면 무슨 육씨 가문 손주며느리라도 된 줄 알겠어요.”그 말에 유설영이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직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아닐 거라는 법은 없죠. 초윤 씨, 여기서 구매하실 거 없으시면 그냥 돌아가시는 게 어때요? 여긴 초윤 씨랑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남초윤이 어이없다는 듯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내가 여기랑 어울리든 말든, 가십 거리를 캐러 왔든, 황금을 캐러 왔든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죠?”유설영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초윤 씨도 언젠간 지율이랑 초윤 씨가 전혀 다른 세상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겠죠.”“나랑 지율 씨가 다른 세상 사람이라니요? 그럼 지율 씨는 무슨 외계인인가요?”“…”유설영은 고개를 빳빳이 쳐든 채 남초윤의 곁을 지나가며 가볍게 한 마디 던졌다.“사실 오늘 그 그림뿐만 아니라 에메랄드 브로치도 경매에 올라왔더라고요. 그 브로치, 예전에 지율이가 나한테 선물로 준 거거든요. 그리고 헤어지자마자 뉴욕으로 갔는데, 뭔가 그 물건 볼 때마다 그리워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팔았어요. 그래도 난 원하면 언제든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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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100억!”남초윤을 손을 꽉 잡은 조유진이 침착하게 가격을 외쳤다.진행자가 말했다.“우와, 저분께서 지금 100억을 외치셨는데요. 더 올리실 분 계실까요?”유설영이 외쳤다.“102억!”“102억 나왔습니다!”조유진은 침착하게 가격을 올렸다.“120억!”그 순간, 경매 현장이 술렁거렸다.지금 조유진은 마치 경매 현장을 접수하러 온 사람 같았다.그 누가 감히 경매가의 중간 숫자부터 바꿀 생각을 할 수 있을까?남들은 2억씩 추가할 때 조유진은 100억씩 가격을 늘렸다.유설영이 이를 꽉 깨물었다.그녀도 지금 조유진이 일부러 가격을 미친 듯이 올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하지만 이 에메랄드 브로치는 유설영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브로치였다.무대 위의 경매 진행자는 이미 잔뜩 신난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120억 나왔습니다!”“또 있으신가요?”유설영은 결심한 듯 번호표를 들었다.“122억!”하지만 조유진은 여전히 여유롭게 가격을 외쳤다.“140억!”그 말에 현장 분위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모두의 시선이 조유진에게 집중됐다.“저분 누구셔? 가격 진짜 시원시원하게 부르네!”“어느 집안 딸이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뒷좌석에 앉은 주현성이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조우진을 바라보았다.“조유진 저 녀석, 언제 저런 부자랑 엮인 거야? 한순간에 저 정도 큰 손이 됐다니!”주명은은 경멸 어린 시선으로 비웃었다.“남자 돈이나 쓰면서 잘난 척이야. 나중에 현수 씨한테 버림받으면 이 경매장에는 발도 못 들일 거면서!”주명은은 조유진에게 배현수의 돈으로 저런 비싼 브로치를 살 용기가 없으리라 생각했다.그녀의 눈에 조유진은 그저 주목받고 싶어 일부러 눈에 띄게 행동하는 사람으로만 보였다.무대 위에서 가격 중계를 해주던 진행자가 말했다.“오늘 경쟁 꽤 치열한데요! 이야, 이 에메랄드 브로치가 어느새 140억까지 올랐는데요. 더 부르실 분 계실까요?”“140억 나왔습니다!”“142억!”“네, 142억 나왔습니다!”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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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조유진은 그 후로도 가끔 허위로 가격을 외쳐 분위기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그러다가 엄준이 지정한 도자기가 나타나자 조유진은 처음으로 가격을 외치지 않았다.색깔도 선명하고 조화로운 그 도자기는 청나라 말기에 해외로 수출된 작품이었다.그리고 지금, 그 도자기는 경매장에 나와 있다.엄준은 조유진에게 그 도자기를 입찰해 성남의 박물관에 기증하라고 지시했다.시작가는 무려 12억이었다.경매장의 누군가가 외쳤다.“13억!”조유진도 뒤따라 번호표를 들었다.“13억 2천!”유설영은 아까 조유진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가격을 계속 올려 복수하고 싶었지만 조유진은 매번 가격을 외치고도 결국 입찰은 하지 않았다.마치 그저 경매장의 분위기를 흐리기 위해 온 사람 같았다.만약 유설영이 정말 여기서 가격을 올려버린다면 조유진이 그 가격을 계속해서 받아칠지 확신할 수 없었다.뒷자리에 앉아 가만히 지켜보던 주명은은 조유진을 노려보며 말했다.“저 얍삽한 년! 주목받을 건 다 받아놓고 정작 사는 건 하나도 없잖아!”주현성도 함께 혀를 차며 말했다.“조유진 쟤, 예전부터 방송국에서 잔머리 잘 쓰기로 유명했지! 보통 가슴 크고 예쁜 애들은 멍청하다고 하던데…”그 말에 주명은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쟤 가슴이 크다고요? 만져봤어요?”저렇게 마른 조유진인데 기껏 해봤자 B컵일 게 분명했다.주현성이 멋쩍게 대꾸했다.“그냥 눈대중으로 본 거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현성의 아내가 그의 뺨을 손바닥으로 힘껏 내리쳤다.“다 늙어놓고 아직도 정신 똑바로 못 차리네!”주현성이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보는 거야, 보기만 하는 것도 안 돼?”방송국에 갓 인턴으로 들어온 조유진은 고작 20대 초반이었다. 그 시절 조유진은 정말 싱그러운 꽃 같았다. 타이트한 스커트를 입으면 골반이 부각돼 순수하고 요염한 뒷모습이 보는 이의 침샘을 자극했다.하지만 그 쓸데없는 계집애는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았다.주현성이 매번 손을 뻗어 만지려고 하면 조유진은 항상 그와 1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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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조유진은 손에 들고 있던 클러치를 꽉 쥐고 곧바로 뒤쫓아갔다.박람회장의 오래된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주위는 텅 비어 차 몇 대만 간단히 주차되어 있었다.조유진은 한 자동차를 골라 잔뜩 웅크린 채 그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고는 클러치 안에서 호신용 전기충격기를 꺼내 주변을 경계하며 두리번거렸다.그 순간, 여자의 꾸며낸 듯한 애교 섞인 목소리가 주차장에 가볍게 울려 퍼졌다.“나 임신했잖아, 살살 좀 해요. 그 뚱땡이는 어디 갔어요? 당신이 그 여자 제일 무서워했잖아.”“아무 핑계나 대면서 먼저 집으로 보냈어. 좀 만져보자, 내가 널 밤새 얼마나 생각했는지 알아!”“내 생각했다고? 조유진 그년 보고 혼자 흥분한 거 아니야?”“그게 무슨 소리야! 나한테 수양딸이라곤 너 하나밖에 없는데. 아빠가 제일 아끼는 사람은 너야… 나 뽀뽀 한 번만 해줘.”주현성과 주명은이었다. 이곳까지 와서 당당하게 바람을 피우는 모습이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었다.조유진은 먼지가 잔뜩 쌓인 자동차 뒤에 숨어 그 부도덕한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지켜보았다.조명이 어두웠던 탓에 그녀는 카메라 플래시를 끄고 두 남녀의 노골적인 사진을 찍어 남초윤에게 전송했다.그러고는 곧바로 휴대폰 녹음 어플로 들어갔다.그 상태로 조유진은 꽤 오랜 시간 동안 두 사람의 대화를 녹음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쪽에서는 제대로 불이 붙어버린 듯 상황이 점점 더 격해지는 듯했다.“…”정말이지 눈 뜨고 봐줄 수 없었다.만약 주현성의 부인이 이 사진들을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들리는 말에 의하면 부인은 내연녀들에게 인정사정없는 사람이라고 한다.일전, 조유진이 방송국에서 인턴 실습을 하던 때, 주현성의 아내는 아버지의 권력을 등에 업고 직접 방송국까지 찾아와 남편의 불륜 현장을 잡아냈다.그리고 조유진을 주현성의 내연녀로 오해했던 그녀는 다짜고짜 조유진의 뺨까지 때린 적이 있었다.나중에 조유진이 진짜 내연녀를 밝혀내 주현성의 아내에게 알려준 후에야 조유진은 자신의 오명을 씻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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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조심해!”배현수는 염수봉의 어깨를 붙잡아 그를 힘껏 밀쳐내 예지은이 던진 무기를 피하게 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인질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단 한 발의 일격으로 인질이 바닥에 쓰러졌다.베현수는 쓰러진 인질에게로 천천히 다가가 잔뜩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걷어내고는 손들 들어 그 사람이 쓰고 있던 가면을 벗겨냈다.역시나 함정이었다.그 사람은 예지은이 아니었다.인질의 정체가 예지은이 아니라는 사실에 배현수는 순간적으로 심장이 멎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은 그는 급히 부하직원들에게 명령했다.“당장 철수하고 귀국하도록!”배현수를 자신들의 아지트로 유인하는 전략을 사용했다.그들은 일부러 거짓 정보를 흘려 배현수를 19구역으로 유인했고 그 사이 이미 조유진에게 손을 댔을 것이다.철수하고 돌아가는 길, 배현수는 곧장 육지율에게 연락했다.그 소식을 들은 육지율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박람회장으로 향했다.박람회장에 도착한 육지율은 입구에서 남초윤을 마주쳤다.“지율 씨? 여긴 어떻게 온 거예요? 유설영 씨는 방금 먼저 갔는데…”육지율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조유진 어디 있어!”남초윤이 대답했다.“안 그래도 방금 전화 해봤는데 전원이 꺼져있더라고요. 그래서 방금 화장실에서 나와서 계속 찾는 중이에요!”그 말에 육지율은 곧장 박람회장의 보안 실로 달려갔다.“지금 조유진이 납치당했을 가능성이 커.”“뭐라고요?!”…스페인, 안개로 뒤덮인 숲속.“유진아, 일어나봐!”조유진의 귓가에는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다급했다.누군가가 계속 조유진을 부르고 있었다. 계속해서 그녀의 몸을 사정없이 흔들며 깨우려고 하고 있었다.하지만 조유진은 오랜 시간 동안 깊이 잠들어있기라도 한 듯 온몸이 뻐근하고 무거웠다.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눈을 뜨자 익숙한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예지은이었다…환각인가?마취총을 맞자마자 눈을 뜬 조유진의 뇌가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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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드래곤 파는 계략 하나를 짰다.그들은 먼저 예지은을 납치해 일부러 예지은이 미국에 있다는 소식을 흘려보내 배현수를 미국으로 가게 했다.그리고 드래곤 파가 진짜 잡고 싶었던 사람은 아마 조유진일 것이다.그렇게 호랑이를 직접 자신들의 아지트로 인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하지만... 만약 안정희의 아들이 단순히 복수를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면 왜 굳이 조유진을 잡아들인 걸까?어찌 보면 그녀 역시 그때의 피해자 중 한 명이었을 텐데 말이다.조유진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아마 저까지 잡아들인 이유는 현수 씨를 위협하기 위한 게 아닐까요? 어머님, 그때 도대체 어떻게 저랑 안정희 아들을 바꿔치기하신 거예요? 그리고 또 어떻게 저를 장동원의 손에서 빼내 대제주시까지 데리고 가신 거죠?”“장동원이라고? 나는 그런 사람 모르는데.”조유진이 설명했다.“장동원은 제 친아버지랑 사업적으로 대립하던 사람이에요. 그때 그 사람이 저를 성남에서 데리고 나갔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어머님께서 그 사람을 모르실 수가 있죠?”조유진을 바라보던 예지은이 사실대로 털어놓았다.“만약 저 사람들이 나한테 이 정도의 정신과 약물을 투여하지 않았다면 나도 거의 다 까먹었을지도 몰라. 너무 오래된 일이라.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오래된 일들이 어제 금방 일어난 것처럼 너무 자세히 기억나.”“내가 널 처음 봤을 때, 넌 포대기에 싸여있었어. 그리고 중년 남자가 널 강물에 던지려고 하고 있더라. 아마 네가 말한 그 장동원이라는 남자가 바로 그때 내가 봤던 남자였을지도 모르겠구나.”“그때 너는 거의 물에 빠져 죽을 뻔했었지. 하지만 참 우연히도 내가 널 발견했지. 널 건져 올리고 보니까 목에 자수정으로 된 관음 옥패가 걸려있더라. 꽤 값져 보이던 옥패를 보자마자 난 네가 있는 집 귀한 자식일 거라 짐작했지.”“하지만, 미안하구나. 난 그때 너를 경찰서로 데리고 가지 않았어. 오직 내 개인적인 이득만 취하겠다고 너랑 안정희의 아들을 바꿔치기했어... 너랑 안정희 아들의 인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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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저도 알아요, 어머님. 저도 현수 씨 탓까지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조유진의 대답에 예지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렇게 말해주니까 나도 안심이 되네, 그럼 곧 결혼도 하는 거지?”조유진은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조용히 대답했다.“네, 이번에 두 사람 다 무사히 돌아갈 수만 있다면요.”예지은은 자신의 손목에 있던 옥 팔찌를 풀어 조유진의 손을 잡더니 그녀의 손목에 팔찌를 끼웠다.그 행동에 조유진이 잠시 멍해졌다.“어머님?”예지은이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 팔찌는 내가 성준 씨랑 결혼할 때 시어머니께서 주신 거야. 이제 너도 현수랑 결혼할 테니까 선물로 줄게. 이게 아니면 나도 지금 너한테 줄 만한 게 딱히 없구나.”“그래도 어머님, 이건 너무 귀해요.”예지은이 끼워준 옥 팔찌는 불순물 하나 없이 맑고 깨끗했다. 이 정도로 투명한 보석이라면 지금 시가로 몇억은 호가할 것이다.예지은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받아야 마땅해. 예전에 내가 이미 너의 자수정 옥패를 깨버렸잖니. 그에 대한 변상이라고 생각해줘. 그리고... 앞으로 너와 현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난 이미 오래 살긴 글렀어. 그러니까 너희만이라도 행복하게 살아주렴.”“어머님, 현수 씨가 분명 저희 구하러 와 줄 거예요. 우리 둘만 여기서 나가면...”조유진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하늘에서는 강한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곧이어 헬리콥터가 내는 굉음이 두 사람에게 가까워졌다.헬리콥터는 두 사람의 근처에서 계속 맴돌았다.확성기에서는 변조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너희 중 한 명만 살아서 나갈 수 있다!”“조유진, 예지은을 직접 죽이면 너만은 여기서 데리고 나가주마.”그 말에 조유진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에 대고 큰소리로 외쳤다.“내가 예지은을 죽인다고 해도 어차피 난 너희들 손아귀에서 못 벗어나! 너, 안정희 아들이지? 왜 날 여기로 데리고 온 거야? 난 너한테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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