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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시 만나요의 모든 챕터: 챕터 181 - 챕터 190

967 챕터

제181화

한편, 배현수는 기자들을 떨쳐내고 육지율의 차에 올라탔다.대제주로 향하는 길.육지율은 감탄하며 말했다.“진짜 속이 다 시원하네! 마음속의 억울함을 다 씻어낸 기분이 어때? 오늘 밤 술 한잔 하면서 축하라도 해야지 않아?”배현수가 한때는 꿈에서라도 오점을 씻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바라는 바를 이뤘음에도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그냥 그래.”오히려 기분이 잡쳤다.그때 육지율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초윤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육지율은 바로 스피커 모드로 돌려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내일 유진이랑 서해로 놀러 가기로 약속했어요. 내일 저녁에는 돌아오기 어려울 것 같아요. 엄마에게 알려주세요. 그리고 다음 주 토요일에 본가로 가서 식사하려고요.”“유진이랑 서해에 놀러 간다고요?”“네, 왜요? 같이 가고 싶어요?”육지율은 배현수를 힐끗 쳐다보았다.“나야 상관없지만... 배 대표님이 가실지 모르겠네요.”“대표님? 설마요. 지금 유진이와 사이가 서먹서먹한데 배 대표님이 오면 유진이가 맘 편히 놀지 못할 것 같은데요. 요즘 기분이 별로거든요. 거기다 대표님이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이면 분위기만 망치고...”배현수는 그들의 통화를 고스란히 듣고 있었다.그 순간, 갑자기 배현수가 끼어들어 말했다.“저는 안 갈게요. 다들 재미있게 놀아요.”그도 조유진이 자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걸 알고 있었다.남초윤이 전화 건너편에서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아... 하하, 대표님도 계셨네요.”스피커 모드라고 귀띔이라도 해주지, 육지율 이 나쁜놈! 배현수를 무뚝뚝한 표정이라고 험담했으니... 마음에 담아 두지는 않겠지? 남초윤은 부랴부랴 전화를 끊었다.육지율이 물었다.“진짜로 안 가려고?”“가려면 너나 가,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배현수는 한껏 쌀쌀맞게 말했고 육지율이 받아쳤다.“남자는 나뿐인데 여자 두 명이나 데리고 가라고? 호텔에 가면 우리 셋이 나쁜 짓이라도 하는 줄 알겠어.”배현수는 차에 걸터앉은 채로 눈을 감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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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그럼, 지금은?“선유야.” “응?”조선유는 먹고 있는 물만두를 쳐다보며 머리를 갸유뚱했다. 사실 속으로는 자신도 모르게 걱정이 앞섰다.“아빠가 엄마와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물론이죠! 자식이라면 누구나 부모님과 같이 있고 싶어 하죠. 아빠, 왜 그렇게 당연한 말만 해요?”조선유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투덜댔지만, 배현수의 안색은 점차 어두워졌다.“그렇지만, 네 엄마가 아빠랑 같이 있고 싶어 하는지 잘 모르겠네.”조선유는 반짝이는 눈망울로 응원했다.“아빠, 그럼, 직접 물어보세요! 물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엄마 마음을 알아요?”배현수의 미간이 움찔하더니 일어서며 말했다.“먼저 밥 먹고 있어, 아빠는 올라가서 처리할 일들이 있어. 선유가 말한 건 아빠가 고민 좀 해볼게!”배현수는 서재로 와서 책상의 서랍을 열었다. 안에는 검은색 벨벳으로 된 작은 박스가 있었다.박스를 열어보니 안에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있었다. 핑크 다이아몬드였다.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는 눈부시게 영롱했고 아름다웠다.조유진의 손에 끼워주면 더 이쁠 텐데...이제 와 보니 조유진은 그에게 모든 걸 다 줬는데, 오히려 배현수가 그녀에게 턱없이 부족했다.그녀가 원한다면... 남은 생은 조유진을 위해 살아가겠노라 다짐했다....그날 밤, 조유진도 잠에 들지 못했다.불면증으로 시달린 지 며칠째, 그저 창가에 앉아 해가 지고 달이 뜨는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런 날들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 그날 오후, 남초윤이 찾아왔다.남초윤은 안색이 좋지 않은 조유진을 걱정하며 말했다.“유진아, 너 요즘 밥 제대로 안 먹고 있지? 안색이 너무 안 좋아, 얼굴도 반쪽이 됐네.”“응, 입맛이 없어서 그래. 오늘 저녁에 서해로 가게 되면 맛있는 고깃집을 알아봐 줘.”“그래, 네가 위도 안 좋은데 고기 먹을 수 있겠어?”조유진은 웃으며 말했다.“고기는 당연히 먹어야지, 술도 먹을 수 있는걸? 걱정하지 마.”서해로 가는 동안 남초윤은 얘기가 끊이지 않게 화제를 내놓았다.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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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그녀들은 저녁 6시가 되어서야 서해에 도착했다.노을로 물든 수평선은 마치 오렌지를 머금은 바다를 방불케 했다.출렁이는 파도가 초석에 부딪히고 갈매기가 모래밭과 바다 위에서 맴돌고 있다.조유진은 신발을 벗고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며 모래밭을 지나 옅은 바닷가 쪽으로 향했다.차가운 바닷물이 다가와 그녀의 발과 종아리를 감싸 안았다. 남초윤은 재미있어하는 조유진에게 핸드폰을 꺼내 들며 말했다.“이쁘지? 우리 사진 한 장 남기자.”“그래.”휴대폰의 카메라 기능을 켠 남초윤은 조유진의 몸을 감싸고 머리를 맞대고 카메라를 보면서 웃었다.“찰칵.”그렇게 둘은 우정 사진을 찍었다.조유진은 맨발로 모래밭을 거닐면서 산호와 떠다니는 신기한 조개들을 줍고 있었다. 그녀의 딸, 선유에게 가져다주면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웃음이 났다. 한참이나 바닷가에서 놀던 그녀들은 이내 시내의 고깃집으로 향했다. 이쪽은 바다를 끼고 있다 보니 고깃집에서도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었다. 남초윤은 엄청나게 많은 메뉴를 주문하고 맥주도 함께 주문했다.하지만 조유진은 알코올 알레르기 때문에 주스를 주문했다.남초윤이 맥주병을 따는 순간 조유진은 갑자기 컵을 들이 밀며 말했다.“나도 마실래.”“너 알코올 알레르기 때문에 안 되잖아.”“내가 항알레르기제 챙겨왔어. 맥주 한두 잔 정도는 괜찮아. 네가 마시니까, 나도 마시고 싶잖아.”남초윤이 피식하고 웃었다.“딱 두 잔이야, 그냥 분위기만 내라고!”“짠!”컵에서 맥주 거품이 넘쳐 나올 정도로 술잔을 부딪쳤다.조유진은 잔 속의 맥주를 꿀꺽꿀꺽 한 모금에 모두 마셨다.“참! 빨리 마시지 말라니까...”그녀는 말하기 바쁘게 이미 잔을 비웠다.“초윤아, 최근 몇 년 동안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이 한잔은 너를 위해. 정말 너무 공교롭게 너라는 좋은 친구를 곁에 둘 수 있어서 참 행운이야. 그동안 항상 옆에서 지켜주고 응원해 줘서 너무 고마워.”“갑자기 왜 이런 말들이야, 내가 이런 낯간지러운 말 안 들어준다고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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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때문에 그녀는 일출이 전혀 반갑지 않았다.그런 힘든 시간 속에서 조유진은 수많은 생을 마감하려는 시도했다.조유진은 남초윤을 호텔까지 부축하면서 반사적으로 한마디 했다.“초윤아, 이제는 좀 신중해져 봐. 이혼이란 단어를 입에 달고 다니지 말고. 네가 이혼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난 다 알아. 자꾸 그런 얘기를 꺼내면 지율 씨가 진짜로 오해할 수도 있잖아.”“음... 이혼이라. 이혼하면 얼마나 홀가분할까.”“그리고 마음에 없는 소리 좀 그만해. 지율 씨도 그런 얘기 자꾸 듣다 보면 상처받는다고.”“상처를 받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유진아, 너는 무슨 유언처럼 말을 남기냐. 이젠 그 얘기는 그만, 쉿...”조유진은 그녀를 이끌고 호텔 방으로 갔다.남초윤은 푹신한 침대 위에 털썩 쓰러지다시피 누우면서 이불을 끌어안았다.조유진이 옆에서 허리 숙여 신발을 벗기자 남초윤은 가벼워진 발을 보고는 이불속에 파묻혀 웃었다.“히히, 그래도 조유진 네가 최고야! 유진아, 나 화장도 지워줄래? 사랑해...”조유진은 가방에서 클렌징 워터와 화장 솜을 찾아 남초윤의 화장을 지워 주었다. 그리고 티슈로 얼굴을 깨끗하게 닦아 주었다.예약한 더블룸 덕분에 초윤은 누워서 자고 있었고 유진도 왼쪽에 누워 있었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그녀는 천천히 허리를 감싸고 있던 초윤의 팔에서 벗어나 침대에서 내려왔다.이 오션뷰가 보이는 호텔 방은 끝자락에 위치한 데다 바닥까지 내려온 창문 덕분에 서해가 한눈에 들어왔다. 서해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바닷가 주변의 도로와 가파른 낭떠러지가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낭떠러지 위의 커다란 초원에는 여러 가지 알록달록한 꽃들이 피어 있었다.조유진은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호텔을 나섰다....조유진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초윤의 휴대폰이 울렸지만 그녀는 깊은 잠에 빠진 나머지 처음에는 받지 못했다.전화벨 소리가 끊임없이 울리자 초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흐리멍덩한 채로 전화를 받아서 들었다.“여보세요? 누구야,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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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초윤아, 네가 내 친구여서 너무 행운인 것 같아. 지금까지 내 옆에 있어 줘서 너무 고마워.”“그런 말 좀 하지 마! 네가 어디 있는지나 빨리 말해! 내가 찾아갈게! 배 대표님도 전화와 네가 어디 있는지 물었어. 분명 너에게 사과하려는 걸 거야. 지금 여기로 오고 있어!”남초윤은 뛰쳐나가면서 바다가 쪽으로 달려갔다.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달리다가 벼랑 끝 언저리에 하얗고 가녀린 그림자를 보게 되었다.“유진아! 절대로 뛰어내리지 마! 내, 내가 널 봤어! 금방 갈게!”“이전에는 현수 씨가 용서해 주기를 바랬지만, 지금은 상관없어... 현수씨 와는 알게 된 순간부터가 실수였어. 처음부터 아빠 말대로 모르는 사람과 혼인하게 되었다면 비록 사랑하지는 않아도 지금처럼 견디기 힘들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아빠 말이 맞았어. 아빠 말대로 하지 않으면 대가가 따를 거라고.”“선유는! 너에게 아직 선유가 있잖아! 배 대표님을 포기해도, 나를 포기하더라도 선유는! 아직 그렇게 어린데 어떻게 엄마 없는 아이로 만드냐고!”조선유를 떠올리더니, 조유진도 몇초 동안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다시 웃으며 말했다.“선유야... 선유에게 미안하지. 하지만 이제 방법이 없어. 초윤아,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아. 한 번만 이기적이고 싶어. 미안해...”뚜... 뚜...유진은 전화를 끊어버렸고 초윤은 울면서 그녀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조유진은 벼랑 끝에 서 있었다.저녁의 바닷바람은 그녀의 치맛자락과 머리카락을 헝클어 놓았다.따스한 불빛이 비치는 바다 한가운데의 작은 섬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추억에 젖어 있었다.전에는 그녀도 엄마와 선유를 충남과 대제주를 떠나 세상과 동떨어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아마도 찾은 것 같다. 그녀는 휴대폰의 사진첩을 열어 대관람차에서 선유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웃었다. 그러고는 다시 풀밭에 내려놓았다.서해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바로 뛰어내리고 싶을 만큼...그녀는 뒤돌아 저 멀리서 익숙한 그림자를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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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그 때문에 그녀가 뛰어내린 것은 이미 마음먹은 일이었다. 이제 더는 살고 싶지 않아서였다.배현수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은 채 뻣뻣했던 등이 축 처져있었다. 언제부터 조유진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지난번 지리산 호수에 갔을 때도, 그녀가 호수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때부터 자살을 생각했던 것일까?그는 계속 자신이 선유의 부양권을 뺏은 것 때문에 그녀가 잠시 힘들어하는 거라 여겼다.하여 그는 한 주에 한 번 선유를 만날 수 있다고 그녀에게 약속했다. 그렇게 하면 다시는 나쁜 생각은 하지 않을 거라고... 배현수가 그녀를 용서해 주기를 바라서라고 생각했는데...그러나 이 모든 건 단지 그의 추측일 뿐이다. 설령 그녀가 그를 원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선유조차 버릴 생각을 했단 말인가?배현수는 두 눈이 빨개진 채로 무릎을 꿇고 온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그는 이미 그녀를 용서한 지 오래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이미... 그녀에게 프러포즈할 계획도 있었다.어째서, 그들은 계속해서 어긋나는것일가...배현수가 기쁨으로 가득 차 그들의 멋진 미래를 그리려 할 때, 그녀는 차갑게 돌아서며 그에게서 멀어져갔다. 배현수가 그녀를 미워하고 있을 때 그녀는 도리어 돌아와 용서를 구하려 했다. 원망을 내려놓고 조유진을 용서하며 갇혀 있던 자신까지도 용서하려 할때에는... 그녀가 필요치 않아 했다. ...곧이어, 육지율과 해상 수색대가 도착했다.배현수는 여전히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초윤이 놀라서 낮은 소리로 육지율에게 말했다. “유진이가 뛰어내릴 때 대표님도 함께 뛰어내렸어요. 유진이를 찾지 못하고 바닷가에 올라 온 뒤로부터는 계속 저곳에서 무릎을 꿇고 있어요. 지율 씨도 저 사람... 아니 대표님이 미친것 같아 보이죠?”오늘 밤, 남초윤은 두 사람이 함께 바다에 뛰어드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너무 놀란 탓에 혼이라도 가출한 것만 같았다. 육지율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초윤씨는 차에 가서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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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소문을 들은 수색대 대장은 순간 멍해졌다.그러고는 육지율을 쳐다보았다...육지율이 말했다. “무조건 찾아야 해요. 살아있다면 사람을 찾고 죽었다면 시체라도 봐야겠어요.”“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수색대 대장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바다를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밤바다에서는 거센 파도가 휘몰아쳤다.만약 사람이 뛰어들었다면 분명 커다란 파도에 휩쓸려 저만치 사라졌을 수도 있었다.이미 3시간이나 지났기 때문에 그사이에 몇 번이고 휩쓸려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수색대의 수색작업은 밤늦게까지 계속 진행되었다. 새벽 4시가 넘은 시각, 바다 저편에서는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남초윤은 차에서 잠시 평정심을 유지한 후, 다시 바닷가로 갔다.그녀는 배현수의 멱살을 잡고는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이것이 대표님이 원하는 결과였어요? 유진이를 미워한 것도 모자라 괴롭히고 업계에서 몰살까지 당하게 하고 거기다 유진이를 나이트클럽에까지 내몰았잖아요! 대표님이 3년간 교도소에 있었다고 피해자인척하지만 유진이는요 유진이도 마찬가지였을 거라고요! 이젠 자기 목숨도 대표님에게 바쳤어요! 배현수 대표님, 이제 만족하시겠어요!”짝!남초윤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결국 손을 들어 배현수의 왼쪽 얼굴을 내리쳤다. 뺨을 맞은 배현수의 머리가 옆으로 돌아갔다.“남초윤!”육지율이 그녀를 막아섰다. 남초윤 자신도 너무 놀랐다. 그녀는 얼른 육지율의 옷소매를 붙잡고는 그의 뒤에 숨어버렸다.배현수가 설마 그녀를 죽이려고 하진 않겠지! 남초윤도 방금은...완전히 흥분한 바람에...그녀는 조심스레 배현수를 쳐다보았다...남자는 마치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그녀에게 뺨을 맞았음에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 조유진이 뛰어내린 지도 벌써 6시간이 흘렀다. 수색대 대장이 다가와 말했다. “날도 밝아오는데 저와 저의 대원들도 열심히 수색해 봤지만 죄송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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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정말 미쳤어! 배현수, 넌 이미 여기에서 밤새 무릎 꿇고 있었잖아. 선유가 이미 엄마를 잃었는데 아빠까지 없었으면 좋겠어!”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래. 선유가 아직 집에 있지. 아이는 아마도 그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유진이를 데려가야만 해...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산성별장의 유선전화번호였다.말하지 않아도 선유임이 틀림없었다.아주 잠시, 배현수는 도망치고 싶었다.육지율도 그의 낌새를 눈치챘다.“만약 네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대신 받아줄 수도 있어. 이 일에 관해 잠시는 선유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하지만 배현수는 직접 전화를 받았다.전화 저편에서 선유의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엄마에게 한 프러포즈는 성공했어요? 엄마가 허락했어요? 엄마가 엄청 기뻐하죠? 핑크빛 다이아몬드 반지가 엄청 예쁘기때문에 엄마라면 무조건 좋아했을 거예요!” 그러게... 핑크빛 다이아몬드 반지는 너무 예쁜데, 조유진은 이젠 볼 기회조차 없어졌네. “선유야.”그는 머뭇거렸다.“네? 아빠 왜요? 엄마가 아빠를 거절했어요? 아빠 목소리가 왜 슬퍼 보이죠?”그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을 번쩍 차리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빠가 아직 엄마에게 프러포즈를 못 했어, 선유가 너무 빨리 전화 걸었네.”“네? 아빠, 왜 아직도 프러포즈를 안 했어요? 엄마가 거절할까 봐 두려워서 아직도 말 못 한거죠?”배현수는 아무 감정 없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맞아, 엄마가 거절할까 봐 걱정돼서.”“하하... 아빠, 아빠도 겁쟁이네요! 아빠는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는 줄 알았어요!”그랬다. 그도 겁쟁이였다.그는 조유진의 죽음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조유진이 정말로 죽으면 선유는 어떡하라고, 그더러 어떡하라고? 앞으로의 긴 여생이, 안 봐도 뻔했다.그는 갑자기 동력이 사라졌다. 그러고는 아래로 걸어 내려갔다.“아빠, 언제쯤 집에 돌아와요? 내가 어제저녁 뚱이를 안고 자면서 뚱이에게 부탁했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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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배현수는 작은 약병을 손에 들고 소파에 앉았다. 이 약은 그가 출소한 후 한동안 계속해서 복용했던 약이었다.하지만 그는 조울증인데 뒤에 적힌 이름은 탄산리 약이었다. 그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을 무렵, 휴대폰이 울렸다.전화를 건 사람은 남초윤이었다.그는 전화를 받았다. “내가 말하지 않은 게 있어요, 전에는 유진이가 나더러 얘기하지 말라고 해서 안 했는데 나중에 내가 볼 때 유진이도 괜찮은 것으로 보여 나도 이 일을 깜빡 잊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유진이가 바다에 뛰어든 건 아마도 우울증이 재발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대표님은 유진이와 신 선생님이 어떻게 알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대표님이 교도소에 들어간 후, 유진이는 계속 불행했어요. 너무 착해 빠져서 항상 자책하고 미안해했어요. 유진이가 비록 말은 하지 않지만 저는 느낄 수 있었어요. 6년 동안 그녀는 항상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왔어요. 3년 전, 유진이가 잠에 들지 못해 수면제를 과다 섭취했는데 다행히 제때 구조되어 병원에서 위를 세척한 적이 있어요. 그때 마침 신 선생님이 응급실에서 당직을 서고 있었고 그렇게 한번 두번 검사받으면서 알게 된 거예요. 그들은 정말 아무 사이가 아니에요. 더해봤자 친구 사이일 뿐이에요. 만약 유진이와 신 선생님 사이에 정말 뭔가 있다면 3년이 지났을 때는 벌써 아이까지 생겼을 수도 있다고요.”“유진이는 행복을 추구할 엄두도 내지 않았어요. 자기는 죄가 있다고 새로운 삶을 추구할 자격이 없다고요. 그때 아마도 유진이가 우울증이 있다고 진단받은 시기였던 것 같아요. 유진이는 계속 3년 전, 그녀가 대량으로 수면제를 복용한 것은 의도한 게 아니라고... 고의가 아니라고 했어요. 그때 당시에는 나도 곧이곧대로 믿었죠. 내가 생각해 봐도 유진이는 아직 선유가 어리기 때문에 죽으면 안 된다고 죽을 엄두도 못 낼 거라고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아마 3년 전부터, 그녀는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을지도 몰라요.”“유진이는 18세 이전에는 비록 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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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2017년10월3일, 날씨 맑음. 곧 4개월에 접어들고 있다. 입덧이 너무 심한 탓에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다. 초윤이가 성남의 먹자골목에 가서 물만두를 사 왔는데 너무 맛있어 보였다. 요즘에는 계속 초윤이에게 부탁해 함께 산부인과에 다녀오곤 했다. 너무도 고마운 그녀에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보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2017년12월31일, 큰 눈이 내림. 오늘은 해를 넘기는 마지막 밤이다. 원래는 그를 보러 가려 했지만 배가 너무 커져 버리는 바람에 들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도 더는 나를 만나고 싶지 않을 거야.」「2018년1월1일, 배현수, 새해 복 많이 받아. 새해 떡국을 만들어 교도관에게 들여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오랜 설득 끝에야 비로소 허락해 주었다. 그런데 만약 내가 만든 떡국이라고 하면 당신은 아마도 버리고 말 거야.」「2018년2월12일, 비가 내림. 너무 귀여운 딸이다. 초윤이가 아이의 양엄마가 되어주기로 했다. 그녀는 아이에게 어떤 이름을 지어줄 거냐고 물었다.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선한 마음을 유지하며 살라고 조선유라 이름 지었다. 내가 나빴지. 우리 선유는 태어나서 아빠가 없으니.」「2018년6월6일, 날씨 맑음. 또 그날이 왔다. 미안하다는 말 빼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2018년 12월31일, 또 눈이 내린다. 선유가 10달이 되었다. 아이는 지금 옹알이를 시작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아마 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2019년2월4일, 날씨 흐림. 설 전날이다. 선유가 엄마라고 불렀다. 그런데 내가 아빠라는 호칭은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 아이가 아빠를 불러댔다. 만약 배현수가 들었다면 좋으련만. 그는 아직 모른다. 내가 딸이 있는지.」「2019년7월13일, 날씨 맑음. 나는 방송국에서 실습을 시작했다. 선유에게 분유를 사주려면 내가 노력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니니까.」「2019년8월6일, 비가 내림. 방송국에는 어떻게 꼰대 상사가 그리도 많을까? 뺨을 한 대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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