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마음에 불만이 있어도. 왕조희는 감히 털끝만큼도 티를 내지 못했다. ‘기분 나빠도 저 사람과 같이 돈을 종이처럼 막 쓸 수 있는 사람에게 괜히 미움을 살 수 없지.’ ‘듣자 하니 돈만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말이야.’ ‘미수 언니가 이 엠퍼러 홀에 발을 들여놓는 것 자체가 저 사람이 H시 군부 대도독 설전룡보다 지위가 높은 것이라고 했어.’ ‘틀림없이 대단한 권력자일 거야.’ 왕조희는 선생님 앞의 어린 학생처럼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숨도 못 쉴 정도의 적막이 감돌았다. “왕조희 씨, 오늘 당신을 만나러 온 것은 사촌 여동생에게 당신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것 외에도 물어볼 것이 있어서예요.” 갑갑한 분위기 속에서 동혁이 차갑게 말했다. 왕조희는 긴장이 되었다. “이 선생님, 편하게 물어보세요.” “내 형제는 백항남인데, 정말 항남이 당신을 성폭행했습니까?” 이 말을 들은 왕조희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어 신기한 듯 동혁을 바라보았다. ‘이동혁, 백항남과 형제라고?’ “이 선생님, 저, 전...” 왕조희의 두 눈에 짙은 공포가 퍼졌다. 그녀는 두 다리에서 힘이 빠지며 무릎을 꿇었다. 작은 몸이 폭풍우에 흔들리는 작은 배처럼 끊임없이 떨렸다. “일어나서 얘기해요.” 동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왕조희는 전전긍긍하며 일어섰다. 동혁이 다시 말했다. “전 당신에게 진실을 묻는 겁니다. 백항남이 정말 당신을 성폭행한 겁니까?” “아니요, 그는 저를 성폭행하지 않았습니다!” 왕조희는 몸에 힘이 빠져 손을 뻗어 옆 의자 등받이를 잡고서야 겨우 서있을 수 있었다. 동혁은 그녀를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며 침묵을 지켰다.그는 왕조희 스스로 사건의 경위를 말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이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모두 3대 가문이 저에게 그렇게 하라고 강요했습니다.” “그 당시 오빠는 교통사고를 당해 퇴원해도 휠체어를 타고 다닐 수밖에 없었고, 거기에 항난그룹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기분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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