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중은 완전히 멍해졌다. ‘이건 또 무슨 말이야?’ 동혁은 그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하세량에게 바로 말했다. “시장님, 해리슨 씨에게 도와달라고 하세요.” “시장님 쪽은 어쨌든 공무원들이니 직접 사람에 몸에 손을 대는 건 보기가 안 좋을 수 있으니까요.” 류성중은 너무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 “동혁아, 지금 이씨 가문이 해리슨에게 연락해서 네 정체를 폭로하겠다고 했는데 해리슨에게 너 대신 사람을 치라고 시킨다고?” “어쩌면 해리슨이 지금 너를 죽이러 오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건 두고 보시면 알아요.” 동혁이 웃었다. H시 구치소. 해리슨은 스탠슨 등의 석방 절차를 마치고 구치소 문을 나서자마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해리슨 영사님. 저 이씨 가문 가주 이연입니다.] 해리슨은 이연과 구면이었다. “아, 이 가주님 무슨 일이 있나요?” [예, 별건 아니고 해리슨 영사님께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듣자 하니 오늘 밤 명성호텔에서 이동혁이라는 젊은이를 만났는데 전신으로 착각하고 무릎을 꿇었다고요?] [사실 그놈이 이 전신을 사칭한 게 이미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해리슨의 안색이 불쾌한 듯 갑자기 어두워졌다. ‘내 눈은 절대 잘못 보지 않았어. 그 사람은 동방의 악마가 분명해.’ 동혁의 모습은 그에게 이미 뼛속 깊이 새겨진 기억이었다. “젠장, 지금 내 눈을 의심하는 겁니까? 그 사람은 이 전신, 동방의 악마가 분명해요. 난 절대 잘못 보지 않았어요.”해리슨은 열을 내며 말했다. [이런, 이런 외국인들은 자존심이 세서 사서 고생을 한다니까.] 전화 맞은편의 이연은 해리슨이 동혁을 이 전신이라고 단언한 것은 그저 자존심 때문이고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며 투덜거렸다. ‘하긴 그 대단하신 Y국 영사가 전신에게 무릎을 꿇었다고 하는 게, 쓸모없는 데릴사위에게 무릎을 꿇었다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듣기 좋겠지.’ ‘이 전신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싶어도 그런 기회조차 없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