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가문이 무너지자 H시는 순식간에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여러 세력들이 H시로 와서 한몫을 챙기려 했다. 하세량은 꽤 능력이 있는 시장이었지만 그동안 외부 세력들에 대처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이씨 가문이 이천성을 풀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만 봐도 지금까지 명문가들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동혁이 시장 대행을 맡기로 하자 하세량은 너무나 안심이 되었다. ‘상대가 얼마나 대단하든 우리 H시에 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시장님, 저는 앞에 나서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시장의 일상적인 업무까지는 제가 좀 번거로울 수 있어요. 꼭 필요할 때만 제가 나설 겁니다.” 이때 동혁이 하세량에게 요구조건을 말했다. 그는 매일 시청에 앉아서 여러 공문서를 처리하며 바쁘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 선생님,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아랫사람에게 잘 이야기해 놓겠습니다. 아마 웬만한 일로는 절대 귀찮게 하지 않을 겁니다.] 하세량은 가슴을 치며 약속했다. 곧 H시 시청은 도시의 시장인 하세량이 고급 연수에 참석하는 일로 H시의 전반적인 업무를 이씨 대리인에게 일시적으로 위임했다고 발표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N도 이씨 가문도 가장 빨리 이 소식을 들었다. 쨍그랑!N도 이씨 가문 본가에서 가주인 이연은 화가 나 자신이 좋아하는 찻잔을 산산조각 냈다. 그는 새파랗게 질려 이를 갈며 욕설을 퍼부었다. “하세량 이 개X식, 알고 보니 곽 도지사의 사람이 됐다고 우리 이씨 가문의 요구를 묵살한 것이었어.” “어쩐지 그놈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 했어. 앞으로 연수에 다녀오면 곧 승진을 할 거고, 그럼 우리 이씨 가문은 안중에도 없겠지.”그러나 이연이 아무리 욕을 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이씨 가문이 아무리 명문가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감히 하세량을 건드릴 수 없었다. 하세량을 건드는 것은 도지사인 곽원산을 건드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세량이 승진까지 하
“좋아요. 그럼 오한민에게 맡기죠.” 이심은 독기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한민의 아들도 이동혁에게 두 다리가 부러졌다고 하더군요. 지금쯤 오한민도 우리보다 그 잡종을 더 죽이고 싶을 거예요.” ... 동혁은 자신이 잠시 시장 대행하겠다고 했지만, 그 일로 그가 도지사 곽원산의 사람으로 취급되었다는 것을 몰랐다. 하지만 덕분에 이씨 가문은 감히 직접 나서지 못했다. 다음날 원화투자회사에 도착한 동혁은 회의를 위해 회의실로 가야 했다. “무슨 일로 회의를 하는 거죠?” 동혁은 회의실로 도착해 송소빈을 불러 물었다. 송소빈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장님, 어제 회사를 떠나시고 나서 심천미 사장님이 오셨는데 이 사장님이 너무 무책임하다고 꾸짖으시면서 자신의 부하 직원을 이곳 부사장으로 보내시겠다고 하셨어요.” “그 부사장님이 이미 도착했고, 오늘 회의도 그분이 소집한 겁니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도중 오피스룩을 입은 예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여자 한 명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여자는 들어와서 회의실 안 모든 사람을 힐끗 둘러보고는 자신감 있게 소개했다. “제 소개를 할게요. 제 이름은 장가연입니다. 오늘부터 정식으로 원화투자회사의 부사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짝짝짝- 사람들 사이에서 드문드문 박수 소리가 났다. 어제 동혁은 서진만을 처리하면서 이미 회사에서 그의 위신을 세웠다. 많은 사람들은 장가연이 들어와서 동혁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는 것을 보고, 동혁에 대한 그녀의 존중심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박수로 그녀를 환영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장가연은 표정이 조금 안 좋아졌다. “전 원화투자회사에 오기 전 강오그룹 본사에서 심 사장님의 비서를 맡았었습니다.” 짝짝짝- 그 순간 박수 소리가 좀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장가연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 그녀는 사람들이 그녀의 능력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안색이 더 안 좋아져서 갑자기 물었다 “이 사장님은 오셨나요?” 회의실의 임원들은 눈살을 찌푸렸는
동혁이 순순히 자신의 말을 따르자 장가연은 다소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동혁을 더욱 가볍게 여기기 시작했다. “자, 오늘 회의는 여기입니다. 이만 끝내겠습니다.” 장가연은 손뼉을 치며 동혁이 할 말이 있든 없든 상관하지 않고 바로 회의의 끝을 알렸다. ‘뭐야? 자기가 무슨 위안투자회사의 사장이야?’ 장가연이 떠나자마자 자리에 있던 임원들이 동혁을 둘러쌌다. “이 사장님, 저 천일환, 앞으로 회사에서 사장님의 지시를 절대적으로 따르겠습니다. 사장님의 결정에 절대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맞습니다. 이 사장님. 저희 모두 사장님의 지시만을 들을 겁니다. 장 부사장이 사장님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것 같던데, 저희는 그녀의 지시를 듣지 않을 것입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앞다퉈 동혁에게 충성을 표했다. 바로 어제 일이 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들은 방금 전 동혁이 장가연의 말에 순순히 응했다고 바로 장가연 쪽으로 갈 마음이 없었다. “그만하세요.” 동혁이 갑자기 소리치며 사람들의 말을 막았다. 임원들은 의아해하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지금 우리가 이 사장님께 충성하겠다고 했잖아.’ ‘기뻐해야 할 이 사장님이, 왜 갑자기 화를 내시지?’ “지금 파벌을 만들러 회사에 온 겁니까? 아님 일하러 온 겁니까?” “이곳은 투자회사입니다. 여러분들의 유일한 가치 증명은 여러분이 우리 회사에서 얼마나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지금 이리 몰려와서 뭐 하겠다는 건가요? 다들 할 일 하세요.” 동혁은 냉정하게 손을 흔들고 바로 회의실을 떠났다. 그의 진짜 신분으로 보면 회사 내 정치는 사실 그에게 아주 사소로운 일 일뿐이었다. 동혁의 눈에 장가연의 편견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유치하고 우습게 보였다. ‘그 여자가 원칙을 해치지 않는 한 어떤 행동을 하든 상관없어. 일만 착실하게 잘하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난 아무 간섭도 하지 않을 거야.’ “역시 이 사장님은 도량이 크신 분이야. 이
“전 시청 옆 호텔에 있어요. 이리로 와 주시겠어요? ” 동혁은 태연하게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피스룩을 입은 젊은 여자가 차를 몰고 도착했다. 동혁은 임창호, 조동래 등과 헤어지고 장가연의 비서를 만났다. “성함이 뭐죠? 제가 회사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네, 제 이름은 나연채예요. 강오그룹 본사에서 부사장님과 함께 왔습니다.” 나연채는 마치 그녀가 강오그룹에서 파견돼서 한 단계 높은 신분인 것처럼 거만한 말투로 대답했다. 동혁의 옅은 술 냄새를 맡자 나연채는 불만스러워 은근히 입을 삐죽거렸다. ‘역시 낙하산으로 사장에 앉은 사람답네. 점심시간에 시청에 와서 고위 공무원들과 술이나 마시며 연줄을 만들려고 하다니.’ 아까 전 동혁과 임창호 등이 헤어질 때 그녀는 한눈에 그들의 신분을 알아봤다. 동혁의 대외적인 신분은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었기 때문에 나연채는 동혁과 고위 공무원의 만남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단지 그녀는 동혁이 사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이 신분을 이용해 사방으로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사람을 그녀는 지금까지 너무 많이 봐왔었다. “아, 그렇군요. 그럼 갈까요?” 동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고 잠시 쉬었다. 그는 술을 마셔서 운전할 수 없었기에 나연채에게 데리러 오라고 한 것이었다. “이 사장님, 도착했습니다.” 곧 H시 방송국에 도착했고 나연채는 차에서 내린 후 아무 말 없이 앞서 걸어갔다. 그녀는 동혁이 뒤따라오든 말든 아무 상관도 하지 않았다. 나연채는 동혁을 데리고 익숙하게 방송국 9층의 스튜디오로 갔다. 안에는 이미 많은 제작 스태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정장 차림의 지적이고 예쁜 여자가 대본을 들고 앉아 있는데,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화장을 수정해 주고 있었다. 동혁은 그 여자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어젯밤에 본 적이 있었고, 동혁이 뺨도 때렸었다. ‘그 막돼먹은 개 같은 주다정이잖아?’ 나연채가 주다정에게 다가갔다. “다정 씨, 안녕
주다정의 말에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은 모두 이상한 표정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 ‘인터뷰하러 오신 분이 대단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쓸모없는 데릴사위였어?’ 한동안 모두는 동혁을 약간 경멸적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다정 씨, 그래도 저희 프로가 이 방송국의 메인인데, 원화투자회사가 데릴사위 따위를 보내서 인터뷰에 응하게 한 것은 너무 무례한 거 아니에요?” “맞아요. 차라리 다른 사람 보고 인터뷰하라고 할까요? 평범한 직원이라도 데릴사위 사장보다 낫겠어요.” 직원 몇 명이 연이어 말했다. 그들은 주다정이 동혁에게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자연스럽게 그녀를 거들었다. 나연채가 동혁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동혁과 주다정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렇지 않다면 상대방이 설사 동혁이 데릴사위라는 것을 알았더라도 이렇게 대놓고 다른 사람 앞에서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주다정의 태도가 어떠하든 상관하지 않고 말했다. “다정 씨, 이 사장님이 어떤 사람이든 간에 이분은 우리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입니다.” “게다가 저희 장 부사장님께서 앞으로 회사의 얼굴로 홍보하는 일을 모두 사장님께 맡기셨습니다.” 주다정은 나연채가 장가연의 비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녀가 동혁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는 어젯밤 대니얼이 한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역시 이동혁은 인맥으로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 되었고, 그저 이름뿐이야.’ 동혁에게 복수해서 망하게 만들 계획이 순식간에 주다정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주다정이 웃으며 말했다. “나 실장님의 말씀이 맞아요. 이 사장님은 아내 집에 기대 사는 데릴사위가 맞아요.” “하지만 원화투자회사는 자금이 풍부하니 앞으로 H시에 기여를 많이 하는 회사가 될 거예요.” “당연히 인터뷰는 해야 하고, 인터뷰할 사람도 바꿀 필요 없어요.” 나연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아무런 사고 없이 부사장의 지시를 완수하고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떠날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주다정의
“이 사장님, 준비됐나요? 그럼 시작하죠.” 주다정은 프로였고 감독의 사인이 있자 바로 녹화 모드로 들어갔다.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은 원화투자회사의 이동혁 사장님을 모셨습니다. 이 사장님 여러분에게 자기소개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이동혁입니다...” 동혁은 아무도 없는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는데 텔레비전 시청자를 위한 제스처였다. 주다정이 이어서 말했다. “저희는 상식적으로 주요 대기업의 전문 경영인에 대한 요구 사항이 매우 까다롭고 또 상당한 실무 경험도 있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장님의 이력을 살펴보니 보기 드문 점이 하나 발견됐어요.” “원화투자회사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에 관련 업종에 종사한 경력이 없다는 겁니다.” “저희가 알기로는 이 사장님은 그전까지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였는데, 맞나요?” 주다정은 동혁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 “그래서 전 이 사장님이 어떻게 처갓집에 기대 살다가 갑자기 대형 투자회사의 사장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실례지만, 그런 사적인 질문은 이번 인터뷰 주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나요?” 동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동혁은 주다정이 나쁜 짓을 할 줄은 알았지만, 고약하게도 상대방이 본 녹화에서 단도직입적으로 그의 이력을 언급할 줄 몰랐다. 주다정이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했다. “이 사장님께서 잘 모르셔서 그런 겁니다. 여러분들은 그동안 기업 자체보다는 창업자의 창업 경력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마명성, 왕일심 사장 같은 분들처럼 말이에요.” “지금 보니 이 사장님이 그 자리에 오르신 과정이 그 두 분보다 훨씬 더 전설적이고 보시는 분들에게 더 격려적일 것 같습니다.” “이러면 아마 홍보 효과도 더 클 겁니다.” 뒤에 있던 나연채와 스태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동혁은 주다정을 쳐다보았는데, 상대방이 제시한 이유에는 빈틈이 없었다. “좋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저는 확실히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입니다.” “제가 원화투자회
인터뷰는 30분 동안 계속되다가 마침내 끝났다. 주다정은 자신이 뜻한 데로 인터뷰를 마쳐 만족스럽게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주변의 남자 스태프들은 두 눈을 반짝이며 그녀의 드러난 하얀 아랫배에 시선을 돌렸다. 주다정의 눈에는 득의양양함이 가득했고, 조롱 섞인 표정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이 사장, 당신은 정말 완벽히 쓸모없는 인간이야.” “아까 내 질문에 반박할 용기조차 없었지?” “당신의 찌질한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알고는 있어? 내가 스태프에게 영상을 보여달라 할 테니 직접 확인해 보겠어?” “내가 장담하건대, 이 인터뷰가 방영되면 당신은 또다시 H시 전체에 명성을 떨칠 거야.” “내게 고맙게 생각해야 할 거야. 어쨌든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줬으니까.” “비록 웃음거리가 될지라도 적어도 당신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 쓸모없는 사람을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게 했잖아.” “이 사장, 이제 당신의 생사가 모두 내 손에 달려 있다는 거 알겠어?” “당신이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는다면, 당신에게 불리한 몇 개의 영상을 편집해 주겠어.” 주다정은 거리낌 없이 동혁을 비꼬며, 자신이 그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혁은 전혀 화를 내지도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 “주다정 씨, 당신은 그저 남자한테 의지해 자신의 신분을 높이려 하고, 몸을 팔아 승진하려는 일 창녀일 뿐이에요.” “당신의 망언으로 내 생사를 좌우한다니 너무 지나친 자신감 아닌가요?” 동혁은 주다정이 대니얼이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대방을 파트너로 삼아 유명인 연회에 참석한 것을 보고,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이런 여자는 기댈 남자가 없으며 아무것도 아니지.’ “흥, 지나친 자신감이라고? 당신은 내가 경제채널 진행자로서 얼마나 많은 거물들과 접촉하고 자금원을 막을 수 있는지 모르지? 그들 중 누군가는 말 한마디로 당신 원화투자회사를 파산시킬 수도 있어.” “당신처럼 여자에게 의지해 밥이나 축내는 쓸모없는 인간은 사실
장가연은 곧바로 동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사장님, 인터뷰 녹화 중에 진행자 주다정 씨와 문제가 있었다면서요?] 동혁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아, 그랬어요. 왜요? 부사장님도 나 실장처럼 제게 핀잔이라도 주려고요?” ‘나 실장이야, 비서니까 시키는 대로 해야 해서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장 부사장은 부사장씩이나 돼서 이렇게 나오면 안 되지? 뭐, 정 안되면 어차피 오늘 처음 봤는데 부사장을 바꿔도 상관없고.’ [그럴 리가요. 회사 사장님께 부사장이 감히 핀잔을 줄 수 없죠.] 장가연은 냉정하게 계속 말했다. [그래도 전 이 사장님께서 앞으로 저희 회사의 이익을 더 많이 고려주셔서 좀 자제해 주시면 좋겠어요. 모든 일을 사사건건 걸고넘어질 필요는 없잖아요.] [사장님은 우리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에요. 사장님이 한 방송국 진행자와 다투었다는 소문을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난감한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장가연은 천미가 어제 동혁의 행동에 화가 났지만 계속해서 동혁을 사장으로 뒀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건 천미가 당분간 동혁을 해고할 계획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장가연은 자신이 부사장으로 회사에 처음 와서 동혁과 괜한 충돌을 일으켜 긴장으로 조성하는 건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불만을 표현하는 동시에 최대한 부드럽게 생각을 말했다. 말투는 비록 다소 쌀쌀하게 들릴 수 있었지만, 동혁에게 듣기 좋게 말을 했고 나연채처럼 상황 판단을 못 하는 건 아니었다. “네, 알겠어요.” 동혁은 대충 대답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이 인간이?” 사무실에 있는 장가연은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회사전화를 사용해 주다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정 씨, 저 장가연입니다. 오늘 다정 씨와 저희 이 사장님 사이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회사 부사장으로서 특별히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작은 오해 때문에 서로 간의 협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원화투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
[너는... 이동혁?]오한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동혁과 실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자료 속의 사진을 통해서 동혁의 얼굴을 알고 있다.더군다나 아들 오반석의 두 다리가 동혁에게 부러진 뒤, 그의 머릿속에는 더욱 자주 동혁의 얼굴이 떠올랐다.설사 동혁이 재로 변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결국 투자계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답게 잠시 놀랐던 오한민은 곧 평정심을 찾았다.오한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태강이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지?]지금 오한민의 마음속에는 무수한 추측이 떠올랐다.그러나 오태강이 동혁의 손에 넘어갔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현대 사회에서 핸드폰은 사람 몸에 달린 세 번째 손이나 다름없어.’‘이유 없이 태강이 핸드폰이 이동혁의 손에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야.’동혁은 카메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태강을 비추면서 웃었다.“어, 당신 조카도 나하고 함께 있어. 조카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오 부사장은 안심하시길.”오한민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오태강의 양쪽 뺨에 난 새빨간 손바닥 자국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러나 이동혁의 말도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확실히 큰 문제는 없어 보여.’‘적어도 내 아들 반석이 두 다리를 부러뜨린 것에 비하면 그래.’오한민의 말투도 평온했다.[이동혁, 우리는 공명정대한 사람들이니까 솔직하게 말해. 목적이 뭐야?]‘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떨어진 것도 이미 사실이기에, 더 이상 말해봤자 무의미해.’‘분노도 아무 의미가 없어.’‘이동혁의 목적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흥정하는 게 정도야.’전형적인 사업가의 마인드!“목적은 없어.”동혁이 느릿느릿 말했다.“바로 오 부사장의 빅토리아병원에 와서 한 바퀴 돌았다가, 마침 아주 불쾌한 일이 생겨서 여기 문을 닫게 만들 생각이야.” “지금은 단지 오 부회장에게 알려주는 거야.”핸드폰 화면 속의 오한민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병원 문을 닫기 전에, 또 특별히 전화를 걸어서 알려주는 거라고?’‘이동혁은 지금 대놓고 도발
부태서는 바로 그렇게 가 버렸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깔끔하게!응급실 복도는 기이할 정도의 정적 속에 빠졌다.그동안 배경을 믿고 동혁에게 끊임없이 소란을 피웠던, 나연지나 소태란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부천정의 손자까지 동혁에게 쫓겨났어. 이제 누가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는 걸 막을 수 있겠어?’“태강 씨,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저 개새... 이동혁이 이렇게 병원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돼요!”나연지는 오태강의 팔장을 끼고서 한껏 애교를 부렸다.오태강의 총애에 힘입어 겨우 빅토리아병원의 원장 자리에 올랐다.병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 나연지가 제일 먼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꺼져, 귀찮게 하지 말고!”오태강은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이야!’이때 동혁이 천천히 말했다.“오태강, 빅토리아병원에 또 무슨 대단한 주주가 있으면 모두 오라고 해. 시간을 절약하게 말이야.”동혁의 이 오만방자한 말을 듣자, 오태강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졌다.매섭게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이동혁, 너는 고작 2류인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에다가, H시 시민들이 모두 아는 폐물일 뿐이야.” “뭘 우쭐대면서 뭐가 만족스럽다는 거야!”오태강의 표정과 말투는 경멸로 가득 차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씁쓸했다.그렇다. 동혁은 H시 사람들이 다 아는 폐물 데릴사위였다.그러나 바로 이 쓸모없는 인간이 지금 오태강을 물러설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넣은 것이다.많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들 중에서 가장 사람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전전 시장인 할아버지를 후원자로 둔 부태서였다.그러나 부태서는 동혁의 몇 마디 말에 쫓겨났고, 자신의 지분이 손실을 입는 것도 외면했다.오태강이 또 어떤 주주를 청할 수 있을까?동혁은 오태강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네가 주주를 찾을 수 없어? 그럼 내가 한 명 불러줄게.”말을 마친 동혁은 앞으로 나서면서 오태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줘.”동혁의 말 뜻을 이
“나는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 어쩔 건데?”동혁의 무심한 듯 말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를 담고 있었다.모두 어리둥절했다.‘부태서는 전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지만, 이동혁은 진씨 가문의 폐물 데릴사위일 뿐이야.’‘두 사람의 신분과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야.’‘부태서가 국면을 전면적으로 장악하고 나서면, 이동혁은 그저 설설 기면서 모든 면에서 약세에 처할 수밖에 없을 텐데?’‘어떻게 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완전히 정반대가 됐지?’동혁은 끝없이 날뛰는 반면에, 부태서는 상대방의 핍박에 직면하고도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태서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병이 나서 정신이 흐릿해진 거야?” “네 앞에 있는 자는 폐물이야! 네 대단한 실력으로 밟아버려!”오태강은 부태서를 자극하며 응원했다.오태강이 이렇게 자극하자, 부태서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두 눈에 쌍심지를 켠 부태서가 동혁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이동혁, 이번에는 내가 너를 건드린 게 아니야.” “빅토리아병원에 내 지분이 있는데, 네가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거 아니야!”부태서의 대답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이 말은 아무리 봐도 동혁에게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부태서, 나는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릴 거야. 네가 이곳의 주주인지 거와는 상관없어.”동혁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짜증을 냈다.“너한테 동의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은 거니까, 바로 대답하면 돼. 그런데 왜 성가시게 자꾸 딴 얘기만 하는 거야?”“네가 말해도 소용없지만 어쨌든 말해 봐.”“너 대신 네 할아버지가 결정해야 돼?”동혁이 부천정을 언급하자, 앞서 블루라군 별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부태서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우리 할아버지는 H시에서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토착세력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설씨라는 녀석의 호통에 할아버지는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했어. 그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나를 데리고 도망쳤지.”‘별장을 떠나기 전에도 내가 또 따귀를 맞고 쓰러졌
동혁의 말은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빅토리아병원의 주주인 부태서 앞에서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리겠다고 큰소리쳤어.’ ‘게다가 상대방에게 의견을 묻다니!’‘이건 면전에서 따귀를 때리는 것하고 무슨 차이가 있어?’오태강은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이 자식, 그 일을 부태서에게 왜 물어? 네가 부른 7개 부문의 수장들에게 물어야지.”“저 사람들에게 물어봐, 부태서 앞에서 저들이 감히 빅토리아병원을 봉쇄할 수 있겠어?”오태강은 비꼬는 말로 조롱하면서 동혁을 보고 비웃었다.“하하, 당연히 감히 할 수 없겠지. 부태서가 누군데 말이야!”“부태서는 우리 H시 전전 시장님의 친손자야. H시 넘버원 청년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지!”“H시에서 부 전전 시장님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데.” “저 7개 부문 수장들이 감히 우리 빅토리아병원을 건드릴 수 있다면, 내가 이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저 사람들을 아버지로 모시겠어!”“이동혁, 넌 웃음거리가 됐지만 그래도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오늘 부태서 씨가 있으니까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나연지, 소태란 등도 큰 소리로 비웃었다.‘전전 시장의 손자도 우리 병원 주주인데 뭐가 무서워.’‘7 개 부처가 연합해서 법을 집행해도 상관없어.’‘오늘 70개 부서가 오더라도 못 해!’사람들의 조롱에 7개 부서의 수장들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지금 황성민 같은 사람들조차도 동혁이 너무 서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비록 새 시장인 이동혁이 지위와 권력이 대단하다 해도.’‘부태서와 비교하면 확실히 평범한 수준이야.’‘부태서의 할아버지가 H시를 20년 동안 장악했던 전 시장 부천정이라는 걸 기억해야 해.’‘새로 부임한 시장이 부임하자마자, 현지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전 시장의 미움을 샀어.’‘정말 현명하지 못한 처사 아니야?’“나는 저 사람들에게 묻지 않았어.”차가운 눈빛으로 황성민 등을 힐끗 쳐다본 뒤, 동혁은 다시 부태서를
거들먹거리며 걸어오는 청년의 말투는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모두들 자기도 모르게 이 청년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오만하게 날뛰면서 걸핏하면 죽여버리겠다니, 도대체 누구야?’“부태서!”청년을 보자마자 황성민 등의 표정은 크게 변했다.온 청년은 뜻밖에도 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 부태서!부천정은 H시에서 지 20년이나 시장을 지냈기에, 그의 손자가 누구인지 사람들은 당연히 잘 알고 있다.사람들의 반응을 본 오태강이 씩 웃었다.“보아하니 당신들 모두 부태서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모양이네.” “그래, 부태서도 여전히 우리 빅토리아병원의 주주야!”황성민 등의 표정은 안절부절 종잡을 수가 없었다.모두 부태서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라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었다.실제로 H시의 많은 회사들은 부태서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다. 그의 표면상의 신분은 한 투자회사의 사장으로, 여러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사실상 부태서의 투자회사가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할아버지 부천정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이 선생님.”골치아프게 됐다는 걸 깨달은 황성민이 재빨리 고개를 돌려 동혁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오늘 이 빅토리아병원의 간판을 내리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저 부태서는 부천정 전전 시장의 손자입니다. 저희도 그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일 줄은 몰랐습니다.”황성민은 동혁에게 빅토리아병원 때문에 전전 시장 부천정과 충돌하지 말라고 일깨워준 것이다.이들은 부천정이 H시에서 가공할 만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훤히 알고 있었다.신구 시장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면, 누가 이기고 질지 정말 말하기 어렵다.“퇴직한 늙은이의 손자가 아주 대단하군요. 당신들 일도 그만두게 할 수 있겠어요?”동혁은 일곱 부서의 수장들을 향해서 싸늘하게 말했다.모두 동혁의 차가운 눈빛에 고개를 숙인 채 감히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마음속으로만 고통을 호소할 뿐!오태강과 어깨동무를 한 채 얘기를 나누던 부태서가 이
“엉엉, 태강 씨, 저 자식한테 또 맞았어!”나연지는 울며불며 오태강의 품속으로 달려들었다.“지금 그 녀석이 얼마나 날뛰는지 직접 봤지?”“당신 앞에서도 감히 나를 때렸어!”“저 자식은 내 얼굴을 때린 게 아니라, 분명히 태강 씨 얼굴을 때린 거야. 흑흑...”동혁에 대한 원한에 사무친 나연지는 끊임없이 오태강을 선동했다. 분노한 오태강이 손을 써서 동혁을 완전히 죽여버리도록!“됐어!”나연지의 울음소리에 짜증이 난 오태강이 나지막하게 소리쳤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동혁을 바라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새끼, 내가 방금 너한테 말했지. 나연지는 내 여자라고.”“감히 내 앞에서 내 여자를 때리다니, 나 오태강은 안중에도 없다는 거야?”오태강의 말투는 극도로 음산했다.정말 화가 났다는 것을 모두가 알 수 있었다.동혁이 씩 웃으며 말했다.“나는 너처럼 머리도 안 돌아가면서 시치미를 떼는 사람을 가장 싫어해. 나를 본 적도 없으면서, 무슨 수로 너를 눈에 넣는 걸 본다는 거야?”“네 면전에서 네 여자를 때렸는데도, 너는 여전히 이걸 물어보네.”“내가 티를 안 내서 그런 건가?”“그럼 내가 다시 네 면전에서 네 병원 간판을 내리게 해서 증명해 주겠어.”동혁의 이 말을 듣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숨을 들이마셨다.‘오태강이 아주 기고만장해서 날뛰는 건 자신이 여러 사립병원의 소유주이기 때문이야.’‘게다가 리성투자회사 사장 오한민의 친조카라서 밑천이 두둑하기 때문이자.’‘그러나 이동혁은 오히려 그보다 더 날뛰고 있어!’‘대놓고 오태강에게 나는 정말로 너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고 말했어!’‘이걸 오태강이 참을 수 있겠어?’과연 동혁의 말이 떨어지자, 오태강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음이 평온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이를 악물고 있던 오태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자 헛웃음을 터뜨렸다.“좋아, 좋아, 좋아! 네가 내 병원을 어떻게 문을 닫게 할 건지 내가 한번 보겠어!”“네가 7개 부서의 이 폐물들에게 시킬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