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다정 씨, 사실 저도 그 회장님을 뵌 적이 없어요.” 장가연이 난감해하며 말했다. 그러자 주다정이 불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아, 장 부사장님은 그 정도 성의도 못 보여주시겠다는 거군요. 역시 사과는 그저 말뿐이었나 봐요.] “아니에요, 그럼 제가 한번 해볼게요.” 주다정이 뻔뻔하게 나오자 장가연도 어쩔 수 없었다. 이후 장가연은 주다정을 데리고 성세그룹 본사로 가서 회장의 비서인 선우설리를 찾았다. “선우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H시 경제채널의 진행자인 주다정이라고 합니다. 성세그룹의 회장님과 인터뷰 약속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장가연의 도움으로 주다정은 정중하게 앞으로 나와 선우설리와 악수했다. 선우설리는 성세그룹 회장의 비서일 뿐만 아니라 시청에서 특별 초빙한 가란은행의 사장이기도 했다. 그래서 주다정은 그녀를 감히 무시할 수 없었고 심지어 압박감을 느꼈다. ‘이 사람이 선우 사장이라고? 꽤 미인이네.’ 주다정은 몰래 선우설리를 훑어봤다. 곧바로 그녀의 눈에 득의양양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선우 사장은 아직 처녀야. 남자를 모르겠구먼.’ 선우설리는 냉정한 성격으로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기계적으로 말하고 잘 웃지 않았다. 주다정은 성세그룹의 회장이 선우설리의 이 같은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두 사람이 동료 관계 이상을 넘지 않았을 거라고 추측했다. 여기까지 생각한 주다정은 이것이 자신에게 온 기회라고 느꼈다. 그녀는 남자를 잘 안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일단 성세그룹 회장에게 접근할 기회가 생기면, 자신만의 방법으로 반드시 상대방과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다정 씨, 죄송합니다만, 저희 회장님은 지금까지 인터뷰를 한 적이 없으십니다. 약속을 잡기는 힘들 거 같아요.” 선우설리는 오늘 동혁이 주다정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것을 아직 모르고 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말투 역시 쌀쌀했다. ‘요즘 이래저래 핑계를 대며 회장님을 만나고 싶어 하는 여
“하긴, 당신처럼 욕을 해도 좋다고 가만히 있는 사람은 어쩌면 메조키스트 성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니 여자가 당신을 얕보고 욕할수록, 좋아서 그만두고 싶지 않은 거야.” “그런데 내가 당신 같은 쓸모없는 인간이 마음에 들 것 같아? 적어도 성세그룹 회장 같은 천하의 재벌정도는 돼야 난 눈에 들어온다고.” “그러니 이동혁, 당신 일찍 단념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는 결코 같은 세계의 사람이 아니니까.” 주다정은 고고한 자세로 동혁을 깔보며 빈정거렸다. 그녀는 선우설리에게 거절당한 화를 동혁에게 풀었다. “성세그룹 회장이라고요?” 동혁은 어이없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주다정, 당신도 단념하는 게 좋겠군요. 성세그룹 회장은 당신을 별로 맘에 들어하지 않을 테니까.” “콜록! 콜록!” 옆에서 장가연이 두 번 가볍게 기침을 하며 동혁에게 더 이상 주다정을 자극하지 말라고 눈치를 주었다. 그녀는 바로 회제를 돌려 물었다. “이 사장님, 성세그룹에는 왜 오신 거죠?” “일이 좀 있어서요.” 동혁은 아무 말 없이 두 사람 곁을 지나갔고 주다정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저 쓸모없는 인간이, 감히 나를 저주해? 당신은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건 보고 싶지 않지?” 주다정은 고개를 돌려 동혁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선우설리에게 먼저 제지를 당하고 또다시 동혁에게 무시당하자 그녀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동혁에게 보복하려는 분노가 그녀에게서 활활 타올랐다. 한편 장가연은 성세그룹 정문 앞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가 동혁이 성세그룹에 들어간 후 바로 선우설리과 함께 걷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심 사장님이 그렇게 이동혁을 봐준 것이 진 회장 외에도 선우 사장과의 관계 때문이었나?’ 장가연은 동혁을 성세그룹의 회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동혁이 몰래 선우설리와 모연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했다. “예쁘고 능력 있는 여자들 사이를 맴도는 것도 능력이긴 하지.” 장가연이 가진 동혁에 대한 이
보고를 듣고 수소야의 마음속에서 갑자기 의심이 일었다. ‘원칙적으로 의약품관리청의 이번 검사는 정상적인 공무 집행이야.’ ‘하지만 좋지 않은 예감이 드는 건 왜지?’ 사실 얼마 전에 지금껏 보이지 않고 잠잠하던 천진이 갑자기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수소야, 네가 이혼조건에 응하지 않았으니 내가 네 항난그룹을 파산시킬 거야. 우선 애피타이저부터 맛보게 해 주지, 하하하...] 문장 하나하나에서 천진의 오만함이 느껴졌다. 수소야는 이미 동혁의 이혼 소송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 과정에서 천진과 상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의약품관리청에서 사전에 통보도 없이 갑자기 이렇게 검사를 나오다니.’ ‘보고에 따르면, 검사팀이 공장에 도착한 후 임시로 통보를 내렸다고 했어.’ ‘이런 일은 결코 우연히 일어날 수 없지.’ “차를 준비해 주세요. 공장에 가봐야겠어요.” 수소야는 즉시 옷을 갈아입고 재빨리 제약 공장으로 향했다. “당신들은 생산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시정을 받아야 합니다.” “이사님, 갑자기 사람들을 데리고 오셔서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전에 의약품관리청에서 검사하러 왔을 때에는 모든 것이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생산 라인이 막 가동되기 시작하자마자 작업을 중단하라고 하세요?” 제약 공장에 도착하자마자 수소야는 제약 공장의 책임자가 한 무리의 사람들과 다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뭔가 이해가 안 되는 수상한 냄새가 많이 났다. 그러니 공장의 책임자는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생산 라인이 한번 가동을 시작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일부 생산 기업은 수익이 좋지 않을 때에도 설비를 공회전시키더라도 정지하지 않고 생산 라인을 계속 가동했다.더욱이 제약 공장은 착공 초기에 많은 준비 작업을 수행했으며 이미 각종 검사를 통과했다. 그런데 의약품관리청 사람들이 갑자기 작업을 중단시키려 하니, 책임자로서 당연히 답답함이 가득했다. 책임자 맞은편에는 H시 의약품관리청의 검사원들이 서
“원 이사님, 안녕하세요.” 수소야는 원강조의 뜨거운 눈빛이 약간 부담스러웠지만, 불편함을 참고 상대방과 악수를 나누었다. 수소야의 부드러운 작은 손을 원강조는 놓기 싫었다. 그는 눈앞의 수소야가 너무 맘에 들어서 이렇게 서서 악수만 하고 있는 것이 더 아쉽게 느껴졌다. “일찍부터 수 사장님의 명성을 들었는데, 실물이 이렇게 예쁘실 줄은 몰랐네요.” “이렇게 큰 그룹을 경영하시는 분이 능력과 미모를 겸비하고 있다니, 사장님과 함께하는 남자는 정말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겠어요.” 원강조는 말을 하며 자신이 수소야를 꼭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항난그룹의 제약회사의 생사는 지금 내 손에 달려 있어.’ ‘게다가 수소야는 원래 지조가 있는 여자가 아니야. 천진과 결혼하고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잖아?’ ‘내가 조금만 손을 쓰면 이 여자는 반드시 내게 순순히 굴 거야. 내가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겠지.’ “과찬이십니다.” 수소야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일행으로부터 고급 차 한 상자를 건네받았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원 이사님께서 고생스럽게 저희 제약 공장을 직접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이건 제가 알고 있는 친구가 보내준 차인데 몸의 열을 내리고 더위를 식히는 데 좋다고 합니다.” “제게는 맞지 않아서요. 마침 좋은 기회라 원 이사님께 드리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수소야는 그 차 상자를 상대방에게 건넸다. 그녀는 백항남을 따라 창업한 이후로 지금까지 사업과 관련된 사람들과 많은 교류를 해왔다. 무슨 일을 하든지 약간의 대가를 피할 수 없었다. ‘차리리 상대가 의약품관리청 청장이었다면 말하기 쉽지, 이렇게 밑에 있는 사람은 다루기가 더 까다롭다니까.’ 수소야는 원강조를 가능한 한 빨리 쫓아내고 싶을 뿐이었다. 괜히 원강조 같은 사람에 눈밖에 나서 제약 공장 가동이 멈추면 손해였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는 이미 손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차 한 상자를 건넨 것은 순전
“원 이사님이 이렇게 차를 좋아하지 않으실 줄은 몰랐어요. 제가 무례했습니다. 사과드릴게요.” “하지만 제약 공장 가동 건은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희 항난그룹은 H시에 많은 돈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있어요. 또 정부와도 계속 즐겁게 협업해 왔고...” 수소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원강조의 손짓에 의해 중단되었다.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해도 소용없어요. 우리는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하니까요. 불합격은 불합격이에요.” 원강조는 냉정하게 말하고 다시 빠르게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태도는 수소야에게 큰 압박을 느끼게 했다. 수소야는 그 자리에 서서 심호흡을 한 후 다시 원강조에게 따라붙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 이사님 말씀이 맞아요. 검사에 불합격했으니 저희는 작업을 중단하고 시정조치를 하겠습니다.” 그러나 수소야는 작업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일단 원 이사의 말에 따른다고 하며 좀 달랜 다음 이야기 해야겠어.’ 수소야가 계속 말했다. “그럼 원 이사님께서 저희가 가능한 한 빨리 시정조치를 할 수 있게 세부적인 지시를 해주세요” “원 이사님이 제 얼굴을 봐서 다시 한번 제게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수소야는 원강조에게 저자세로 부탁했다. 원강조는 이만하면 됐다 싶었는지 걸음을 멈추고 차분히 말했다. “수 사장님이 이렇게 간곡히 부탁하시니 얼굴을 봐서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뭐든 말씀하세요.” 수소야는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원강조는 수소야의 아름답고 우아한 몸매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 “전 지금은 다른 곳에 가서 검사를 해야 해서 시간이 없어요.” “하지만 저녁 식사 시간에는 시간이 좀 있을 거 같아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저녁에 어디서 식사라도 하면서 그때 다시 상의하는 겁니다.” “수 사장님은 어떻습니까?” 수소야는 원강조의 음흉한 시선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녀는 이전에 천진에게 속아 J시 쌍살에게 끌려간 후, 남자와 단둘이 만나는 것에 대해 약간의
[그놈이 바로 소문난 진씨 가문 데릴사위야. 속임수를 써서 3대 가문 손에서 항난그룹을 되찾았지...] 천진은 원강조에게 동혁을 간단히 소개한 후 악랄하게 웃기 시작했다. [거기다 그놈의 아내는 진세화라고 강조 형도 분명 들어봤을 걸?] [그 여자가 정말 소문난 미인이거든.] 원강조는 당연히 세화를 본 적이 있었고, 갑자기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고 음흉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 여자라면 나도 알지. 그런 여자와 한번 잠자리를 하면 소원이 없겠어.” [흐흐흐.] 전화 양쪽에서 갑자기 음흉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한편 항난그룹으로 돌아가는 길에 수소야는 약간 무거운 마음으로 동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회장님 혹시 저녁에 시간 있으신가요? 저와 함께 식사 자리에 가실 수 있을까요?” [무슨 식사 자리죠?] 동혁은 방금 성세그룹에서 나와 궁금한 것을 물었다. “의약품관리청의 이사와 약속한 식사 자리인데...” 수소야는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말을 듣고 동혁의 눈에 이채가 스쳐 지나갔다. 그러면서 그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의약품관리청의 이사라고 했죠? 알겠어요. 그럼 저녁에 제가 함께 갈게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한번 봐야겠어요.] 동혁이 냉정하게 말했다. 동혁은 H시에 돌아온 후 이곳의 사업 환경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3대 가문을 비롯한 몇몇 큰 가문들의 악행 때문이기도 했지만 H시 안의 사업 풍조가 잘못된 것도 그 원인 중에 하나였다. 근래에 동혁은 원강조처럼 공무라는 명목으로 온갖 갑질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동혁은 자신이 임시로 시장 대행을 맡게 되었으니 이러한 사업 풍조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곧 저녁이 되었다.동혁은 차를 몰고 항난그룹에 도착해 연장근무를 하고 있는 수소야를 만났다. “회장님, 이런 사소한 일까지 오시라고 해서 죄송해요.” 동혁을 만나자 수소야는 약간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뭘 미안하게 생각해요? 회장이랍시고 평소에 제가 일
“오늘 밤 저희들이 이사님 덕분에 눈요기를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몇 명의 남자들은 딱 봐도 조직의 책임자 급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화제는 모두 원강조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러 원강조에게 아첨하는 모습을 보니 그에게 그들이 두려워할 만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하하, 같이 밥 먹게 하는 게 뭐 대수라고. 이따가 그 여자에게 여기 모두의 술 시중을 하라고 할게. 그러면 모두 흥이 날 거야.” 원강조는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입에 물고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수소야와 동혁은 막 룸 입구에 도착해 그의 말을 듣자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수소야는 심호흡을 해 애써 참으며 문을 가볍게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죄송합니다. 제가 원 이사님과 여러 친구분들을 오래 기다리게 했네요.” “아, 수 사장님 오셨군요. 그러게요, 정말 좀 늦으셨는데요? 이따가 벌주 3잔 드셔야 할 겁니다.” 원강조는 다리를 풀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너스레를 떠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원강조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있는 몇 사람을 가리켰다. “먼저 친구들을 소개하죠.” “여기 이분은 위생과의 주성모 차장, 이분은 도로교통공단 노주현 과장, 이분은...” 원강조는 앉아 있는 서너 명의 남자들을 소개했는데 모두 시청 산하의 부서 책임자들이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전 항난그룹의 사장인 수소야입니다.” 수소야는 모인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고, 다음으로 몸을 옆으로 돌려 뒤에 있던 동혁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저와 함께 온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이분은 저희 회...” “수 사장님 친구 맞죠? 알겠어요. 그럼 이제 앉아서 식사하시죠.” 원강조는 손을 흔들며 수소야의 말을 끊었다. 그는 동혁이 수소야와 함께 들어왔을 때부터 살펴보고 있었는데 그저 젊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하고 별로 대단한 인물은 아닐 거라 여기며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 원강조의 관심은 오로지 수소야에게 향해 있었고 자신의 몇몇 동료들 앞에서 자랑하기에도
“이분들이 모두 흥이 나면 제가 또 체면이 서지 않겠습니까? 사실 시정 문제는 작은 문제예요.” 이 말을 들은 동혁은 얼굴을 찡그렸다. ‘시정 문제가 작은 문제라고? 그럼 저 원 이사라는 놈은 자신이 일부러 항난그룹을 괴롭히는 거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모두 이런 사실쯤은 충분히 예상했다. 하지만 원강조가 직설적으로 말을 하니 더 오만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수소야는 분노를 참으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럴까요? 그럼 제가 존경의 의미로 술 한 잔씩 돌릴게요.” 그녀는 이어서 앉아 있는 주성모 등에게 한 잔씩 술을 권하며 자연스러운 웃음과 함께 좋은 말들을 나누었다. 원칙적으로 여자에게 이 정도까지 하게 하는 것은 이미 무례한 일이었지만 원강조는 전혀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는 수소야에게 담배 연기를 내뿜고 웃으며 말했다. “수 사장님, 계속 술을 따라주셔야 할 겁니다.” “주 차장, 노 과장 저분들이 모두 우리 업계에서 유명한 술꾼들이거든요. 술 한 잔으로는 성이 차지 않을 거예요.” 수소야는 잔을 든 손을 떨며 얼굴색이 약간 창백해졌다. 그녀는 먼저 벌주를 3잔 마시고 그다음 원강조 등에게 술 한 잔씩을 따르며 마셔서 사실 이미 술기운이 올라 좀 불편했다. 그런데 원강조는 이런 그녀에게 계속 술 시중을 들게 했는데 이건 그녀에게 죽을 정도로 술을 마시라는 소리와 같았다. “왜 그래요? 우리 수 사장님께서 그건 싫은가 봐요?” 원강조는 안색을 굳히며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천천히 말했다. “그럼 항난그룹의 제약 공장은 계속 멈춰있을 수밖에...” “원 이사님!” 수소야의 눈에서는 분노가 잠깐 일었지만 곧 다시 수그러들었다. 그녀의 얼굴에 한 줄기 슬픈 미소가 떠올랐다. “원 이사님이 그렇게 술을 좋아하시니, 제가 여러분과 함께 마셔드리지요. 분명 여러분들도 좋을 겁니다. 남자들이 여자 하나를 괴롭혀서 뭐 합니까?”바로 그때 동혁이 갑자기 일어나 수소야의 어깨를 눌러 앉히며 말했다. 원강조는 동혁의 말속의 비아냥을
말이 마친 동혁은 곧바로 설전룡에게 전화를 걸어서 H시 군부에서 병력을 보내 지원하도록 했다.동혁은 밤새 시장실에서 구조 계획을 총괄적으로 지휘했다.시의 직원들도 모두 동원되어 홍수 방지와 긴급 구조에 투입되었다.“시장님, 밤을 새우셨는데 먼저 들어가셔서 좀 쉬시지요.”임창호가 핏발선 눈으로 동혁을 보면서 말했다. 임창호도 사실 밤을 꼬박 새웠다.“그래요, 임 부시장님과 원 부시장님 두 분도 교대로 좀 쉬세요.”동혁은 일어서면서 임창호의 어깨를 두드렸다.‘어젯밤에 이 두 사람 모두 훌륭하게 대처했어. 비록 노회한 행정가들이라 해도, 정말 일을 해야 할 때는 여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문제는 사람을 어떻게 쓰는가에 달려 있어.’시청을 떠난 동혁은 집에 가서 아침을 먹고 잠도 좀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전화를 한 통 받았다.[이 회장님, 이틀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회사로 한 번 회사로 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원화투자회사 부사장 장가연의 다소 쌀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동혁은 장가연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동혁은 더 이상 원화투자회사에 가 본 적이 없었다.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결정에 불복한다고 여길 것이다.“내가 곧 갈게요.”동혁은 다시 원화투자회사를 향해 출발했다.도로는 온통 진흙투성이였다.일부 물이 고여 있는 곳은 시민들이 줄을 묶고 지나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한번 보세요!”장가연을 보자마자 동혁에게 한 무더기의 신문을 주었다.“이게 뭔가요?”동혁은 호기심에 신문을 뒤져 보았다.[H시, 100년 만에 큰 폭우! 스나이더국제병원 등 5개 병원은 가장 먼저 의료진을 조직해서 긴급구조에 나섰다. 그 뒤의 이야기에 감동한 사람들은 눈물을...][스나이더국제병원 홍보대사인 인를루언서 천용훈, 구조 활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훈훈한 감동!][하늘은 무정해도 인정은 살아 있어! 오늘 사람들은 리성투자회사 자원봉사자 팀에 감사를 표해...]...10여 개의 신문 기
“안전을 위해서 부사장님께서 바로 S시로 돌아가실 것을 건의합니다...”비서가 몸을 숙이면서 말했다.“S시로 돌아가? 왜 돌아가야 해? '오한민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멀지 않은 곳의 한 빌딩 옥상의 광고판이 강풍에 거리로 떨어지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오한민이 갑자기 크게 웃었다.“나 오한민을 위해서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가 닥쳤어! 이 얼마나 좋은 기회야!!”“이번에, 바로 그 어린 시장이 직접 와도, 이 오한민의 손에서 다섯 개의 병원을 내놓게 하지는 못해!”오한민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이 순간, 오한민은 새 시장조차도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반대편.동혁은 빅토리아병원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길에서 갑자기 폭우가 들이닥치자, 귀가할 생각을 포기해야 했다. 동혁은 바로 차를 몰고 시청으로 달려갔다.“임 부시장님, 원 부시장님, 이번 폭우는 좀 갑작스럽네요. 우리 시의 배수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임창호와 원성배를 불러서 동혁이 직접 물었다.이번 폭우는 갑작스러울 뿐만 아니라 규모도 너무나 거대했다. 이전에 H시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동혁은 가장 먼저 이상한 점을 느꼈다.“시장님, 기상예보에서 이번 H시에 닥친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다고 합니다. 아마도 배수 시스템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임창호와 원성배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견딜 수 없다니요? H시 수백만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에 관한 일인데, 그저 견딜 수 없다는 말 한마디면 끝입니까?”동혁의 앞에 있던 두 부시장은 곧 허리를 굽히고 대답했다.임창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시장님, H시는 기초 건설공사가 원래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배수 시스템은 더욱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았아서, 많은 하수도를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예년에도 매번 큰비가 내릴 때마다 H시는 이틀 정도 침수되었습니다. 이번에는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으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3대 가문을 타파한 후, H시의 경영 환경은 가까스로 다소 호전되었다.동혁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다시 사람들의 선동에 이용되면서, H시 민영기업들 사이에서 공포심이 조성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이동혁, 너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오한민은 화가 나자 헛웃음이 나왔다.그는 당연히 동혁의 좋은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알량한 생각으로 판단하면서, 동혁이 성공을 시기한다고 생각했다. 리성투자회사의 수중에서 이 사립병원들을 빼앗아서, 동혁이 꿀꺽 삼키려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오한민은 동혁의 뒤에 있는 7개 부서의 수장들을 힐끗 보고는 냉소했다.[말해봐, 이건 너 자신의 뜻이야, 아니면 네 뒤에 있는 사람의 뜻이야?]오한민은 비록 여러 차례 자신이 동혁을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동혁이 7개 부서를 부르고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게 만든 건, 결코 동혁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막후에 숨은 거물이 나와 이동혁의 갈등을 이용하기 위해서, 이동혁을 무기로 삼았을 거야.’동혁은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무심코 말했다.“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어차피 내 말은 이미 너에게 전했어. 듣든 안 듣든 그건 네 일이야.”동혁이 말을 마치자, 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오한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봉인을 붙여!”황성민 등에게 지시한 뒤 동혁은 곧장 빅토리아병원을 떠났다.곧 빅토리아의 병원의 현관에 봉인이 붙었다.일부 문제가 있는 직원들은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다.문제는 모두 사람들이 일으킨 것이다.빅토리아병원은 문을 닫아야 하고, 당연히 이 사람들도 처리해야 했다.일반 직원들은 잠시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동혁도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빅토리아병원이 곧 이름을 바꾼 뒤 다시 문을 열 것이니, 직원들의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보증했다.시장 자리를 대신 맡은 뒤에는 동혁이 고려해야 할 문제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예전처럼 일만 하고 뒤치다꺼리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
[너는... 이동혁?]오한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동혁과 실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자료 속의 사진을 통해서 동혁의 얼굴을 알고 있다.더군다나 아들 오반석의 두 다리가 동혁에게 부러진 뒤, 그의 머릿속에는 더욱 자주 동혁의 얼굴이 떠올랐다.설사 동혁이 재로 변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결국 투자계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답게 잠시 놀랐던 오한민은 곧 평정심을 찾았다.오한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태강이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지?]지금 오한민의 마음속에는 무수한 추측이 떠올랐다.그러나 오태강이 동혁의 손에 넘어갔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현대 사회에서 핸드폰은 사람 몸에 달린 세 번째 손이나 다름없어.’‘이유 없이 태강이 핸드폰이 이동혁의 손에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야.’동혁은 카메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태강을 비추면서 웃었다.“어, 당신 조카도 나하고 함께 있어. 조카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오 부사장은 안심하시길.”오한민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오태강의 양쪽 뺨에 난 새빨간 손바닥 자국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러나 이동혁의 말도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확실히 큰 문제는 없어 보여.’‘적어도 내 아들 반석이 두 다리를 부러뜨린 것에 비하면 그래.’오한민의 말투도 평온했다.[이동혁, 우리는 공명정대한 사람들이니까 솔직하게 말해. 목적이 뭐야?]‘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떨어진 것도 이미 사실이기에, 더 이상 말해봤자 무의미해.’‘분노도 아무 의미가 없어.’‘이동혁의 목적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흥정하는 게 정도야.’전형적인 사업가의 마인드!“목적은 없어.”동혁이 느릿느릿 말했다.“바로 오 부사장의 빅토리아병원에 와서 한 바퀴 돌았다가, 마침 아주 불쾌한 일이 생겨서 여기 문을 닫게 만들 생각이야.” “지금은 단지 오 부회장에게 알려주는 거야.”핸드폰 화면 속의 오한민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병원 문을 닫기 전에, 또 특별히 전화를 걸어서 알려주는 거라고?’‘이동혁은 지금 대놓고 도발
부태서는 바로 그렇게 가 버렸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깔끔하게!응급실 복도는 기이할 정도의 정적 속에 빠졌다.그동안 배경을 믿고 동혁에게 끊임없이 소란을 피웠던, 나연지나 소태란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부천정의 손자까지 동혁에게 쫓겨났어. 이제 누가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는 걸 막을 수 있겠어?’“태강 씨,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저 개새... 이동혁이 이렇게 병원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돼요!”나연지는 오태강의 팔장을 끼고서 한껏 애교를 부렸다.오태강의 총애에 힘입어 겨우 빅토리아병원의 원장 자리에 올랐다.병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 나연지가 제일 먼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꺼져, 귀찮게 하지 말고!”오태강은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이야!’이때 동혁이 천천히 말했다.“오태강, 빅토리아병원에 또 무슨 대단한 주주가 있으면 모두 오라고 해. 시간을 절약하게 말이야.”동혁의 이 오만방자한 말을 듣자, 오태강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졌다.매섭게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이동혁, 너는 고작 2류인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에다가, H시 시민들이 모두 아는 폐물일 뿐이야.” “뭘 우쭐대면서 뭐가 만족스럽다는 거야!”오태강의 표정과 말투는 경멸로 가득 차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씁쓸했다.그렇다. 동혁은 H시 사람들이 다 아는 폐물 데릴사위였다.그러나 바로 이 쓸모없는 인간이 지금 오태강을 물러설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넣은 것이다.많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들 중에서 가장 사람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전전 시장인 할아버지를 후원자로 둔 부태서였다.그러나 부태서는 동혁의 몇 마디 말에 쫓겨났고, 자신의 지분이 손실을 입는 것도 외면했다.오태강이 또 어떤 주주를 청할 수 있을까?동혁은 오태강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네가 주주를 찾을 수 없어? 그럼 내가 한 명 불러줄게.”말을 마친 동혁은 앞으로 나서면서 오태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줘.”동혁의 말 뜻을 이
“나는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 어쩔 건데?”동혁의 무심한 듯 말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를 담고 있었다.모두 어리둥절했다.‘부태서는 전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지만, 이동혁은 진씨 가문의 폐물 데릴사위일 뿐이야.’‘두 사람의 신분과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야.’‘부태서가 국면을 전면적으로 장악하고 나서면, 이동혁은 그저 설설 기면서 모든 면에서 약세에 처할 수밖에 없을 텐데?’‘어떻게 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완전히 정반대가 됐지?’동혁은 끝없이 날뛰는 반면에, 부태서는 상대방의 핍박에 직면하고도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태서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병이 나서 정신이 흐릿해진 거야?” “네 앞에 있는 자는 폐물이야! 네 대단한 실력으로 밟아버려!”오태강은 부태서를 자극하며 응원했다.오태강이 이렇게 자극하자, 부태서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두 눈에 쌍심지를 켠 부태서가 동혁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이동혁, 이번에는 내가 너를 건드린 게 아니야.” “빅토리아병원에 내 지분이 있는데, 네가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거 아니야!”부태서의 대답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이 말은 아무리 봐도 동혁에게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부태서, 나는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릴 거야. 네가 이곳의 주주인지 거와는 상관없어.”동혁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짜증을 냈다.“너한테 동의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은 거니까, 바로 대답하면 돼. 그런데 왜 성가시게 자꾸 딴 얘기만 하는 거야?”“네가 말해도 소용없지만 어쨌든 말해 봐.”“너 대신 네 할아버지가 결정해야 돼?”동혁이 부천정을 언급하자, 앞서 블루라군 별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부태서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우리 할아버지는 H시에서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토착세력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설씨라는 녀석의 호통에 할아버지는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했어. 그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나를 데리고 도망쳤지.”‘별장을 떠나기 전에도 내가 또 따귀를 맞고 쓰러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