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연은 곧바로 동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사장님, 인터뷰 녹화 중에 진행자 주다정 씨와 문제가 있었다면서요?] 동혁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아, 그랬어요. 왜요? 부사장님도 나 실장처럼 제게 핀잔이라도 주려고요?” ‘나 실장이야, 비서니까 시키는 대로 해야 해서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장 부사장은 부사장씩이나 돼서 이렇게 나오면 안 되지? 뭐, 정 안되면 어차피 오늘 처음 봤는데 부사장을 바꿔도 상관없고.’ [그럴 리가요. 회사 사장님께 부사장이 감히 핀잔을 줄 수 없죠.] 장가연은 냉정하게 계속 말했다. [그래도 전 이 사장님께서 앞으로 저희 회사의 이익을 더 많이 고려주셔서 좀 자제해 주시면 좋겠어요. 모든 일을 사사건건 걸고넘어질 필요는 없잖아요.] [사장님은 우리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에요. 사장님이 한 방송국 진행자와 다투었다는 소문을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난감한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장가연은 천미가 어제 동혁의 행동에 화가 났지만 계속해서 동혁을 사장으로 뒀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건 천미가 당분간 동혁을 해고할 계획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장가연은 자신이 부사장으로 회사에 처음 와서 동혁과 괜한 충돌을 일으켜 긴장으로 조성하는 건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불만을 표현하는 동시에 최대한 부드럽게 생각을 말했다. 말투는 비록 다소 쌀쌀하게 들릴 수 있었지만, 동혁에게 듣기 좋게 말을 했고 나연채처럼 상황 판단을 못 하는 건 아니었다. “네, 알겠어요.” 동혁은 대충 대답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이 인간이?” 사무실에 있는 장가연은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회사전화를 사용해 주다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정 씨, 저 장가연입니다. 오늘 다정 씨와 저희 이 사장님 사이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회사 부사장으로서 특별히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작은 오해 때문에 서로 간의 협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원화투
“하지만 다정 씨, 사실 저도 그 회장님을 뵌 적이 없어요.” 장가연이 난감해하며 말했다. 그러자 주다정이 불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아, 장 부사장님은 그 정도 성의도 못 보여주시겠다는 거군요. 역시 사과는 그저 말뿐이었나 봐요.] “아니에요, 그럼 제가 한번 해볼게요.” 주다정이 뻔뻔하게 나오자 장가연도 어쩔 수 없었다. 이후 장가연은 주다정을 데리고 성세그룹 본사로 가서 회장의 비서인 선우설리를 찾았다. “선우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H시 경제채널의 진행자인 주다정이라고 합니다. 성세그룹의 회장님과 인터뷰 약속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장가연의 도움으로 주다정은 정중하게 앞으로 나와 선우설리와 악수했다. 선우설리는 성세그룹 회장의 비서일 뿐만 아니라 시청에서 특별 초빙한 가란은행의 사장이기도 했다. 그래서 주다정은 그녀를 감히 무시할 수 없었고 심지어 압박감을 느꼈다. ‘이 사람이 선우 사장이라고? 꽤 미인이네.’ 주다정은 몰래 선우설리를 훑어봤다. 곧바로 그녀의 눈에 득의양양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선우 사장은 아직 처녀야. 남자를 모르겠구먼.’ 선우설리는 냉정한 성격으로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기계적으로 말하고 잘 웃지 않았다. 주다정은 성세그룹의 회장이 선우설리의 이 같은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두 사람이 동료 관계 이상을 넘지 않았을 거라고 추측했다. 여기까지 생각한 주다정은 이것이 자신에게 온 기회라고 느꼈다. 그녀는 남자를 잘 안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일단 성세그룹 회장에게 접근할 기회가 생기면, 자신만의 방법으로 반드시 상대방과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다정 씨, 죄송합니다만, 저희 회장님은 지금까지 인터뷰를 한 적이 없으십니다. 약속을 잡기는 힘들 거 같아요.” 선우설리는 오늘 동혁이 주다정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것을 아직 모르고 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말투 역시 쌀쌀했다. ‘요즘 이래저래 핑계를 대며 회장님을 만나고 싶어 하는 여
“하긴, 당신처럼 욕을 해도 좋다고 가만히 있는 사람은 어쩌면 메조키스트 성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니 여자가 당신을 얕보고 욕할수록, 좋아서 그만두고 싶지 않은 거야.” “그런데 내가 당신 같은 쓸모없는 인간이 마음에 들 것 같아? 적어도 성세그룹 회장 같은 천하의 재벌정도는 돼야 난 눈에 들어온다고.” “그러니 이동혁, 당신 일찍 단념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는 결코 같은 세계의 사람이 아니니까.” 주다정은 고고한 자세로 동혁을 깔보며 빈정거렸다. 그녀는 선우설리에게 거절당한 화를 동혁에게 풀었다. “성세그룹 회장이라고요?” 동혁은 어이없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주다정, 당신도 단념하는 게 좋겠군요. 성세그룹 회장은 당신을 별로 맘에 들어하지 않을 테니까.” “콜록! 콜록!” 옆에서 장가연이 두 번 가볍게 기침을 하며 동혁에게 더 이상 주다정을 자극하지 말라고 눈치를 주었다. 그녀는 바로 회제를 돌려 물었다. “이 사장님, 성세그룹에는 왜 오신 거죠?” “일이 좀 있어서요.” 동혁은 아무 말 없이 두 사람 곁을 지나갔고 주다정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저 쓸모없는 인간이, 감히 나를 저주해? 당신은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건 보고 싶지 않지?” 주다정은 고개를 돌려 동혁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선우설리에게 먼저 제지를 당하고 또다시 동혁에게 무시당하자 그녀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동혁에게 보복하려는 분노가 그녀에게서 활활 타올랐다. 한편 장가연은 성세그룹 정문 앞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가 동혁이 성세그룹에 들어간 후 바로 선우설리과 함께 걷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심 사장님이 그렇게 이동혁을 봐준 것이 진 회장 외에도 선우 사장과의 관계 때문이었나?’ 장가연은 동혁을 성세그룹의 회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동혁이 몰래 선우설리와 모연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했다. “예쁘고 능력 있는 여자들 사이를 맴도는 것도 능력이긴 하지.” 장가연이 가진 동혁에 대한 이
보고를 듣고 수소야의 마음속에서 갑자기 의심이 일었다. ‘원칙적으로 의약품관리청의 이번 검사는 정상적인 공무 집행이야.’ ‘하지만 좋지 않은 예감이 드는 건 왜지?’ 사실 얼마 전에 지금껏 보이지 않고 잠잠하던 천진이 갑자기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수소야, 네가 이혼조건에 응하지 않았으니 내가 네 항난그룹을 파산시킬 거야. 우선 애피타이저부터 맛보게 해 주지, 하하하...] 문장 하나하나에서 천진의 오만함이 느껴졌다. 수소야는 이미 동혁의 이혼 소송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 과정에서 천진과 상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의약품관리청에서 사전에 통보도 없이 갑자기 이렇게 검사를 나오다니.’ ‘보고에 따르면, 검사팀이 공장에 도착한 후 임시로 통보를 내렸다고 했어.’ ‘이런 일은 결코 우연히 일어날 수 없지.’ “차를 준비해 주세요. 공장에 가봐야겠어요.” 수소야는 즉시 옷을 갈아입고 재빨리 제약 공장으로 향했다. “당신들은 생산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시정을 받아야 합니다.” “이사님, 갑자기 사람들을 데리고 오셔서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전에 의약품관리청에서 검사하러 왔을 때에는 모든 것이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생산 라인이 막 가동되기 시작하자마자 작업을 중단하라고 하세요?” 제약 공장에 도착하자마자 수소야는 제약 공장의 책임자가 한 무리의 사람들과 다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뭔가 이해가 안 되는 수상한 냄새가 많이 났다. 그러니 공장의 책임자는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생산 라인이 한번 가동을 시작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일부 생산 기업은 수익이 좋지 않을 때에도 설비를 공회전시키더라도 정지하지 않고 생산 라인을 계속 가동했다.더욱이 제약 공장은 착공 초기에 많은 준비 작업을 수행했으며 이미 각종 검사를 통과했다. 그런데 의약품관리청 사람들이 갑자기 작업을 중단시키려 하니, 책임자로서 당연히 답답함이 가득했다. 책임자 맞은편에는 H시 의약품관리청의 검사원들이 서
“원 이사님, 안녕하세요.” 수소야는 원강조의 뜨거운 눈빛이 약간 부담스러웠지만, 불편함을 참고 상대방과 악수를 나누었다. 수소야의 부드러운 작은 손을 원강조는 놓기 싫었다. 그는 눈앞의 수소야가 너무 맘에 들어서 이렇게 서서 악수만 하고 있는 것이 더 아쉽게 느껴졌다. “일찍부터 수 사장님의 명성을 들었는데, 실물이 이렇게 예쁘실 줄은 몰랐네요.” “이렇게 큰 그룹을 경영하시는 분이 능력과 미모를 겸비하고 있다니, 사장님과 함께하는 남자는 정말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겠어요.” 원강조는 말을 하며 자신이 수소야를 꼭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항난그룹의 제약회사의 생사는 지금 내 손에 달려 있어.’ ‘게다가 수소야는 원래 지조가 있는 여자가 아니야. 천진과 결혼하고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잖아?’ ‘내가 조금만 손을 쓰면 이 여자는 반드시 내게 순순히 굴 거야. 내가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겠지.’ “과찬이십니다.” 수소야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일행으로부터 고급 차 한 상자를 건네받았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원 이사님께서 고생스럽게 저희 제약 공장을 직접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이건 제가 알고 있는 친구가 보내준 차인데 몸의 열을 내리고 더위를 식히는 데 좋다고 합니다.” “제게는 맞지 않아서요. 마침 좋은 기회라 원 이사님께 드리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수소야는 그 차 상자를 상대방에게 건넸다. 그녀는 백항남을 따라 창업한 이후로 지금까지 사업과 관련된 사람들과 많은 교류를 해왔다. 무슨 일을 하든지 약간의 대가를 피할 수 없었다. ‘차리리 상대가 의약품관리청 청장이었다면 말하기 쉽지, 이렇게 밑에 있는 사람은 다루기가 더 까다롭다니까.’ 수소야는 원강조를 가능한 한 빨리 쫓아내고 싶을 뿐이었다. 괜히 원강조 같은 사람에 눈밖에 나서 제약 공장 가동이 멈추면 손해였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는 이미 손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차 한 상자를 건넨 것은 순전
“원 이사님이 이렇게 차를 좋아하지 않으실 줄은 몰랐어요. 제가 무례했습니다. 사과드릴게요.” “하지만 제약 공장 가동 건은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희 항난그룹은 H시에 많은 돈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있어요. 또 정부와도 계속 즐겁게 협업해 왔고...” 수소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원강조의 손짓에 의해 중단되었다.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해도 소용없어요. 우리는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하니까요. 불합격은 불합격이에요.” 원강조는 냉정하게 말하고 다시 빠르게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태도는 수소야에게 큰 압박을 느끼게 했다. 수소야는 그 자리에 서서 심호흡을 한 후 다시 원강조에게 따라붙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 이사님 말씀이 맞아요. 검사에 불합격했으니 저희는 작업을 중단하고 시정조치를 하겠습니다.” 그러나 수소야는 작업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일단 원 이사의 말에 따른다고 하며 좀 달랜 다음 이야기 해야겠어.’ 수소야가 계속 말했다. “그럼 원 이사님께서 저희가 가능한 한 빨리 시정조치를 할 수 있게 세부적인 지시를 해주세요” “원 이사님이 제 얼굴을 봐서 다시 한번 제게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수소야는 원강조에게 저자세로 부탁했다. 원강조는 이만하면 됐다 싶었는지 걸음을 멈추고 차분히 말했다. “수 사장님이 이렇게 간곡히 부탁하시니 얼굴을 봐서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뭐든 말씀하세요.” 수소야는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원강조는 수소야의 아름답고 우아한 몸매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 “전 지금은 다른 곳에 가서 검사를 해야 해서 시간이 없어요.” “하지만 저녁 식사 시간에는 시간이 좀 있을 거 같아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저녁에 어디서 식사라도 하면서 그때 다시 상의하는 겁니다.” “수 사장님은 어떻습니까?” 수소야는 원강조의 음흉한 시선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녀는 이전에 천진에게 속아 J시 쌍살에게 끌려간 후, 남자와 단둘이 만나는 것에 대해 약간의
[그놈이 바로 소문난 진씨 가문 데릴사위야. 속임수를 써서 3대 가문 손에서 항난그룹을 되찾았지...] 천진은 원강조에게 동혁을 간단히 소개한 후 악랄하게 웃기 시작했다. [거기다 그놈의 아내는 진세화라고 강조 형도 분명 들어봤을 걸?] [그 여자가 정말 소문난 미인이거든.] 원강조는 당연히 세화를 본 적이 있었고, 갑자기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고 음흉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 여자라면 나도 알지. 그런 여자와 한번 잠자리를 하면 소원이 없겠어.” [흐흐흐.] 전화 양쪽에서 갑자기 음흉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한편 항난그룹으로 돌아가는 길에 수소야는 약간 무거운 마음으로 동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회장님 혹시 저녁에 시간 있으신가요? 저와 함께 식사 자리에 가실 수 있을까요?” [무슨 식사 자리죠?] 동혁은 방금 성세그룹에서 나와 궁금한 것을 물었다. “의약품관리청의 이사와 약속한 식사 자리인데...” 수소야는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말을 듣고 동혁의 눈에 이채가 스쳐 지나갔다. 그러면서 그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의약품관리청의 이사라고 했죠? 알겠어요. 그럼 저녁에 제가 함께 갈게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한번 봐야겠어요.] 동혁이 냉정하게 말했다. 동혁은 H시에 돌아온 후 이곳의 사업 환경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3대 가문을 비롯한 몇몇 큰 가문들의 악행 때문이기도 했지만 H시 안의 사업 풍조가 잘못된 것도 그 원인 중에 하나였다. 근래에 동혁은 원강조처럼 공무라는 명목으로 온갖 갑질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동혁은 자신이 임시로 시장 대행을 맡게 되었으니 이러한 사업 풍조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곧 저녁이 되었다.동혁은 차를 몰고 항난그룹에 도착해 연장근무를 하고 있는 수소야를 만났다. “회장님, 이런 사소한 일까지 오시라고 해서 죄송해요.” 동혁을 만나자 수소야는 약간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뭘 미안하게 생각해요? 회장이랍시고 평소에 제가 일
“오늘 밤 저희들이 이사님 덕분에 눈요기를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몇 명의 남자들은 딱 봐도 조직의 책임자 급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화제는 모두 원강조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러 원강조에게 아첨하는 모습을 보니 그에게 그들이 두려워할 만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하하, 같이 밥 먹게 하는 게 뭐 대수라고. 이따가 그 여자에게 여기 모두의 술 시중을 하라고 할게. 그러면 모두 흥이 날 거야.” 원강조는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입에 물고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수소야와 동혁은 막 룸 입구에 도착해 그의 말을 듣자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수소야는 심호흡을 해 애써 참으며 문을 가볍게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죄송합니다. 제가 원 이사님과 여러 친구분들을 오래 기다리게 했네요.” “아, 수 사장님 오셨군요. 그러게요, 정말 좀 늦으셨는데요? 이따가 벌주 3잔 드셔야 할 겁니다.” 원강조는 다리를 풀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너스레를 떠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원강조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있는 몇 사람을 가리켰다. “먼저 친구들을 소개하죠.” “여기 이분은 위생과의 주성모 차장, 이분은 도로교통공단 노주현 과장, 이분은...” 원강조는 앉아 있는 서너 명의 남자들을 소개했는데 모두 시청 산하의 부서 책임자들이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전 항난그룹의 사장인 수소야입니다.” 수소야는 모인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고, 다음으로 몸을 옆으로 돌려 뒤에 있던 동혁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저와 함께 온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이분은 저희 회...” “수 사장님 친구 맞죠? 알겠어요. 그럼 이제 앉아서 식사하시죠.” 원강조는 손을 흔들며 수소야의 말을 끊었다. 그는 동혁이 수소야와 함께 들어왔을 때부터 살펴보고 있었는데 그저 젊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하고 별로 대단한 인물은 아닐 거라 여기며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 원강조의 관심은 오로지 수소야에게 향해 있었고 자신의 몇몇 동료들 앞에서 자랑하기에도
류혜진은 세화의 말에도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세화, 너는 동혁이를 그렇게 믿는 거야? 그러다 만약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어쩌려고?” “그래, 어젯밤 게스트호텔에서도 우리가 봤었잖아? 동혁이가 수소야와 함께 술을 마시러 갔고, 동혁이 그 여자를 부축해 나오는 거. 두 사람이 정말 가까워 보였어.” 류혜진이 꼬투리를 잡아 말했다. 사실 그녀는 어젯밤에 게스트호텔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 동혁과 수소야 사이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고, 그래서 세화에게 따져 물었다. “엄마, 수 사장님이 그렇게 취했는데, 동혁 씨가 부축 좀 해준 걸 가지고 왜 그래요?” 세화는 기가 막혔지만, 여전히 동혁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게다가 제 생각에는 이번일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거 같아요. 바로 아까 전 그 주다정이라는 진행자가 그저께 명성호텔에서 저와 동혁 씨에게 크게 혼이 났었거든요. ” 세화는 혐오스럽다는 듯 말했다. “그 여자의 성품으로 볼 때, 이런 더러운 방법으로 사람을 모함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할 사람이에요.” 외국 생활을 동경하는 주다정이 외국인에게 아첨하는 모습을 보며, 세화는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기 때문에 여전히 주다정에 대한 인상에 깊게 남아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세화는 주다정이 동혁에게 방송으로 복수하려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세화는 이 상황의 모든 원인을 알았지만 조금 난감해했다. “사실을 알아도 이번 일은 해결이 좀 번거롭겠는데요?” “경제채널은 공영매체예요. 그래서 그곳에서 방송하는 보도는 방송국의 권위를 대표하고 영향력이 크죠.” “거기다 대중들의 입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들 알잖아요. 제대로 해명하기 전까지 이번 모함은 계속 우리를 따라다닐 거예요. ” “솔직히 동혁 씨는 그나마 괜찮아요. 전 수 사장님이 여자로서 이번 모함 때문에 감정적으로 견딜 수 없을까 봐 그게 걱정돼요.” 세화는 걱정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 경우 몇 번의 여론 문제들을 겪으면서 감정적 통제 능력이 이전보다
이어지는 인터뷰 역시 완전히 일문일답의 형식이었다. 하늘 거울 저택의 사람들은 처음에는 경악하더니 지금은 완전히 아연실색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청자 여러분, 지금까지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분 모두 이미 이동혁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셨을 겁니다.] [바로 세상 사람들을 속이고 이름을 날리는 비열한 사기꾼일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 언급된 일들이 이동혁을 비방하기 위해서 저희가 의도적으로 꾸며낸 것이 아니라는 걸 말씀드립니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천진이라는 분이 이 사기꾼에 대해 고소하는 것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TV에서 주다정이 정의로운 척하며 말했다. 곧이어 화면이 바뀌어 상처투성이인 천진이 카메라 앞에 나타났다. [항난그룹은 원래 백항남과 제 아내 수소야의 것입니다. 이동혁, 그놈은 항난그룹을 얻기 위해 제 아내와 간통하여 저와의 결혼생활을 파괴했습니다.] [현재 수소야는 제게 이혼을 요구하고 있고 아무것도 줄 수 없으니 맨 몸으로 나가라고 했습니다.] [어제 제가 그들을 찾아가서 따졌지만 이동혁이 저를 이렇게 때렸습니다.] [흑흑, 이 세상에 과연 정의가 있을까요?] [이동혁, 그놈은 사기꾼에, 짐승 같은 인간입니다.] 천진은 불쌍한 척하며 자신의 비참함을 알렸다. 프로그램이 계속 진행 중인 동안 식탁 위로 쥐 죽은 듯 애매한 침묵이 흘렀고, 모두 굳어서 아무런 움직임조차 없었다. “팟!” 류혜진은 갑자기 리모컨을 빼앗아 TV를 껐다. 그녀는 더 이상 계속 지켜볼 수 없었다. 숨을 거칠게 내쉬고 두 눈 가득 불을 뿜으며 동혁을 노려보았다. “동혁아, 저 사람들 말이 사실이야? 정말 그 수소야라는 여자와 간... 따로 무슨 일이 있었어?”류혜진은 세화가 앞에 있어서 인지, “간통”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에도 너무 더럽다고 생각했다. 동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주다정, 저년이 감히 이렇게 나를 함정에 빠뜨리다니.’ 동혁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전혀 상관없었다. 하지만
“맞아, 어제 녹화했어.” 동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화가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방송 녹화한 일도 잊어버릴뻔했어.’ 순간 류혜진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아이고, 우리 동혁이가 방송에 나오는 거야? 그런데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천화야, 빨리 TV 켜봐. 네 매형이 TV에 나오는 모습 좀 보자.” 류혜진은 고개를 돌려 묵묵히 밥을 먹고 있던 천화에게 말했다. 방송국의 경제채널 단독 인터뷰 프로그램은 H시에서 시청률이 아주 좋았다. 프로그램은 매주 한번 방영했는데 오늘이 마침 그날이었다. 천화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재빠르게 TV를 켜서 H시 방송국 경제채널로 바꾸었다. 인터뷰 프로그램이 막 시작되고 있었는데 짧은 멜로디가 흘러나오면서 화면에 진행자인 주다정의 모습이 나타났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경제인 인터뷰를 시청하시려고 한 주간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고로 뛰어난 사람은 그 떡잎부터가 남다르다고 하죠. 오늘날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아주 젊고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TV에서 주다정은 전문 진행자로서 막힘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계속 말했다. [오늘 저희는 여러분께 H시의 젊은 기업가 한 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는 아직 30살이 되지 않았지만, 이미 2조 자본을 보유한 투자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그럼,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바로 초대할까요?] [H시의 젊은 기업가, 바로 원화투자회사의 이동혁 신임 사장입니다.] 주다정의 말에 따라 화면이 돌아갔고, 정장 차림의 동혁이 무대 뒤에서 나와 차분하게 악수를 나눈 후 1인용 소파에 앉았다.TV 앞의 세화와 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동혁에게 집중되었다. “와, 매형 너무 멋있는데요?” “형부는 정말 대단해요. 앞으로 밖에서 사람들에게 제 형부가 이 사장님이라고 말할 거예요.” 어린 천화와 현소가 인터뷰 당사자인 동혁보다 더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 사위는 역시 대단해. 난 반평생을 살면서 여태
명문가는 돈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었다. 돈만 있고, 그에 상응하는 배경과 기반이 없다면 언제든지 다른 사람이나 가문에 의해 짓밟힐 뿐이었다. 기껏해야 졸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류성일은 단지 류씨 가문이 세화 가족을 좀 더 충분히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제안을 한 것일 뿐이었다. ‘세화와 동혁이는 아직 30살도 안 되었는데 이렇게 큰 성취를 이뤘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는 아무도 몰라.’ “지금 이동혁 때문에 세화 가족은 이씨 가문의 탄압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에 이 고비를 한 번만 넘긴다면 앞으로 누가 세화 가족을 막을 수 있을까요?” “어려울 때 도와줘야 그만큼 더 고맙다고 생각하는 법입니다.” “지금 우리가 나서서 먼저 약간의 도움을 줘야 합니다. 만약 세화 가족이 미래에 더 큰 성장을 이룬다면 우리 류씨 가문은 더 많은 이득을 얻을 겁니다.” 류성일이 계속 말했다. 그는 세화 가족을 두둔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류씨 가문의 이익을 고려해 의견을 말하고 있었다. 류호천은 가주 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가만히 눈을 감고 듣다가 마침내 눈을 떴다. “성일의 말이 맞다. 그럼 혜진이를 류씨 가문으로 복귀시키자. 하지만...” 류호천이 말머리를 돌렸다. “일단 외부에는 알리지 말고 조용히 혜진이에게만 알려라. 그리고서 동혁이와 이씨 가문의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상황을 보자.” “역시 아버지 좋은 생각이세요.” 류성일이 감탄했다. ‘그래, 이렇게 하면 세화 가족이 어려운 상황일 때 우리가 도와주려 한다는 인상을 주면서, 나중에 일이 잘못돼도 우리 류씨 가문이 발을 밸 수도 있겠어.’ ‘만약 세화 가족이 이씨 가문의 압박을 견뎌내지 못하고 무너지더라도 류씨 가문과 이씨 가문 사이에 괜한 원한을 만들 필요는 없지.’류성중은 동혁을 극도로 싫어했지만, 가주인 류호천이 말을 하니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성중아, 네가 혜진이에게 전해. 일단 잘 사과해라.” “한집안 식구끼리 지난 과거는 잊자고
순간적으로 주다정은 반드시 새 시장에 눈에 들어야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경병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럴 때일수록 괜히 티를 내면 안 되지.’ 주다정은 전화에 대고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오빠, 설마 나한테 또 그거 시키는 거 아니지? 새 시장이야. 예전의 남자들과는 다르다고.” “어떻게 하라고, 왜 자꾸 나에게 이러는데?” 두 사람은 계속 불륜 관계를 유지했지만, 그 사이에 경병수는 그녀에게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시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정아, 오빠가 다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잖아. 오빠는 네가 더 큰 기회를 쟁취하는 걸 보고 싶어. ] [오빠가 총력을 다해서 새 시장님 앞에서 네 얼굴을 알릴 기회를 만들어 줄게. 하지만 너도 나름 큰 이슈로 어필을 해서 시장님이 너를 주목하게 해야 해.] [무슨 좋은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지 오빠와 상의하고.] 경병수는 가식적으로 주다정을 타일렀다. 두 사람 모두 마음속에 각자의 꿍꿍이가 있었고, 서로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다정이는 본래 꿈이 커. 여기 방송국의 메인으로는 만족할 수 없을 거고 어떻게든 너 좋은 곳으로 가고 싶겠지.’ ‘그렇다면 차라리 다정이에게 새 시장을 꼬시게 두는 게 적어도 나중에 내게 이득이야.’ ‘나하고 놀 여자야, 다정이가 없어도 다른 애들이 대신할 수 있어.’ “알았어, 오빠. 걱정 마, 이미 다 생각이 있으니까.” 주다정은 여전히 달콤하게 말했지만, 두 눈빛은 차갑고 독기가 가득했다. 그녀는 동혁을 떠올렸다. ‘이동혁에 대한 일을 이용하면 반드시 큰 이슈를 만들어 낼 수 있어.’ 주다정은 전화를 끊은 다음 또다시 다른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가 났고 주다정이 문을 열자 상처투성이의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천진 씨, 왜 이래? 누가 당신을 이렇게 때린 거야?” 주다정은 깜짝 놀라 물었다. 그녀는 천진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천진의 아버지 천대명이 병원의 원장
아까부터 계속 류혜진은 입에서 동혁에 대한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새로 온 시장?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 영도 씨가 새 시장도 젊은 사람이라고는 했어. 앞날이 아주 창창해서 나중에 도지사도 될 수 있을 거고, 더 높은 위치까지 오를 수도 있을 거야. 동혁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 정도까지는 안 될걸?” 참다못한 류혜연이 말했다. “흥, 그건 두고 봐야 아는 거 아니야?” 류혜진이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시장님, 모레 시청에서 시 전역의 우수 언론매체 인재 표창식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혹시 참석하실 시간이 있으신가요?” 한편 동혁에게 임창호가 물었다. 표창식은 H시에서 비교적 큰 일에 속해서 임창호는 동혁에게 참석을 부탁했다. 그러나 다른 일반적인 작은 일은 약속대로 동혁에게 알릴 필요도 없었다. “상황을 보고, 그때 틈이 나면 참석하겠습니다.” 동혁은 대충 대답했다. “또 다른 일이 있나요?” “아, 그리고 이 시장님의 새 비서 고용문제가 있습니다.” 임창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장님의 비서 찾아야 하는데 시장님께서 특별히 원하시는 조건이 있는지 모르겠어서요. 그렇다고 저희가 함부로 결정할 수 도 없으니까요.” 하세량의 비서는 그가 떠나기 전에 이미 다른 부서로 보냈다. 비서와 상관의 관계가 매우 특별하기 때문에 함부로 선택할 수 없었고 잘못하면 쉽게 문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임창호는 비서 고용에 관해 동혁의 의견을 구했다. “아, 제 요구 사항은 시청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만 아니면 돼요. 나머지는 알아서 선택하셔도 됩니다. 물론 없어도 상관없어요. 어쨌든 전 임시로 시장 대행을 맡은 거니까요.” 동혁은 계속 대충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시장님.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임창호는 동혁의 말뜻을 이해했다. ‘한마디로 능구렁이는 필요 없다는 거야. 다른 조직에 새 사람을 고르라는 거구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새 시장이 시 전역의 우수 언론매체인 표창식에 참석하고, 새 비서를 찾고 있다는
“절대 그럴 일 없을 겁니다.” 원성배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앞으로 항난그룹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시장과 관련된 모든 사업과 진 회장의 두 그룹을 모두 잘 보호해야 돼.’ ‘만약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겼다간 이 시장이 우리 부자를 의심하게 될 거야.’ 동혁에 대한 원성배 부자의 태도를 보고 모두의 마음속에서 큰 궁금증이 생겼다. 류성중은 도저히 참지 못해 입을 열어 원성배에게 물었다. “원 부장님, 동혁이와 항난그룹은 대체 무슨 관계인데 이러세요?” “이 선생님은 항난그룹의 회장이십니다.” 원성배가 동혁을 조심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뭐라고?’ ‘정말 동혁이가 항난그룹의 회장?’ 순간 류성중은 놀라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동혁이가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 된 것은 세화의 인맥 때문이니, 그럴 수 있어.’ ‘그런데 어떻게 항난그룹의 회장이 된 거지?’ 류성중은 아까 전에 동혁을 두고 한 말을 떠올리자 마치 세게 뒤통수를 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양도형 역시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 굳어 있다가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어째서? 내가 협업하고 싶어 하는 회사마다 왜 저 이동혁이 그 회사의 최고 결정권자인 건데?’ “동혁 씨, 당신이 어떻게 항난그룹의 회장이라는 거야? 회장은 백항서 아니었어?” 세화의 가족도 기가 막힌 듯 동혁을 쳐다봤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동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여보, 내가 항상 가족들에게 말했잖아. 내가 바로 항난그룹의 회장이라고.” “그런데도 내가 수 사장을 위해 운전기사로 일한다며 믿지 않았잖아.” “그리고 백항서는 내가 전에 지은 가명이야. 3대 가문 사람들을 겁주려고 만든 이름.”류혜진 등은 서로를 쳐다봤다. 동혁은 자신이 항난그룹의 회장이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세화와 가족들은 그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원성배의 입으로 사실이 확인되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특히 류혜진은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이 마
“그게 무슨 소리지? 지금 날 저주하는 거야?”동혁의 말을 들은 양도형의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일전에 원화투자회사에서 2000억의 투자를 받으려고 했을 때 이놈에 의해 투자가 중단됐었어.’‘그런데 지금 내가 N도 외부의 항난그룹 대리점 운영권을 얻으려고 하니까, 이놈이 뭐? 가질 수 없을 거라고 저주를 해?’예전의 원한과 현재의 분노가 합해져 양도형은 화가 들끓었다.“저주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양도형을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세화를 끌고 가려고 했다.“거기 서! 가지 말고 무슨 뜻인지 똑바로 말해.”화가 난 양도형이 동혁을 붙잡고 소리쳤다.류성중은 어제 동혁의 실력을 직접 본 뒤라 괜히 양도형이 이번에도 손해를 볼까봐 재빨리 말했다. “그만해, 도형아. 저렇게 마음도 못된 쓸모없는 인간이랑 괜히 힘 뺄 거 없어.”“만약 저주에 정말 힘이 있으면, 네 성신제약은 이미 적들에게 100번도 넘게 파산했어.”“그냥 비아냥거리는 거뿐이야. 괜히 네 입까지 더럽히지 마.”“어차피 저놈과 넌 수준이 다르니까.”류성중은 동혁을 가차없이 비꼬았다.마치 양도형을 돕는다는 것보다는 동혁에 대한 자신의 불만을 털어놓는 편에 더 가까웠다.“부이사장님 말씀이 맞아. 내가 당신 같은 인간과 괜히 다툴 필요가 없지.”양도형은 동혁을 바라보며 냉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급하게 아내를 끌고 가려고 하는 거지? 뭐 무서운 일이라도 있나?”“아무래도 내가 원 부장님에게 네놈을 놓치지 말라고 알려야겠어.”이렇게 말하면서 양도형은 휴대폰을 꺼내 원성배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세화가 화를 내며 말했다.“양 사장님, 우리 일이 대체 사장님과 무슨 상관인데 이러죠?”세화 또한 동혁 자신과 미리 도망치고 싶어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양도형이 전화를 걸려는 모습을 보고 두려워졌다.류성중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세화야, 네가 이렇게 그놈을 보호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 원 부장님은 원래 성질이
이 말을 듣고 막 가려던 세화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래, 양 사장의 성신제약은 설립한 지 이제 막 2년이 되었어. 그럼에도 현재 규모로까지 성장한 건 개인의 능력만으로 이루기에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야.’ ‘게다가 양 사장이 외삼촌과 함께 H시 시청의 3인자인 원 부장과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도 단지 류씨 가문과의 관계가 좋다는 이유라기엔 부족해.’ “말해보세요. 조건이 있겠죠?” 세화는 입을 열어 물었고, 지극히 사업상 하는 대화의 태도를 보였다. 양도형은 웃으며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는 오늘 밤의 일로 세화가 동혁에게 분명히 매우 실망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세화를 차지할 생각이 있었지만 서두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럼 거래를 할까요?” 양도형이 말했다. “진 회장님과 백항남 전 항난그룹 회장이 오랜 동창이라면서요? 요즘 항난그룹이 재건에 성공한 후 신약을 출시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한다고 하더군요.” “우리 성신제약은 그 N도 외부의 항난그룹 대리점 운영권을 따낼 계획이에요.” “그래서 진 회장님께서 절 도와주셔서 항난그룹의 회장을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만약 진 회장님이 직접 이 협업을 성사시켜 주실 수 있다면, 단지 제가 몇 마디 말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을 겁니다. 제가 직접 원 부장님에게 당신 남편에 대한 문제를 덮고 넘어가게도 할 수 있어요.” 이 말을 들은 세화의 표정이 좀 이상하게 변했다. ‘어젯밤에 양 사장은 동혁 씨 앞에서 자신이 원화투자회사에서 2000억 투자를 따냈다고 자랑했지만, 동혁 씨가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인 줄도 몰랐잖아.’ ‘그런데 지금은 다시 N도 외부 항난그룹의 대리점 운영권을 따고 싶다고?’ ‘설마 동혁 씨와 항난그룹이 어떤 관계인지 또 모르는 건가?’ 세화가 입을 열어 말했다. “양 사장님, 방금 저희 남편과 함께 서 있던 그 여성분이 바로 항난그룹의 수소야 사장이라는 걸 몰랐나요?” 이 말을 하는 세화는 마음속으로 양도형이 확실히 정말 바보 같은 인간이라고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