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 / 전신이 깨어났다 / 제1010화 원수를 본 눈빛

공유

제1010화 원수를 본 눈빛

작가: 우주멍
“전 시청 옆 호텔에 있어요. 이리로 와 주시겠어요? ”

동혁은 태연하게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피스룩을 입은 젊은 여자가 차를 몰고 도착했다.

동혁은 임창호, 조동래 등과 헤어지고 장가연의 비서를 만났다.

“성함이 뭐죠? 제가 회사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네, 제 이름은 나연채예요. 강오그룹 본사에서 부사장님과 함께 왔습니다.”

나연채는 마치 그녀가 강오그룹에서 파견돼서 한 단계 높은 신분인 것처럼 거만한 말투로 대답했다.

동혁의 옅은 술 냄새를 맡자 나연채는 불만스러워 은근히 입을 삐죽거렸다.

‘역시 낙하산으로 사장에 앉은 사람답네. 점심시간에 시청에 와서 고위 공무원들과 술이나 마시며 연줄을 만들려고 하다니.’

아까 전 동혁과 임창호 등이 헤어질 때 그녀는 한눈에 그들의 신분을 알아봤다.

동혁의 대외적인 신분은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었기 때문에 나연채는 동혁과 고위 공무원의 만남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단지 그녀는 동혁이 사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이 신분을 이용해 사방으로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사람을 그녀는 지금까지 너무 많이 봐왔었다.

“아, 그렇군요. 그럼 갈까요?”

동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고 잠시 쉬었다.

그는 술을 마셔서 운전할 수 없었기에 나연채에게 데리러 오라고 한 것이었다.

“이 사장님, 도착했습니다.”

곧 H시 방송국에 도착했고 나연채는 차에서 내린 후 아무 말 없이 앞서 걸어갔다. 그녀는 동혁이 뒤따라오든 말든 아무 상관도 하지 않았다.

나연채는 동혁을 데리고 익숙하게 방송국 9층의 스튜디오로 갔다.

안에는 이미 많은 제작 스태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정장 차림의 지적이고 예쁜 여자가 대본을 들고 앉아 있는데,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화장을 수정해 주고 있었다.

동혁은 그 여자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어젯밤에 본 적이 있었고, 동혁이 뺨도 때렸었다.

‘그 막돼먹은 개 같은 주다정이잖아?’

나연채가 주다정에게 다가갔다.

“다정 씨, 안녕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11화 좋은 화장품

    주다정의 말에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은 모두 이상한 표정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 ‘인터뷰하러 오신 분이 대단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쓸모없는 데릴사위였어?’ 한동안 모두는 동혁을 약간 경멸적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다정 씨, 그래도 저희 프로가 이 방송국의 메인인데, 원화투자회사가 데릴사위 따위를 보내서 인터뷰에 응하게 한 것은 너무 무례한 거 아니에요?” “맞아요. 차라리 다른 사람 보고 인터뷰하라고 할까요? 평범한 직원이라도 데릴사위 사장보다 낫겠어요.” 직원 몇 명이 연이어 말했다. 그들은 주다정이 동혁에게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자연스럽게 그녀를 거들었다. 나연채가 동혁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동혁과 주다정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렇지 않다면 상대방이 설사 동혁이 데릴사위라는 것을 알았더라도 이렇게 대놓고 다른 사람 앞에서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주다정의 태도가 어떠하든 상관하지 않고 말했다. “다정 씨, 이 사장님이 어떤 사람이든 간에 이분은 우리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입니다.” “게다가 저희 장 부사장님께서 앞으로 회사의 얼굴로 홍보하는 일을 모두 사장님께 맡기셨습니다.” 주다정은 나연채가 장가연의 비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녀가 동혁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는 어젯밤 대니얼이 한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역시 이동혁은 인맥으로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 되었고, 그저 이름뿐이야.’ 동혁에게 복수해서 망하게 만들 계획이 순식간에 주다정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주다정이 웃으며 말했다. “나 실장님의 말씀이 맞아요. 이 사장님은 아내 집에 기대 사는 데릴사위가 맞아요.” “하지만 원화투자회사는 자금이 풍부하니 앞으로 H시에 기여를 많이 하는 회사가 될 거예요.” “당연히 인터뷰는 해야 하고, 인터뷰할 사람도 바꿀 필요 없어요.” 나연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아무런 사고 없이 부사장의 지시를 완수하고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떠날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주다정의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12화 인터뷰

    “이 사장님, 준비됐나요? 그럼 시작하죠.” 주다정은 프로였고 감독의 사인이 있자 바로 녹화 모드로 들어갔다.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은 원화투자회사의 이동혁 사장님을 모셨습니다. 이 사장님 여러분에게 자기소개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이동혁입니다...” 동혁은 아무도 없는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는데 텔레비전 시청자를 위한 제스처였다. 주다정이 이어서 말했다. “저희는 상식적으로 주요 대기업의 전문 경영인에 대한 요구 사항이 매우 까다롭고 또 상당한 실무 경험도 있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장님의 이력을 살펴보니 보기 드문 점이 하나 발견됐어요.” “원화투자회사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에 관련 업종에 종사한 경력이 없다는 겁니다.” “저희가 알기로는 이 사장님은 그전까지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였는데, 맞나요?” 주다정은 동혁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 “그래서 전 이 사장님이 어떻게 처갓집에 기대 살다가 갑자기 대형 투자회사의 사장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실례지만, 그런 사적인 질문은 이번 인터뷰 주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나요?” 동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동혁은 주다정이 나쁜 짓을 할 줄은 알았지만, 고약하게도 상대방이 본 녹화에서 단도직입적으로 그의 이력을 언급할 줄 몰랐다. 주다정이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했다. “이 사장님께서 잘 모르셔서 그런 겁니다. 여러분들은 그동안 기업 자체보다는 창업자의 창업 경력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마명성, 왕일심 사장 같은 분들처럼 말이에요.” “지금 보니 이 사장님이 그 자리에 오르신 과정이 그 두 분보다 훨씬 더 전설적이고 보시는 분들에게 더 격려적일 것 같습니다.” “이러면 아마 홍보 효과도 더 클 겁니다.” 뒤에 있던 나연채와 스태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동혁은 주다정을 쳐다보았는데, 상대방이 제시한 이유에는 빈틈이 없었다. “좋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저는 확실히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입니다.” “제가 원화투자회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13화 미숙한 상황 판단

    인터뷰는 30분 동안 계속되다가 마침내 끝났다. 주다정은 자신이 뜻한 데로 인터뷰를 마쳐 만족스럽게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주변의 남자 스태프들은 두 눈을 반짝이며 그녀의 드러난 하얀 아랫배에 시선을 돌렸다. 주다정의 눈에는 득의양양함이 가득했고, 조롱 섞인 표정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이 사장, 당신은 정말 완벽히 쓸모없는 인간이야.” “아까 내 질문에 반박할 용기조차 없었지?” “당신의 찌질한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알고는 있어? 내가 스태프에게 영상을 보여달라 할 테니 직접 확인해 보겠어?” “내가 장담하건대, 이 인터뷰가 방영되면 당신은 또다시 H시 전체에 명성을 떨칠 거야.” “내게 고맙게 생각해야 할 거야. 어쨌든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줬으니까.” “비록 웃음거리가 될지라도 적어도 당신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 쓸모없는 사람을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게 했잖아.” “이 사장, 이제 당신의 생사가 모두 내 손에 달려 있다는 거 알겠어?” “당신이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는다면, 당신에게 불리한 몇 개의 영상을 편집해 주겠어.” 주다정은 거리낌 없이 동혁을 비꼬며, 자신이 그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혁은 전혀 화를 내지도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 “주다정 씨, 당신은 그저 남자한테 의지해 자신의 신분을 높이려 하고, 몸을 팔아 승진하려는 일 창녀일 뿐이에요.” “당신의 망언으로 내 생사를 좌우한다니 너무 지나친 자신감 아닌가요?” 동혁은 주다정이 대니얼이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대방을 파트너로 삼아 유명인 연회에 참석한 것을 보고,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이런 여자는 기댈 남자가 없으며 아무것도 아니지.’ “흥, 지나친 자신감이라고? 당신은 내가 경제채널 진행자로서 얼마나 많은 거물들과 접촉하고 자금원을 막을 수 있는지 모르지? 그들 중 누군가는 말 한마디로 당신 원화투자회사를 파산시킬 수도 있어.” “당신처럼 여자에게 의지해 밥이나 축내는 쓸모없는 인간은 사실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14화 주다정의 요구

    장가연은 곧바로 동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사장님, 인터뷰 녹화 중에 진행자 주다정 씨와 문제가 있었다면서요?] 동혁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아, 그랬어요. 왜요? 부사장님도 나 실장처럼 제게 핀잔이라도 주려고요?” ‘나 실장이야, 비서니까 시키는 대로 해야 해서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장 부사장은 부사장씩이나 돼서 이렇게 나오면 안 되지? 뭐, 정 안되면 어차피 오늘 처음 봤는데 부사장을 바꿔도 상관없고.’ [그럴 리가요. 회사 사장님께 부사장이 감히 핀잔을 줄 수 없죠.] 장가연은 냉정하게 계속 말했다. [그래도 전 이 사장님께서 앞으로 저희 회사의 이익을 더 많이 고려주셔서 좀 자제해 주시면 좋겠어요. 모든 일을 사사건건 걸고넘어질 필요는 없잖아요.] [사장님은 우리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에요. 사장님이 한 방송국 진행자와 다투었다는 소문을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난감한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장가연은 천미가 어제 동혁의 행동에 화가 났지만 계속해서 동혁을 사장으로 뒀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건 천미가 당분간 동혁을 해고할 계획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장가연은 자신이 부사장으로 회사에 처음 와서 동혁과 괜한 충돌을 일으켜 긴장으로 조성하는 건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불만을 표현하는 동시에 최대한 부드럽게 생각을 말했다. 말투는 비록 다소 쌀쌀하게 들릴 수 있었지만, 동혁에게 듣기 좋게 말을 했고 나연채처럼 상황 판단을 못 하는 건 아니었다. “네, 알겠어요.” 동혁은 대충 대답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이 인간이?” 사무실에 있는 장가연은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회사전화를 사용해 주다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정 씨, 저 장가연입니다. 오늘 다정 씨와 저희 이 사장님 사이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회사 부사장으로서 특별히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작은 오해 때문에 서로 간의 협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원화투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15화 미행

    “하지만 다정 씨, 사실 저도 그 회장님을 뵌 적이 없어요.” 장가연이 난감해하며 말했다. 그러자 주다정이 불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아, 장 부사장님은 그 정도 성의도 못 보여주시겠다는 거군요. 역시 사과는 그저 말뿐이었나 봐요.] “아니에요, 그럼 제가 한번 해볼게요.” 주다정이 뻔뻔하게 나오자 장가연도 어쩔 수 없었다. 이후 장가연은 주다정을 데리고 성세그룹 본사로 가서 회장의 비서인 선우설리를 찾았다. “선우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H시 경제채널의 진행자인 주다정이라고 합니다. 성세그룹의 회장님과 인터뷰 약속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장가연의 도움으로 주다정은 정중하게 앞으로 나와 선우설리와 악수했다. 선우설리는 성세그룹 회장의 비서일 뿐만 아니라 시청에서 특별 초빙한 가란은행의 사장이기도 했다. 그래서 주다정은 그녀를 감히 무시할 수 없었고 심지어 압박감을 느꼈다. ‘이 사람이 선우 사장이라고? 꽤 미인이네.’ 주다정은 몰래 선우설리를 훑어봤다. 곧바로 그녀의 눈에 득의양양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선우 사장은 아직 처녀야. 남자를 모르겠구먼.’ 선우설리는 냉정한 성격으로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기계적으로 말하고 잘 웃지 않았다. 주다정은 성세그룹의 회장이 선우설리의 이 같은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두 사람이 동료 관계 이상을 넘지 않았을 거라고 추측했다. 여기까지 생각한 주다정은 이것이 자신에게 온 기회라고 느꼈다. 그녀는 남자를 잘 안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일단 성세그룹 회장에게 접근할 기회가 생기면, 자신만의 방법으로 반드시 상대방과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다정 씨, 죄송합니다만, 저희 회장님은 지금까지 인터뷰를 한 적이 없으십니다. 약속을 잡기는 힘들 거 같아요.” 선우설리는 오늘 동혁이 주다정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것을 아직 모르고 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말투 역시 쌀쌀했다. ‘요즘 이래저래 핑계를 대며 회장님을 만나고 싶어 하는 여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16화 H시를 위한 일

    “하긴, 당신처럼 욕을 해도 좋다고 가만히 있는 사람은 어쩌면 메조키스트 성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니 여자가 당신을 얕보고 욕할수록, 좋아서 그만두고 싶지 않은 거야.” “그런데 내가 당신 같은 쓸모없는 인간이 마음에 들 것 같아? 적어도 성세그룹 회장 같은 천하의 재벌정도는 돼야 난 눈에 들어온다고.” “그러니 이동혁, 당신 일찍 단념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는 결코 같은 세계의 사람이 아니니까.” 주다정은 고고한 자세로 동혁을 깔보며 빈정거렸다. 그녀는 선우설리에게 거절당한 화를 동혁에게 풀었다. “성세그룹 회장이라고요?” 동혁은 어이없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주다정, 당신도 단념하는 게 좋겠군요. 성세그룹 회장은 당신을 별로 맘에 들어하지 않을 테니까.” “콜록! 콜록!” 옆에서 장가연이 두 번 가볍게 기침을 하며 동혁에게 더 이상 주다정을 자극하지 말라고 눈치를 주었다. 그녀는 바로 회제를 돌려 물었다. “이 사장님, 성세그룹에는 왜 오신 거죠?” “일이 좀 있어서요.” 동혁은 아무 말 없이 두 사람 곁을 지나갔고 주다정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저 쓸모없는 인간이, 감히 나를 저주해? 당신은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건 보고 싶지 않지?” 주다정은 고개를 돌려 동혁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선우설리에게 먼저 제지를 당하고 또다시 동혁에게 무시당하자 그녀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동혁에게 보복하려는 분노가 그녀에게서 활활 타올랐다. 한편 장가연은 성세그룹 정문 앞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가 동혁이 성세그룹에 들어간 후 바로 선우설리과 함께 걷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심 사장님이 그렇게 이동혁을 봐준 것이 진 회장 외에도 선우 사장과의 관계 때문이었나?’ 장가연은 동혁을 성세그룹의 회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동혁이 몰래 선우설리와 모연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했다. “예쁘고 능력 있는 여자들 사이를 맴도는 것도 능력이긴 하지.” 장가연이 가진 동혁에 대한 이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17화 천진의 계략

    보고를 듣고 수소야의 마음속에서 갑자기 의심이 일었다. ‘원칙적으로 의약품관리청의 이번 검사는 정상적인 공무 집행이야.’ ‘하지만 좋지 않은 예감이 드는 건 왜지?’ 사실 얼마 전에 지금껏 보이지 않고 잠잠하던 천진이 갑자기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수소야, 네가 이혼조건에 응하지 않았으니 내가 네 항난그룹을 파산시킬 거야. 우선 애피타이저부터 맛보게 해 주지, 하하하...] 문장 하나하나에서 천진의 오만함이 느껴졌다. 수소야는 이미 동혁의 이혼 소송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 과정에서 천진과 상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의약품관리청에서 사전에 통보도 없이 갑자기 이렇게 검사를 나오다니.’ ‘보고에 따르면, 검사팀이 공장에 도착한 후 임시로 통보를 내렸다고 했어.’ ‘이런 일은 결코 우연히 일어날 수 없지.’ “차를 준비해 주세요. 공장에 가봐야겠어요.” 수소야는 즉시 옷을 갈아입고 재빨리 제약 공장으로 향했다. “당신들은 생산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시정을 받아야 합니다.” “이사님, 갑자기 사람들을 데리고 오셔서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전에 의약품관리청에서 검사하러 왔을 때에는 모든 것이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생산 라인이 막 가동되기 시작하자마자 작업을 중단하라고 하세요?” 제약 공장에 도착하자마자 수소야는 제약 공장의 책임자가 한 무리의 사람들과 다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뭔가 이해가 안 되는 수상한 냄새가 많이 났다. 그러니 공장의 책임자는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생산 라인이 한번 가동을 시작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일부 생산 기업은 수익이 좋지 않을 때에도 설비를 공회전시키더라도 정지하지 않고 생산 라인을 계속 가동했다.더욱이 제약 공장은 착공 초기에 많은 준비 작업을 수행했으며 이미 각종 검사를 통과했다. 그런데 의약품관리청 사람들이 갑자기 작업을 중단시키려 하니, 책임자로서 당연히 답답함이 가득했다. 책임자 맞은편에는 H시 의약품관리청의 검사원들이 서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18화 원강조의 허세

    “원 이사님, 안녕하세요.” 수소야는 원강조의 뜨거운 눈빛이 약간 부담스러웠지만, 불편함을 참고 상대방과 악수를 나누었다. 수소야의 부드러운 작은 손을 원강조는 놓기 싫었다. 그는 눈앞의 수소야가 너무 맘에 들어서 이렇게 서서 악수만 하고 있는 것이 더 아쉽게 느껴졌다. “일찍부터 수 사장님의 명성을 들었는데, 실물이 이렇게 예쁘실 줄은 몰랐네요.” “이렇게 큰 그룹을 경영하시는 분이 능력과 미모를 겸비하고 있다니, 사장님과 함께하는 남자는 정말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겠어요.” 원강조는 말을 하며 자신이 수소야를 꼭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항난그룹의 제약회사의 생사는 지금 내 손에 달려 있어.’ ‘게다가 수소야는 원래 지조가 있는 여자가 아니야. 천진과 결혼하고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잖아?’ ‘내가 조금만 손을 쓰면 이 여자는 반드시 내게 순순히 굴 거야. 내가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겠지.’ “과찬이십니다.” 수소야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일행으로부터 고급 차 한 상자를 건네받았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원 이사님께서 고생스럽게 저희 제약 공장을 직접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이건 제가 알고 있는 친구가 보내준 차인데 몸의 열을 내리고 더위를 식히는 데 좋다고 합니다.” “제게는 맞지 않아서요. 마침 좋은 기회라 원 이사님께 드리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수소야는 그 차 상자를 상대방에게 건넸다. 그녀는 백항남을 따라 창업한 이후로 지금까지 사업과 관련된 사람들과 많은 교류를 해왔다. 무슨 일을 하든지 약간의 대가를 피할 수 없었다. ‘차리리 상대가 의약품관리청 청장이었다면 말하기 쉽지, 이렇게 밑에 있는 사람은 다루기가 더 까다롭다니까.’ 수소야는 원강조를 가능한 한 빨리 쫓아내고 싶을 뿐이었다. 괜히 원강조 같은 사람에 눈밖에 나서 제약 공장 가동이 멈추면 손해였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는 이미 손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차 한 상자를 건넨 것은 순전

최신 챕터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71화 무법천지인 금수저

    “보상만 하면 이 고물 차를 다시 몰고 가도 돼.” 대충 내뱉듯이 사정우가 말했다.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소 귀에 경읽기였어?’ ‘분명히 이 인간은 자기가 고의로 추돌사고를 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뻔뻔하게 내게 보상을 요구한다고?’ 세화는 치미는 분노에 헛웃음이 나오면서 더 이상 말로 따질 필요도 못 느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세화가 말했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네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경찰이 판단하게 해야겠네요.” 하지만 그 순간 나태성이 다가와서 세화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른 차에서 내린 양아치들도 슬그머니 세화를 둘러싸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휴대폰 돌려줘!” 세화는 화를 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백주 대낮에 대놓고 핸드폰을 강탈할 줄은 몰랐기에 마음속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도 이 광경을 보고 기가 찼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사정우의 패거리는 척 봐도 대단한 기세라서 평범한 시민들은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세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예쁜 아가씨, 그렇게 긴장할 거 없잖아. 핸드폰이 얼마나 하겠어. 보상이 끝나면 돌려줄게.” 사정우는 세화의 휴대폰을 가지고 놀면서 심지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마치 세화의 체취이라도 배어 있는 것처럼. “웃기지 마. 당신이 내게 배상해야 돼.” 세화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자 사정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당연한 이치를 모르진 않겠지?” 사정우의 시선이 세화의 몸을 훑어내렸다. “배상할 돈이 없으면 몸으로 갚아도 돼. 나하고 같이 자면 돼.” “흠... 오늘이 내가 이 H시에 온 첫날이니까, 특별히 이렇게 하자.”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당신은 내 여자가 되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70화 손해배상을 청구할 겁니다

    세화는 조금 놀랐다. H시의 사씨 가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곳의 이씨 가문과 같은 급의 명문 가문이다. 사정우의 아버지가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라는 점도 놀라웠다. 그리고 마침 자신도 사해상공회의소 가입을 앞두고 있기에,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같은 편이 될 텐데 다투지는 않겠지.’ 하지만 세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세화가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관계 때문에 방금 있었던 일을 묵인할 생각은 없었다. “방금 일부러 차선을 바꿔 제 차를 들이받게 한 거 맞죠?” 세화는 사정우의 의도를 꿰뚫어 보았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접근하려는 수작이라는 걸 알아차린 세화는 손을 내밀지도 않은 채, 표면적으로는 예의를 지키며 정중하게 질문했다. 사정우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말해도 좋아요. 난 그저 당신하고 좀 친해지고 싶었을 뿐이에요.” “사고를 계기로 인연이 시작된다면 낭만적인 드라마 같지 않겠어요?” “낭만적인 드라마?” 세화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그건 낭만이 아니라 교통 법규를 무시하는 행위이고,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태도예요.” “당신의 행동에서 차가움과 무감각만 느꼈을 뿐이에요. 전혀 낭만적이지 않아요.” 세화의 단호한 태도에도 사정우는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이 세화를 바라봤다. 그동안 자신이 만난 여자들은 아무리 새침한 척해도 그의 신분과 재력을 알고 나면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화는 달랐다.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로 자신을 가르치려고 들었다. ‘이런 여자를 정복하는 건 아주 성취감이 있겠어.’ 사정우는 웃으며 말했다. “너무 진지하시군요. 사람 목숨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래요?” “난 예전에도 사람을 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보상하고 합의서 받으면 끝나는 일이지.” “물론 돈을 거절하고 내 목숨을 요구하는 바보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69화 어떻게 책임질 거야?

    “내려! 내려!” 차 안에 앉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세화를 본 꼬붕 놈이 차문을 더욱 세게 발로 찼다. 마세라티의 차문에는 순식간에 움푹 패인 자국들이 생겼다. 그 와중에도 선글라스를 쓴 남자는 미동도 없이 서서 이 모든 사태를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세화는 가슴이 아팠다. 이 차는 바로 동혁이 자신에게 사 준 첫 번째 차였기 때문이다.세화가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행인들이 많이 몰려와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이 무리들이 험악해 보이긴 하지만,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 거야.’ 그래서 창문을 내리고 말했다. “그만 발로 차, 내리면 되잖아.” 나태성이라는 꼬붕놈은 코웃음을 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세화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내렸다. “와, 이 여자 진짜 예쁜데? 게다가 2억 원이 넘는 마세라티를 타고 다니는 거 보니 완전 재벌이네.” “이 여자도 몰라? 혜성그룹의 회장, 진세화 씨야! 교통사고를 난 사람이 이 여자일 줄은 몰랐네...” 세화는 H시에서 너무나도 유명했다. 최근에는 주다정이 퍼뜨린 유언비어로 인해서, 더욱 사람들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 덕분인지, 세화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역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함부로 못하겠지.’‘혜성그룹 회장 진세화라고?’ 그 순간, 무표정이던 선글라스 남자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쳤다. “당신 운전을 어떻게 한 거야? 운전할 줄 모르면 아예 도로에 나오질 말든가! 김 여사가 바로 당신 같은 여자 운전자를 두고 하는 말이야.” 거들먹거리면서 세화에게 쏘아붙인 나태성은 세화가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몰아붙였다. “말해봐. 어떻게 책임질 거야?” “아니, 애초에 당신들이 불법으로 차선 변경을 해서 사고가 난 건데, 내가 왜 책임져야 해?” 세화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내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다면, 주저하지 않고 피해를 보상했을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68화 추돌 사고

    [사해 상공호의소에서 우리를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살펴봐야 해.] 세화가 차분하게 말했다. [H시의 시장은 너무 작아. S시의 세방그룹이든 혜성그룹이든 앞으로는 반드시 전국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해.] [그리고 N도의 시장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N도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문을 두드려야 해.] [마침 사해상공회의소에서 고급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연락을 해 온 거야.]세화도 이 기회를 잡으려고 했기에 쌍방은 자연스럽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남편이 별로 탐탁치 않아 한다는 걸 알아차린 세화가 동혁에게 말했다. [당신도 같이 가. 이미 사해상공회의소 대표하고 약속을 했어,] [새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당신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야.] 동혁의 주량이 좋기도 하지만 동혁을 데리고 가는 데에는 세화가 고심한 또다른 목적이 있었다.바로 사해상공회의소 사람들과 만나면서 동혁을 위한 인맥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세화의 말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을 느낀 동혁은 마음속으로 기뻐했다.‘아내가 이렇게 나를 챙겨 주는데 내가 승낙하지 않는다면 너무 눈치가 없는 것이겠지?’동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래, 알겠어. 당신을 위해서라면, 불 속이라도 기꺼이 뛰어들어야지.” “하물며 술마시는 건데 말이야. 오늘 술 마시러 온 사람들은 다 뻗게 해주겠어!” 동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세화는 진지하게 말했다. [좀 진지하게! 이번엔 사고 치면 안 돼. 지난번처럼 술 마신 사람들 병원으로 보내지 말고!] 지난번에 동혁은 몇 개 부문의 책임자들과 술을 마시고 전부 뻗게 만들어서 세화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알았어. 쓸데없는 말은 안 할게. 명성호텔로 와서 나하고 합류하면 돼. 내가 지금 차를 가지고 갈게.]다시 한마디 한 뒤 세화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세라티를 몰고 출발했다.세화가 명성호텔 근처에 왔을 때, 옆 차선에서 오픈 스포츠카 한 대가 세하의 차에 접근해서 나란히 달렸다. 빵! 빵! 선글라스를 낀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67화 사해상공회의소

    한 무리의 기자들이 떠드는 소리가 천진과 주다정의 귀에도 들렸다. 이는 자신들에 대한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였다.30분도 안 되어 천진이 주다정을 폭행한 사실이 인터넷어 폭로되었고, 사방으로 떠들썩하게 퍼져 나갔다.이로써 모든 진상이 밝혀졌다. 주다정과 천진이 결탁해서 간통을 저질렀고, 항난그룹을 삼키려고 작당한 두 사람은 오히려 동혁과 수소야가 간통을 저질렀다고 유언비어를 퍼트렸던 것이다.‘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지!’두 사람을 향한 욕설이 사방에서 쏟아졌다.악명을 세상에 날리게 된 주다정과 천진은, 모든 사람들의 규탄의 대상이 되었다.이튿날 H시 방송국에서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혁과 세화 일가에 사과하는 동시에 경병수와 주다정을 파면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그 뒤로 이 양아버지와 수양딸은 H시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소문에 따르면, 주다정은 한 지방 도시의 고급 클럽에서 명문가의 자제들과 고위 관리들을 정성껏 접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예전에는 자신이 기꺼이 원해서 그랬지만, 지금은 억지로 웃음을 보여야 했다.그리고 이 여론을 통해서 먹칠을 했던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수소야도 여러 매체들이 공동으로 증인을 서는 가운데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천진의 파렴치한 행동이 사람들에게 공개된 데다가 동혁도 이 소송에 특별히 관심을 보였다. 법원에서는 신속하게 두 사람의 이혼을 판결했다.결국 천진은 원래 자신의 가문에 속했던 재산을 제외하고, 항난그룹에 대해서는 동선 하나도 건질 수가 없었다.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천진은 수소야가 보유한 항난그룹의 지분은 부부의 공동 재산이므로 당연히 자신이 절반을 가져야 한다고 항변했다.하지만 수소야는 항난그룹의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동혁이 전후로 나눠 준 지분은 처음부터 백마리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화가 머리끝까지 난 천진은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인다는 게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항난그룹의 지분을 수중에 넣으려고 할 때마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66화 빅 뉴스

    경병수는 마침내 주다정이 요 며칠 동안 온갖 방송국 자원을 동원해서 유언비어를 날조해서 얼굴에 먹칠을 하게 만들었던 대상이 동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러나 경병수가 아무리 용서를 빌어도 동혁의 태도는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다.동혁이 냉혹한 말투로 경병수에게 말했다.“경 국장, 내가 잘못 들었나?” “나는 해고하는 건 못 봤어. 오히려 당신이 가지고 놀다가 질린 음탕한 여자를 나한테 꽂아 넣으려고 한 걸 봤는데.”“경 국장, 당신은 나 이동혁을 얼마나 무시하는 거야?”털썩-경병수는 눈빛마저 초점을 잃은 채 털썩 주저앉았다.이제는 자신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동혁이 이렇게까지 말했다는 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작정임을 드러낸 것이다.더 중요한 건 경병수가 반박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그건 바로 경병수가 생각한 방법이었기에.동혁은 경병수를 더 이상 보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임창호에게 말했다.“방송국 위아래 모두 대청소를 해야겠군요.”“시 방송국의 바로 H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곳인데, 오히려 온갖 오물과 비리가 난무하는 곳이 되었으니 이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네!”임창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경병수의 접견을 자신이 주선했기에, 이런 일이 생겼으니 자신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웠다.이제는 자신이 시장에게 점수를 잃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반드시 만회해야 해!’임창호는 곧바로 사정 파트의 직원들을 호출했다.“경병수와 주다정은 모두 즉시 파면 처분했다고 공고하도록 해. 그리고 내가 직접 방송국에 주재하면서 대대적으로 정리하겠다.”임창호의 말은 경병수와 주다정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과 마찬가지였다,두 사람은 완전히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야 했다주다정은 자신이 어떻게 시청에서 나왔는지, 어떻게 숙소로 돌아왔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줄곧 멍한 표정이었다.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천진이 나와서 문을 열었다.그러나 주다정의 참혹한 모습을 보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다정아, 어떻게 된 거야? 누가 널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65화 함부로 친척이라고 하지 마

    동혁의 이런 비난에 경병수는 놀라서 쓰러질 지경이었다.‘주다정 저 멍청한 X이 자기만 망친 게 아니라 나까지도 망쳤어.‘시장님의 말은 우리 방송국 전체에 아주 불만이 많다는 걸 드러낸 게 분명해.’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면서 경병수는 꽉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시, 시장님... 저 주다정이 갑자기 미친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방송국 직원들은 모두 시장님을 존경하고 있고, 불경한 의도를 품은 사람은 결코 없습니다!” 말을 하면서 경병수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장의 싸늘한 태도를 보자 주다정에 대한 분노가 솟구쳤다.‘이 멍청한 X이 나까지 말려들게 하다니!’경병수는 갑자기 주다정을 걷어차서 바닥에 쓰러지게 만들었다.거기서 그치지 않고 두 발로 계속 거세게 걷어찼다. 퍽! 퍽! “아악! 아파요. 양아버지 제발! 제발 그만 때리세요!!”주다정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누가 네 양아버지야!”주다정의 입에서 양아버지란 말이 나오자, 경병수는 넋이 나갈 정도로 놀랐다.재빨리 달려들어 주다정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는 연달아 따귀를 때렸다.짝! 짝! 짝!“악! 제발 그만!” “나는 너하고 아무 관계도 없어! 함부로 친척이라고 하지 마!” “한 번만 더 주둥이를 놀리면 때려 죽여버리겠어!”경병수는 이번에 정말 필사적이었기에 온 힘을 다해 주다정을 때렸기에, 주다정은 너무나 비통한 나머지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경병수가 아무리 둔하다 해도 동혁과 주다정 사잉에 원한이 쌓여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주다정은 이미 시장님의 마음 속에서 끝났어.’‘지금 만약 주다정이 내 수양딸이라는 게 들통나면 이동혁이 나를 그냥 두겠어?’주다정의 얼굴이 엉망이 되도록 때리던 경병수가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때리던 걸 멈췄다.지금 주다정은 갯벌의 진흙처럼 엉망이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마치 숨이 간들간들한 강아지마냥 입으로는 연신 끙끙 신음소리를 내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64화 이게 무슨 미친 짓이야

    “이, 이동혁?!” 주다정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설마 요즘 내가 너무 잠자리에 탐닉하느라 피곤해서 환각을 보는 건가?’ 자시을 때려 죽인다 해도 동혁이 여기에 있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여기는 시장님의 관저이자 H시 권력의 중심지야. H시에서 가장 존귀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이동혁 같은 쓰레기가 어떻게 이곳에 있을 수 있어?’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나와서 자세히 보고는, 주다정은 다시 한번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책상 뒤에 있는 남자는... 정말로 이동혁이 맞아!’주다정은 완전히 멍한 상태였다.요 며칠 동안 주다정은 전력을 다해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모두가 욕을 퍼붓자, 동혁은 H시에서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주다정의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동혁은 집 밖에도 못 나오고 쥐 죽은 듯이 지내거나, 몰래 H시에서 도망칠 계획을 세우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이동혁이 당당하게 시장실 한가운데 서 있다니?’ ‘이게 말이 돼?’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 주다정은 무의식적으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화를 냈다. “야, 이동혁! 너 같은 쓰레기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넌 인간 말종인 쓰레기야! 이곳이 어디라고 너 따위가 감히 들어와?” 주다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장실 안은 이미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시장실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부시장 임창호와 방송국 국장 경병수. 그리고 그들을 안내한 시장실 직원들까지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마치 바보를 보는 것처럼 주다정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느끼자, 주다정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자신감이 없어졌다. 불안해진 주다정이 주변을 둘러보니, 시장실 안에는 동혁 외에 임창호 부시장과 시장실의 직원들이 있었다.‘시장님은?’주다정은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이동혁이 이런 중요한 장소에 버젓이 나타난 데다가, 부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63화 아주 드문 유능한 인재

    “시장님, 경병수 국장은 오랫동안 방송국에서 근무한 베테랑입니다. H시 내에서도 명망 있는 인물이고도 하고요. 만나보시겠습니까?” 임창호가 허리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방송국 국장이?” 동혁은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무심하게 답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곧 머리가 반쯤 벗겨진 중년 남성이 임창호를 따라서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시장님, 이쪽은 시 방송국의 경병수 국장입니다.” 임창호가 간단하게 소개했다.동혁을 본 경병수는 첫눈에 새 시장이 과연 바깥에 떠도는 소문 그대로라는 느낌이 들었다.‘정말 너무나 젊은데!’시장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인 경병수가 겸손하게 인사했다. “시장님, 그냥 ‘경 국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가볍게 대답한 동혁이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임 부시장이 보고할 게 있다고 하던데 이번 우수직원 선발과 관련된 건가요?” “아, 네! 그렇습니다, 시장님!” 순간 당황했던 경병수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이번에 저희 시 방송국에서 선발된 우수직원은 주다정이라는 경제 뉴스 앵커입니다.” “어제 시장님께서 지시하신 뒤에, 저희도 내부적으로 철저한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동혁은 담담하게 물었다. “아 그래요? 조사 결과는 어떤가요?” 경병수가 몰래 동혁의 표정을 살폈지만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주다정이 앞서 시장이 단독으로 자신을 접견하기로 했다고 말한 걸 떠올리고, 시장이 주다정에게 악의가 있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주다정의 직속 상관인 자신이 주다정에게 좋은 얘기를 하라고 암시하는 것처럼 보였다.경병수가 얼른 입을 열었다.“네! 시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내부 조사 결과 주다정 기자는 진지한 태도로 업무를 책임지고 있고 업무 능력도 아주 뛰어납니다.” “게다가 도덕성과 인품 면에서도 방송국 내에서 아주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주다정 기자가 몇 년 간 연속해서 우수직원에 선정된 것은 바로 방송국 전체 직원들의 지지를 받고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