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이른 아침 조용했던 하늘 거울 저택 주변이 갑자기 떠들썩해지더니 사람들로 북새통이 되었다. 저택 안의 두 식구들은 모두 시끄러워 잠을 깼다. “이런, 설마 이 전신이 사람을 보내 우리를 잡으러 온건 아니겠지?” 류혜진은 당황한 듯 동혁을 노려보고 밖으로 나갔다. 그 뒤로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따라나가 밖을 보았다. 저택 입구에 이르자 현관 주위가 이미 인파로 꽉 찼다. 호아병단 병사 몇 명이 대문을 지키고 밖에 있는 사람들이 저택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죄송합니다. 다들 공격 의사가 없고 대저택 밖이라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었습니다.” 세화 가족이 나오자 중대장이 얼른 설명했다. “아니에요. 귀찮게 해 드려서 저희가 죄송합니다.” 세화는 한숨을 내쉬었다. ‘설 대도독이 우리 이웃이어서 이 병사들이 우리까지 함께 지켜줘서 다행이야.’ ‘그렇지 않으면 밖에 있는 사람들이 벌써 안으로 쳐들어왔을 거야.’ 세화는 대문을 사이에 두고 걸음을 멈추었고 갑자기 표정을 찡그렸다. 적어도 수백 명의 남녀가 셀카봉을 들고 서로 크게 웃고 있었다. 현장이 이런 사람들 때문에 난장판이 되었다. 맨 앞에 선 한 젊은이가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친구들, 여기가 그 데릴사위가 사는 곳이야. 무려 2000억짜리 대저택이라고. 거기에 H시군부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어!” “아, 이제야 그 데릴사위가 왜 감히 이 전신을 사칭했는지 알겠네. 설 대도독의 옆에 살고 있어서 허풍을 떤 거야.” “우아, 그 데릴사위 아내다. 근데 말도 안 되게 예쁜데? 역시 우리 H시에서 소문난 미녀 회장님이야.” “친구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별풍선이라도 선물하면 데릴사위의 와이프를 인터뷰 생중계할게.” 세화가 나타나자 젊은이는 그녀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좌영석 저 개X식! 쟤 여기서 왜 지금 라이브를 켜고 난리야?” 장현소는 좌영석을 보자 화가 나서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바로 저 개X식이야.’ ‘어젯밤 왕조희의 기자회견에서 형부를 헐
“우와, 저 바보가 미쳐서 사람을 때렸어.” “저 데릴사위 너무 무식한 거 아니야? 이 전신을 사칭하고 감히 사람까지 때리다니.” “대단한데? 저렇게 간단히 손을 쓰다니. 하지만 감히 생방송 중 사람을 때렸으니 저 놈은 이제 죽었어.” “시원하게 배경 음악도 미리 깔아주지.” 팔로워 100만의 인플루언서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하늘 저택 입구와 인터넷 생방송에서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동영상을 바로 편집해 인스타, 트위치 등 플랫폼에 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실시간 검색어에도 “데릴사위 폭력 생방송”라는 표제가 빠르게 등장했다. 생방송에 순식간에 몰려든 네티즌, 스크린에 마구 올라오는 댓글. 현장에 있던 인플루언서들은 미친 듯이 흥분했다. 카메라가 모두 동혁에게 집중되었다. “봤지, 저 바보가 감히 나를 때리는 거. 이 전신을 사칭한 사기꾼이 생방송에서 사람까지 때렸어.” 바닥에 누워 있던 100만 명의 인플루언서조차 비명을 멈추었다. 그는 카메라를 돌려 피범벅이 된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발음이 새는 목소리로 외쳤다. “시끄러워!” 큰 발이 갑자기 그의 얼굴을 걷어찼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100만 명의 인플루언서가 기절했다. 뽀각! 생방송을 하던 휴대폰도 큰 발에 밟혀 산산조각이 났다. 동혁이 또다시 폭행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자 인플루언서들은 더욱 흥분하여 소리를 질렀다. 바로 그 순간 동혁이 갑자기 그들 무리에게 다가갔다. 발차기 한 번에 한 명씩. 퍽! 퍽! 퍽! 쉴 새 없이 울부짖는 비명소리와 함께 방금 차마 들을 수 없는 질문으로 세화를 괴롭혔던 인플루언서들이 하나둘씩 머리에 피를 흘리며 땅에 쓰러졌다. 생방송을 하던 휴대폰들도 하나씩 동혁에게 밟혀 산산조각이 났다. 동혁이 이렇게 세화의 원수를 갚는 동안 반대쪽의 류혜진 등은 놀라 죽을 지경이었다. “세화야, 멍하니 뭐 하고 있어. 저 멍청한 놈을 막지 않고. 저놈이 또 미친 듯이 사람을 때리잖아. 다 생방송되고 있는데, 이러다 이번에는 대중들
현재 좌영석의 팔로워 수는 여전히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그것은 모두 동혁이 그에게 가져다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좌영석은 단지 기자회견에 나타나 작은 역할을 했을 뿐이다. 겨우 하룻밤 사이에. 존재감도 없던 좌영석이 트위치의 인기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그의 개인 편지함은 이미 각 제조사에서 보내온 제품 운송 주문서로 꽉 찼다. 이변이 없는 한. 오늘부터 그는 가만히 앉아 미친 듯이 돈을 벌 수 있었다. 좌영석의 아버지는 자산이 2000억이 넘는 제법 괜찮은 재벌이다. 그는 오늘 아침에도 자랑스럽게 좌영석의 어깨를 두드리며 감개무량해했다. 좌영석의 아버지는 자신이 수십 년을 분투해 이룬 것이 아들인 좌영석이 하룻밤에 이룬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다. 이 전신. 역시 상류 중의 톱클래스. “이동혁, 넌 끝났어!” “네가 공공장소에서 행패를 부리는 동영상은 이미 내가 생중계했어. 이번에는 하느님이 와도 너를 구할 수 없을 거야.” 좌영석은 셀카봉을 들고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내 생방송에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지 알아? 수천만 명이야. 수천만 명!” “지금도 계속 들어오고 있고, 플랫폼 기술자들이 내 생방송을 계속 유지시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 심지어 이 생방송을 따로 관리하고 있다고. 1억 돌파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도 내가 네게는 감사해야겠지?” “내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많은 팔로워를 갖게 된 것이 모두 네 덕분이니까 말이야.” 좌영석은 정말 흥분했다. ‘이동혁, 끊임없이 죽음을 자초하는 이 바보 덕분에 내 인기가 계속 오르고 있어.’ ‘미친 듯이 팔로워가 늘면 미친 듯이 돈을 벌게 될 거야.’ 거들먹거리며 자신을 미친 듯이 조롱하는 좌영석을 보고 동혁은 웃었다.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좌영석, 내가 이렇게 네게 많은 팔로워를 만들어 주었다면, 모두 거두어들여 다시 네가 빈털터리가 되게 할 수 있어.” “허? 너 같은 쓸모없는 놈이?”좌영석은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며 무시했다.
‘규정 위반?’ ‘왜 규정을 위반했다는 거지?’ “말도 안 돼, 난 지금 범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다고. 이 전신의 명예를 회복시 켜려고 하는 건데 어떻게 생방송 계정을 폐쇄할 수 있어?” 좌영석은 미칠 것 같았다. 그는 펄쩍 뛰며 뒤에 서있던 사람에게 지시했다. “당장 트위치에 연락해서 생방송 계정을 복구하라고 해!” “아니면 카카오TV에 생방송 계정을 열거라고, 그때 나에게 부탁해도 소용없다고 전해.”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그는 생방송을 위한 비서까지 찾았다. 비서는 서둘러 트위치의 생방송 운영실에 전화를 걸었다. 곧 비서는 의아해하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사장님, 트위치 운영실에서 국가사이버본부의 긴급명령으로 사장님의 생방송 계정이 폐쇄된 거라고 하는데요.” “사장님뿐만이 아니랍니다.” “바로 방금 전, 전 플랫폼의 이 전신 사건을 다룬 생방송 계정이 모두 폐쇄되었습니다.” “모든 실시간 검색어에서 내려지고, 키워드는 차단되고, 관련 글 삭제와 댓글창도 폐쇄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전신 사건에 대한 인터넷 루머를 퍼뜨리는 계정이 모두 차단된 거라고 하네요.” “그중 몇몇은 사안이 심각해 이미 구속됐답니다.” 비서의 보고와 함께 주변 바닥에 쓰러져 있던 사람들에게서 이미 절망적인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100만 팔로워가 넘는 내 생방송이 왜 영구폐쇄야?” “난 팔로워가 수천만인데 계정이 영구폐쇄야. 거기다 사이버본부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평생 방송 금지래.” “전 지난달 생방송 계약을 갱신했어요. 고급차와 큰 별장을 사면서 매달 몇천만 원의 대출을 받았는데, 이번에 규정을 어겼다고 플랫폼이 위약금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하겠대요. 이제 제가 뭘로 이걸 다 갚아요?” “내가 왜 그랬지?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이 전신은 건드리면 안 됐는데...”절망적인 분위기가 하늘 거울 저택 입구 공기를 가득 매웠다. 생방송을 하던 인플루언서들은 후회막급이었다. ‘팔로워 수를 늘려 인기 좀 얻겠다고 이 전신을 건드리
뜻밖에도 각종 플랫폼의 사장들이 갑자기 찾아왔다. 현장에 있던 인플루언서들이 이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각 사장들을 마치 자신들의 친아버지를 보는 것처럼 바라보았다. 순간 모두 동혁을 놔두고 흥분해서 달려들었다. 좌영석이 가장 선두에 서서 제일 먼저 트위치의 장문일 앞으로 갔다. “장 사장님, 저는 어젯밤에 이동혁의 실체를 폭로한 좌영석입니다. 사장님 직원들이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제 생방송 계정을 폐쇄할 수 있습니까? 빨리 제 계정 폐쇄를 해제하라고 해...” “저리 꺼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장문일이 크게 화를 내며 노려보았다. 다른 인플루언서들도 여러 사장들에 의해 한쪽으로 밀려났다. 사장들은 가만히 서 있는 동혁을 발견하고는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식은땀을 닦으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이 선생님, 사과드리러 왔습니다.” 수십 명의 사장들이 뜻밖에도 동혁 앞에서 일제히 허리를 굽혔다. 좌영석과 인플루언서들, 세화 등은 지금 놀라고 의아해 눈이 커졌다. 마음속에서 혼란스러운 감정이 일어났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평소 꼿꼿한 사장들이 왜 모두 이동혁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거야?’ 동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앞에 있는 사장들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 “나를 화제로 삼아 이용하니 좋습니까?” “이 선생님, 이건 모두 밑에 인플루언서들이 함부로 벌인 짓입니다. 그래서 저희 플랫폼에서 관리를 제때에 하지 못했어요...” 트위치의 장문일은 식은땀을 흘리며 설명했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동혁이 끊었다. “하지만 내 사람들은 어젯밤 일이 발생한 후 미국 주식 시장에서 장 사장님 회사의 주가가 미친 듯이 올랐다고 보고하던데요?” “어젯밤 내 아내가 사장님의 앱을 깔았는데, 인기 추천 동영상이 전부 나와 관련이 있더군요. 회사에서 미친 듯이 좌영석을 밀고 있던데요?” “이것들을 장 사장님이 몰랐다고요?” “이 선생님, 그게...” 장문일은 식은땀이 비 오듯 떨어졌다. 동혁은 다른 사장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
“우리 집이 사이버 폭력에 시달릴 때 저 사람들이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뒤에서 계속 부추겼어.” 동혁은 화가 가라앉지 않은 듯 콧방귀를 뀌었다. “흥,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닌데, 이렇게 넘어가는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걸.” ‘상부에서 전략적 사기라고 생각하고 묵인하지 않았다면, 방금 전 저 사람들은 절대 그냥 대충 넘어갈 수 없지.’ ‘하나하나 다 따져서, 다 책임지게 해야 했는데.’ 세화는 동혁을 위로했다. “됐어. 화 낼 거 없어. 이번에 우리 집이 화를 모면할 수 있어서 다행이잖아.” “탓하려면 왕조희를 탓해야지. 겉으로는 청순하고 예쁜 여자 스타인 척, 뒤에서 이렇게 악랄하게 일을 꾸며 우리 가족을 죽일 뻔했으니까.” 이렇게 말하는 세화도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었다. “걱정 마, 그 여자도 대가를 치를 테니까.” 동혁이 차갑게 말했다. 다이너스티호텔. “미수 언니, 정말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사람을 처리하다니 진짜 대단해요.” “지금 그 이동혁의 가족은 인터넷에서 욕을 먹고 있고, 전 사건의 피해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동정을 받고 있어요.” “제가 방금까지 수십 번을 봤는데, 검색어 순위에서 제 이름이 이 전신과 데릴사위에 이어 세 번째라고요!” “이번 일이 지나면 저도 연예계에서 최고가 될 수 있겠죠? 아마 평생 다 못 쓸 정도로 돈을 벌 수 있을 거예요.” 왕조희는 동미수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흥분하여 계속 말했다. 그녀는 지금 동미수가 매우 고마웠다. ‘내가 연예계에서 이대로 죽을 수도 있었는데, 미수 언니 덕에 기자회견 한 번으로 다시 살았어.’ “기뻐하지 마.” 동미수는 갑자기 짜증을 내며 왕조희의 말을 멈추게 했다. “언니, 무슨 일 있어요?” 왕조희는 방금까지 기뻐서 어쩔 줄 모르다가 지금에서야 동미수의 안색이 매우 어둡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미수는 휴대폰을 흔들며 말했다. “인터넷에서 이번 일에 관한 모든 흔적이 사라졌어.” “그럴 리가요?” 왕조희는 즉시 인스타를 열어 이 전신을 검색했다.
“조급해하지 말고 일단 진정, 진정해.” 동미수는 왕조희를 위로해야 할지 아니면 자신을 위로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줄곧 자신이 지략이 뛰어나다고 여겼기 때문에 이대로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왕 사장님, 아직 만회할 기회가 있을까요?” [있어!] [믿을 만한 소식에 의하면, 나흘 뒤 N도 군부의 총지휘자인 심석훈의 취임식이 H시 군부에서 거행된다고 해.] [그 심석훈은 이 전신이 직접 데리고 나온 병사여서, 이 전신 본인이 직접 취임식에 참석할 거야.] [너희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때 이 전신에게 용서를 빌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수 있을 거야.] 왕전수의 말에 동미수와 왕조희은 다시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왕전수가 말했다. [근데 이 전신을 만나려고 취임식에 참석하려면 2000억을 써서 자리를 사야 해.] [이날 취임식이 군부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것인 만큼, 외부 인사의 참석 인원이 소수에 부과해서 자리가 비싸.] [H시 3대 가문도 그래서 이미 각각 2000억을 써서 자리를 할당받을 수 있었데.] “사장님, 회사에서 저 대신 이 2000억을 내주실 수 있나요?” 왕조희가 물었다. 지난 2년 동안 그녀는 적지 않은 돈을 벌었지만 헤프게 돈을 써서 저축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녀의 수중에 2000억은 없었다. 심지어 200억 도 낼 수 없는 재정 상태였다. [조희야, 이번 일은 모두 너 때문에 벌어졌어. 우리도 그래서 불려 간 거잖아. 이 위기를 넘기 위해 회사는 이미 2000억에 달하는 비용을 썼고 앞으로 얼마가 더 들지 몰라.] 왕전수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런데 네가 어떻게 회사에 그런 요구를 할 수 있어?] “사장님, 저...” 왕조희는 너무 놀랐다.그녀는 자신이 지난 2년 동안 회사에 벌어다 준 돈이 2000억이 넘는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자 감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그녀는 자신의 소속사에까지 미움을 살 수 없었다. [돈 문제는 네
이제야 세화 등의 의혹이 풀렸다. ‘왜 각 플랫폼 사장들이 이 먼 H시까지 와서 우리 가족들에게 사과했는지 이제 알겠어.’ ‘알고 보니 이 전신이 누군가가 자신을 이용해 인기를 얻으려는 의도를 간파하고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직접 나선 거였어.’ “이 전신은 정말 혜안이 있군요. 세상 모두가 형부에게 전신을 사칭했다고 욕을 퍼붓고 있는데, 이 전신 혼자만 왕조희의 의도를 간파했으니 말이에요.” 현소의 예쁜 큰 눈에는 이미 별이 반짝였다. 지금 그녀는 이미 전신의 광팬이 되었다. “형부라니? 현소야,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마!” 뜻밖에도 장영도가 갑자기 정색을 하고 차갑게 소리쳤다. 그는 매섭게 동혁을 노려보았다. “이번 일은 이 전신께서 수습에 나서서 사건이 잘 가라앉은 거야.” “하지만 이동혁, 당신이 이 전신을 사칭하고 우리 현소까지 연루시켜 모두가 당신과 함께 욕을 먹게 한 것도 사실이야.” “내가 보기에 세화는 정말 당신과 이혼해야 해!” 장영도는 줄곧 세화를 백천기와 맺어주려고 했다. 그리고 이번 일이 그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되었다. 장영도의 말이 나오자마자. 아까의 여유로웠던 거실 분위기가 바뀌며 갑자기 긴장감이 돌았다. 눈빛이 싸늘해진 동혁은 장영도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우선 당신 자신부터 관리 잘하세요.” 이 말은 장영도를 바로 화나게 했다. 그는 식탁을 치며 일어섰다. “이동혁, 그게 무슨 뜻이지? 그리고 당신이라니? 어른에게 그렇게 부르라고 배웠나?” “아 그렇군요. 세화의 체면을 봐서라도 이모부라고 불러 드려야죠? 그럼 이모부께 좋은 뜻으로 한 말씀드려도 될까요?” 동혁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이모부께서 방금 전하신 소식은 이미 기밀을 누설한 잘못을 범한 겁니다.” “제가 보기에 이모부께는 돌아가셔서 기밀유지수칙을 백 번 베껴가며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방금 장영도가 군부에서 이 전신이 설전룡에게 전화했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말을 하자 동혁은 눈살을 찌푸렸었다. ‘이런 은밀한 일이 어떻게 모
말하는 사이에 용비무술학교 제복을 입은 젊은이들의 무리가 2층에 시끌벅적하게 나타났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시커먼 것이 족히 수십, 수백 명은 돼 보였다. 체격이 건장하고 힘이 세 보이는 중년 남자 한 명이 그들 맨 앞에 서 있었다. 험상굳은 얼굴에 차갑고 매서운 눈초리가 누구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섬뜩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는 바로 용비무술학교 부교장 나선호였다. “형님, 여기에요.” 왕범현이 반갑게 인사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동혁을 쳐다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이동혁, 네놈이 부른 사람은 아직 안 왔나 보네. 모두 우리 아버지 무술학교의 내 형제들인 거 보니. 그거 알아? 저건 10분의 1도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거? 모두 한 대씩만 네놈을 때려도 넌 그냥 죽는 거야.” 왕범현이 말하는 사이에 나선호는 학생들과 함께 당당하게 다가왔다. 현소 남매는 너무 놀라서 손발이 차갑게 변하고 머릿속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반대로 배경문, 현수린 등은 거들먹거리기 시작했다. 왕범현은 동혁을 가리켰다. “네놈이 부른 사람은? 괜히 나중에 내가 네놈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핑계 대지 말고 빨리 연락해서 오라고 해. 내가 오늘 밤 모두 네놈과 함께 밟아 죽여줄 테니까.” 무술학교에서 자신을 지원할 사람들이 도착했다고 생각한 왕범현은 자만심이 넘쳐서 아주 오만하기까지 했다. 동혁은 얼굴에 아무런 두려운 기색도 없이 약간의 마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부른 사람은 이미 도착했어. 모두 한 대씩만 때려도 네놈을 죽일 수 있을 정도야.” 동혁의 말을 듣고 모두 한바탕 폭소가 터졌다. “하하, 이런 때, 아직도 자존심을 세우는 거야? 그런데 난 왜 한 명도 안 보이지?” “무슨 자기가 삼국지의 제갈공명이야? 없는 걸 있다고 허세를 부리게?”많은 사람들이 동혁을 비웃는 동시에 왕범현은 동혁의 말을 듣고 마지막 인내심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는 나선호를 등지고 동혁을 가리키며 마구 손을 내저었다. “선호 형님, 바로 저놈이 그 개X식이에
동혁이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요. 교장선생님이 지난번에 항난그룹에 와서 소란을 피운 것처럼 그 아들도 저렇게 날뛰네요. 역시 한 가족 아니랄까 봐하는 짓이 똑같아요.” [아이고, 이 사장님, 지난 일은 잊어주시죠.] 깜짝 놀란 왕용비가 재빨리 말했다. [사장님, 걱정 마세요. 이 자식이 감히 사장님 앞에서 시건방을 떨다니, 죽고 싶나 보네요.] [잠시 휴대폰을 그놈에게 건네주시면, 제가 이놈을 따끔하게 혼내서 당장 사장님께 사과하게 하겠습니다.] 왕용비가 왕범현이 소란을 피우는 소리를 들어보니 동혁과 한바탕 날카롭게 부딪힌 거 같았다. ‘이 사장님이 화가 나서 범현이를 때려 아예 몸을 못쓰게 되면 어쩌지?’ ‘그래도 내게는 하나뿐인 아들인데.’ “사과요? 이 일을 그렇게 쉽게 처리하려고 제가 교장선생님에게 전화를 한 거 같나요?” 동혁은 냉소하더니 바로 전화를 끊었다. 왕용비는 바로 동혁에게 몇 통의 전화를 연속해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동혁이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왕범현은 여전히 제자리에서 소란을 피웠다. “전화 한 통으로 되겠어? 내가 시간을 더 줄 게. 계속 더 많이 전화해 보라고.” “필요 없어.” 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화 한 통으로도 너를 밟아 죽이기에 충분하니까.” “개X식, 뚫린 입이라고 허세는.” 왕범현은 너무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다. 만약 그가 자신은 동혁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몰랐다면 지금 바로 달려들어 동혁을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 “형님, 좀 빨리 와요. 저 개X식을 빨리 죽여버리고 싶다고요.” 왕범현은 또다시 나선호에게 전화를 걸었다.나선호가 전화로 무슨 말을 했는지 전화를 끊은 왕범현이 잠잠해졌다. “술 한 잔 따라봐.” 왕범현은 소파에 다시 앉아 현수린에게 술을 따르라고 시켰고, 그러면서 험상굳은 미소를 지으며 동혁을 바라보았다. “이동혁, 지금 이 마지막 순간을 즐기라고. 네놈에게 주는 내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해.” “혼자 덤비지도 못하면 그냥 입 닥치고 있어.
왕범현이 화를 내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모두는 깨달았다. ‘저 인간 완전 열받았어!’ 전화를 끊은 왕범현은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동혁, 너 딱 기다려. 내가 선호 형님에게 무술학교의 내 형제를 데려오라고 했거든. 네 놈은 내일 뜨는 태양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나 해.” 그가 부른 사람은 나선호, 용비무술학교의 부교장이자 왕용비의 측근이었다. 평소 왕범현이 원할 때마다 그는 반드시 부탁을 들어주었고 왕범현이 웬만한 사고를 쳐도 왕용비에게 알리지 않고 바로 직접 처리주는 경우가 많았다. 왕범현의 위협적인 말에 멍하니 있던 배경문 등은 다시 흥이 났다.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 들었지? 범현이 형이 무술학교의 형제들을 모두 불렀어. 모두 범현이 형 아버지의 제자들이지. 너는 이제 끝난 거야.” “지금이라도 저 유리 부스러기 위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게 어때? 그래야 나중에 고생을 덜 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때 가서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도 소용없어. 범현이 형을 열받게 한 이상, 넌 죽은 거나 다름없으니까.” 배경문 등이 곧 죽을 사람처럼 동혁을 바라보며 냉소를 금치 못했다. 왕범현이 화를 터뜨리며 동혁을 죽이려고 들자 현소는 놀라서 얼른 동혁을 잡아당겼다. “형부, 그냥 빨리 도망가요.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요.” “괜찮아. 저놈이 얼마를 부르던 다 자기 무덤을 파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동혁의 반응은 오히려 담담했다. 이어서 그는 휴대폰을 꺼내더니 왕범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미소 지었다. “전화해서 사람을 부르는 거?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 동혁은 말하면서 번호 하나를 눌렀다. [누구야?] 잠시 후 반대편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장선생님, 벌써 저를 잊으신 건가요?” [아! 이 사장님이셨군요!] 왕용비는 놀라며 갑자기 말투가 공손하게 변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어떻게 사장님을 잊겠습니까? 단지 지금 병원에 누워있는 게 짜증이 나서 저도 모르게 그런 겁니다.] [의사
왕범현은 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연마해 왔고 지금껏 상대를 제대로 만난 적이 없었다. 그가 깡패들을 정리하는 건 마치 어른이 아이를 때리는 것과 같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동혁이 때리는 뺨을 피할 수조차 없었다. “비켜!” 왕범현은 팔을 휘둘러 제자들을 밀쳐내고는 다시 몸을 비틀거렸다. 자존심이 강한 그는 급히 무릎을 약간 굽히고 발을 넓게 벌려 똑바로 선 후에야 이를 갈며 동혁을 바라보았다. “이동혁, 네놈이 지금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지 않을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말을 마치고 그는 옆 테이블 위의 맥주 한 병을 덥석 집어 들었다. “퍽!” 그는 맥주병을 바닥에 던져 산산조각을 냈고 깨진 유리가 바닥에 흩어졌다. “여기 술병들을 모두 깨뜨려.” 왕범현이 배경문 등에게 지시했다. 배경문 등은 그의 의도를 알지 못했지만 순순히 지시에 따랐다. 잠시 후 왕범현의 앞 바닥이 깨진 유리 한 겹으로 뒤덮였다. 왕범현은 동혁을 바라보며 바닥을 가리켰다. “잘 봐둬. 난 네놈을 때려서 여기에 무릎 꿇릴 거니까. 밤새 무릎을 꿇고 있어야 갈 수 있어.” “역시 범현이 형, 좋은 생각이에요.” “그래요. 저 데릴사위 놈을 밤새도록 유리 부스러기 위에서 무릎 꿇려요. 저놈 뼈가 단단한지 유리 부스러기가 단단한지 한번 보자고요.” 배경문 등이 모두 흥분하기 시작했다. 반면 현소의 작은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저 왕범현이라는 사람, 형부에게 뺨을 두 대나 맞았는데도 여전히 멀쩡한 걸 보니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현소는 앞으로 나와 동혁을 잡아당기며 말렸다. “형부, 잠시 물러서요. 제가 아버지한테 전화해 볼게요.” 현소는 왕범현이 경찰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군대에 있는 장영도의 힘으로 그를 제압하려고 했다. 이번에는 현수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거 없어. 네 아버지가 H시 군부에서 오시기 전에 왕범현은 이미 내 손에 수십 번 맞아 쓰러질 테니까. 괜히 네 아버지를 부르면
현소도 왕범현의 말에서 살벌함을 느끼고 일이 정말 커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걱정스러운 듯 동혁을 쳐다본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형부, 제가 경찰에 신고할게요.” “경찰? 그럼 경찰서에서 사람이 오기 전에 네 앞에서 네 형부 팔다리를 부러뜨려야겠네.” 왕범현이 콧방귀를 뀌며 무시하자 현소는 흠칫 놀라며 손을 떨어 하마터면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괜찮아, 이 형부만 믿으면 다 괜찮을 거야.” 동혁은 현소의 어깨를 두드리고 왕범현에게 몸을 돌려 다가갔다. “하하하,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 역시 찌질해. 무릎 꿇으러 오는 거 봐.” “무릎을 꿇을 거면 그 자리에서 잽싸게 꿇고 그 자리에서 형 앞으로 기어와.” 배경문 등이 흥분해서 휘파람을 불며 소리쳤다. 그들은 건방진 데릴사위가 무릎을 꿇으러 다가온다고 생각하고 매우 고소하다고 생각했다. “왕범현, 방금 때려준 그 뺨으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네.” 동혁은 배경문 등을 무시하고 왕범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왕범현은 처음에 동혁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상대방이 들어 올린 손바닥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네놈이 감히.”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그는 손을 들어 올려 막으려 했다. ‘아까는 네놈 손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무런 대응을 못한 거뿐이야.’ 왕범현은 자신의 실력에 대해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대비를 하면 네가 아무리 다시 습격하려고 해도 그냥 실패지.’ 그러나 다음 순간 그 왕범현은 슬픈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왕범현이 설령 대비가 됐다 하더라도 여전히 동혁의 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짝!”동혁의 손바닥이 왕범현의 뺨을 때렸고, 왕범현의 몸이 다시 가볍게 날아가 부서진 테이블 더미 사이로 세게 떨어져 내렸다. 정적이 흘렀다. 한순간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란한 소리와 대조되게 2층의 이곳은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마치 모든 시간이
“와... 우리 형부 멋있네.” 지금 왕범현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뺨을 한 대 더 때리겠다고 소리치는 동혁을 보며 현소의 큰 눈에 하트가 떠올랐다. 동시에 그녀는 강한 안정감을 느꼈다. “저 쓸모없는... 이동혁이? 내가 잘못 봤나?” 바닥에 쓰러져 있던 현수는 자신이 본 모든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힘껏 비볐다. 배경문, 현수린 등도 모두 현수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들은 처음 보는 동혁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전까지 그들의 눈에. 동혁은 허풍과 허세가 심하지만 실제로는 그저 한없이 찌질한 쓸모없는 데릴사위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들은 현소가 괴롭힘을 당해도 아무런 반응도 못하는 찌질한 인간이라고 동혁을 거리낌 없이 조롱했다. 그러나 동혁은 그들의 조롱을 강한 뺨 한 대로 막아버렸다. 한순간 동혁에 대한 배경문 등의 인식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저렇게 갑자기 범현이 형을 때리다니?’ ‘어떻게 감히?’ ‘범현이 형이 판명철 일당을 거의 반죽게 때리는 걸 봤잖아? 그런데도 감히 나서서 형을 때렸다고? 저런 놈이?’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 아니면 이미 미쳐서 자기가 죽을 줄도 모르는 건가?’ 배경문 등은 동혁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둘씩 앞으로 나서 동혁을 꾸짖었다. “범현이 형이 현소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건 현소에게 영광이야. 그런데 쓸모없는 데릴사위인 네놈이 감히 형을 때려? 정말 죽고 싶나 보구나?” “오빠에게 감히 손을 대다니? 넌 그 결과가 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어?” “범현이 형이 아버지의 무술학교에서 아무렇게나 수천 명의 무술 수련생들을 데려올 수 있다는 거 알아? 넌 이제 죽은 거야. 오늘 아무도 네놈을 구할 수 없어.” “당장 이리 와서 무릎을 꿇고 형에게 사과하고, 스스로 네 뺨을 후려갈기면 어쩌면 용서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 배경문 등은 미친 듯이 떠들어댔다. 그들의 눈에 동혁은 이미 반쯤 죽을 사람과 같았다. ‘범현이 형을 저리 화나게 했으니 죽지 않더라도
“내 말이 틀렸어? 이게 다 저 이동혁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누나는 괜히 엮인 거고. 그런데도 계속 이동혁 편을 들겠다는 거야?” 현수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쏘아보았다. “이 찌질한 놈이 어떻게 했는지 봐봐. 그저 뒤에 숨어서 끽소리도 못하고 있잖아.” “누나는 이런 인간을 그렇게 감싸주고 싶어?” 현소와 현수 남매가 말다툼을 벌이자 지켜보던 배경문 등이 또 한바탕 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아주 쇼를 해라. 처남은 매형을 넘긴다고 하고 그 누나는 형부를 감싸고.” “그런데 저 형부라는 인간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네.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맞는구먼.” “하하, 저 데릴사위 놈이 겁에 질려서 그런 거겠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동혁을 또 비아냥거렸다. “그만, 입 닥쳐.” 왕범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사람들의 말을 멈추게 하고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현소를 응시했다. “봤지? 이런 인간이 바로 네가 그렇게 보호하고 싶은 형부야. 놈에 비하면 나 왕범현이 훨씬 남자답지 않아?” “내가 다시 네게 내 정식 여자친구가 될 기회를 줄게. 그러면 앞으로 H시에서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 “하하하.” 왕범현은 거만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는 예전에도 이런 심리적 설득으로 많은 순진한 여자들을 사로잡았었다. 현소는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꿈 깨요. 난 죽어도 당신의 여자친구는 되지 않을 거니까.” 왕범현은 웃음소리를 뚝 그치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할 수 없네. 네가 정말 끝까지 그렇게 고집을 부릴 수 있는지 한번 봐주지.” 왕범현이 바로 현소에게 다가갔다. 현수가 재차 말리려 했다. “스승님, 이 제자의 얼굴을 봐서라도 제발...” “꺼져!” 왕범현은 발로 현수를 차서 바닥에 쓰러뜨렸고 현수는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현소야, 날 받아줘. 네게 오늘 좋은 밤을 약속할게. 하하하.” 다음 순간 왕범현이 현소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을 만지려고 했
현수린의 말을 들은 현소의 작은 얼굴이 분노로 붉게 상기되었다. 그녀는 왕범현이 정말 그런 음흉한 속셈이 있는 줄 몰랐다. ‘그러니까 형부를 괴롭히고 그 기회에 나를 자기와 잠자리하게 하겠다고? 그런 천한 여자들이나 하는 일을 내게 하라고 하는 거야?’ “흥, 그런 징그러운 일을 어떻게 해요?” 현소는 현수린을 노려보며 말했다. “전 당신 같이 싸구려가 아니에요. 목적을 위해서 쉽게 남자와 잠자리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고요.” 현소의 말은 현수린을 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현수린의 화장을 한 얼굴이 불쾌함으로 일그러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고고하게 순결을 고집하다니, 그럼 네 형부 팔다리가 부러지는 수밖에 더 있겠어?” 현수린이 비웃으며 말했다. “겉으로는 자기 형부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 이익이 걸리니까 역시 뒤로 물러나는 군.” 현수린만큼 말주변이 좋지 않은 현소는 전혀 그녀에게 반박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들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동혁을 바라볼 뿐이었다. “형부!” 현소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 “저 여자 말은 신경 쓸 거 없어. 넌 형부인 나를 생각해 주는 좋은 사람이라는 걸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동혁은 현소의 눈물을 닦아주고 웃으며 말했다. “누군가를 생각해 준다는 핑계로 자신의 깨끗한 몸을 가져다가 망치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야.” “그리고 누군가가 널 그렇게 만들고 싶은 이유는 그 사람의 몸이 이미 더러워졌기 때문이야. 그래서 너까지 끌어들여 자신처럼 만들고 싶기 때문이지.” “한마디로 저 여자는 단지 너를 질투해서 그러는 거야.” “응응, 형부 말이 맞아요.”현소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름 안심했다. 동혁은 현수린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 보았고, 동혁의 말을 들은 그녀는 화가 나서 표정이 일그러졌다. 현수린이 고개를 돌려 왕범현에게 소리쳤다. “범현이 오빠, 저 인간들에게 더 이상 쓸데없는 말 할 필요 없잖아요? 그냥 바로 손을 봐주세요. 그리고 현소, 저년도 그저 순
“아래층에서 술을 마신다고? 알았어.” 오반석이 몇 마디를 하고서 전화를 끊고 왕범현에게 말했다. “아래층에서 친구 몇 명이 기다리고 있어서 먼저 좀 내려가야 할거 같아.” “왕 사장이 나 대신에 고생 좀 해줘. 나중에 이번 일은 내가 후하게 갚아줄게.” 말을 마친 오반석은 동혁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돌아서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내가 왕 사장의 솜씨를 본 적이 있지. 역시 용비무술학교 교장 왕용비의 아들답게 깡패 몇 명을 상대하는 게 아주 우스웠어.’ ‘이동혁, 저놈이 상대가 될 리 없지.’ “범현이 형, 빨리 손 좀 봐줘요. 일단 저 데릴사위 놈 무릎부터 꿇려 놓고 보자고요.” “맞아요. 저흰 아까부터 저 쓸모없는 인간이 눈에 거슬리던 참이었어요.” 오반석이 떠나자 배경문, 현수린 등은 소란을 피우며 왕범현이 동혁을 패는 모습을 보고 싶어 안달을 냈다. “하하, 급할 거 없어.” 왕범현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담담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쓸데없는 놈 하나 처리하는 건, 아무 때나 상관없어. 어쨌든 저놈은 도망갈 수도 없으니까.” 전혀 아무렇지 않은 말투는 마치 동혁을 도마 위의 도살 직전의 생선과 고기로 여기는 것 같았다. 순간 모두들 멍해졌다. ‘범현이 형은 이동혁을 지금 처리하지 않고 또 뭘 하고 싶은 거지?’ “난 그전에 다른 얘기를 좀 하고 싶거든.” 왕범현은 실실 웃으며 작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현소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 “현소야, 방금 반석 도련님의 말을 너도 들었지? 나보고 네 형부를 혼내 주라네.” “그럼, 넌 뭐라 하고 싶은 말 없어?” 방금 동혁이 모든 사람들의 공격을 받을 때 오직 현소만이 동혁을 지키려고 했다. 이 모든 과정을 눈여겨본 왕범현은 현소가 마음속에서 동혁을 의지하는 게 매우 클거라고 생각했다. 왕범현은 보자마자 현소에게 반했고 청순하고 매력적인 그녀를 차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제멋대로 날뛰는 데만 익숙해서 여자에게 구애하는 방법을 쓸 줄 몰랐다. 그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