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사이버 폭력에 시달릴 때 저 사람들이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뒤에서 계속 부추겼어.” 동혁은 화가 가라앉지 않은 듯 콧방귀를 뀌었다. “흥,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닌데, 이렇게 넘어가는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걸.” ‘상부에서 전략적 사기라고 생각하고 묵인하지 않았다면, 방금 전 저 사람들은 절대 그냥 대충 넘어갈 수 없지.’ ‘하나하나 다 따져서, 다 책임지게 해야 했는데.’ 세화는 동혁을 위로했다. “됐어. 화 낼 거 없어. 이번에 우리 집이 화를 모면할 수 있어서 다행이잖아.” “탓하려면 왕조희를 탓해야지. 겉으로는 청순하고 예쁜 여자 스타인 척, 뒤에서 이렇게 악랄하게 일을 꾸며 우리 가족을 죽일 뻔했으니까.” 이렇게 말하는 세화도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었다. “걱정 마, 그 여자도 대가를 치를 테니까.” 동혁이 차갑게 말했다. 다이너스티호텔. “미수 언니, 정말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사람을 처리하다니 진짜 대단해요.” “지금 그 이동혁의 가족은 인터넷에서 욕을 먹고 있고, 전 사건의 피해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동정을 받고 있어요.” “제가 방금까지 수십 번을 봤는데, 검색어 순위에서 제 이름이 이 전신과 데릴사위에 이어 세 번째라고요!” “이번 일이 지나면 저도 연예계에서 최고가 될 수 있겠죠? 아마 평생 다 못 쓸 정도로 돈을 벌 수 있을 거예요.” 왕조희는 동미수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흥분하여 계속 말했다. 그녀는 지금 동미수가 매우 고마웠다. ‘내가 연예계에서 이대로 죽을 수도 있었는데, 미수 언니 덕에 기자회견 한 번으로 다시 살았어.’ “기뻐하지 마.” 동미수는 갑자기 짜증을 내며 왕조희의 말을 멈추게 했다. “언니, 무슨 일 있어요?” 왕조희는 방금까지 기뻐서 어쩔 줄 모르다가 지금에서야 동미수의 안색이 매우 어둡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미수는 휴대폰을 흔들며 말했다. “인터넷에서 이번 일에 관한 모든 흔적이 사라졌어.” “그럴 리가요?” 왕조희는 즉시 인스타를 열어 이 전신을 검색했다.
“조급해하지 말고 일단 진정, 진정해.” 동미수는 왕조희를 위로해야 할지 아니면 자신을 위로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줄곧 자신이 지략이 뛰어나다고 여겼기 때문에 이대로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왕 사장님, 아직 만회할 기회가 있을까요?” [있어!] [믿을 만한 소식에 의하면, 나흘 뒤 N도 군부의 총지휘자인 심석훈의 취임식이 H시 군부에서 거행된다고 해.] [그 심석훈은 이 전신이 직접 데리고 나온 병사여서, 이 전신 본인이 직접 취임식에 참석할 거야.] [너희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때 이 전신에게 용서를 빌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수 있을 거야.] 왕전수의 말에 동미수와 왕조희은 다시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왕전수가 말했다. [근데 이 전신을 만나려고 취임식에 참석하려면 2000억을 써서 자리를 사야 해.] [이날 취임식이 군부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것인 만큼, 외부 인사의 참석 인원이 소수에 부과해서 자리가 비싸.] [H시 3대 가문도 그래서 이미 각각 2000억을 써서 자리를 할당받을 수 있었데.] “사장님, 회사에서 저 대신 이 2000억을 내주실 수 있나요?” 왕조희가 물었다. 지난 2년 동안 그녀는 적지 않은 돈을 벌었지만 헤프게 돈을 써서 저축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녀의 수중에 2000억은 없었다. 심지어 200억 도 낼 수 없는 재정 상태였다. [조희야, 이번 일은 모두 너 때문에 벌어졌어. 우리도 그래서 불려 간 거잖아. 이 위기를 넘기 위해 회사는 이미 2000억에 달하는 비용을 썼고 앞으로 얼마가 더 들지 몰라.] 왕전수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런데 네가 어떻게 회사에 그런 요구를 할 수 있어?] “사장님, 저...” 왕조희는 너무 놀랐다.그녀는 자신이 지난 2년 동안 회사에 벌어다 준 돈이 2000억이 넘는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자 감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그녀는 자신의 소속사에까지 미움을 살 수 없었다. [돈 문제는 네
이제야 세화 등의 의혹이 풀렸다. ‘왜 각 플랫폼 사장들이 이 먼 H시까지 와서 우리 가족들에게 사과했는지 이제 알겠어.’ ‘알고 보니 이 전신이 누군가가 자신을 이용해 인기를 얻으려는 의도를 간파하고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직접 나선 거였어.’ “이 전신은 정말 혜안이 있군요. 세상 모두가 형부에게 전신을 사칭했다고 욕을 퍼붓고 있는데, 이 전신 혼자만 왕조희의 의도를 간파했으니 말이에요.” 현소의 예쁜 큰 눈에는 이미 별이 반짝였다. 지금 그녀는 이미 전신의 광팬이 되었다. “형부라니? 현소야,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마!” 뜻밖에도 장영도가 갑자기 정색을 하고 차갑게 소리쳤다. 그는 매섭게 동혁을 노려보았다. “이번 일은 이 전신께서 수습에 나서서 사건이 잘 가라앉은 거야.” “하지만 이동혁, 당신이 이 전신을 사칭하고 우리 현소까지 연루시켜 모두가 당신과 함께 욕을 먹게 한 것도 사실이야.” “내가 보기에 세화는 정말 당신과 이혼해야 해!” 장영도는 줄곧 세화를 백천기와 맺어주려고 했다. 그리고 이번 일이 그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되었다. 장영도의 말이 나오자마자. 아까의 여유로웠던 거실 분위기가 바뀌며 갑자기 긴장감이 돌았다. 눈빛이 싸늘해진 동혁은 장영도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우선 당신 자신부터 관리 잘하세요.” 이 말은 장영도를 바로 화나게 했다. 그는 식탁을 치며 일어섰다. “이동혁, 그게 무슨 뜻이지? 그리고 당신이라니? 어른에게 그렇게 부르라고 배웠나?” “아 그렇군요. 세화의 체면을 봐서라도 이모부라고 불러 드려야죠? 그럼 이모부께 좋은 뜻으로 한 말씀드려도 될까요?” 동혁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이모부께서 방금 전하신 소식은 이미 기밀을 누설한 잘못을 범한 겁니다.” “제가 보기에 이모부께는 돌아가셔서 기밀유지수칙을 백 번 베껴가며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방금 장영도가 군부에서 이 전신이 설전룡에게 전화했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말을 하자 동혁은 눈살을 찌푸렸었다. ‘이런 은밀한 일이 어떻게 모
장영도는 한동안 무서웠다. 하지만 사안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서 다행이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남은 앞날은 캄캄해질 수밖에 없다. “이동혁이 하도 쓸데없는 말을 하니, 진짜로 재수 없는 일이 생겼잖아.” 장영도는 생각할수록 열이 받아 아내인 류혜연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동혁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류혜연은 수칙을 베껴 쓴 일로 아직도 손목이 시큰거린다는 장영도의 말을 듣고 동혁에게 대신 화풀이를 하려고 했다. 그녀는 동혁을 불러 놓고 이제는 말을 놓으며 대놓고 욕을 퍼부었다. “이동혁, 너 말 좀 좋게 할 수 없었어? 네 이모부가 방금 내게 전화를 걸어 자기가 오후 내내 기밀수칙을 백 번을 베껴 썼다며 손목이 다 아프다고 했어.” “입만 살아가지고, 재수가 없다니까!” 다른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정말 이상하네. 형부가 말하면 정말 그대로 되다니? 이게 한두 번이 아니잖아.” 현소도 이 상황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동혁은 욕을 먹어도 아무 말하지 않았다. H시 군부. 장영도는 동혁에게 그 대신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는 아내 류혜연의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마음이 금세 편안해졌다. ‘그 바보가 감히 큰소리치며 나를 훈계하다니. 내가 반드시 방법을 강구해서 세화와 그놈을 이혼시키고 천기와 함께 하게 할 거야. 그러면 나는 자연스레 백씨 가문과 관계가 더욱 가까워질 거고, 내 상관도 분명히 나를 더 크게 승진시켜 줄테지.’ 장영도가 마음속에서 이렇게 흐뭇하게 생각할 때였다. 보안처 사람들이 다시 그를 찾아왔다. “장영도, 다시 기밀수칙을 백 번 베껴 써!” ‘또?’ 당황한 장영도의 득의만만한 얼굴이 금방 파랗게 변했다. ... 장영도는 어쨌든 세화의 이모부였다. 그래서 동혁은 그에게 적당히 교훈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일을 마음에 두지 않기로 했다. 오후에 기밀수칙을 다 베껴 쓴 설전룡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형님, 전신부에서 소식이 왔어요. 오늘 그 수십 개의 인터넷 회사 사장들이 돌아간 후 모
동혁은 항난그룹 빌딩 앞 길가에 차를 세웠다. 그는 차가운 눈으로 입구에 있는 사람들을 잠시 본 후에 지하 차고로 들어갔다. 주차를 하고 위층으로 올라갔을 때, 수소야는 동혁에게 입구의 사람들 중 일부는 3대 가문이 돈을 주고 고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어떤 사람은 일정시간이 되면 생수나 도시락을 나눠주고 심지어 점심때 날씨가 너무 더운 것을 생각해 힘을 내라고 자양강장제를 사서 보내기도 했어요.” “일부러 직원에게 행인인 척 들어가 알아보라고 했더니, 곧 누군가가 그를 찾아와서 카카오그룹방으로 초대를 했데요. 그리고선 내일 다시 오면 하루에 10만 원도 주겠다고 했답니다.” “3대 가문이 돈이 아주 많나 봐요. 하루에 10만 원도 벌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저렇게 돈을 막 쓰다니.” 수소야는 분노를 가라앉히기 어려웠다. 그녀는 3대 가문의 이런 수법에 너무 구역질이 났다. “거기다 이 사람들이 너무 심하게도 계속 큰 소리로 떠들어대서 저희 직원들이 회사 내에서 마음 놓고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 점심시간에 어떤 직원들은 회사 밖에서 밥을 먹는데 저 사람들이 쫓아다니며 욕을 했데요.” “많은 행인들이 쳐다보고 있으니 직원들이 아주 난감해서, 지금까지 회사에 남아 퇴근도 못하고 있어요.” “일부 직원들은 이미 인사부에 찾아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까지 했답니다.” 수소야가 현재 회사의 상황을 이야기하자 동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원래 이 사람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인터넷에서 사건 소식이 가라앉으면 조만간 흩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3대 가문이 불 난 틈을 타서 부채질까지 할 줄은 몰랐다. “이미 회사의 정상 업무에 지장을 주고 있는데 경찰은 이걸 그냥 보고만 있다고? 경찰서 조동래 경감은 상관하기 싫다 이건가?”동혁은 콧방귀를 뀌며 조동래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수소야가 동혁을 말렸다. “그게 조 경감님 때문이 아니에요. 사실 경감님은 제일 먼저 연락해 경찰을 보내 사람
‘길거리 사교댄스를 출 장소를 제공한다고.’ ‘거기에 매일 생수도 무료로 받을 수 있고.’ ‘이런 좋은 제안이 또 어디 있어?’ 길거리 사교댄스를 추고 있던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아주머니들은 신이 나서 두말없이 장비를 들고 항난그룹의 광장 쪽으로 향했다. “앞으로 저희가 매일 생수 나르는 것을 도울게요.” 농구공을 안고 한쪽으로 밀려나 울분을 토하던 젊은이들이 기뻐하며 말했다. “항난그룹은 사과해라! 사과해라!” “악덕 기업 반성하고 왕조희에게 사과해라!” 항난그룹 빌딩 아래 광장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문 앞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바로 그때 한 무리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저씨 등이 몰려왔다. 빌딩 앞에 있던 사람들은 처음엔 자신들을 지원하러 온 줄 알고 힘을 내 더 큰 소리로 외쳤다. “비켜요. 우리 여기서 춤출 거예요!” 하지만 곧 나이 많은 어른들이 사람들을 쫓아내려고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교댄스를 추는 사람들은 모두 나이가 많았고 다른 많은 것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항난그룹의 직원들이 이미 우리에게 허락했으니 이제 여기는 지금부터 우리가 춤추는 장소야.’ “왜 우리에게 이러세요? 저희는 왕조희를 대신해 정의를 실현하려고 온 거란 말이에요” 행패를 부리던 젊은이들은 항난그룹을 향해 소란 피우던 행동을 그만두고 할아버지, 아줌마들과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왕조희가 누군데?” “대스타인데 모르세요?” “대스타가 뭐 대수야? 그런 사람들은 호화로운 차를 몰고 호화 저택에 살고 있고, 너희들은 한 달에 고작 몇 십만 원의 월급을 받는데? 내 연금보다도 적잖아. 그런데 지금 누가 누구를 위해 정의를 실현한다는 거야? 이럴 시간에 가서 돈이나 벌어서 대출금이나 갚아!” “저희가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데 어르신들이 무슨 상관이에요? 못 가요. 안가!”짝! 한 할아버지가 뺨을 한 대 때렸다. “이 놈의 자식, 집에 가서 네 아버지에게나 이렇게 버릇없게 굴어!” “감히 절 때려요?”
사무실에 잠시 앉아 있다가 동혁은 수소야와 함께 출발했다. 법무, 재무 및 기타 부서의 직원들도 동행했다. “회장님, 여기가 우리가 봐둔 공장입니다. 생산 라인 설비도 다 그대로 있으니 매입만 하면 바로 생산에 들어갈 수 있어요.” 한 공장에 도착한 후 수소야가 동혁에게 소개했다. 항난그룹을 재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현재 원래 주력으로 연구했던 바이오의약품 분야에 사업 초점을 맞추고 있었고, 이를 통해 3대 가문의 시장 점유율을 선점해 갈 계획이었다. 동혁은 항난그룹을 지원하기 위해 성세그룹의 많은 돈을 투자했고 그에 따른 지분 취득도 마쳤다. 그래서 성세그룹은 항난그룹의 주주 중 하나가 되었다. 사실 수소야는 그룹들을 이렇게 분명하게 나누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그녀의 생각에는 성세그룹이든 항난그룹이든 모두 동혁의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동혁 자신이 두 그룹의 회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동혁의 생각은 달랐다. “항난그룹은 소야 씨와 항남의 것이고 미래에는 마리의 것이 될 겁니다. 그러니 저는 경영에는 크게 관여할 생각이 없어요. 전 단지 두 사람의 일을 도와 소야 씨 가족들이 먹고 입는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할 뿐입니다.” 동혁은 예전에 수소야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동혁에게 항난그룹을 돕고 성장시키는 것은 항남이라는 형제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도리였다. 3대 가문이 백항남을 죽인 목적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동혁은 어쨌든 항남이 젊은 나이에 죽은 근본적인 원인의 제공자가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이 공장은 얼마인가요?” 동혁이 안으로 들어가면서 무심결에 물었다.“1000억입니다. 이미 200억을 계약금으로 선지급해 상대 쪽 직원들을 해산하는 데 필요한 정착비 등으로 사용하게 했어요.” 동혁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서 수소야는 그가 비싸다고 생각해 맘에 들지 않아 하는 것 같이 느껴져서 추가로 설명했다. “사실 공장 건물은 그저 그런데, 주로 부지와 생산 라인 설비 가격이
“부 사장님, 이 분이 저희 회장님이신데, 이 계약서를 쓸지 말지 모두 이분에게 권한이 있어요.” 수소야는 당연히 동혁을 무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즉시 무뚝뚝하게 말했다. “회장님?” 부성길은 의외라는 눈빛으로 동혁을 몇 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항난그룹의 사장이 젊은데 회장도 이렇게 젊으니 정말 그룹이 젊고 유망하겠군요.” 이 말은 칭찬이 아니었다. 부성길의 얼굴에 가득한 오만한 표정을 보면 그가 동혁이라는 젊은 회장을 얼마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좋아요, 그럼 계약하시죠.” 부성길은 구두 밑창으로 앞의 책상을 두드렸다. 수소야는 이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며 약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부 사장님, 저희 회장님께 예의는 좀 보여주시죠!” 말을 들은 부성길은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곧바로 화를 낼 기세였다. 그러나 동혁이 손을 내저으며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런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부 사장님은 꽤 개성이 강한 분 같군요. 이런 사소한 일은 따지지 맙시다.” “수 사장 들었죠? 이 어린 회장이 사장인 당신보다 훨씬 눈치가 있군. 난 이런 사람을 상대하는 것을 좋아하지. 개집애들처럼 소심하게 꾸물거리지 않거든.” 부성길은 큰소리로 웃으며 수소야를 향해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수소야는 코를 막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쿨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녀는 지난 2년 동안 억울한 일을 당하고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허례허식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동혁이 부성길에게 이렇게 홀대받는 것이 화가 날뿐이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동혁은 항남의 형제일 뿐만 아니라 그들 가족의 큰 은인이었기 때문이다. “서명하게 계약서와 펜을 이 동생에게 줘라.”부성길이 부하에게 지시했다. 부하 직원은 계약서와 펜을 동혁 앞에 있는 책상 위에 바로 가져다 놓았다. 동혁이 손을 뻗어 계약서를 집어 들고 살펴보려고 했을 때였다. 턱! 부성길의 부하가 갑자기 손으로 계약서를 잡고 동혁을 노려보았다.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
“시연아!”조카딸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자,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우대평이 놀라 울부짖었다.그리고 탁자를 치고 일어나서 찢어질 듯한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어디서 온 나쁜 놈이 감히 우리 H시 상공회의소에서 건방지게 굴어!”“여보, 아파?”동혁은 우대평을 보지도 않은 채 세화의 손을 잡고 애틋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볼을 만지면서 바닥에 뻗은 우시연을 본 세화는, 맞은 얼굴이 덜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동혁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난 우대평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여보? 이 나쁜 새끼, 바로 진세화의 폐물 데릴사위 남편 이동혁이야?”“늙은이, 너는 또 뭐야?”동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대평을 바라보았다.우대평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우시연을 부축하던 나건성이 바로 고함을 쳤다.“건방지게! 이 분은 우리 H시상공회의소의 우 회장님이셔! 감히 회장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우 회장이라, 당신이 우대평이야?”우시연을 힐끗 본 동혁이 큰 소리로 물었다.“저 천한 년도 성이 우씨던데, 당신 사생아야?”“이동혁, 너 건방지게!”분노한 나건성이 고함을 쳤다.“시연 양은 우리 회장님의 조카딸이야! 정직하고 덕망이 높으신 우리 회장님을 네가 이렇게 중상모략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빨리 회장님께 잘못을 빌지 못해!”“아, 내가 착각한 모양이네.”동혁은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우대평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자신의 신분을 알았으니 동혁이 복종할 걸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저 천한 년이 무지막지하게 날뛰면서 설치길래, 나는 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로 생각했지. 바깥에 대놓고 내놓을 수 없는 사생라서 그런 줄 알았지.”“누가 가르친 모양이네... 그런데 어떻게 저따위로 가르쳤지?”동혁의 조롱하는 눈빛이 우대평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떨어졌다.“피식!”세화는 바로 웃음이 나왔지만 얼른 입을 막았다.우시연에게 맞은 뺨이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옳고 그름을 견지할 뿐입니다.”“이 세상을 비록 흑백 논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해도, 때로는 무조건 옳거나 틀린 경우도 있으니까요!”세화는 변함없이 우대평을 존중했지만 그 말투는 단호했다.우대평은 마치 발작할 듯한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바로 그때, 안경을 쓴 여자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뛰어들었다.“큰아버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큰아버지, 그 이동혁이라는 폐물 데릴사위가 얼마나 날뛰는지 아세요?” “제가 그자를 자원봉사자에서 제명했을 때, 그 인간이 뜻밖에도 저를 위협했어요. 오늘이 제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로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요!”“그 인간은 큰아버지를 정말 우습게 여기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나 미치겠어요!”여자는 세화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우대평의 앞에 와서 눈노를 쏟아냈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앞서 동혁을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했던 우시연이다.스타공익재단은 H시상공회의소가 출자해서 설립한 재단으로, 당연히 큰아버지 우대평 덕분에 우시연이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대평의 눈에서 노기를 드러냈다.“이동혁이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제가 큰아버지를 왜 속이겠어요! 그렇게 많은 자원봉사자 앞에서 저를 아주 우습게 여겼어요.” “큰아버지가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분노를 해소할 수 없을 거예요!”우대평의 옷자락을 붙잡고 하소연하던 우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세화를 보고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은 누구에요, 큰아버지?”세화를 처음 봤지만 우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질투가 일었다.‘이 여자 너무 예쁜데.’ 세화의 온몸에 넘치는 자신감과, 속세를 벗어난 듯한 고귀한 기질에 우시연은 열등감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시연아, 저 여자는 바로 그 폐물 이동혁의 아내이자 혜성그룹의 회장인 진세화 씨야.”나건성이 마치 환심이라도 사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시연이 줄곧 큰아버지 우대평의 총애를 받고 있기에
나건성은 세화에게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압적인 태도가 계속 이어지자, 곧 세화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우대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세화가 말했다.“회장님, 상공회의소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우대평은 가만히 앉은 채 가타부타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다.나건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회장님,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는 당신의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당신의 남편은 무법천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타공익재단을 통해서 원화투자회사로 연락하여 사과하라고 했습니다만 당신의 남편은 거절하고 항난그룹을 찾았습니다.”“더군다나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허, 정말 우리 H시상공회의소를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당신의 남편은 회원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진 회장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리 H시 상공회의소의 정식 회원입니다. 솔선수범해서 회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에 세화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H시상공회의소 회원이 확실하기에.앞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찾아와서 입회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원래 세화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즈니스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늘 온갖 협회와 단체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입회 서류 한 장 때문에 H시상공회의소에서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H시상공회의소에서 제게 뭘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세화는 염치불구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나건성이 간단하게 대답했다.“아주 간단합니다. 남편분이 천용훈 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진 회장님이 나서서 얘기하시면 됩니다!”세화가 우대평을 힐끗 쳐다봤지만, 우대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진 회장님, 이런 작은 일에 뭘 망설입니까? 되든 안 되든 말을 해야지요!”
‘사해상공회의소의 욕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S시 재계의 거두가 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또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다른 도시들의 상공회의소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그러나 이것은 동혁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동혁은 바로 선우설리가 보낸 주소로 달려갔다.H시상공회의소의 사무실은 다이너스티호텔에 있다.6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업무뿐만 아니라 접대와 회의에도 편리했다.세화는 동혁보다 조금 먼저 도착했다.직원의 안내로 회장실로 오자, 검은색 가죽 소파에는 우대평 회장이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후배 진세화가 우 회장님을 뵙습니다.”앞으로 나온 세화가 공손하게 후배로서의 예를 취했다. 이 덕망이 높은 선배에 대해서 세화는 줄곧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60이 다 된 우대평의 귀밑머리는 벌써 반백인 상태였다.우대평이 허허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진 회장,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나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입니다.” “두 회사를 지휘하는 진 회장에 비하면, 그저 좀 일찍 태어난 정도의 경력밖에 없어요.”“그리고 그 당시 내가 창업을 시작했을 때, 진씨 가문에서는 할머님이 이미 진성그룹을 세우셨지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 분의 인도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은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렸고, 거부가 되기도 했어요.”“그런데 지금의 진성그룹은, 아이고,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그렇게 말하면서도, 우대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파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세화는 진성그룹의 지금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도 한숨을 내쉬었다.‘그 당시 진성그룹이 할머니 수중에 있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지금은 전혀 존재감이 없어.’세화 일가를 제외하고는 진씨 가문 사람들 모두 성을 바꿔서, 조상마저 잊었다는 오명을 쓴 채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그러나 세화는 최근 제씨 집안에서, 할머니 제원화로 빚어진 각종 문제들을 청산하고 있는 것
우시연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스타공익재단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우시연이 자원봉사자로 뽑지 않겠다고 하면 자원봉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좋은 일을 하는데 너희 동의가 필요하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자원봉사자들은 모두 분개했고, 몇몇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곧 울음이 터질 듯했다.그들 모두 대학생으로 현실은 어둡고 오싹하기만 했다.“나를 제명하겠다는 거지? 내가 가면 되겠네.”바로 그때 불쑥 말을 내뱉은 동혁이 레드 재킷을 벗으면서 그 여학생들을 위로했다.“모두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돼요.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걱정 말아요, 나중에 내가 모두를 위해서 공정한 도리를 되찾아 줄 테니까요. “모두가 열심히 땀을 흘렸는데 또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는 없지요!”수위 변동이 긴급했기에, 동혁은 이 일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떠나게 되거나 구조가 지체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잠시 화를 참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레드 재킷을 우시연의 옆에 있는 직원에게 던진 동혁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우시연,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맞지? 기억해 두겠어.”“내가 한마디 충고하지. 내가 간 후에 너는 절대 이 자원봉사자들을 난처하게 해선 안 돼. 자신의 앞날이 걸린 문제니까 잘 생각해.”“오늘이 네가 스타공익재단 책임자를 맡은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야!”말을 마친 동혁은 돌아서서 바로 가버렸다.“흥, 항난그룹 회장 아주 대단해?”“우리 큰아버지 우대평에 비하면 너는 X도 아니야! 발톱의 때도 안 되는 주제에!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동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우시연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조롱했다.동혁은 상대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밤을 새운 데다가 또 반나절 동안 구조에 참여했기에, 피곤해서 좀 쉴 생각이었다.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모가 동혁을 붙잡고 면전에서 퍼부어댔다.“이동혁, 이 나쁜 놈! 괜찮다고 해놓고서 왜 또 그 천용훈
장가연의 말을 듣자,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장가연과 H시상공회의소는 리성투자회사의 흉악한 속셈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소위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건 말짱 헛소리야.’‘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리성투자회사에서 소송을 한다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어.’‘만약 내가 압력에 못 이겨서 정말로 사과를 한다면, 평생 그 누명을 안고 가야 해.’‘더군다나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한 건, 나를 마음껏 모욕하겠다는 수작에 지나지 않아.’동혁은 확신했다.‘일단 내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시작되는 거야!’“투자회사의 뜻? 장가연 씨, 당신이 투자회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사장인 내가 잠시 떠나 있을 뿐입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장가연이 자신의 사과를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상 동혁도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때로는 양보할수록 더 욕심을 내는 법이지.’[이동혁, 당신!]동혁의 태도가 이렇게 강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가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식식거렸다.“어차피 나는 절대 사과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요. 나는 또 구조 작업에 가야 합니다.”동혁도 장가연이 화가 나든 말든 전화를 끊어버렸다.“당신이 이동혁 씨입니까?”몇 분 후 동혁 등 구조대원들은 계속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갑자기 레드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동혁을 찾으며 다가왔다. 기세등등한 태도에 눈빛도 곱지 않았다.“내가 바로 이동혁입니다. 왜요?”동혁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선두에 선 젊은 여자가 안경을 고쳐 세우고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나는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우시연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우리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되었음을 알립니다!”이 말을 듣고 멍해진 주변의 구조대원들이 곧 우시연을 에워쌌다.“왜 이동혁 씨를 제명하는 겁니까?” “이동혁 씨는 우리 자원봉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요!” “더럽고 피곤한 것도 전혀 마다하지 않았어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