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1271 - 챕터 1280

1405 챕터

제1271화

도윤은 자신과 지아의 감정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갑작스럽게 깨달았다. 예전에는 지아를 좋아하긴 했지만, 그 감정은 마치 집에서 키우는 애완 고양이나 강아지에 대한 애정에 가까웠다.그녀는 자신에게 동반자와 감정적인 위안을 제공해 주었고, 그는 지아에게 비바람을 막아주는 우산 역할이었다. 그러나 도윤은 한 번도 지아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이제 지아가 자신을 떠난 후, 그녀는 더 자신감 있고 자유로워졌다.또한 그런 모습의 지아는 더 훌륭했으며 그를 더욱 설레게도, 동시에 두렵게도 했다.둘의 관계에서 도윤은 이제 을의 위치에 서 있는 비천한 자가 되었다.도윤은 한쪽 무릎을 소파에 꿇고, 지아의 목을 따라 손을 천천히 내리며 속삭였다.“지아야, 나를 조금 더 사랑해 줄 수 없을까.”지아는 마치 구원자처럼 손을 들어 도윤의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얌전하게 굴어.”며칠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조금 편해졌고, 서로의 그리움을 몸으로 표현했다.그때 문이 두드려졌고, 진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보스, 한대경이 곧 도착해요.”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지아의 신발을 신겨주면서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에 왜 오는 거야? 지아야, 그 남자가...”지아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도윤아,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지아야.”도윤이 화를 내는 틈을 타 지아는 몸을 숙여 그의 입술을 단단히 붙잡았다.“도윤아, 내 마음에는 너밖에 없어. 너도 알고 있잖아.”두 사람의 숨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졌고, 도윤의 눈동자는 욕망으로 가득 찼다.“지아야, 넌 나의 숨통을 틀어막고 싶은 거야?”“도윤아, 나를 데려가 줘.”지아는 그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이에 도윤은 지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그래.”한대경은 문밖에서 진봉에 의해 가로막혀 있었고, 진봉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 보스께서 치료 중이셔서 외부인을 만날 수 없으세요.”“외부인?”한대경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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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2화

도윤은 한대경의 반응을 살피며 생각에 잠겼다. 그들은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고, 한대경의 성격은 매우 거칠고 충동적이었다.지금의 그의 위치가 어떻든 상관없이,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도 이런 대우를 참아내지 않았을 것이다.한때 한대경을 헐뜯었던 사람들의 무덤에는 이미 잡초가 무성했다.하지만 지아가 한대경을 욕한 후에도, 그의 얼굴에는 조금의 분노도 보이지 않았다.한대경의 뒤에 있던 두 사람 역시 태연하게 서 있었으니, 이는 지아가 처음으로 언성을 높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그렇다는 건 한대경은 단순히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선 것이 틀림없었다.남자는 남자를 잘 안다.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이상 어찌 한 여자가 자기 머리 위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참을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이 들자, 도윤은 바지에 얹은 손가락을 꼭 움켜쥐었다.도윤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고 하루빨리 지아를 데리고 나가야 했다.진봉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 미친 한대경이 지아의 말을 이렇게까지 듣다니?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진봉의 눈에 비친 한대경은 마치 고등학교 시절의 문제아 같았고, 선생님 말은 절대 듣지 않는 그런 학생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얌전해진 이유가 대체 뭘까?진환의 시선은 지아와 한대경을 오가며 무언가 짐작하는 눈치였고, 상황은 최악의 결과를 향해 가고 있었다.지아의 고함에 모두가 침묵했고,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한대경은 지아가 침을 놓고 있는 그녀의 손목을 응시했다. 그 손목은 가늘고 하얗고, 침을 놓는 동작은 간결하고 깔끔한 것이,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멋진 모습이었다.그저 평범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대체 왜 이렇게 그를 끌어당기는 걸까?한대경은 지아가 겁을 먹고 도망칠까 봐 자신의 성격을 억누르고 있었다.“콜록, 나중에 저 사람 다 치료하고 나면 나도 침 좀 놔줘.”한대경은 이틀 동안이나 지아에게 말을 건네지 못했고,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약간 냉랭해졌다.그가 이 말을 꺼내자마자, 도윤의 기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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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3화

두 사람의 팽팽한 긴장감은 지아를 숨 막히게 했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그만하고 나가. 내 진료를 방해하지 말고.”한대경은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내가?”“그러면 누군데? 내가 신경 쓸 건 그 사람이 귀한 손님이든 아니든, 여기서는 내 환자일 뿐이야. 당신들이 무슨 원한이 있든 치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그러니까 당장 나가!”지아는 문 쪽을 가리켰고, 한대경은 그녀를 몇 번 노려보더니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진봉과 다른 사람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저기 의사 선생님, 당신 직업이 의사가 아니라 조련사 아닙니까? 그 미친 개가 당신 말을 그렇게 잘 듣다니, 대단하시네요!”지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진봉을 바라보며 말했다.“너도 나가.”“알겠어요.”진봉은 풀이 죽은 채 대답했고, 진환은 이도윤을 보며 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문을 지키고 있을 테니, 하지만 한대경이 계속 기다릴 것 같으니 너무 오래 걸리지 않는 게 좋겠어요. 의심을 살 수 있으니까요.”사람들이 떠난 후, 지아는 도윤의 치료에 집중했다. 지아는 도윤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두통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오랜만에 마사지를 해줄게.”“그 사람한테도 해준 적 있어?”도윤은 지아의 손을 꽉 잡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응.”지아는 숨기지 않았다.“그 남자가 너한테 뭐 했어?”“아무것도 안 했어. 도윤아, 나 다른 사람이 나를 건드리게 두지 않을 거야.”지아는 그의 품에 안기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이제 화 풀어줄래?”도윤은 그녀의 애교에 전혀 저항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강하게 지아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지아야, 널 어쩌면 좋겠어.”지아는 두 시간 넘게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의 머리를 마사지해 주고, 안정 효과가 있는 향을 피워 주었다. 그리고 도윤이 잠들자 지아는 천천히 방을 나섰다.문 옆에 기대어 있던 진환은 지아가 나오자 몸을 곧추세웠다.“잠들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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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4화

만약 한대경이 평소처럼 거만하게 굴었다면 지아는 그렇게까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원래의 임무 때문에 그에게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그래서 지아는 그게 의문스러웠다.“왜 갑자기 사람이 달라졌지?”“며칠 동안 많은 생각을 했어. 네 의술은 정말 대단해. 국립병원의 의사들도 너를 칭찬해 마지않더군. 만약 관심이 있다면 국립병원에 취직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어.”“그리고 네 남편과 아이들도 여기로 데려와서 최고의 교육을 받게 할 수 있어. 남편에게도 좋은 일자리를 줄 수 있지.”한대경은 한 걸음 물러서며 지아와 거리를 두었다.“내가 너에게 약간의 호감이 있다는 걸 부정하진 않겠지만, 이제 확실히 알겠어. 너는 정말 재능 있는 사람이야. 나는 너를 이곳에 남기고 싶어. 조건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해도 좋아.”“고민해 볼게. 늦었으니 이제 돌아가 쉬어.”지아는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왜 한대경이 갑자기 이렇게 변한 걸까?’그날 밤, 지아는 불안한 잠을 잤다. 악몽이 반복되었고, 꿈속에서 늘 한대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날 속였어? 왜!”동이 트자, 지아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 복잡해질 것이었다. 지아는 여전히 약속된 장소에 꽃을 두었고, 임무는 계속 진행되었다.오늘은 한대경이 매우 바빴는데, 도윤이 일찍 도착함에 따라 몇 개국 회담이 앞당겨졌기 때문이다.한대경은 물론, 도윤조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의사 선생님, 당귀를 왜 강황에 넣었어요? 무슨 생각 중이었어요?”며칠 사이 지아의 열렬한 팬이 되어버린 오혁이 다가왔다.그 말에 지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얼른 약재를 분리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집이 좀 그리워서요.”“보스가 당신을 직접 여기로 끌고 왔다고 들었어요. 집이 그리운 건 당연하죠. 우리 보스는 겉보기엔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사람들한텐 참 잘해요.”오혁은 지아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네며, 함께 화단 옆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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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5화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지아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 찾아왔다. 역시나 플로럴 온천이라 그런지 공기 중에는 부드러운 꽃향기가 퍼져 있었고, 지아에게는 따로 작은 온천이 배정되었다.‘혹시 한대경이 정말 양심에 찔려 변한 걸까?’비록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져 있었지만, 지아는 온천에 몸을 담글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멀리서 삼엄하게 지켜보는 경비들을 보고, 한대경이 지금 손님을 맞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오늘 밤 지아는 성공할 수 있을까?한 시간이 넘게 지나자, 지아는 정원에 앉아 하늘의 수많은 별을 바라보며, 귓가에는 벌레 우는 소리와 함께 벚꽃이 살랑살랑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꽃잎이 온천물 위에 떨어져 더욱 아름답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이떄, 문밖에서 누군가가 노크했다.“의사 선생님, 다 끝내셨나요?”이에 지아는 정신을 차리고, 문을 열어젖히고는 물었다.“네. 무슨 일이죠?”“저를 따라오시죠.”그는 지아를 다른 길로 안내했다. 청석판으로 포장된 길 양옆에는 나무들이 심겨 있었고, 은은한 조명 아래서 몹시도 아름다워 보였다.몇 분 걸어가자, 지아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 앞에는 커다란 달풀꽃밭이 펼쳐져 있었다.달풀꽃은 꽃잎이 닫혀 있을 때는 백합 모양의 종 모양을 하고 있으며, 달이 뜨는 밤이면 노란 꽃잎이 소녀의 드레스처럼 펼쳐지며 피어나는 꽃이었다.이렇게 넓은 달풀꽃밭이라니!조명과 달빛 아래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그 황홀한 광경을 본 지아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이건...”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네가 찾던 달풀꽃이야.”지아가 돌아서자, 한대경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평소와 달리 C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있었고, 넉넉한 로브가 허리끈으로만 묶여 있었다. 그 덕분에 그의 탄탄한 허리와 어깨가 강조되었다.날카로운 한대경의 이목구비가 나무 사이에서 어둠에 살짝 가려져 있어, 더 신비롭게 느껴졌다.“이 정도면 충분히 너에게 갚을 수 있겠지?”“충분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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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6화

지아는 평온한 얼굴로 방을 나섰고, 복도에서 눈을 감고 있던 배이혁과 마주쳤다. 지아가 나오자 배이혁이 눈을 떴다.“의사 선생님.”배이혁은 섬세한 성격이었고, 특히 그 한기 어린 검은 눈은 언제나 지아를 경계하고 있는 듯했다.지아는 속으로 불안했지만, 표정은 침착하게 유지하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잠들었어요. 가능하면 좀 더 쉬게 해주세요.”“알겠어요, 의사 선생님. 그런데 제 허리가 하루 종일 아픈데, 한 번 봐주실 수 있나요?”이번 출장에 다른 의사들이 동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아는 당장 떠나고 싶었지만 그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무언가 의심할까 봐서 말이다.“그래요. 옷을 올리시면 잘 살펴볼게요.”“여기서는 부적절하니, 다른 장소로 가시죠. 혹시 외국 사절들이 보면 좋지 않으니까요.”배이혁은 지아를 향해 말을 마치자마자 먼저 걸음을 옮겼다.그리고 지아는 빨리 진료를 마치고 떠나려는 생각뿐이었다.비록 약물을 더 강하게 사용했지만, 한대경의 의지력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래서 얼마나 더 오래 잠들어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배이혁을 따라 복잡한 길을 지나 작은 방에 들어서자, 문이 지아의 뒤에서 닫혔다.문이 닫히는 순간, 지아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방 안은 싸늘하게 고요했지만, 희미한 향이 퍼지고 있었다. 지아는 그 향의 성분을 즉시 알아챌 수 있었다.이 향은 환각을 일으키고 깊은 잠에 빠지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녀가 한대경에게 사용한 것보다 더 강했다.하지만 지아는 이미 약물에 내성이 생긴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정도의 약물은 전혀 듣지 않았다.지아는 배이혁이 등을 돌리고 있음에도 그에게서 느껴지는 살기를 분명히 감지했다.“맞다, 생각난 일이 있는데 내일 다시 봐 드릴게요.”지아는 서둘러 문을 열고 나가려 했지만 배이혁이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배이혁은 키가 크고, 한 손을 문에 대며 지아의 도망을 막았다.그의 기운은 차갑기 그지없었다.“의사 선생님, 진료는 아직 시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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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7화

그러나 지아는 약을 받지 않았다.“제가 의사인데, 남이 건넨 약을 함부로 먹겠어요? 저는 원래 떠나고 싶었어요. 당신이 저를 데리고 갈 수 있다면 감사할 일이죠. 억지로 약을 먹일 필요는 없죠.”지아의 반항에 배이혁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그건 당신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그러고는 지아에게 강제로 약을 먹이려 했다.“난 약한 여자라고 봐주지 않아요. 그러니 의사 선생님이 알아서 순순히 먹는 게 좋을 거예요. 그래야 덜 고생하시죠.”배이혁은 지아의 턱을 세게 잡고 억지로 약을 먹이려 했고, 지아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그때, 문밖에서 배신혁의 목소리가 들렸다.“형, 거기 있어요?”배이혁은 급히 지아의 입을 막으며 그녀가 소리를 내지 못하게 했다.“응, 무슨 일이야?”지아는 무기를 지니고 있었지만, 최후의 수단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지금은 오히려 약한 척하는 게 더 안전했다. 배이혁의 계획이 드러나면 오늘 밤 탈출은 물 건너가기 때문이었다.분명 배신혁은 배이혁의 계획을 모르는 것 같았다. 배이혁은 그저 몰래 지아를 제거하려고 했던 것이다.또한, 지아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녀는 배이혁의 손가락을 세게 물었고, 배이혁의 손가락에서는 피가 났지만 그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오늘 피곤해서 좀 쉬려 해. 네가 가서 잘 지켜봐. 여기 모인 정계와 상업계 인사 중에서 실수가 있어선 안 돼.”“저기, 물어볼 게 있어서 왔는데 알았어. 잘 쉬어.”배신혁이 돌아서려 하자, 지아는 발로 작은 탁자를 세게 차서 과일과 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뭔가 깨지는 듯한 소리에 배신혁은 돌아서서 물었다.“형,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 생겼어요?”배이혁은 지아를 노려보며 더욱더 그녀의 목을 세게 졸랐다. 배이혁이 처음부터 지아를 살려서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 확실해졌고, 그 약은 소리 소문 없이 그녀를 죽이려는 것이었다. 그 후 한대경이 무슨 말을 하든 다른 이유로 설명할 것이고, 아무도 배이혁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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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8화

배신혁과 배이혁은 마치 빛과 어둠 같았다. 배신혁이 태양이라면, 배이혁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었다. 그의 손은 더럽혀져 있었고, 밤에만 모습을 드러냈다.배신혁은 당연히 자신의 형이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죽이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형, 의사 선생님에게 문제가 있다는 증거가 없잖아. 말해봐, 어떤 스파이가 병원장마저도 감탄할 만큼 뛰어난 의술을 가질 수 있겠어?”“형도 알다시피, 보스가 의사 선생님을 데려온 건 보스의 고집 때문이었고, 소 의사님은 여러 차례 도망쳤지만 결국 다시 잡혔잖아.” “그런데도 증거도 없이 죽이려 하다니, 만약 보스가 깨어나면 얼마나 화를 낼지 생각해 봤어?”“보스가 화내고 날 처벌할 거란 걸 알아. 그래도 나는 어떤 위험도 남기지 않을 거야. 그 월롱초가 어떻게 왔는지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너는 잘 알잖아.”이에 지아가 배신혁을 향해 물었다.“월롱초가 뭐가 문제죠?”“우리 나라의 토양에서는 자라지 않아요. 보스가 마성에서 직접 가져와 이곳에서 키우게 한 거예요. 그 때문에 많은 자원이 낭비됐죠.”한대경은 이런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또한 지아는 오늘 밤 온 신경을 반지에만 쏟고 있었기에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그러나 이제 배신혁의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자랑스럽겠지. 당신 하나 때문에 이 세상을 뒤지고 거금을 들여서라고 찾아내 당신에게 이식하려고 했으니.”그 말에 지아는 차갑게 대답했다.“나는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 부담스러워요. 나를 좋아하는 건 나에게는 짐일 뿐이에요. 나는 전혀 좋아하지 않아서 해줄 대답도 없고요. 그냥 여기서 떠나고 싶을 뿐이고 그게 전부예요.”“떠나고 싶었다? 웃기지 마. 내가 몰랐을 거 같아? 당신 같은 여자들은 다 똑같아. 원하는 건 모두 잡고, 다 계획된 거잖아. 하지만 당신이 살아 있는 한, 보스는 계속 찾아낼 거야.”“그렇지도 않을 거예요. 내가 떠나면, 절대 나를 찾지 못할 거야. 신혁 씨, 제발 저를 여기서 나가게 해주세요. 당신 형이 미쳐서 날 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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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9화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한대경은 갑자기 정신을 차렸으나 머리는 여전히 어지러웠다.머리에 꽂혀 있던 침은 이미 제거되어 있었고, 방 안에 피워놓은 향은 막 꺼졌지만, 그 강한 냄새가 한대경을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한대경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자 향 냄새가 흩어졌고, 그제야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그럼에도 여전히 머리가 조금 띵했다. 그는 하품하며 방안을 둘러보았지만, 이미 지아의 흔적은 없었다.‘역시나 또 도망갔네.’한대경은 손으로 콧등을 움켜잡고 있었다가, 손가락에 있던 반지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그 순간 그는 정신이 반쯤 차려졌다. 또한 책상 위에는 한 장의 쪽지가 놓여 있는 글씨가 한대경의 눈에 들어왔다.[한대경 씨, 앞으로는 여자를 너무 쉽게 믿지 마세요. 대가는 이미 받았으니.]한대경은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을 떠올렸고, 그는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좀처럼 믿지 못했다.쪽지를 쥔 손가락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그의 눈은 차갑고 음산한 빛을 띠었다.그때 배신혁이 갑자기 방으로 들어왔다. 또한, 한대경의 표정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보스, 의사 선생님은 어디 있죠?”한대경의 손에서 쪽지가 가볍게 떨어졌고, 그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평온했다.“그 여자가 내 반지를 훔쳐 갔어.”“뭐라고요!”배신혁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아무도 이렇게 대담할 수는 없었다. 이는 마치 호랑이의 꼬리를 자르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정원의 나뭇가지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투두둑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마치 한대경의 마음에 내리는 비와도 같았다.“멀리 가지 못했으니 즉시 모든 출입구를 봉쇄해!”배이혁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역시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 여자는 정체가 불분명했다.배신혁은 조금 전 지아를 위해 형에게 맞서 싸웠던 자신을 떠올리며 분노가 치밀었다. 지아의 행동은 그를 뺨이라도 때리듯 통렬한 배신이었다.“빌어먹을, 그 여자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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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0화

지아는 급히 발걸음을 옮기다 갑자기 멈춰 섰다. 멀리서 들려오는 폭발음에 그녀의 발이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그건 총소리가 아니라 소형 폭탄의 폭발 소리였다. 설령 그들이 시억을 발견했다고 해도, 폭탄을 사용하는 일은 없을 터였다.결론은 그 반지 안에 자폭 장치가 있었다는 것 그 하나뿐이었다.하지만 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혹시 폭사 당한 걸까?’지아는 돌아가려고 몸을 돌렸지만 이내 발걸음을 멈췄다. 돌아간다면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셈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한대경에게 잡힌다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빠르게 결정을 내린 지아는 외빈 구역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폭발 소리는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고, 몇몇은 온천 방에서 고개를 내밀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려 했다.그 순간 지아 역시 누군가에게 막혔다.“멈춰! 뒤를 돌아!”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바로 한대경의 부하, 양요겸이었다. 그들은 이미 지아를 찾기 위해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지아는 침착하게 뒤돌아 A국 사람의 억양으로 대답했다.“무슨 일이죠?”요겸은 지아가 자신에게 잡혔다고 생각했지만, 돌아선 여자는 눈부신 미모를 자랑하며 하얀 피부에, 갈색 머리를 뒤로 묶고 있었다. 지아의 화려한 외모는 자신이 알던 의사 선생님과는 전혀 다르게 아름다웠다.요겸은 배이혁의 지시를 떠올리며, 지아의 목을 유심히 살펴보았다.지아는 많은 시간을 들여 목의 자국을 가려놓았고, 이런 조명 아래에서는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당신은 누구죠? 어떻게 여기에 있죠?”지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진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형수님, 여기 계셨군요. 보스가 벌써 한참 기다리셨어요.”진봉은 냉정한 얼굴로 요겸을 바라보았다.“이 분은 저희 보스의 부인이시고, 방금 도착했어요.”어차피 지아와 도윤의 관계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였기에, 그 누구도 지아와 소수연을 연관 지을 수 없었다.이에 요겸은 고개를 숙이며 길을 비켰다.“실례했네요.”지아는 귀걸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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