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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6화

지아는 평온한 얼굴로 방을 나섰고, 복도에서 눈을 감고 있던 배이혁과 마주쳤다.

지아가 나오자 배이혁이 눈을 떴다.

“의사 선생님.”

배이혁은 섬세한 성격이었고, 특히 그 한기 어린 검은 눈은 언제나 지아를 경계하고 있는 듯했다.

지아는 속으로 불안했지만, 표정은 침착하게 유지하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잠들었어요. 가능하면 좀 더 쉬게 해주세요.”

“알겠어요, 의사 선생님. 그런데 제 허리가 하루 종일 아픈데, 한 번 봐주실 수 있나요?”

이번 출장에 다른 의사들이 동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아는 당장 떠나고 싶었지만 그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무언가 의심할까 봐서 말이다.

“그래요. 옷을 올리시면 잘 살펴볼게요.”

“여기서는 부적절하니, 다른 장소로 가시죠. 혹시 외국 사절들이 보면 좋지 않으니까요.”

배이혁은 지아를 향해 말을 마치자마자 먼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지아는 빨리 진료를 마치고 떠나려는 생각뿐이었다.

비록 약물을 더 강하게 사용했지만, 한대경의 의지력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래서 얼마나 더 오래 잠들어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배이혁을 따라 복잡한 길을 지나 작은 방에 들어서자, 문이 지아의 뒤에서 닫혔다.

문이 닫히는 순간, 지아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방 안은 싸늘하게 고요했지만, 희미한 향이 퍼지고 있었다.

지아는 그 향의 성분을 즉시 알아챌 수 있었다.

이 향은 환각을 일으키고 깊은 잠에 빠지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녀가 한대경에게 사용한 것보다 더 강했다.

하지만 지아는 이미 약물에 내성이 생긴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정도의 약물은 전혀 듣지 않았다.

지아는 배이혁이 등을 돌리고 있음에도 그에게서 느껴지는 살기를 분명히 감지했다.

“맞다, 생각난 일이 있는데 내일 다시 봐 드릴게요.”

지아는 서둘러 문을 열고 나가려 했지만 배이혁이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배이혁은 키가 크고, 한 손을 문에 대며 지아의 도망을 막았다.

그의 기운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의사 선생님, 진료는 아직 시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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