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는 서은혁만 만나면 불쾌한 기억이 떠올라 기분이 나빠졌기에 그의 부름에도 계속 멈추지 않고 휠체어를 밀면서 앞으로 갔다.서은혁은 무슨 일인지 쫓아가던 걸음을 멈추고 손수건을 꺼내 사진에 묻은 먼지를 꼼꼼하게 닦으면서 말했다.“누나, 저 왔어요.”그와 서현란은 자주 만나지는 못했어도 아주 친했다. 그는 갑자기 뒤돌아 묘비의 중앙에 놓인 해바라기꽃을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서은혁이 정민아를 다시 쫓아갔을 때, 그녀는 이미 산 밑까지 내려와 있었다.“민아 씨, 깁스는 언제 풀었어요?”“나한테 할 말이 있다더니, 설마 이거예요?”“아니요, 나랑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지 않겠냐고 물으려던 참이었어요.”정민아는 휠체어를 멈추고 그를 올려다보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서은혁 씨, 당신 나 좋아해요?”서은혁은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직설적인 물음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답했다.“네, 저...”“난 당신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더 이상 나한테 신경 쓰지 말았으면 좋겠네요.”그 순간, 서은혁이 실소를 터뜨렸다.“늘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의 고백을 거절했어요? 완곡한 표현으로 거절하면 내가 못 알아들을까 봐, 아니면 내가 완전히 포기 못 할까 봐 이러는 건가요?’“내가 혼자 착각하고 도를 넘을까 봐서요.”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고, 서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날 거절하는 이유가 내가 당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인가요, 아니면 당신이 유부녀라서인가요?”“이 정도로 내 내연남이 되고 싶어요?”“당신이 먼저 그 사람이랑 이혼할 수도 있죠.”서은혁은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몇 번 터치하더니 정민아에게 내밀었고 그녀 또한 한참 동안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한편, 엔조이 클럽, 방 안의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어 갈 때쯤 최민영의 친구들은 그녀와 고연우를 부추기기 시작했다.“민영 언니, 연우 도련님이랑 러브샷 해요!”“러브샷! 러브샷!”비록 다들 고연우가 유부남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정민아와
Last Updated : 2024-09-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