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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손목인대가 끊어지다

자기 딸한테 살해당한 사람의 이름을 뻔뻔하게 입에 올리면서 협박하는 건 최씨 가문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민아는 극도로 냉소적인 웃음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당신이 이렇게 그리워한다는 걸 현란이가 알면 밤에 당신을 찾아올 수도 있을 텐데, 두렵지 않아요?”

“...”

수화기 너머로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지만 상대방이 화가 났는지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래서 어디서 만날래요?”

정민아는 사람 목숨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최씨 가문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보다는, 서현란이 하늘나라에서 누명을 쓴 채 평안하게 지내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

“오늘 섣달그믐날이니까 그냥 우리 집에 와서 얘기하죠, 주소를 불러주면 기사를 보내줄게요...”

고연우는 정민아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자, 짜증 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밥 먹을 거면 먹는 데에만 집중해. 좀 있다가 부모님 집에도 인사드리러 가야 하는데 지금 어디 가겠다는 거야?”

최민영의 엄마는 고연우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하려던 말을 얼른 멈추더니 이내 부드럽고 자애로운 목소리로 말을 바꿨다.

“내가 생각이 짧았네요, 미안해요! 오늘 섣달그믐날이라 당신이 연우와 함께 시댁에 가봐야 한다는 걸 깜빡했네요. 민영이의 일이 급한 건 아니니까 다시 시간을 정해서 이야기하는 걸로 하고 오늘은 방해하지 않을게요.”

그녀는 정민아가 답을 하기도 전에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고연우는 곧이어 냉소적으로 웃으면서 정민아에게 따져 물었다.

“그쪽에서 오라고 하면 넌 진짜로 가? 머리는 장식품으로 달고 다니는 거야? 최씨 가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아직도 몰라? 혼자 그 집에 들어간다는 건 그냥 시체도 없이 죽는 거랑 다를 바가 없는 걸 몰라?”

그러나 정민아는 대수롭지 않은 듯한 말투로 답했다.

“내가 죽으면 첫사랑이랑 잘 될 수 있어서 좋은 거 아니야?”

“내가 말했지, 최민영과 아무런 사이도 아니고 앞으로도 아무 일 없을 거라고. 매일 첫사랑이니, 전 약혼녀니, 연적이냐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

고씨 가문은 몇 년 전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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