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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2화 이혼을 꺼낸 건 나였어

고연우는 정민아의 손에 든 선물을 힐끗 보고 정민아가 만나려는 사람의 정체를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정민아는 남포시에서 대학에 다녔고 선택한 선물도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종류였다. 아마도 정민아의 대학 교수님일 가능성이 컸다.

비행기가 남포시 공항에 착륙하자 고연우가 미리 예약해둔 차량이 이미 공항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공항을 나와 곧장 목적지로 향했다.

정민아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흐릿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차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이것은 그들 사이에 항상 흐르던 익숙한 정적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 고연우는 마음이 답답해 어디를 봐도 짜증이 밀려왔다. 고연우는 시선을 창밖의 눈에 띄는 건물에 고정하며 문득 물었다.

“저긴 어디야?”

정민아는 천천히 눈을 들어 고연우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보았다.

“몰라.”

단 한마디만 더 했어도 이렇게 성의 없이 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연우는 속으로 불만을 삼키며 말했다.

“네가 대학에서 4년을 보냈는데 한 번도 돌아다녀 본 적이 없단 말이야?”

“없어.”

의대생들은 본래 수업이 많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거의 여유가 없었고 주말과 저녁 시간에도 종종 수업이 있었다. 한가할 때는 도서관, 식당, 숙사만을 오가며 바쁜 일상을 보냈다. 멀리 나가볼 시간은 당연히 없었다.

고연우는 어이없었다.

“...”

차는 어느 아파트 단지 입구에 멈춰 섰다. 정민아가 선물을 꺼내려 하자 고연우가 먼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내가 들게.”

정민아는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 3동 1502호에 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문틈 사이로 누군가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빨리 와서 채소 좀 정리해 줘요. 새우는 씻었어요?”

“다 했어요. 도착하면 바로 요리할게요. 겨울에는 음식이 금방 식어버리니까요.”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곧 문 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제가 내려가서 좀 보고 올게요. 아홉 시 비행기라면 이제쯤 도착했을 텐데요. 이 아이가 우리더러 마중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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