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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1화 정선아가 날 죽이려고 해

고연우는 말은 그렇게 했어도 거부하는 여자한테 끝까지 강요할 남자가 아닌 데다가 자기를 자극하려고 한 말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의 미간은 무수한 폭풍이 몰아칠 것 같았고 우수에 찬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봤다.

흐트러진 옷, 목과 팔에 남은 선명한 키스 자국과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그녀의 시선까지 더 해져 마치 방금 참혹한 추행을 당한 사람 같았다.

고연우는 곧바로 마음속에 일렁이는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면서 손을 뻗어 침대 옆 서랍을 열었고 그 속에 들어있는 여러 개의 약병을 보자마자 마음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정민아, 너 정말 많이 컸네...”

여태껏 여자들의 추앙을 받으면서 살아온 그였기에 그녀의 말과 서랍 속의 약병들을 보고 분노를 참지 못했고 이내 약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고연우는 곧장 약물 연구소로 가서 성분 분석을 의뢰했고 가정 배경을 이용해 결과를 보다 빨리 받을 수 있었다.

“두 약병 각각 항우울제와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약입니다.”

연구원은 그중의 한 알약을 가리키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이 약에는 흥분하게 도와주는 성분이 들어있는데 장기간 복용한다면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 약은 그저 일시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 뿐, 근본적인 치료는 할 수 있기에 성 불감증이 생기면 병원에 가서 치료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

고연우는 어두운 얼굴로 연구소를 나왔고 담배 한 대를 피우고 나서야 간신히 마음을 억누를 수 있었으며, 창문을 열고 약들을 길가의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는 지금 정민아의 얼굴을 보면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목을 조를까 봐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했고 혼자 밖에 있기도 싫어서 박태준에게 연락했다.

“술 마시러 나와.”

엔조이 클럽, 고연우가 다른 사람들을 부르지 않은 관계로 남자 두 명이 큰 방에서 술을 마시는 꼴이 되었다.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고연우와 워낙 말수가 적은 박태준이 함께 있으니 방 안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반쯤 취하고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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