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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날 기쁘게 하려고

서은혁은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정민아가 자기의 양복바지를 정리해 주는 모습과 거대한 창문을 통해 행인들이 흩날리는 눈송이를 맞으며 바쁘게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왠지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거울 속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홀린 듯이 감상하면서 말했다.

“너무 예뻐요.”

그러나 정민아는 감정 없는 돈벌이 기계처럼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었다.

“카드로 할래요? 아니면 카카오 페이로 할래요?”

서은혁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을 짓더니 곧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당신...”

이때 가게 입구에서 고연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민아.”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정민아는 인상을 찌푸렸고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긴 무슨 일이야?”

고연우의 안색도 까칠한 그녀의 태도에 덩달아 어두워졌다.

정민아는 고연우에게 이혼을 제안한 후로는 한 번도 부드러운 태도를 보인 적이 없었고, 방금처럼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는 행동은 두 사람 사이에 더욱 있을 수 없었다.

고연우는 그 장면이 질투가 났는지 허스키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서은혁 씨가 손이 없는 것도 아닌데 네가 옷매무새를 정리해 줄 필요가 있어?”

“나한테 그만한 돈을 냈냈으니까.”

정민아는 짧게 대답한 후, 고개를 돌려 서은혁에게 물었다.

“입고 온 옷은 포장해 줄까요?”

“그래요, 가게에 다른 옷도 있어요? 중요한 날에 입어야 할 양복을 눈 오는 날에 입어서 더럽히면 안 되니까요.”

고연우는 두 사람의 대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더욱 까칠한 목소리로 물었다.

“난 너한테 돈을 안 줬어? 그런데 내 옷매무새는 한 번도 정리해 주지 않는 거지?”

그러나 정민아는 그에게 똑같은 말로 되갚아 주었다.

“넌 손이 없어?”

서은혁이 말하려는 순간, 공민찬이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은혁 도련님, 제가 옷을 갈아입는 걸 도와드리고 깔끔하게 다려 줄게요. 기성복이 한 벌 더 필요하다고 하셨죠? 제가 골라 드릴게요. 남자의 옷 취향은 남자가 제일 잘 아는 법이니까 분명히 마음에 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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