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Chapter 521 - Chapter 530

1398 Chapters

제521화

찬 공기를 훅 들이킨 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당연히 없지, 확인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이서는 지환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후 지환의 휴대폰에 손을 뻗었다.고개를 숙인 순간, 이서는 눈앞의 손이 떨리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이서는 지환의 휴대폰을 켜고 비밀번호를 물어보려던 순간, 그가 자신의 사진을 배경 화면으로 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멈칫했다.사진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이거 언제 찍은 거죠?”이서는 휴대폰을 들고 있는 지환에게 물었다.지환이 웃었다.“우리 처음…….”“그만.” 이서는 눈을 부릅떴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몰라 지환을 노려보았다.차 안에는 아직 다른 사람도 있었다.지환은 살짝 미소 지었다.이서는 얼굴을 붉히며 휴대폰을 지환에게 다시 건넸다.“됐어요, 됐어.”지환은 휴대폰을 건네받았다.“확실해?”이서는 침착한 지환을 보며 휴대폰에 자신의 사진이 더 있을 거라고 짐작했고, 사진을 찍었을 때를 하나하나 설명하는 지환의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네.”“그럼 이건 도로 넣을게.”이서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짧게 대꾸했다.그녀의 뺨이 조용히 붉어졌다.이서도 감정 없는 로봇이 아니었다.지환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본인도 느낄 수 있었다.게다가 지환의 사랑이 뜨겁게 불타오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오랫동안 사실을 숨긴 지환을 갑자기 용서하기가 내키지 않았다.‘됐다, 줄리와 만날 때까지 기다리지 뭐.’그렇게 생각하던 이서의 눈은 저도 모르게 차창에 비친 지환의 얼굴로 향했다.살이 빠진 탓인지 지환의 볼은 더 핼쑥해졌고, 턱선은 또렷해졌으며, 코는 더 오뚝해졌다.전체적으로 잘생기고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이었다.여은아가 지금 당장 그를 연예계로 끌어들이고 싶었던 것도 당연했다.이런 지환의 얼굴로 봤을 때, 그가 정말 연예계에 진출한다면 아마 판을 휩쓸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지환이 연예계에 진출하는 것을 원치 않
Read more

제522화

이서는 줄리의 턱을 들어 올렸다.“말해봐요, 왜 날 위해 그런 연기를 한 거죠? 그리고 누가 당신한테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요?”“몰라요, 난 아무것도 몰라요…….”줄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서의 구속에서 벗어나려고 했다.하지만 턱에서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그 힘은, 전혀 여자 같지 않았다.“이래도, 모르겠어요?” 줄리를 살벌하게 바라보는 이서의 눈빛은 끔찍할 정도로 섬뜩했다.놀랍게도 줄리는 이서의 몸에서 하지환과 똑같은 무시무시한 기운을 발견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지환을 바라봤다.이서로부터 한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지환의 눈빛은 차가웠고, 그의 시선은 이서를 쫓고 있었다.애초에 줄리는 쳐다보지도 않았다.마치 그녀를 전혀 모르는 듯한 표정이었다.‘난 박예솔 친구인데!’게다가 연극 배우라 외모도, 몸매도 모두 뛰어난 사람이었다.그런데 지환은 전혀 감흥이 없다니!화가 치밀어 오기도 전에 턱의 통증이 다시 찾아왔다.그녀는 숨을 훅 들이켰다.“말…… 말할게, 말한다고요. 그, 그게…….”모두의 시선이 줄리에게 쏠렸다.태연한 지환도 마찬가지였다.한껏 가라앉은 그의 눈에서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어두운 그의 눈가엔 숨길 수 없는 살기가 드러나 있었다.줄리는 몸을 떨면서도 꿋꿋하게 말했다.“나, 나는 그 여자 이름이 뭔지도 몰라요. 그냥 나한테 돈 보내고, 시키는 대로 한 것밖에 없어요. 연기도…… 당신한테 했던 말도 전부 그 여자가 시킨 거예요.”“돈을 보냈다고요?” 이서는 줄리를 놓아주었다.“계좌번호 확인할 수 있어요?”“찾아본 적이 없어서 몰라요.”이천이 문득 나섰다.“사모님, 제가 확인해 볼게요.”이서는 노골적인 불신의 눈빛으로 이천을 돌아보았다.이천은 당황한 듯 코를 슥 만졌다.“이체 기록은 은행에서 제공할 수 있습니다.”그 말은 그가 가짜를 만들고 싶어도 속일 수 없다는 뜻이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던 이서는 일리가 있다는 생각에 이렇게 되물었다.“얼마나 걸리나요?”“빠
Read more

제523화

하지환에 대한 윤이서의 의심은 한 순간에 모두 사라졌다.이 모든 일의 배후에 이서정이 있는 것 같았다.“난 더 이상 질문할 게 없어요.” 이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환에게 시선을 옮겼다.“당신은요?”지환의 눈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난 없어.”“그럼…… 이만 돌아가요.”이서는 발밑에 깔린 자갈을 발로 툭툭 찼다.지환은 이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좋아.”이번에는 이서가 저항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손을 잡고 창고 밖으로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며 이천도 마침내 안도했다.드디어 위기가 성공적으로 해결된 것 같았다.이천은 줄리를 돌아보며 문득 무언가 생각났는지 급히 뒤쫓아갔다.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지환은 이서를 바라보았다.“가 봐요, 난 차에서 기다릴게.”이서의 말을 듣고 지환은 이천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이천은 이서가 차에 타기를 기다렸다가 물었다.“대표님, 이서정 씨 쪽은 어떻게 할까요?”“일단은 돌아가게 놔두고, 잘 지켜봐. 괜히 영감 쪽에서 의심하지 않도록.” 지환은 바닥을 내려다보았다.“그리고, 내가 H국에 왔을 때 일어난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무슨 단서라도 찾았어?”이천은 고개를 저었다.“대표님, 상대가 보통이 아닌 것을 보아, 전 그래도 4대 가문 쪽 짓이 아닐지 의심됩니다.”“하씨 가문도?”이천은 잠시 멈칫하다가, 생각에 잠긴 채 말을 이어갔다.“지금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당시 어르신과 대표님 부친 두 분의 사이가 틀어졌습니다.”외부에서는 하경철과 지환의 아버지가 사이가 나빠졌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지환의 부하 직원인 이천은 당연히 상사의 부친에 대해 감히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지환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하씨 일가를 의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증거가 없었다.그는 증거도 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물론 하씨 일가의 소행이기를 바라지도 않았다.하지만 정말 하씨 일가의 짓이라면 하씨 일가에게도 똑같이 대가를 치르게
Read more

제524화

이천은 이서정 같은 여자를 너무 많이 봤다. 몸을 숙이고 앉은 그는 동정하면서도 차갑게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당분간 이서정 씨는 이곳에서 지내세요. 회사에는 다쳐서 당분간 쉬는 걸로 얘기하라고 할게요. 얌전히 있어요, 이서정 씨.”이 말을 남기고 이천은 방을 나갔다.문이 쾅 하고 닫혔다.서정은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닫힌 방문을 바라보았다.“아니야, 다 거짓말이야. 어떻게 윤이서가 사모님이야! 내가, 내가…….”하지만 아무리 처절하게 울어도 들어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얼마나 지났을까, 휴대폰 벨이 울렸다.서정이 눈물을 닦으며 전화를 확인하니 낯선 번호였다.그녀는 전화를 받을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그러나 상대방은 끈질기게 전화를 걸었다.서정은 너무 화가 나서 전화기를 들고 욕설을 퍼부었다. “미친놈아, 왜 자꾸 전화해. 칼로 확 찔러 죽여버린다!”“공인이 이렇게까지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난 걸 보니, 윤이서에게 당한 상처가 꽤 큰가 보군요.”여자의 목소리에, 이 모든 일을 이서가 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는 상대에 서정은 곧바로 이성을 되찾았다.“누구세요?”“내가 누군지는 몰라도 돼요. 당신을 하지환의 아내로 만들어줄 사람이라는 것만 알아둬요.”서정은 비웃었다.“지금 장난해? M국 갑부인 하지환이 당신 말을 듣겠어?”“참, 내 말 안 들으면 뭐 당신 말은 들어요? 이서정 씨, 설마 아직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건 아니죠?”“그게 무슨 소리지?”“몇 달 전 윤이서와 하지환이 ML국에 웨딩 사진을 찍으러 갔을 때, 당신이 윤이서에게 하지환이 외국에 아내가 있다는 의문의 메시지를 보내 둘 사이를 갈라지게 만들었죠.”서정은 머릿속이 온통 혼란스러웠다.“뭐라고요?”하지만 상대방은 서정의 말을 완전히 무시한 채 말을 이어갔다.“줄리라는 여배우를 시켜서 일부러 윤이서가 하지환의 혼인을 확인하도록 유도했고요.”“내가 한 게 아니에요!!!”그녀는 오늘에서야 지환이 유부남이고 그의 아내가 이서라는 사실을 알
Read more

제525화

레스토랑 안.윤이서의 말을 다 듣고 난 뒤, 임하나는 한참 동안 벌어진 입을 닫지 못했다.“그게 다 진짜야?”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말이 안 되는데, 넌 믿을 수 있어?”이서는 눈앞에 놓인 수저를 내려다보았다.“어이없긴 하지. 처음에는 믿지 않았는데, 정황상 모든 게 사실인 것 같아.”“난 그래도 하은철 둘째 삼촌이 가짜 서류를 만들었다는 게 너무 이상해. 뭐 돈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우리 같은 서민들이 이해하긴 어렵지만. 정말로 진짜와 똑같은 가짜 증명서를 만들기 위해 하지환과 이서정을 진짜로 등록했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본인이 이서정과 혼인신고를 하면, 나중에 이혼할 때 재산의 절반을 잃게 되니까.”하나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이어갔다.“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지환 씨를 받아주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거야, 아니면…….”이서는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툭툭 건드렸다.“몰라, 그래서 내가 너랑 만나자고 했잖아.”하나가 깔깔 웃었다.“너 진짜 절박하구나? 이런 문제를 나한테 다 물어보고.”이서도 덩달아 웃었다.“네가 다른 쪽으로 생각을 제시해 줄 수도 있잖아.”“좋아. 나를 그렇게 믿는다면 내 생각부터 얘기해 줄게.”하나는 똑바로 앉아 물었다. “우선 지환 씨가 널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하는데, 너도 동의하지?”라고 이서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좋아. 지환 씨도 널 사랑하고, 너도 지환 씨를 사랑하면 용서해 줘야지. 부하 직원으로서 상사가 시키는 일을 한 것뿐이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등록된 거니까 너한테 얘기하지 못할 수도 있어. 이 일은 그 사람 아버지가 잘못한 거야. 앞으로는 아버지를 예의 주시하라고 하면 되지.”이서는 시선을 내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왜 그래? 내 분석이 틀렸어?”“아니.” 이서는 고개를 저었다.“그러고 보니 모든 게 지환 씨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지환 씨는 억울한 사람 같아.”“그럼 이제 용서할 거야?” 하나는 옅은
Read more

제526화

[밥 먹었어? 오늘 음식을 좀 많이 했어.]그 시각 지환은 집무실에 앉아 부하 직원들의 업무 진행 상황 보고를 듣고 있었다.어두운 얼굴이 무서웠다.부하는 떨고 있었고 여러 번 혀를 깨물 뻔했다.다른 사람들도 감히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이런 분위기가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었다.모두가 지쳐 있었다.하필 이때 사무실에서 맑은 딩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누군가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놓지 않았다.이 시점에서 이런 저급한 실수를 하다니,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휴대 전화를 무음으로 설정하지 않은 사람을 속으로 저주했다.그런데 지환이 휴대폰을 확인하는 게 보였다.“…….”그들의 마음속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얼어붙은 지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사람들은 너무 놀라서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유일하게 침착했던 이천은 사모님이 보낸 문자 메시지일 거라고 단번에 짐작했다.예상대로 곧 지환이가 벌떡 일어나며 덤덤하게 말했다.“오늘 다들 수고했습니다. 이만 퇴근하죠.”모두들 귀신이라도 본 듯 지환을 쳐다보았다.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그가 마침내 그들의 고생을 알아주다니!사람들은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지환은 이미 휴대폰을 챙겨 문으로 향하고 있었다.지환이 나가자 사람들이 이천을 에워쌌다.“이 비서님, 도련님 왜 저래요?”이천은 웃으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좋은 날이니 다들 오늘 밤 제대로 축하합시다.”사람들은 의아해했다.별다른 설명도 없이 이천도 재빨리 지환을 따라갔다.지환의 봄날 같은 환한 얼굴을 바라보며 이천도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이 결혼한 후 많은 게 바뀌었다.전에는 그 어떤 것도 그의 감정을 건드릴 수 없었다.하지만 이제는 사모님의 손짓 한 번, 눈빛 한 번으로 도련님의 마음을 좌지우지했다.마침내 희로애락이 있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다.이런 변화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천은 지금 이런 그의 모습이 좋았다.……하씨 저택.눈을 감은 채 주경모의 보고를 한참 동안 듣고 있
Read more

제527화

어르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주경모, 증거 있어?”주경모는 얼른 앞으로 나아가 노인의 등을 주물러주었다.“어르신, 진정하세요. 제 추측일 뿐 증거는 없습니다.”그제야 노인의 숨소리가 한결 평온해졌다.“그럼 왜 그런 추측을 하는 거지?”“어르신,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윤이서 양의 배후에 누군가가 없었다면 어떻게 하씨 가문의 자금에 의존하는 하윤 컴퍼니를, 열세에도 불구하고 이길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도련님은 이서정 씨와 함께 산다고 했는데, 이서정 씨 집에는 거의 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H국으로 가서는 또 어디서 사는 걸까요, 왜 아무런 정보도 알 수 없을까요?”“가장 의심스러운 것은 하이먼 스웨이는 분명 도련님의 입김으로 직접 캐스팅하러 왔으니, 논리적으로 도련님의 아내인 이서정 씨를 뽑아야 하는데, 내정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서나나 씨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서나나 씨는 윤이서 양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알아낼 수도 없고, 도련님 쪽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주경모는 말을 하며 어르신의 눈치를 살폈다.노인은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5분 정도 지나자 그가 입을 열었다.“그럼 지금 당장 윤씨 그룹에 외부에서 자금이 들어오는 건 없는지 확인해 봐. 연극 캐스팅 쪽에도 가서 물어보고 무슨 일인지 알아봐. 정말 지환이라면 반드시 단서가 나올 거야.”“네!”“참, 이서정 쪽도 마찬가지야. 양쪽으로 접근하면 의외의 실마리가 나올 수도 있으니 경계를 늦출 수 없어.”“알겠습니다.”주경모는 밖으로 물러갔다.……윤이서의 집에 막 도착한 하지환은 상언의 차도 아래층에 주차된 것을 보았다.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에서 내렸다.“여긴 왜 왔어?”“두 사람 화해했잖아. 내가 최대 공신인데 어떻게 안 와?” 지환은 몇 발짝 앞으로 다가갔다.“하나 씨 보러 온 거지?”이상언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알면서 뭘 물어. 그리고, 그때 이서 씨가 연락했을 때, 내가 제대로 손 쓰지 않았으면
Read more

제528화

“네.” 이상언이 안을 들여다보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임하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는 망설이며 물었다.“하나 씨는…… 안 왔어요?”“걔가 왜 와요?”“…….”“설마, 보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죠?” 윤이서는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아, 아니 뭐…….”“아, 보고 싶지 않나 보네요. 그럼 전화 안 하길 잘했네요.”“전화할 겁니까?”“네, 하지만 그쪽이 보고 싶지 않다니까 전화하지 않는 게 낫겠어요.”“아니요!” 상언은 초조해졌다.그러다 이서가 눈이 휘어지게 웃자 순간 자기가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함께 웃었다. “이서 씨, 근묵자흑이라고 하더니, 지환이랑 가까이 지내서 점점 닮아가네요.”이서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렸다.“누가 저 사람과 가깝다는 거예요. 됐어요, 들어가서 갈비찜 확인해야 해요.”그렇게 말한 후 이서는 뒤돌아 부엌으로 들어갔다.하지환도 같이 들어가려다가 상언에게 붙잡혔다.“지환아.”지환은 이마를 누르며 상언에게 휴대폰을 던졌다.상언은 재빨리 핸드폰을 잡았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지환이 부엌으로 들어가고 있었다.상언이 따라가려 했지만 지환은 무자비하게 부엌문을 닫아버렸다.여자밖에 모르는 놈.상언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휴대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겨우 지환의 의도를 알아차렸다.그는 휴대전화를 열고 지환의 이름을 대고 하나를 초대했다.지환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 하나는 아무 말 없이 수락했다.화면 속 긍정의 답장을 본 상언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부엌.이서가 국을 뜨는데 갑자기 두 손이 뒤로 뻗어와 이서를 꼭 껴안았다.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힘에 이서는 깜짝 놀랐다.“지환 씨.”“응.”“이거 놔요, 나 요리 중이잖아요.”“안 놔, 평생 안 놓을 거야.”지환은 이서를 꼭 껴안고 이서의 어깨에 턱을 기대며,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기에 흠뻑 취한 채 말했다.“여보, 이번 생에 다시는 당신 안 놓쳐.”이서는 붉은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이번 생에 절대
Read more

제529화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하지환은 윤이서를 놓아주었다.하지만 키스의 여운은 한참 동안 사라지지 않았다.윤이서는 여전히 얼굴이 화끈거리며, 세차게 뛰는 심장은 금방이라도 가슴을 뚫고 튀어나올 듯이 거세지고 있었다.오랫동안 사라졌던 두근거림이 다시 그녀의 심장으로 밀려들고 있었다.미친 듯이 뛰는 심장 박동 속에서 이서는 자신이 지환에게 빠졌다는 것을 알았다.바로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이서가 나가려는데, 이상언의 목소리가 들렸다.“내가 갈게요.”들뜬 목소리가 귀한 손님이라도 온 것 같았다.이서는 부끄러움에 지환의 가슴을 콩 때리고는 호기심에 물었다.“누가 왔어요?”누구길래 이 닥터가 저렇게 흥분하는 걸까?지환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이서를 바라보았다.이서는 그의 시선에 다리가 풀렸다.올곧은 그의 시선에 이서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집에 사람 있어요.”이서는 가만히 있으라며 지환을 밀쳤다.지환은 이서의 입술을 쪼았다.밖에서 임하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이 왜 여기 있어요?”이서는 그제야 하나가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지환을 밀어내고 밖으로 나갔다.“하나야, 왔어?”하나는 여전히 문밖에 서서 상언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훑어보았다.“응, 지환 씨가 오라고 문자를 보내서.”이서는 뒤따라 나온 지환을 돌아보았다.지환은 담담한 표정으로 태연하게 대답했다.“맞아, 내가 초대했어. 사람 많으면 좋잖아, 그렇지 여보?”“그래 하나야, 들어와. 마침 내가 장을 많이 봤어.”“그걸 내가 모를 리가 있겠어?” 하나는 중얼거리며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집으로 들어섰다. “내가 도와줄게.” “좋아.” 이서는 하나를 부엌으로 끌어당겼다.부엌에 들어선 하나는 이서에게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 상언 씨가 여기 있는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저 사람 있는 줄 알았으면 안 왔을 거야.”이서는 웃으며 채소를 싱크대에 던져 넣었다. “지환 씨가 연락한 줄 몰랐어.”“지환 씨? 이렇게 빨
Read more

제530화

하지환은 냉정하게 분석했다.“전에도 말했지만, 너랑 나는 상황이 달라. 이서와 나는 불확실한 미래를 과감히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있지만, 하나 씨는 그렇지 않아.”“어렸을 때 가정에서 생긴 트라우마로 인해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아 사랑을 믿지 않아. 그런 사람이 어떻게 네 사랑을 받아줄 수 있겠어?”“너도 예전에는 사랑을 믿지 않았잖아.”“난 이서가 믿게 만들었지.”“어떻게 믿게 했는데?”지환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자신과 이서는 많은 것을 겪으며, 일련의 사건들이 사슬로 묶인 듯 서로를 더욱 끈끈하게 이어줬다. 하지만 그에게 언제부터 사랑을 믿었느냐고 물으면, 지환은 대답할 수 없었다.“방법을 똑같이 해도 소용없어. 정말 하나 씨를 믿게 만들고 싶다면, 심리치료를 받아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두려움을 완전히 없애는 방법밖에 없어. 하지만 치료할 수 있는지, 언제 나을지 알 수 없어. 그러니 친구로서 포기하라는 거야.”이상언의 두 눈이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정말 포기하는 것만이 최선일까?”지환은 침묵했다.그는 조언만 해줬을 뿐, 나머지 길은 스스로 걸어가야 했다.상언은 소파에 앉아 말을 이어갔다.“근데 포기가 안 돼.”누군가를 그렇게 좋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의학 공부보다 더 좋아했다.지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상언을 바라보았다.……이서정의 아파트.문밖에서 초인종이 울렸을 때, 서정은 무아지경에 빠져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며칠 전 이천이 집에 데려다준 이후로는 문이 잠겨서 외출하지 못하고 있었다.매니저가 한 번 보러 왔다가 서둘러 떠난 적이 있었다.바깥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초인종이 한참 동안 계속 울리고 나서야, 문득 밖에 있는 사람이 이하영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서정은 그 정체불명의 사람과 전화 통화를 한 후 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당시 하영은 해외에 있었기 때문에 애타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하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생기를 잃었던 서정의 눈동
Read more
PREV
1
...
5152535455
...
14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