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금은 냉정을 되찾았다. 이서정도 함께 있다는 생각에 일을 크게 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언어적 공격 모드를 취했다.이서정은 왠지 이서가 눈에 익은 것만 같았다. 그녀는 곧 이하영에게 물었다.“사모님, 이 여자 누구예요?”“서정 씨, 아직 모르는구나.”이하영이 이서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윤이서라고, 하씨 그룹 후계자인 하은철에게 시집가서 사모님 소리 들으며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는데, 괜히 고고한 척 건방 떨며, 평범한 직장인에게 시집가서 개고생하며 사는 여자…….”눈앞의 사람이 윤이서라는 얘기에 다들 안색이 변했다.며칠 전에 있었던 사건들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이서 본인조차도 직접 나서서 소지엽과는 아무런 사이가 아니며, 남편이 일반인이라고 해명했던 게 기억났다.그 얘기인즉 이 샵의 드레스를 구매할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지금의 이서정은 예전과는 달랐다. 예전 같았으면 이서한테도 잘 보이려고 아부했을 텐데 지금은…….“아, 그 여자였구나.”이서정은 무시하는 듯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세상 고고한 척은 혼자 다 하고 있네요.”“여보세요, 당신들 정도껏 해!”참다 못한 임하나가 나서서 한 소리 했다.“그까짓 거 웨딩드레스, 내가 사줄게, 이서야 맘에 드는 걸로 골라!”몇 백만 원 정도는 그녀도 살 수 있다.안 되면 할부하면 되니까.이서는 임하나가 그녀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나선 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서는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삶은 자신이 살아가는 거지, 남의 시선에 의해 바뀌는 게 아니다.한순간의 화풀이를 위해 몇 백만 원을 주고, 한 번 입는 웨딩드레스를 사는 건 너무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우리 가자!”“왜? 살 능력이 안 되니까 이제 꼬리 빼는 거야?” 이하영은 냉소하며 비꼬았다.“자기 분수나 알고 오지, 여기가 어디라고, 거지 년이…….”이서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하영을 바라보았다.“난 왜 민씨 가문이 지금까지 다른 3대 가문과 어울리지 못하는 지 궁금했는데,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