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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집에 돌아온 지환은 오늘 따라 집안 분위기가 좀 가라앉았다는 걸 직감했다.

그는 웃으며 요리하고 있는 이서를 뒤에서 안았다.

“누가 우리 애기, 기분 나쁘게 했을까?”

이서가 박도양을 찾아간 걸, 지환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지환을 밀며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니에요. 그런 거 없어요.”

“근데 왜 세상 걱정을 다 짊어지고 있는 듯한 얼굴이지?”

지환은 이서의 손에 든 오이를 빼앗아 칼질하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이서는 욕실에 들어가 거울을 봤다. 주방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지환은 이미 오이를 다 썰었다.

“또 날 놀렸죠?”

지환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밥 다 되면 부를 게.”

이서는 가지 않고 벽에 기대어 주방에서 음식 하느라 바쁜 지환을 보며 입을 뗐다.

“지환 씨 나랑 결혼한 거 후회한 적 있어요?”

지환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되물었다.

“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전에 지환 씨가 아이 갖고 싶댔잖아요. 내가 싫다고 한 이후로, 한 번도 얘기를 안 꺼낸 거 같아서요…….”

이서는 잠깐 뜸을 들이고는 계속 말했다.

“만약 내가 계속 아이 가질 마음이 없다면, ……지환 씨 괜찮겠어요?”

지환은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

“난 자기와 결혼한 걸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 아이는…….”

그는 시선을 음식 조리에 집중하며 말했다.

“그 때도 아이 얘기 꺼낸 건…… 아이를 좋아해서 원했던 건 아니였어.”

“네? 그게 무슨 말이예요?”

이서가 눈을 깜박였다.

“내가 그때 자기와 아이를 갖자고 했던 건…….”

지금 생각하니 그때 자신은 참으로 바보 같았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게 싫어서 그는 애매모호하게 말했다.

“아이가 있으면, 자기가 하은철 곁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로 생각했거든.”

이서는 지환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지환은 이서의 시선에,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얼른 말을 이었다.

“자기야, 나 그때 정말 정신 나갔었나 봐. 화내지 마. 앞으로 다시 아이 얘기는 안 꺼낼 게. 자기가 원하면 낳고, 싫으면 안 낳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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