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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김 원장은 이서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대답했다.

“이서 씨 친구이니, 당연히 가능하죠. 지금 바로 산아내과에 전화해서 등록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이서는 김원장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바로 고개를 돌려 박도양을 쳐다보았다.

“부디 다른 수작 안 부리길 바랍니다.”

박도양은 쓴웃음을 지었다.

“윤 회장을 도와 분식회계 한 것도 아이 때문이었어요. 장부, 옥살이…… 이런 건 나한테 결코 중요하지 않아요.”

이서는 일순 박도영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오직 아이를 갖기 위해 모든 위험을 감내하는…… 이는 미친 짓이었다.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30분 뒤 박도양의 아내는 비밀 장부를 들고 병원 입구에 도착했다. 빅토리아 병원에서 진료 가능하다는 얘기에 두 사람은 기뻐서 부둥켜안고 통곡했다.

나중에야 비밀 장부를 이서에게 넘기는 조건사항이 있다는 걸 알고, 그녀는 망설였다.

“여보, 이서 씨에게 줍시다. 이서 씨 도움 없이 우리 여기서 진료 못 받아요.”

“그런데…….”

박도양 아내는 뭔가 입을 열려다 다시 다물었다.

“괜찮아요, 줘요.”

박도양 아내는 잠깐 망설이다가, 큰 맘 먹은 듯 입술을 꽉 물고 장부를 이서에게 건넸다.

이서는 건네받은 장부를 펼쳐 보았다. 몇 페이지를 넘겨보니 진짜 장부가 맞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김 원장에게 말했다.

“원장님, 가시죠.”

두 사람이 몇 걸음 못 갔는데 박도양 아내가 뒤에서 쫓아왔다.

“아가씨,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뭔데요? 얘기하세요.”

“이 장부를 경찰이나 검찰에 넘기지 말아 주세요.”

박도양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이 모든 건 윤재하 회장이 시킨 일입니다. 우리 남편은 아이 때문에 부득이하게 하게 되었고요…….”

그녀의 눈물을 보면서도 이서는 이상하게도 전혀 안쓰러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상황 봐서요…….”

말을 마치고, 그녀는 김 원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병원에 들어갔다.

박도양과 아내도 곧 산아내와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검사를 받으러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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