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661 - Chapter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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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화
전연우가 몸에 꼭 맞는 맞춤 정장을 입고 고급스러운 모습으로 천천히 가까이 걸어왔다. 장소월은 멍하니 자리에 서 있다가 저도 모르게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 바람에 어깨에 둘렀던 카디건이 바닥에 흘러 떨어졌다.“너... 다 들었어?”“전연우, 난 미치지 않았어. 나 정말 엄마를 봤단 말이야.”전연우는 허리를 굽혀 카디건을 줍고는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소파에 걸쳐놓았다. 이어 외투를 벗어 그녀의 몸에 덮어주고는 장소월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품에 껴안았다.“집에 돌아가고 싶으면 가자. 기성은에게 이미 내일 서울로 돌아갈 항공권을 끊으라고 했어.”장소월은 그의 품에 기대었다. 그의 심장은 힘차게 뛰고 있었다. 그가 왜 갑자기 결정을 바꾸었는지 알 수 없었다.장소월은 그의 몸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향수 향을 맡았다. 역겨움이 꿈틀거렸지만 그를 밀어낼 수는 없었다.장소월은 전연우가 그저 장난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침 8시, 전연우가 잠들어있는 그녀를 안고 전용 비행기에 타 있었으니 말이다.장소월은 아직 꿈나라에서 깨어 나오지 못하고 전연우의 다리에 누워있었다.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기성은이 말했다.“최고 실력의 심리상담사를 모셨습니다. 오늘 안에 서울에 도착할 겁니다.”“알았어.”무거운 전연우의 대답이 들려왔다.귀가에서 느껴지는 간질간질함에 그녀는 몸을 뒤척이다가 번쩍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어안이 벙벙했다. 대체 왜 비행기 안에 있단 말인가.창밖을 바라보니 군데군데 떠 있는 구름 송이도 볼 수 있었다.전연우는 그녀의 앞에 아침 식사를 놓아주었다.“출발한 지 얼마 안 됐고 저녁 6시 전엔 도착할 거야. 일단 아침밥 먹어.”장소월은 의자에 앉아 부드러운 담요를 다리에 덮었다.“고마워. 하지만 나 지금은 배 안 고파.”그녀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말을 안 들으면 지금 당장 비행기를 착륙시킬 거야.”“알았어.”장소월은 정말이지 입맛이 없었지만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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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엄마의 존재는 그녀에게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을 준 것 같았다.분명 환각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비록 허황하고 거짓스러운 환경일지라도 장소월은 엄마가 있는 곳에서 살고 싶었다.엄마의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목소리만큼은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돌았다.“그리고 그 우유... 안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장소월의 눈시울이 붉어진 눈엔 아직 눈물이 그렁그렁 담겨있었다.“하지만 우유 때문에 받은 트라우마가 너무 잔인해. 마주할 수도 없고 마주해본 적도 없어. 그저 말없이 결과를 견뎌내고 있을 뿐이거든. 예전 일어났던 모든 일들, 나 다 기억해.”“전연우, 난 널 죽여버리고 싶어! 매번 널 볼 때마다 죽이고 싶어서 미치겠어.”장소월이 가감 없이 마음속의 말을 내뱉었지만 전연우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의 존재는 눈곱만큼도 위협이 될 리가 없으니 말이다.전연우가 그녀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잘 자.”그는 장소월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다른 방으로 들어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기성은이 그를 찾았을 때는 이미 숨이 막힐 정도로 연기가 자욱했다.기성은이 호흡을 가다듬고 들어가 보고했다.“인시윤 씨가 대표님의 귀국 소식을 아시고는 소월 아가씨를 위해 방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가구와 인테리어 모두 예전 그대로 맞췄다고 합니다.”“그 집으로 보내지 않을 거야. 내가 알아서 해. 나도 그곳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전해.”기성은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서울에 도착하니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오랜만에 돌아오다 보니 공항은 많이 변해 있었다. 그녀가 떠났던 4년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그들은 VIP 통로로 공항을 나갔다.서울에도 가을이 찾아와 밤이 되나 꽤나 쌀쌀했다. 차엔 에어컨을 틀고 있어 춥지 않았다.장소월은 전연우가 자신을 데리고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했다.본래의 아담했던 건축물은 모두 하늘 높이 솟은 고층 건물이 되어 있었다. 차에 타고 달린 지 어느덧 30분이 지나고 있었다.이 길... 남원 별장으로 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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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전연우는 가장 낮은 가격으로 회사를 매입했고, 그 필요한 자금은 인씨 가문에서 제공했다.당시 주식 시장은 급격히 요동쳤었다. 서울 제일 명문가인 강씨 가문도 위기를 맞아 휘청거렸으니 인씨 가문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가까스로 연명해나가던 중소기업들은 파산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물론 인씨 가문에도 크나큰 위기가 닥쳤다.2년 전.전연우는 인씨 저택에 가 인경아를 만났었다.인경아는 전연우가 상업계에서 스스로 몸을 낮추고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강씨 집안이 남원 그룹을 지지하기 전에도 그는 아름다운 성과를 냈고 서울 업계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다. 하여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했으나 장해진의 충실한 개로 살아온 그는 유혹적인 이익 앞에서도 조금의 동요도 하지 않았다. 물론 그의 야심은 여전히 이글거리고 있었지만 말이다.전연우는 장씨 가문 전체를 집어삼키고 싶어 했다. 이런 사람을 곁에 두고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3000억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장해진의 양자라는 것을 떠나 솔직히 난 자네를 좋아하네. 인하 그룹에도 자네와 비슷한 출신의 사람들이 많네. 자네 같은 성과를 이루는 건 확실히 쉽지 않은 일이야. 오늘 난 시윤이의 얼굴을 봐서 한 번 자네를 만나보기로 했네.”인경아가 손을 뻗어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지금 당장 이 집에서 나가게.”그녀는 이어 인시윤을 노려보았다.“넌 네 방에 돌아가. 오늘 일은 이후 다시 따져 물을 거야.”인시윤은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전연우를 두둔했다.“엄마... 연우 씨 한 번만 믿어주면 안 돼요? 그 돈 인씨 가문에게도 적지 않은 액수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여기저기 모아보면 충분히 도울 수 있잖아요.”그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인경아는 인시윤의 뺨을 호되게 후려쳤다. 어렸을 때부터 인시윤은 엄마의 손에서 애지중지 자랐다. 이렇게 뺨을 맞는 건 한 손으로도 꼽을 수 있을 만큼 극히 드문 일이었다.“너 저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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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전연우가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이고는 담배연기를 뿜어냈다.“과정은 중요하지 않아요.”본래 담배를 피우지 않던 전연우였지만, 그녀가 떠난 이후 니코틴 냄새에 중독되어 버렸다. 끊으려고 해도 도저히 끊을 수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자네가 황준엽을 죽였나?”인경아의 말에 인시윤도 전연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인시윤은 전연우와 처음 접촉했을 때부터 그에게 적잖은 비밀이 있다는 것을 느꼈었다.바로 그런 신비로움이 그녀를 사로잡은 것이다.한 번 깊숙이 빠져버리니 그다음엔 발을 뺄 수가 없었다.전연우가 말했다.“사모님, 살인을 말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또한... 오늘 전 돈에 대해 논의하려고 온 겁니다.”이건 전연우가 쥐고 있는 최고의 패이기도 했다.인씨 가문은 각종 영역에 손을 뻗고 있다. 유독 석유 분야만 빼고, 말이다. 예전 인씨 가문은 황씨 가문과 협력하려고 했었지만 황준엽이 감옥에 간 탓에 무산되고 말았었다.오늘 전연우가 그 계약서를 자신의 눈앞에 들이밀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전연우는 이미 인경아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서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그가 서울의 주인이 된다면, 그때의 서울에 어떤 천지개벽의 변화가 일어날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그 유전은 가치가 무려 1조 달러를 넘어서는 황씨 가문이 탐내던 먹잇감이다.황씨 가문은 황준엽이 갖고 있던 이 유전을 찾으려다 풍비박산 나고 말았다.그런 유전이 전연우의 손에 있었을 줄이야.인경아 또한 그 먹잇감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못해 망설이기 시작했다.장사꾼은 이익 앞에선 거리낄 게 없다는 말에 인경아도 예외는 아니었다.“사모님, 잘 생각해보세요.”인경아가 가느스름하게 눈을 뜨며 그에게 방어막을 쳤다.“그 좋은 패를 가졌으면서 왜 우리 인씨 가문을 선택했는가? 아무 은행에나 찾아가 담보로 맡긴다면 3000억을 빌리는 건 식은 죽 먹기였을 텐데.”“그건 저에게 사심이 있기 때문이지요. 사모님, 저와 도박 한 번 해보지 않으시겠어요?”“이 일에 위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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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전연우와 인시윤의 약혼식은 그다지 성대하지 않았다.신문에 실리긴 했지만 많은 회사의 파산 소식에 묻히고 말았다. 하여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전연우는 그 돈으로 가장 낮은 가격으로 부동산과 금융 증권, 그리고 곧 무너질 기업들을 사들였다.경제 위기가 끝나자 모든 회사를 가동했고 성세 그룹을 창립했다. 3년도 채 되지 않아 성세 그룹의 주식 가치는 당시 최고의 기업인 강한 그룹을 뛰어넘었다.3000억... 전연우의 손에서 그 돈은 열 배로 불어났다.단번에 서울에 혜성같이 나타난 신귀족이 된 것이다....장소월은 인시윤이 프랑스에 나타났을 때부터 어딘가 찝찝함을 느꼈었다.참으로 웃기는 노릇이지 않은가!전연우는 인시윤과 약혼까지 했으면서 왜 또...장소월의 존재가 전생의 송시아와 다를 게 뭐가 있단 말인가.그럼 그녀는 무엇인가? 다른 사람의 가정을 깨는 제삼자?또한 인시윤은 전생의 가엾은 자신과 너무나도 닮아있었다.장소월은 그들에게서 시선을 뗀 뒤 방으로 들어갔다. 온몸이 나른해지고 손발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경련했다.그는 여전히 전생의 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장소월은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말다툼 소리를 듣고는 일그러진 얼굴로 귀를 막아버렸다. 단 한 글자도 듣고 싶지 않았다.이렇게 더러운 관계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역겹다!얼마나 지났을까, 고요했던 복도에서 그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장소월은 그가 들어오지 못하게 방문을 잠가 버렸다. 이어 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장소월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은 뒤 분노에 차올라 탁자 위 장식품을 힘껏 문으로 던졌다.“가! 날 귀찮게 하지 말고 꺼지란 말이야!”문 위쪽에 작은 생채기가 생겼다.그녀의 바람대로 소리가 멈추었다. 하지만 전연우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이제 더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을 거야. 우리 둘뿐이야.”장소월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네 말 한마디도 듣고 싶지 않아. 너무 역겨워. 전연우!”전연우가 그런 방식으로 성세 그룹을 세웠을지는 생각지도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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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도우미가 말했다.“사모님께서 정성 들여 만든 음식입니다. 모두 버리면 너무 아깝지 않을까요?”전연우의 날카로운 눈빛에 도우미는 겁에 질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는 주방에 내려가 모든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렸다.4명의 도우미가 바삐 돌아쳐 다시 한 상을 차려냈다.반 그릇 정도의 설탕물을 먹이니 장소월이 천천히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또 어디 불편한 곳 있어?”장소월은 침묵하다가 30초가 지난 다음에야 입을 열었다.“네가 날 뭐라 생각하든 상관없어. 우리 관계는 여기까지야. 나 내일 이 집에서 나갈 거야.”전연우가 어두운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거 알잖아. 그냥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면 안 돼? 이제 아무도 와서 널 귀찮게 하지 못 할거야. 날 제외하곤 그 누구도 오지 못하게 할게.”장소월이 말했다.“날 미쳐버리게 하고 싶은 거야? 전연우, 난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어. 난 널 죽일 수도 있단 말이야!”전연우가 그녀의 이마를 쓰다듬었다.“너 몸이 회복되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줄게.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작업실을 만들어 줄게. 응?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해.”오늘 밤의 전연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부드러웠다.평소의 그가 맞는지 믿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아직도 모르겠어? 전연우, 난 죽을 때까지 널 받아들이지 못해! 생판 모르는 사람과 결혼하더라도 너와는 함께하지 않아. 남자라면 인시윤의 옆으로 돌아가 아껴주고 사랑해줘. 너에 대한 인시윤의 마음에 상처 주지 말고.”장소월은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그와 더는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지 않았다.그는 이미 그녀의 앞날을 모두 결정해 놓았다.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다.장소월은 어쩔 수 없이 그가 정해놓은 운명에 따를 수밖에 없다.그의 차가움, 그의 외면, 그의 배신!이 모든 것들은 이미 장소월의 마음속에 날카로운 비수로 꽂혔다.잊으려 노력해본 적도 있지만 익숙한 사람이나 사건을 마주할 때마다 전생에서 당했던 고통이 고스란히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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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인터넷에선 강한 그룹에 대한 어떠한 소식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가장 최근 기사도 4년 전의 것이었다.장소월의 의구심은 더 깊어져만 갔다.그녀는 핸드폰을 꼭 잡은 채 불안감에 떨었다. 그저 헛된 불안감이기를 바랄 뿐이었다.그녀와 강씨 집안이 인연을 끊고 지낸 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길에서 그와 다시 마주친다고 해도 낯선 사람처럼 못 본 척 스쳐 지나갈지도 모른다.장소월이 걱정하는 이유는 전연우가 강한 그룹을 해쳤을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그는 원한은 반드시 갚는 사람이다. 당시 강영수가 그의 손에서 남원 그룹을 빼앗고 대표 자리까지 해임했으니, 전연우라면 일찌감치 배로 돌려줬을 것이다.그녀는 전연우가 그렇게 하길 원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강영수 역시 아무 죄 없는 사람이니 말이다.다시 태어난 송시아와 물불 가리지 않는 전연우,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서울을 완전히 뒤집어 모든 권력을 손에 넣었다.전연우는 무엇이든 삼킨면 완벽히 소화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다.그는 아이패드로 방안 장소월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그는 전화를 걸어 도우미에게 저녁 식사를 올리라고 분부했다.장소월은 조금 먹고 음식을 치웠다.이곳의 도우미는 그녀와 먼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행여 그녀를 화나게 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장소월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복도에서 소리가 흘러들어왔다.“저 여자 대체 누구예요? 사모님같이 성격 좋으신 분이 엄청 크게 화를 냈잖아요.”“저도 몰라요. 대표님이 밖에서 데려온 여자인가 보죠. 아니면 사모님께서도 화내지 않으셨을 거예요.”“대표님도 참, 평소 사모님께서 힘들게 이곳을 관리하고 가구까지 힘들게 하나하나 갖췄는데 모두 다른 여자 좋은 노릇을 하고 말았어요.”“쉿, 조용히 말해요. 아직 안 자요. 들으면 안 되잖아요.”“빨리 내려가죠.”급히 멀어져가는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장소월은 멍하니 누워있었다. 채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이 베개를 흥건히 적셨다.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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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사모님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다행히도 그림들은 소각되지 않았다. 그 그림 중 일부는 어머니가 그녀에게 남겨 주신 것이다.장소월은 아무것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황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가 2층 안방에 들어갔는데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그녀는 또다시 전연우의 방으로 갔는데 마침내... 그녀는 그 그림들을 찾아냈다. 모두 흰 천으로 덮여 있어 잘 보존되어 있었다.장소월은 손을 떨면서 그림을 만졌는데 이것들은 모두 그녀가 가장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다.그녀는 이 그림들을 다시 자기 방으로 옮겼고 이 역시 원래 그녀의 것이다.그러나 그녀가 문을 나서자마자 하인이 그녀를 가로막았다.“이보세요, 이 물건들은 절대 움직이면 안 됩니다.”장소월은 싸늘하게 말했다.“저도 방금 이 물건들은 원래 제 것이라고 말했어요. 제가 제 물건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다른 하인도 장소월을 못마땅하게 여겼다.“제가 보기에 이 사람은 망상증에 걸려서 미친 거 같아요!”“일단 그림을 가져와야 해요.”하인이 앞으로 나서자 검은 슈트를 입은 경호원 두 명이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위층으로 성큼성큼 올라와서 그 하인 두 명을 끌고 내려갔다. 그리고 공손하게 장소월에게 말했다.“대표님께서 여기 있는 물건은 아가씨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하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문도 모른 채 아래층으로 끌려갔다.무슨 일인지 물으려고 했는데 이미 해고되었다고 통지받았다.“왜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왜 우리를 해고해요?”경호원 한 명이 차갑게 말했다.“이건 사장님의 결정입니다. 그리고... 여러분께 상기시켜 드리지만 이 별장은 장가네 것입니다. 위에 있는 사람은 장가네 아가씨입니다. 앞으로 누가 감히 무례하게 큰 아가씨에게 무례하게 굴면 서울뿐만 아니라 한국내에서도... 여러분의 자리는 없을 것입니다.”이 말이 나오자 나머지 하인들은 겁에 질려 말하지 못했다.그들은 여기서 몇 년간 일한 하인들이어서 장가네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었다.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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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인정아는 우아한 자태로 비서가 가져온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자네가 장소월이 돌아오자마자 시윤이를 남원별장에서 쫓아냈다고 들었네. 내가 시윤이를 자네한테 맡겼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자네가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은 누구의 힘으로 된 것인지 잊으면 안 되지.”전연우는 책상 앞으로 곧장 걸어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사모님께서 한 말씀은 제 마음속에 새겨져 있습니다. 저는 배은망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모님께서 여기에 온 것도 그런 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전연우는 자리에 앉아 뼈마디가 뚜렷한 손가락으로 넥타이를 잡아당기고 편안한 자세를 취하였다.인정아가 냉소했다.“계속 사모님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인씨네 데릴사위로서 이렇게 예의를 몰라서 되겠는가. 이제부터라도 장모님이라고 불러야지!”인정아는 찻잔을 내려놓고 일어서 전연우 앞으로 걸어가 붉은 청첩장을 꺼냈다.“이것은 내가 짠 한 달 뒤 연회 손님 초대 명단이야.”전연우는 호탕하게 웃으며 그 명단을 집어 들어 펼쳐보니 첫 번째 이름은 장소월이었다.그는 청첩장을 탁 닫았다.“저는 사모님께서 똑똑한 분일 거라고 생각했어요.”인정아의 얼굴빛이 순간 어둡게 변하였다.“자네는 이미 4년 동안이나 질질 끌었어. 지금이라도 그때 한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우리가 계약을 맺은 것을 잊지 마.”“지금 와서 옛날얘기를 하면 소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 계약서가 저에게 아직도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세요?”인정아는 테이블을 툭 쳤다.“지금 시윤이와 결혼 안 하겠다고 말하는 거야? 시윤이 마음은 7년째 자네에게 있어. 개를 키워도 지금이면 주인 말을 잘 따를거야. 어떤 사람이 한 사람에게 7년을 허비하겠는가. 자네가 어떻게 내 귀한 딸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는가!”전연우는 다리를 꼬아 담배 하나를 꺼내 피고 흰 안개를 뱉으며 물었다.“사모님께서는 제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인정아는 눈 밑에 한기가 서리며 그를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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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말을 하자마자 장소월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인을 보자 장소월은 머뭇거리다가 수신 버튼을 눌렀고 좋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3일 시간을 준다고 했는데 아직 시간이 다 안 됐잖아.”“제사를 지내러 가고 싶으면 먼저 내 회사로 와. 회의를 마치고 오후에 같이 갈게.”“같이 가줄 필요 없어. 나는 혼자 갈 수 있다고.”“안 가던가, 나랑 같이 가던가, 네가 직접 선택해!”그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차가워졌다.그녀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결국에는 그의 말에 순종했다.“회사 밑에서 기다릴게.”그녀는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아침에는 맑았던 날씨가 오후가 되자 갑자기 어두워지고 안개 낀 하늘을 보니 저녁이 되면 폭풍우가 내릴 것 같아 장소월은 만일을 대비해 우산을 준비했다.경호원은 차를 몰고 장소월을 뒷좌석에 태우고 약 1시간을 달려 성세그룹 빌딩 아래에 도착했다.장소월은 차 안에 앉아 손에 도라지꽃 한 송이를 들고 있었는데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다.전설에 따르면 도라지꽃이 피면 다시 행복이 찾아온다고 하는데, 다시 행복이 피면 누군가는 행복을 붙잡을 수 있고 누군가는 잡지 못하여 놓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어릴 적 별장 화원에 도라지꽃을 한 아름 심었는데 오 아주머니가 어머니께서 예전에 심어놓은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꽃들이 왜 하룻밤 사이에 시들어버렸는지 모르겠다.장소월은 기다리는 것이 귀찮아 고개를 들어 꼭대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 빌딩을 바라보았다.거의 30분을 기다린 후에야 누군가가 건물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장소월은 시선을 거두고 차분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 이유는 3일 동안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 때문이다.전연우는 차에 올라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오랫동안 맡지 못했던 그녀의 냄새를 맡았는데 예전과 똑같았다.“저녁에 식당을 예약했어.”장소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말을 대답했다.“가자! 곧 비가 올지도 몰라.”차가 시동을 걸었다.전연우는 그녀가 입고 있는 검은색 긴 치마를 주의 깊게 보았는데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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