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미가 말했다.“사모님께서 정성 들여 만든 음식입니다. 모두 버리면 너무 아깝지 않을까요?”전연우의 날카로운 눈빛에 도우미는 겁에 질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는 주방에 내려가 모든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렸다.4명의 도우미가 바삐 돌아쳐 다시 한 상을 차려냈다.반 그릇 정도의 설탕물을 먹이니 장소월이 천천히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또 어디 불편한 곳 있어?”장소월은 침묵하다가 30초가 지난 다음에야 입을 열었다.“네가 날 뭐라 생각하든 상관없어. 우리 관계는 여기까지야. 나 내일 이 집에서 나갈 거야.”전연우가 어두운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거 알잖아. 그냥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면 안 돼? 이제 아무도 와서 널 귀찮게 하지 못 할거야. 날 제외하곤 그 누구도 오지 못하게 할게.”장소월이 말했다.“날 미쳐버리게 하고 싶은 거야? 전연우, 난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어. 난 널 죽일 수도 있단 말이야!”전연우가 그녀의 이마를 쓰다듬었다.“너 몸이 회복되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줄게.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작업실을 만들어 줄게. 응?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해.”오늘 밤의 전연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부드러웠다.평소의 그가 맞는지 믿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아직도 모르겠어? 전연우, 난 죽을 때까지 널 받아들이지 못해! 생판 모르는 사람과 결혼하더라도 너와는 함께하지 않아. 남자라면 인시윤의 옆으로 돌아가 아껴주고 사랑해줘. 너에 대한 인시윤의 마음에 상처 주지 말고.”장소월은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그와 더는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지 않았다.그는 이미 그녀의 앞날을 모두 결정해 놓았다.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다.장소월은 어쩔 수 없이 그가 정해놓은 운명에 따를 수밖에 없다.그의 차가움, 그의 외면, 그의 배신!이 모든 것들은 이미 장소월의 마음속에 날카로운 비수로 꽂혔다.잊으려 노력해본 적도 있지만 익숙한 사람이나 사건을 마주할 때마다 전생에서 당했던 고통이 고스란히 떠
인터넷에선 강한 그룹에 대한 어떠한 소식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가장 최근 기사도 4년 전의 것이었다.장소월의 의구심은 더 깊어져만 갔다.그녀는 핸드폰을 꼭 잡은 채 불안감에 떨었다. 그저 헛된 불안감이기를 바랄 뿐이었다.그녀와 강씨 집안이 인연을 끊고 지낸 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길에서 그와 다시 마주친다고 해도 낯선 사람처럼 못 본 척 스쳐 지나갈지도 모른다.장소월이 걱정하는 이유는 전연우가 강한 그룹을 해쳤을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그는 원한은 반드시 갚는 사람이다. 당시 강영수가 그의 손에서 남원 그룹을 빼앗고 대표 자리까지 해임했으니, 전연우라면 일찌감치 배로 돌려줬을 것이다.그녀는 전연우가 그렇게 하길 원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강영수 역시 아무 죄 없는 사람이니 말이다.다시 태어난 송시아와 물불 가리지 않는 전연우,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서울을 완전히 뒤집어 모든 권력을 손에 넣었다.전연우는 무엇이든 삼킨면 완벽히 소화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다.그는 아이패드로 방안 장소월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그는 전화를 걸어 도우미에게 저녁 식사를 올리라고 분부했다.장소월은 조금 먹고 음식을 치웠다.이곳의 도우미는 그녀와 먼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행여 그녀를 화나게 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장소월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복도에서 소리가 흘러들어왔다.“저 여자 대체 누구예요? 사모님같이 성격 좋으신 분이 엄청 크게 화를 냈잖아요.”“저도 몰라요. 대표님이 밖에서 데려온 여자인가 보죠. 아니면 사모님께서도 화내지 않으셨을 거예요.”“대표님도 참, 평소 사모님께서 힘들게 이곳을 관리하고 가구까지 힘들게 하나하나 갖췄는데 모두 다른 여자 좋은 노릇을 하고 말았어요.”“쉿, 조용히 말해요. 아직 안 자요. 들으면 안 되잖아요.”“빨리 내려가죠.”급히 멀어져가는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장소월은 멍하니 누워있었다. 채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이 베개를 흥건히 적셨다.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사모님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다행히도 그림들은 소각되지 않았다. 그 그림 중 일부는 어머니가 그녀에게 남겨 주신 것이다.장소월은 아무것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황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가 2층 안방에 들어갔는데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그녀는 또다시 전연우의 방으로 갔는데 마침내... 그녀는 그 그림들을 찾아냈다. 모두 흰 천으로 덮여 있어 잘 보존되어 있었다.장소월은 손을 떨면서 그림을 만졌는데 이것들은 모두 그녀가 가장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다.그녀는 이 그림들을 다시 자기 방으로 옮겼고 이 역시 원래 그녀의 것이다.그러나 그녀가 문을 나서자마자 하인이 그녀를 가로막았다.“이보세요, 이 물건들은 절대 움직이면 안 됩니다.”장소월은 싸늘하게 말했다.“저도 방금 이 물건들은 원래 제 것이라고 말했어요. 제가 제 물건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다른 하인도 장소월을 못마땅하게 여겼다.“제가 보기에 이 사람은 망상증에 걸려서 미친 거 같아요!”“일단 그림을 가져와야 해요.”하인이 앞으로 나서자 검은 슈트를 입은 경호원 두 명이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위층으로 성큼성큼 올라와서 그 하인 두 명을 끌고 내려갔다. 그리고 공손하게 장소월에게 말했다.“대표님께서 여기 있는 물건은 아가씨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하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문도 모른 채 아래층으로 끌려갔다.무슨 일인지 물으려고 했는데 이미 해고되었다고 통지받았다.“왜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왜 우리를 해고해요?”경호원 한 명이 차갑게 말했다.“이건 사장님의 결정입니다. 그리고... 여러분께 상기시켜 드리지만 이 별장은 장가네 것입니다. 위에 있는 사람은 장가네 아가씨입니다. 앞으로 누가 감히 무례하게 큰 아가씨에게 무례하게 굴면 서울뿐만 아니라 한국내에서도... 여러분의 자리는 없을 것입니다.”이 말이 나오자 나머지 하인들은 겁에 질려 말하지 못했다.그들은 여기서 몇 년간 일한 하인들이어서 장가네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었다.그들이
인정아는 우아한 자태로 비서가 가져온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자네가 장소월이 돌아오자마자 시윤이를 남원별장에서 쫓아냈다고 들었네. 내가 시윤이를 자네한테 맡겼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자네가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은 누구의 힘으로 된 것인지 잊으면 안 되지.”전연우는 책상 앞으로 곧장 걸어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사모님께서 한 말씀은 제 마음속에 새겨져 있습니다. 저는 배은망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모님께서 여기에 온 것도 그런 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전연우는 자리에 앉아 뼈마디가 뚜렷한 손가락으로 넥타이를 잡아당기고 편안한 자세를 취하였다.인정아가 냉소했다.“계속 사모님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인씨네 데릴사위로서 이렇게 예의를 몰라서 되겠는가. 이제부터라도 장모님이라고 불러야지!”인정아는 찻잔을 내려놓고 일어서 전연우 앞으로 걸어가 붉은 청첩장을 꺼냈다.“이것은 내가 짠 한 달 뒤 연회 손님 초대 명단이야.”전연우는 호탕하게 웃으며 그 명단을 집어 들어 펼쳐보니 첫 번째 이름은 장소월이었다.그는 청첩장을 탁 닫았다.“저는 사모님께서 똑똑한 분일 거라고 생각했어요.”인정아의 얼굴빛이 순간 어둡게 변하였다.“자네는 이미 4년 동안이나 질질 끌었어. 지금이라도 그때 한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우리가 계약을 맺은 것을 잊지 마.”“지금 와서 옛날얘기를 하면 소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 계약서가 저에게 아직도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세요?”인정아는 테이블을 툭 쳤다.“지금 시윤이와 결혼 안 하겠다고 말하는 거야? 시윤이 마음은 7년째 자네에게 있어. 개를 키워도 지금이면 주인 말을 잘 따를거야. 어떤 사람이 한 사람에게 7년을 허비하겠는가. 자네가 어떻게 내 귀한 딸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는가!”전연우는 다리를 꼬아 담배 하나를 꺼내 피고 흰 안개를 뱉으며 물었다.“사모님께서는 제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인정아는 눈 밑에 한기가 서리며 그를 협박
말을 하자마자 장소월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인을 보자 장소월은 머뭇거리다가 수신 버튼을 눌렀고 좋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3일 시간을 준다고 했는데 아직 시간이 다 안 됐잖아.”“제사를 지내러 가고 싶으면 먼저 내 회사로 와. 회의를 마치고 오후에 같이 갈게.”“같이 가줄 필요 없어. 나는 혼자 갈 수 있다고.”“안 가던가, 나랑 같이 가던가, 네가 직접 선택해!”그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차가워졌다.그녀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결국에는 그의 말에 순종했다.“회사 밑에서 기다릴게.”그녀는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아침에는 맑았던 날씨가 오후가 되자 갑자기 어두워지고 안개 낀 하늘을 보니 저녁이 되면 폭풍우가 내릴 것 같아 장소월은 만일을 대비해 우산을 준비했다.경호원은 차를 몰고 장소월을 뒷좌석에 태우고 약 1시간을 달려 성세그룹 빌딩 아래에 도착했다.장소월은 차 안에 앉아 손에 도라지꽃 한 송이를 들고 있었는데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다.전설에 따르면 도라지꽃이 피면 다시 행복이 찾아온다고 하는데, 다시 행복이 피면 누군가는 행복을 붙잡을 수 있고 누군가는 잡지 못하여 놓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어릴 적 별장 화원에 도라지꽃을 한 아름 심었는데 오 아주머니가 어머니께서 예전에 심어놓은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꽃들이 왜 하룻밤 사이에 시들어버렸는지 모르겠다.장소월은 기다리는 것이 귀찮아 고개를 들어 꼭대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 빌딩을 바라보았다.거의 30분을 기다린 후에야 누군가가 건물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장소월은 시선을 거두고 차분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 이유는 3일 동안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 때문이다.전연우는 차에 올라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오랫동안 맡지 못했던 그녀의 냄새를 맡았는데 예전과 똑같았다.“저녁에 식당을 예약했어.”장소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말을 대답했다.“가자! 곧 비가 올지도 몰라.”차가 시동을 걸었다.전연우는 그녀가 입고 있는 검은색 긴 치마를 주의 깊게 보았는데 그의
장소월이 웅크려 앉아서 보니 아직 마르지 않은 꽃다발이었는데, 이 꽃다발은 그녀의 손에 들린 꽃다발과 똑같게 생겼다. 손가락으로 묘비를 닦았는데 그 위는 깨끗했고 주변 잡초도 며칠 전에 누군가가 치운 듯했다.아버지가 오셨을 리가 없는데, 그는 이미 장만옥과 싱가포르에 갔다.그럼 누구지?묘비에는 사진이 없고 어머니의 이름 윤세희만 새겨져 있었다.그 당시의 윤세희는 경국지색의 미인이었고 서울 귀족들에게서 제1의 미인으로 불렸다.장소월도 윤세희의 외모를 물려받았다.전연우는 한쪽에 서서 바람을 맞으며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피우다가 땅에 세 번째 담배꽁초가 떨어지자 장소월이 비로소 일어났다.‘엄마, 곧... 우린 다시 만날 거예요. 이번에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돌아가자.”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더니 곧 비가 올 것 같았다.지금 떠나지 않으면 이따가 하산하는 길이 더 힘들어질 거다.“더 말하지 않을 거야?”장소월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가자.”산 아래로 내려가자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졌고 차 안에 앉아 있던 장소월이 몸에 걸친 검은 슈트를 벗어 돌려주며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했다.전연우는 또 슈트를 그녀의 다리 위에 덮었다.“밤에는 추우니 먼저 덮어.”도덕군자인 척을 하기는.장소월은 차창 밖을 내다보며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기성은은 차를 몰고 구영관에 도착했다. 지배인은 전연우가 온다는 것을 알고 공손하게 맞이했고 얼굴에는 히죽히죽 웃으며 손짓했다.“전 대표님, 룸은 이미 준비되었습니다.”전연우는 자연스럽게 장소월 옆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장소월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장소에서 거리를 유지하지 않는 그를 불만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는데 그녀가 어떻게 힘을 써도 벗어날 수 없었다.전연우와 인시윤이 약혼한 것은 온 서울이 다 아는 사실인데 지금 다른 여자를 데리고 식사를 하러 왔다니...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장소월은 알고 있다.사람들은 장소월을 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들도 마음속으로는 모
“지배인님, 남자분은 성세 그룹의 대표님인 거는 저희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분께서는 인씨네 아가씨와 약혼하지 않았어요? 근데 저 여자는 누구에요?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바람을 피운 건 아니겠죠?”지배인은 걸어오는 기성은을 보며 종업원을 향해 사납게 호통을 쳤다.“그 입 다물지 못해! 다시 함부로 말하면 쫓아낼 줄 알아!”장소월은 이곳의 생선을 즐겨 먹는데 그녀가 젓가락질하기도 전에 전연우는 이미 생선 가시를 발라내어 그녀의 그릇에 넣어 두었다.그는 조금 전 지배인이 덜어준 국을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그릇째 쓰레기통에 버렸다.“이렇게 많이 못 먹어. 괜찮아, 천천히 먹으면 돼. 다 못 먹으면 테이크아웃해서 야식으로 먹어도 되고.”장소월은 생선 반 마리를 먹고 생선탕 두 그릇을 먹었는데 전연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이 식사는 두 사람이 조화롭게 먹는 몇 안 되는 한 끼였다.“나는 배불러. 오빠 혼자 먹어.”장소월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낭비하지 말고 그릇에 남은 것도 다 먹어.”전연우는 생선 한 점을 집어 그녀의 입가에 건네주었고 한 손은 아래에 받쳤다.장소월은 그가 겉치레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가 잘해주는 것은 다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전연우는 그가 지금하고 있는 이 모든 것은 전생에서 그녀가 모두 겪어봤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장소월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곧장 몸을 일으켰다.“화장실에 다녀올게.”전연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떠나가는 사람을 바라보고 조금 전의 부드러움은 홀연히 사라졌다. 그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담배 한 대를 꺼내 피었다.손을 들고 시계를 보니 한 시간 가까이 밥을 먹었다.이때 룸의 문이 열리고 키 크고 검은 스타킹을 신고 청순한 얼굴을 한 사람이 들어왔다.“대표님, 과일은 서비스입니다. 먼저 테이블을 치워드리겠습니다.”룸에서는 기름과 담배 냄새가 나서 종업원은 창문을 열어 환기했다.또 쟁반을 들어 거의 먹지도 않은 음식을 치우고 또 반대편으로 가서 접시에 놓여 있는 뼈를 치우는데 갑자기
장소월은 그녀의 몸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손을 보여줘 봐, 아파?”“안 아파요.”장소월은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정말 착하네. 엄마는 어디 갔어? 왜 여기 혼자 있어?”소녀는 히죽히죽 웃으며 대답했다.“엄마가 화장실에 갔는데 휴지가 없어서 제가 몰래 갖다주러 갔어요.”장소월의 목소리는 온화하고 친화력이 있어 이 어린 소녀도 그녀를 매우 좋아했다.“그래. 혼자 여기서 기다리면 위험하니 가게로 들어갈까?”“네, 좋아요.”장소월은 그녀의 태어나지도 않고 세상을 떠난 아이가 생각났다. 딸인데 만약 그녀가 살아 있다면 지금 이 소녀처럼 사랑스럽게 그녀를 엄마라고 부를까?아이의 일은 장소월 평생의 아픔이다.하지만... 그녀는 다시는 아기를 갖지 못한다.전연우가 언제 나온지 몰랐고 장소월은 일어나 그와 눈을 맞추었다...장소월은 그와 함께 차에 탔고 기성은은 다 먹지 못한 음식을 싸서 트렁크에 실었다.두 사람은 모두 침묵했다. 아이의 일은 그들 사이에서 영원히 넘을 수 없는 선 같았다.전연우는 이번 생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고 합치면 사형을 받을 만하다.그러나 그는 자기가 한 일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고 유일하게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장소월이다.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변하고 일도 많이 있었는데 전연우가 예측 못 한 것은 그가 장소월에 대한 감정이다.그는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했다.바로잡을 수 있는 일도 있겠지만... 어떤 일은...그는 평생도 보상할 수 없다.남원별장 앞까지 한 시간이 넘는 거리지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소월은 차에서 내리자 돌아보지도 않고 들어갔다.전연우는 그녀가 야윈 몸을 끌어안고 별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그림자가 사라지고 나서야 기성은 더러 차를 몰고 떠나게 했다.그리고 이틀 동안, 전연우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고 장소월은 모처럼 한가한 나날을 보냈다.전연우를 만나지 않아서 좋았는데 다른 불청객이 찾아왔다.장소월은 3층에서 인시윤이 레드 페라리를 몰고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