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571 - 챕터 580

1133 챕터

제571화

수술은 4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하룻밤을 지내고 나니 두 사람 상태는 모두 안정되었다.강영수가 깨어났을 땐 날이 밝아있었다.침대 옆에서 그를 간호하고 있던 진봉이 강혁의 상황을 보고했다.“제때에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은 덕분에 아이는 이미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났습니다. 수술 후 3개월 정도 뒤면 완전히 회복된다고 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3개월이면... 마침 장소월이 다시 돌아오는 시간이다.강영수가 연신 몇 번 기침했다. 그가 침대 아래로 내려오려고 하자 진봉이 곧바로 그를 제지했다.“대표님, 아직은 내려오시면 안 됩니다. 열흘은 걸려야 회복되실 수 있습니다.”“소월이는... 연락 왔었어?”장소월을 떠올리자 그녀가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 건 이 일을 설명해야 한다는 불안감이었다. 아이의 일은 그야말로 거대한 폭발력을 지닌 시한폭탄과도 같았다.진봉이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말했다.“수술이 끝나기 한 시간 전 전화가 왔었습니다. 대표님께선 회사의 급한 일을 처리하고 계신다고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설사 아신다고 해도 소월 아가씨는 이해해주실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양육권만 가져오면 소월 아가씨와 예전처럼 지내실 수 있을 거예요.”강영수는 수술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지라 낯빛이 창백했다. 이마 앞 잔머리가 검은색 깊은 눈동자를 뒤덮었다. 그 속에 내려져 있는 어둠은 한참이 지나도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그는 장소월에게 숨기는 것이 구경 맞는 일인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문밖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남주가 어두워진 표정을 가리며 손에 전기 포트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깨어났구나. 혁이 일은 고마워. 병원비는 내가 최대한 갚을게. 이건 내가 만든 곰탕이야. 의사 선생님께서 회복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하시더라고.”김남주는 말을 마친 뒤 음식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침대 위 강영수를 힐끗 쳐다보고는 더는 머물지 않고 병실에서 나갔다.“김남주 많이 변했네.”예전의 그녀는 안하무인으로
더 보기

제572화

야건 업소 룸 안.두 쌍의 남녀로 이루어진 카드 테이블 위, 전연우와 서철용이 서로 다른 편으로 마주 앉아 있었다. 전연우의 앞엔 가득 쌓인 칩이 놓여있었는데 모두 서철용으로부터 따온 것이었다.“강영수 때문에 남원에서도 쫓겨났으면서 하나도 화가 나지 않나 봐? 오히려 신나 보이는데?”전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 판, 또 한 판, 서철용은 지니고 있던 1억 원의 돈을 거의 모두 잃고 말았다. 속수무책으로 계속 지기만 하니 슬슬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짜증이 몰려와 담배라도 피우고 싶었으나 눈앞 도련님이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 탓에 억지로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정말 이상한 일이다. 전연우와 카드를 치면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니 말이다.바로 그때, 문밖 종업원이 문을 열었다.황유나가 온 것이다. 그녀의 눈에 야한 옷차림으로 서철용의 몸에 딱 붙어있는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의 눈에 못마땅함이 스쳐 지나갔다.“무슨 일로 보자고 했어요?”서철용의 예쁜 눈동자에 흥미로운 미소가 물들었다.“이쪽으로 와서 카드 좀 받아줘요. 마침 화장실에 가려던 참이었어요.”황유나는 전연우도 이곳에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전연우는 늘 청렴하고 점잖은 상류 인사인 척 자신을 위장했다. 보아하니 지금은 가면을 벗어던진 듯 셔츠 단추도 몇 개 풀렸고 넥타이도 마음대로 풀어져 있었다.서철용에게도 그의 이런 모습은 너무나도 오랜만이었다. 하여 그는 지금까지 전연우가 가면을 쓴 모습에 익숙해져 예전 자신이 파렴치한 양아치였단 사실을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었다.황유나를 본 전연우는 카드를 내려놓고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고는 서철용을 보며 말했다.“일부러 와서 날 역겹게 하려는 거야?”주어가 황유나인지, 서철용인지 알 수 없는 말이었다.장소월과 똑 닮은 황유나의 그 얼굴은 서철용이 직접 칼을 들어 빚어낸 것이니 말이다.장소월이 해외로 나간 이 타이밍에 황유나가 그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황유나가 분노하며 전연우에게 따져 물었다.“누가 역겹다는 거예요? 난 아직
더 보기

제573화

서철용은 흥미를 잃고 혼자 터덜터덜 걸어가 소파에 앉았다. 이어 두 여자도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품에 안겼다.황유나는 분노에 차올라 샤넬 가방을 들어 올려 서철용을 향해 휘둘렀다. 그가 손으로 마구마구 날아오는 가방을 막으며 말했다.“이런 미친 짓 좀 그만해요.”그 목소리엔 약간의 노기도 담겨 있었다.황유나는 서철용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자신에게 화를 내는지 알 수가 없었다.“날 이렇게 모욕하기 위해 부른 거예요? 내가 당신 노리개인 줄 알아요?”서철용이 다리를 꼬고 앉아 손을 뻗어 옆쪽 여자를 끌어안았다.“노리개요? 전 그런 뜻이 없었어요. 황유나 씨도, 저도, 우리 모두 어른이잖아요. 가볍게 즐기자는 것뿐이니 너무 진지하게 여기지 말아요.”“그냥 저번 일에 책임지고 싶지 않다고 말해요. 그거 알아요? 그건 제...”그녀는 차마 뒷말을 채 잇지 못했다.반면 서철용은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뭐요? 처음이라고요? 알겠어요.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요? 많은 여자들이 저한테 처음이라고 하던데 내가 일일이 다 책임져야 하나요?”그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우린 다 성인이에요. 그 봉건적인 사상 좀 바꿔야 하지 않겠어요? 당신이 원해서 한 거잖아요.”황유나는 자신이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었던 남자가 천하의 파렴치한 양아치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녀가 분노에 부들부들 떨며 힘껏 그의 따귀를 내리쳤다.“서철용, 이 나쁜 자식. 날 모욕한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될 거야.”서철용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네. 기다리고 있을게요.”그녀가 떠나려 몸을 돌리자 남자는 여자의 뒷모습을 향해 손을 저었다.저녁 10시 반.전연우가 차를 몰고 공항으로 가는 길, 돌연 빨간색 마세라티 한 대가 앞을 막아섰다.아무리 뛰어난 운전 실력으로도 2억짜리 차량의 속도는 감당해낼 수가 없었다.검은색 아우디 차량에 선명한 상처가 생겨났다.반쯤 내린 창문으로 천천히 담뱃불을 붙이는 전연우의 모습이 들어왔다. 빨간색 스포츠카 안에서 매혹적인 옷차
더 보기

제574화

인시윤은 그의 눈동자에서 번뜩이는 살기를 보았다. 순간 그가 정말 자신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았다.“똑똑히 알아둬요. 난 고상한 군자가 아니에요. 누군가 내 일에 간섭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요. 이후...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다음 날의 태양을 보지 못할지도 몰라요.”전연우는 인시윤이 숨이 막혀 정신을 잃으려던 순간, 손에 힘을 풀었다.“컥컥컥...”인시윤이 가슴을 부여잡고 거칠게 호흡하며 허리를 굽히고 연신 기침했다.인시윤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요란한 엔진소리와 함께 떠나가는 그를 쳐다보며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비틀거리며 힘겹게 일어나 차에 올라타고는 곧바로 그의 뒤를 쫓았다.하지만 이번엔 놓쳐버리고 말았다.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넓디넓은 공항에서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당시 장소월이 그에게 매달릴 땐 관심 한 번 주지 않은 전연우이다. 하지만 장소월이 이미 강씨 집안의 예비 며느리가 된 지금, 오히려 그녀를 만나지 못해 안달이다.인시윤은 전연우의 목적이 장소월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여 다급히 파리로 가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하지만 이것마저 전연우의 계획일 거라는 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이미 왔던 길로 돌아간 전연우에게 기성은이 전화를 걸었다.“인시윤 씨가 파리행 비행기 표를 샀습니다. 아마 12시간 뒤 출발할 겁니다.”“알았어.”전연우가 남원 그룹 대표직을 내려놓은 이후 인시윤은 줄곧 전연우를 만날 기회만 노렸다. 심지어 종일 전연우를 미행하기까지 했다.장해진은 그에게 집에 들어와 살기를 요구했다. 그가 남원 별장에 도착했을 땐 깊은 밤, 열한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강만옥은 긴 시간 동안 그가 들어오기를 기다린 듯했다.전연우가 차 키를 현관 선반에 놓아두었다.강만옥은 장해진이 해외에서 사 온 과일 말랭이를 씹으며 무료한 태교 영상을 보고 있었다.“몇 달이 지나면 이 아이는 지울 수 없게 돼. 내가 아무리 네 복수의 도구라고 해도
더 보기

제575화

파리 예술 아카데미의 수업은 빼곡한 일정으로 안배되어있어 그리 쉽지 않았다. 장소월은 매일 밥을 먹고, 학교에 가고, 잠을 자는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어렵게 얻은 해외 연수 시간을 대부분 수업하는 데에 사용했다.학교를 마치고 나면 늘 강영수와 통화하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허 교수님은 자주 학생들을 데리고 미술 경기에 참가하러 나가시는지라 평소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것 외엔 만날 수 없었다.장소월은 호텔에 돌아오면 방안에만 박혀 있었다. 가끔씩 국내 소식을 찾아보기도 했다.그녀가 핸드폰을 내려놓으려 할 때 돌연 화면에 떠오른 기사가 그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남천 그룹에 관한 내용이었다.기사를 열어보니 선명한 색감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남천 그룹이 강한 그룹에 인수되다.남천 그룹 대표였던 전연우는 능력 부족이란 이유로 해고당했고, 현재 강한 그룹 기업부 책임자 추강휘가 남천 그룹 지휘봉을 잡았다고 한다.강한 그룹 내부 정보에 따르면 남천 그룹이 강한 그룹에 합병된 원인은 전임 대표 전연우가 프로젝트 완공 시간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그 후과는 남천 그룹은 200억 원의 손해배상을 떠안았고 책임자는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프로젝트를 제때에 완수하기 위해선 강한 그룹 산하에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었다.서울시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이 일은 여전히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장소월은 그 기사를 읽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전연우는 해고당했다. 직위를 박탈 당했다는 건 앞으로 장씨 집안 회사인 남천 그룹에 어떤 짓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장소월은 순간 머릿속이 또렷해졌다. 전연우는 아버지가 키운 가장 믿어 의심치 않는 후계자이다.이번 일로 아버지가 받을 충격은 꽤나 클 것이다.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아버지는 분명 그녀에게 연락해 강영수에게 부탁하라고 할 것이다.하여 연락을 받지 않기 위해 곧바로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전연우의 능력이라면 남천 그룹이 아니라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있을 것
더 보기

제576화

그녀와 전연우가 결혼식을 준비하던 그 날 말이다.차가 막혀 한 시간 반이 지나서야 공항에 도착했다. 주시윤은 그녀를 데려다준 뒤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장소월은 공항에서 얼마 기다리지 않고 비행기에 올랐다.서울에 도착하려면 8시간가량 걸린다. 때문에 빨라도 저녁 아홉 시가 되어서야 병원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그때 전연우도 장소월의 귀국 소식을 들었다.엘리트 개인 병원.장해진이 의식을 잃고 산소호흡기를 단 채 VIP 전용 병실 침대에 누워있었다. 심장박동은 정상이었으나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장해진의 치료를 맡은 주치의는 서철용이었다.서철용이 차분한 얼굴로 전연우에게 장해진의 상황을 알려주었다.이어 검사 보고서를 쓰며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장소월을 돌아오게 하기 위해 이런 짓까지 한 거야?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구나. 내가 널 너무 얕잡아봤어.”전연우가 물었다.“깨어나려면 얼마나 걸려?”서철용이 웃으며 펜을 내려놓고는 다리를 꼬았다.“그건 내가 너한테 묻고 싶은 말이다. 장해진이 어떻게 되길 원해? 너한테 신세를 졌으니 갚아야지.”전연우가 몸을 돌려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서철용을 훑어보고는 말했다.“내가 장씨 집안을 무너뜨리는 걸 너도 바라는 거지? 내 손을 빌려 장씨 집안을 해치우려고?”“하지만 내가 알기론 장씨 집안과 넌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던데.”두 사람 모두 서로를 떠보고 있었다. 다들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라 자신의 마음을 쉬이 드러내지 않았다.상대의 핸들을 잡고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서철용은 확실히 전연우와 똑같은 부류의 인간이다.서철용의 눈동자에 차가움이 스쳐 지나갔다.“그런 눈빛으로 날 보지 마. 난 장소월이 아니야.”그가 전연우의 옆을 지나쳐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한테 진 빚만 청산하고 나면 내 도움을 받는 게 이렇게 쉽지는 않을 거야.”“원한이 있든 없든 이것만 기억해. 장씨 집안을 망가뜨리는 일이라면
더 보기

제577화

전연우가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지만 장소월은 한참이 지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다른 사람들은? 왜 혼자 온 거야?”장소월은 머뭇거리며 차에 올라타지 않았다.“장씨 집안의 심각한 일이야. 의부님께서 쓰러지셨다는 소식이 외부에 새어나가게 해서는 안 돼. 또 너 한 명이 돌아오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마중 나와야겠어? 왜 그렇게 오빠를 무서워하는 거야? 내가 잡아먹기라도 해?”침략적이고도 소유욕이 가득 이글거리는 그의 눈빛을 본 장소월은 저도 모르게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연우가 직접 파놓은 함정에 빠진 것 같았다.약혼식 후 장소월은 전연우와 마주친 적이 없다. 대표직을 박탈당했음에도 당당하고 여유로운 모습은 예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시간 끌지 말고 빨리 타!”전연우의 태도가 급속도로 바뀌었다. 가느스름하게 뜬 그의 눈에 경고의 눈빛이 번뜩였다.장소월은 조심스럽게 그를 경계하며 결국 차에 올라탔다.전연우가 그녀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그의 의도를 알아챈 그녀는 재빨리 안전벨트를 맸다.“내가 할 수 있어.”전연우의 입꼬리가 의미를 알 수 없는 호선을 그렸다. 그가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물었다.“머리 잘랐어?”장소월은 애써 덤덤한 척 그의 시선을 피하고는 무심히 말했다.“너무 길어서 잘랐어.”사실 그녀는 그저 건조한 날씨 때문에 머리끝이 갈라져 아주 조금 잘랐을 뿐이다. 전연우가 이토록 세심할 줄이야.그가 이럴수록 장소월은 더더욱 소름이 돋았다.“앞으론 자르지 마.”그가 장소월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장소월이 그의 손을 뿌리쳤다.“쓸데없는 일에 너무 많이 간섭하는 거 아니야? 이건 내 머리카락이야. 운전이나 해.”“그래.”전연우가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그때 그녀의 하얗고 가는 손가락에 끼워진 다이아몬드 반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순간 고요한 바다에 집채 같은 파도가 넘실거리는 것마냥 그의 눈동자에 살기가 일렁였다.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누르고 공항을 떠났다.이 시간 공항
더 보기

제578화

“그 두 사람으로 부족해?”전연우는 곧 송시아까지 만날지도 모른다.그때도 장소월을 위해 한 일이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을까?그는 늘 장소월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라고 여기며 달콤한 말로 그녀를 속여왔다.전연우가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지금 이 오빠는 소월이를 갖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장소월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그가 돌연 손을 뻗고 그녀를 끌어당겼다. 안전벨트는 언제 풀었는지 몸을 기울여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 눈빛은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깜짝 놀라 당황하는 장소월을 보니 저번 호텔에서 처음 잠자리를 한 후 나른하고 가엾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그건 전연우에게도 처음이었다.결계를 한 번 풀어헤치고 남녀 간의 뜨거운 뒤엉킴을 맛보고 나니 그녀를 안고 싶은 욕망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원하는 여자를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조건은 권력과 부와 지위를 갖는 것이다. 서울에서 높은 자리 하나 꿰차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 데에는 모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알아둬. 난 돌아오기 전 이미 영수에게 연락했어. 감히 내 몸에 손을 댄다면 영수가 널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전연우는 장소월의 당황스러움에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순간 또 다른 욕심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꿈틀거렸다.예전엔 장소월의 몸을 소유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시간을 좀 들여서라도 그녀의 마음을 얻고 싶었다.그럼 언제 어디서든 그녀를 안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싫다고 발버둥 치는 그녀를 억지로 눕히는 것보단, 눈앞 이 소녀가 예전처럼 기꺼이 자신에게 마음을 바쳐주길 바랐다.“그럼 어디 한 번 해봐. 나도 어떻게 날 가만히 놔두지 않을지 궁금하니까.”그가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전연우가 그녀의 머리카락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뜨거운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틀어막았다. 장소월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손에서 반지
더 보기

제579화

장소월은 거의 끌려가다시피 남원 별장에 돌아갔다.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말이다.집에 도착한 뒤 전연우는 곧바로 문을 잠갔다.강만옥은 거실 소파에 앉아 유유자적 과일 말랭이를 먹고 있었다.“왔어?”그녀가 인기척을 듣고 소파에서 일어섰다.장소월은 전연우의 손을 뿌리치고는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문 앞 경호원에게 막혀버리고 말았다.강만옥이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그래? 두 사람 싸웠어? 연우 도련님, 오빠로서 동생을 보듬어줘야죠. 소월아, 넌 동생이니 오빠한테 양보해야 해.”장소월은 도망칠 수 있는 가망이 보이지 않자 포기하며 눈물을 닦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전 아버지 보러 위층에 올라갈게요.”강만옥의 눈빛은 냉담하고도 낯설었다. 그녀가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네 아버지는 아직 의식은 있으시니 반응을 하지는 못할 뿐 네 말을 들을 수 있을 거야. 되도록 얘기 많이 해. 그럼 빨리 회복하실지도 모르니.”장소월은 고개도 들리지 않고 계단을 올랐다. 등 뒤에서 강만옥의 요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느라 수고했어. 내가 삼계탕 만들어놨어. 내가 먹여줄까?”“아이가 뱃속에서 귀찮게 하는 바람에 만드는데 오래 걸렸어.”급히 올라가는 장소월을 보는 강만옥의 얼굴에 장난기가 피어올랐다.“재밌어?”전연우가 그녀를 밀쳤다.“장소월이 돌아오니 정신이 온통 장소월에게 팔려버렸네. 너 계속 이러면 나 질투나.”강만옥이 유혹적인 눈빛으로 그의 가슴팍을 어루만지며 또다시 가까이 다가갔다.장소월은 그들이 있는 곳에서 조금도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의 관계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강만옥이 자신 앞에서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장소월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강만옥 배 속의 아이가 아버지의 아이는 맞는지까지 의심되었다.설마... 전연우의 아이는 아니겠지?말도 안 되는 소리다.그들이 아버지 몰래 침대에서 그 짓을 했을 거란 생각이 드니 뱃속 깊은 곳에서 역겨움이 치솟아 올랐다.2층 침
더 보기

제580화

전연우가 성큼 앞으로 걸어가 강제로 그녀를 어깨에 메고 3층으로 올라갔다.“너 뭐 하는 거야. 이거 놔! 내 몸에 손대지 마!”전연우는 그녀가 소리치든 말든 발로 문을 열어젖히고는 벽을 더듬어 조명을 켜고 그녀를 침대에 던져버렸다. 이 침대는 예전 것보다 더 부드럽고 탄성이 있어 몸이 높이 다시 튀어 올랐다. 그녀는 순간 정신이 혼미해져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그 바람에 전원이 꺼져버렸다.새로 산 이 핸드폰은 몇 번을 떨어뜨려도, 물에 들어갔어도 멀쩡히 쓸 수 있었다.전연우가 바닥에서 핸드폰을 줍고는 전원을 켰다.“넌 아직 결혼한 건 아니니 장씨 집안 사람이라는 걸 잊으면 안 돼. 또다시 다른 사람 집에 간다거나,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네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어. 그 중엔 네 파리행도 포함이야.”“전연우, 이 나쁜 자식. 그럼 난 신고할 거야.”장소월은 손쉽게 그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았다.신고라는 말이 그녀의 입에서 나오니 우습기 그지없었다.전연우가 애써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소월이가 말만 잘 들으면 오빤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남자가 한 손으로 그녀를 끌어안고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고는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일찍 자.”“꺼져!”장소월이 그가 키스했던 곳을 힘껏 문지르고는 그를 방에서 밀어낸 뒤 쾅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그가 밤중에 몰래 기어들어 와 파렴치한 일을 저지를까 봐 화장대를 옮겨 문을 단단히 막아두었다.전연우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의 얼굴에 번진 미소가 강만옥에겐 심장을 파고드는 가시와도 같았다.“장소월이 돌아온 게 그렇게 좋아?”강만옥은 전연우의 그런 모습을 종래로 본 적이 없다.“내가 장소월에게 무슨 짓을 저지를까 봐 두렵지도 않아?”장소월과 강만옥을 대할 때 전연우의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전연우는 줄곧 그녀를 더러운 쓰레기 취급하며 조금도 가까이하지 않았다.반면 원수의 자식인 장소월을 위해 자신의 계획을 바꾸었다. 심지어 모든 것을 걸고 그녀를 돌아오게까지 만들었다
더 보기
이전
1
...
5657585960
...
114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