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551 - Chapter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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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1화

강영수는 술을 깨야 한다는 핑계로 장소월을 데리고 휴게실에 갔다.장소월이 죄책감에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미안해. 확실히 시윤이가 나한테 전화했었어. 난 네가 신경 쓸까 봐 말하지 않은 거야. 정말 올 줄은 몰랐어.”강영수는 술에 취해 눈동자에 피곤함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젯밤에도 제대로 자지 못한 데다 오늘 종일 바삐 돌아쳤으니 말이다.장소월은 따뜻한 물을 받은 뒤 그의 옆에 앉았다. 강영수에겐 그녀를 원망할 조금의 생각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손을 뻗어 장소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알아... 시윤이가 했던 말은 마음에 두지 마. 그들이 또 너에게 연락했을 때 상대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면 언제든 나한테 얘기해.”“그래. 이젠 숨기지 않을게. 넌 다른 사람이 네 앞에서 그 일을 언급하는 걸 좋아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말하지 않았어.”“안아줄래?”장소월은 앞으로 다가서 그의 품에 안겼다.오늘 약혼식이 끝나면 그들은 호텔에 머물 계획이었다. 이곳은 공항과 가깝기에 이른 시간에 이륙하는 비행기를 타고 파리에 가기 편할 테니 말이다.인정아는 잠시 자리에 앉아있다가 이내 일어서 휴게실로 향했다. 하지만 문 앞에서 진봉이 막아섰다.“사모님, 여긴 개인 휴게실입니다.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영수한테 몇 마디만 하고 갈게요. 들여보내 줘요. 아니면 당신이 들어가서 말해줄래요? 난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진봉이 무표정한 얼굴로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대표님께서 인씨 가문분들이 온 걸 눈감아주신 건 사모님의 체면을 세우기 위함입니다. 그 점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인시윤이 벌컥 화를 냈다.“진 비서! 당신은 내 오빠 옆 비서일 뿐이에요. 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들어가서 묻지 않고도 오빠가 날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확신하는 거죠?”“아가씨의 말씀이 맞습니다. 전 대표님의 분부대로 행하는 한낱 비서일 뿐입니다. 절 난감하게 하지 마세요.”“당신!”그녀가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씩씩거리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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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그때, 진봉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큰일 났습니다. 대표님, 노부인께서 앓아누우셨습니다.”강영수가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무슨 일이야?”“도련님더러 집에 오라고 하십니다. 소월 아가씨는 함께 오실 필요 없고요.”장소월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왜요?”강영수가 그녀를 쳐다보았다.“잘 모르겠습니다. 노부인의 뜻입니다. 하지만 말투를 들어보니 작은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소월 아가씨가 먼 길을 떠나야 하니 걱정이 되어 오지 말라고 하신 것일 수도 있습니다.”할머니가 할 만한 생각이었다.그리 간단한 일이 아님을 느낀 강영수가 이마를 찌푸렸다.“할머니는 지금 어떠셔?”“개인 주치의가 급히 갔습니다.”강영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위에 놓아두었던 정장을 잡고는 장소월에게 말했다.“넌 호텔에서 쉬고 있어. 내가 다녀올게.”“나도 같이 갈게.”“내 말 들어. 지금은 이미 시간이 늦었어. 파리와는 시차가 있으니 충분히 쉬지 못하면 몸이 버티지 못할 거야. 할머니 쪽은 내가 살펴보고 나서 연락할게.”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꼭 연락해. 내일 시간이 안 되면 나 혼자 가도 돼.”강영수가 그녀의 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걱정하지 마. 반드시 시간 맞춰 돌아올 거야.”“그래.”강영수가 떠난 뒤 얼마 되지 않아 호텔 종업원이 펜트하우스 방키를 가져왔다.진봉이 손님들을 다 보내고 나니 이미 열한 시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장소월은 66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열었다. 들어가니 아름다운 장미꽃들이 낭만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었고 은은한 조명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다만 아쉽게도... 두 사람을 위해 준비된 신혼 방에 장소월 한 사람만 남게 된 것이다.침실 문을 열어본 장소월은 화들짝 놀랐다. 침대 위에 9999송이의 붉은색 장미가 놓여있었던 것이다.그가... 서울시 장미꽃 모두를 사 온 건가?방 안엔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는 디퓨저가 놓여있었다. 하지만 향기가 너무 강해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 어두컴컴한 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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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뜨거운 습기가 욕실을 뒤덮었다.차가운 조명이 열기로 가득한 욕조를 비추고 있었다. 새하얀 피부의 소녀가 가는 팔을 욕조 밖에 늘어뜨리고 앉아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엔 어떠한 빛도 보이지 않았다.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자의 몸이 물 안에서 흐느적거렸다. 전연우는 천천히, 그리고 세심히 그녀 몸 모든 곳을 깨끗이 닦아냈다.음산하고 깊은 눈빛이 눈앞의 사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를 보는 눈빛은 사람이 아니라 완벽한 예술품을 보는 듯했다. 미칠듯한 소유욕이 여전히 그의 눈동자 속에서 들끓고 있었다.욕실에서 나오니 이미 한 시간이 흘러있었다.커다란 창문에 아름다운 여자 한 명이 건장한 체격의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이 비쳤다. 남자의 준수하고도 위험한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천천히 그녀를 침대에 눕힌 뒤 그녀의 입술부터 시작해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다음은 목, 가슴... 더 아래로...침대 위 여자의 호흡이 가빠졌다. 그는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더더욱 미친 듯이 그녀의 몸을 탐했다. 장소월은 연이어 구름 위에서 뛰어노는 듯한 자극에 몸부림쳤다.“하... 하지 마.”그녀의 목소리에 울음까지 섞여 나왔다.장소월은 두 손으로 남자의 등을 끌어안았다. 호흡은 처음보다 더욱 거칠어졌다.“널 오랫동안 편히 놔뒀으니, 이제 네가 날 즐겁게 해줘야 하지 않겠어? 응?”남자의 유혹적인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서 들려왔다.“흑흑. 하지 마! 하나도 안 편해. 나 왜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않는 거야?”전연우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소월아, 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야.”장소월은 누군가가 말을 하고 있다고 느꼈으나 너무 어지러워 아무것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그녀가 울먹이며 말했다.“아니, 이건 꿈이야. 가짜야. 넌 날 속이고 있어!”“오빠가 왜 소월이를 속이겠어? 앞으로 소월이는 오빠랑 사귀는 거야. 응?”“싫어.”“말을 듣지 않는 애완동물은 철창에 갇히고 말아.”“나 괴로워. 계속 움직여.”장소월이 울먹이며 손을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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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장소월이 소리 냈다.“오빠.”전연우의 상반신 위 완벽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근육을 따라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는 몸을 숙여 장소월의 몸을 압박하며 그녀에게 숨을 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한바탕 휘몰아친 뒤 장소월은 잠시나마 의식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틀어막혀버렸다. 소리조차 목구멍에서 새어 나오지 못해 그대로 삼켜버렸다.통증이 사라질 때까지, 장소월은 처음엔 신음소리를 내다가 나중엔 급기야 울며 빌기까지 했다.침대 위에서, 탁자 위에서, 창문 앞에서...방 안 이곳저곳 전체에 야릇한 분위기가 흘러 들어갔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장소월은 몇 번이고 깨어나다가 다시 정신을 잃기를 반복했다.새벽 3시.방안엔 그제야 고요함이 찾아왔다. 장소월은 의식을 잃은 채 남자의 품에 안겨 잠들어 있었다.침대 옆에 놓아두었던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온 강영수의 이름이 떴다.전연우는 힐끗 쳐다보고는 그대로 놔둔 채 다 피운 담배꽁초를 버렸다....강씨 저택. 창밖엔 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노부인이 침대에 누워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소월이가 불임이라는 사실 알고 있었어?”강영수는 부인하지 않았다.“네. 그게 어때서요?”“소월이는 이미 강씨 집안의 며느리입니다. 소월이의 몸 상태가 어떻든 그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습니다.”그 말을 들은 노부인은 가슴에 응어리가 들어앉아 숨을 내쉬기조차 힘겨웠다. 그녀가 창백한 얼굴로 흥분하며 말했다.“어리석은 놈! 후대를 잇는 게 강씨 집안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아? 예전 그 여자가 널 임신했을 때 내가 널 지켰어. 그 이유는 강씨 집안의 모든 것을 이어받을 후계자가 필요했기 때문이야.”강영수가 조롱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요? 하신 모든 일들이 강한 그룹을 위한 거였다고요? 그럼 차라리 절 낳지 못하게 하고 그 잡종에게 이어받으라고 하면 좋았잖아요.”“제 생각은 똑같아요. 소월이의 신분은 절대 변하지 않아요. 임신을 하든 못하든 영원히 제 아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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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강영수는 방에서 나간 뒤 거실 소파에 앉아 밤새 담배를 피웠다.새벽 여섯 시, 희미하게 날이 밝아오는 시간, 청소를 하러 온 도우미는 자욱한 안개 속에 앉아있는 강영수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어제 약혼식을 치른 도련님은 응당 호텔에서 소월 아가씨와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지금 몇 시죠?”강영수가 돌연 소리를 내자 도우미가 덜컥 내려앉은 심장을 부여잡고 말했다.“도련님, 여섯 시입니다.”날이 이미 밝은 건가?강영수는 실핏줄이 가득한 눈으로 바깥을 내다보았다. 소파에서 일어서자 어지러움에 온몸이 흔들렸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고 곧바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도련님!”도우미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지르고는 이내 의사를 불렀다.30분 뒤 도착한 의사가 그의 몸을 살펴보고는 말했다.“도련님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과로한 탓에 몸이 버티지 못한 것입니다. 푹 주무시고 나면 괜찮아지실 겁니다.”노부인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강영수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그녀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도우미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사모님, 얼른 주무세요. 날이 밝았어요.”노부인이 물었다.“그 아인 알아봤어?”“조금 전 오 집사님이 CCTV를 살펴보았는데 여자 한 명과 함께 갔다고 합니다. 저희도 더이상의 정보는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도련님께선 종래로 밖에서 여자들과 함부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닮은 아이가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제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면 절대 믿지 못했을 겁니다.”“예전 영수가 속을 썩이던 시절...”노부인의 머릿속에 불현듯 무언가 떠올랐다.“사진은? 아이가 돌아가던 모습이 찍힌 사진을 가져와.”“네. 제가 지금 가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도우미는 사진을 뽑아 노부인에게 건네주었다. 노부인이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중 몇 장의 사진엔 어젯밤 밤이 깊어 어두웠던 탓에 아이의 윤곽만 어렴풋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론 알아볼 수 있었다.노부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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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아침 8시, 장소월은 휴대폰 알람 소리에 잠이 깨어 깨질 듯한 머리를 짚고 일어나 앉았다. 몸에는 흰색 잠옷을 입고 있었다.뭐지? 왜 머리가 이렇게 아프지?어젯밤에 잘을 설쳤나?방안에는 부서진 장미꽃이 가득했고 꽃잎들이 널브러져 있었다.멀쩡한 꽃이 왜 이렇게 됐지?난... 왜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종업원이 준 방 키를 갖고 방에 들어왔을 때 너무 더운 것 같아 욕실에 가서 샤워한 기억밖에 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잠든 것 같았다.그녀는 얼른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와 맨발로 땅을 밟는 순간, 갑자기 온몸이 나른해져서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랫도리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고, 아랫배가 약간 더부룩했다.경험이 있는 그녀는 이런 상황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남자와 잠자리에 든 후에만 이런 느낌이 든다는 것을.혹시 어제 강영수가 다녀갔을까?만약 영수와 관계를 맺었다면, 왜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을까?바로 그때, 호텔 방 문이 밖에서 열리면서 한 객실 종업원이 들어왔다.“손님, 괜찮으세요?”“전 부른 적이 없는데 누가 들어오라고 했죠?”객실 종업원은 관례적인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말했다.“강 선생님께서 모닝콜을 요청하셨어요.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해서 몇 번이나 문을 두드렸는데 대답이 없어서 바로 들어왔습니다. 비행기 이륙 시간까지 이제 세 시간이 남았으니 지금 일어나셔야 합니다.”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장소월을 일으켜 세웠다.장소월은 침대에 앉아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초췌한 모습을 보며 떠보듯 물었다.“어젯밤에 누가 제 방에 왔었나요?”“그건 저희도 모릅니다. 하지만 호텔 당직 직원에게 물어 봐 드릴 수는 있어요.”장소월은 이마를 짚고 호흡이 가빠지더니 온몸이 불편했다.“손님, 어젯밤에 술을 드셨으니 아침에 두통이 있는 건 당연합니다. 이미 해장국을 준비했으니 곧 가져다드리겠습니다.”“하지만... 어젯밤에 마신 건 대부분 도수가 높지 않은 과일주였어요.”그녀는 빙그레 웃었다.“평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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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장소월은 통증을 참으며 욕실에 가서 샤워했다. 따듯한 물이 머리 꼭대기에서 쏟아졌고 그녀는 눈을 감았다. 여전히 뭔가 이상했다. 손을 뻗어 하체의 민감한 곳을 만졌지만 부은 흔적도 없었고 통증도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사실 그녀가 볼 수 없는 허벅지에는 붉은 자국이 있었다. 다만 너무 깊이 숨겨져 있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내가 예민했나?어젯밤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설령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그녀가 또 술주정을 부린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멀쩡한 장미꽃이 어떻게 망가질 수 있을까?술에 취하면 필름이 끊긴다는 뉴스에 관해 전에 본 적이 있었다.그녀는 잡생각을 재빨리 털어내고 30분의 샤워를 마친 후, 목욕 수건을 두르고 나갔다.만약 이때, 그녀가 뒤돌아본다면 거울에 비친 그녀의 가녀린 등에 남은 어젯밤의 흔적들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옷을 갈아입은 그녀는 강영수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한참 후에야 전화가 연결되었다.“영수야, 할머니 어떠셔?”“소월 아가씨!”전화를 받은 사람은 진봉이었다.“진 비서님?”“네, 저예요. 대표님은 회사에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소월 아가씨와 함께 파리에 갈 수 없으세요. 호텔에 이미 기사를 보냈으니 아가씨를 공항까지 모셔다 줄 거예요. 파리에 도착한 후의 일정도 대표님께서 이미 안배해놓으셨어요. 비행기에서 내리면 아가씨를 맞이하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저희는 일주일 후에 도착할 겁니다. 대표님께서 지금 회의 중이시라 대신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어요.”“괜찮아요. 회사 일이 중요하죠. 할머니는 괜찮으세요?”장소월은 확실히 좀 실망했다. 처음으로 서울을 떠나 혼자 낯선 곳으로 가려고 하니 긴장되고 두렵기도 했다.“안심하세요. 어르신은 괜찮습니다.”“그럼 다행이네요. 비서님 일 보세요. 저도 출발해야 해요.”“소월 아가씨, 조심해서 다녀오세요.”“네.”전화를 끊은 진봉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 혼자서도 괜찮으실 거예요. 경호원이 24시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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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너 같은 변태에게 찍힌다는 건 정말 생각만 해도 섬뜩해. 소월이는 무슨 죄로 너 같은 인간을 만나서 인생을 망치는 건지.”“네가 이 정도로 강영수를 괴롭히는 건, 설마 아직도 영수가 남천 그룹을 인수해 널 사직시키려던 일을 기억하고 보복하려는 거야?”전연우는 답이 없었고, 서철용은 이를 묵인으로 간주했다.이렇게 음흉한 사람과 적이 아니라 한 패라니. 서철용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전연우는 그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 행여나 서철용 자신까지 다칠까 두렵기도 했다.말을 마친 그는 손을 내 흔들며 말했다.“남은 약은?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얼마나 많은 돈을 들여 개발한 줄 알아? 한 병에 50미리 밖에 없어서 나도 아까워 못 쓰고 있어.”전연우는 액셀을 밟고 핸들을 꺾어 유턴했다.“약 좋더라. 다음에 챙길게.”“그래, 전연우! 다음에 꼭 가져와!”그 약은 환각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고, 먹고 나면 전날 밤의 일을 완전히 잊어버린다. 전연우가 저번에 가져갈 때, 그가 분명 무슨 짓을 꾸밀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서철용은 차창 밖을 바라보며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전연우의 말대로 진정한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같은 시각, 장소월은 아주 설레고 흥분되었다. 처음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비행기 창문으로 내려다보니 모든 것이 한없이 작아 보였다.비행기에 오르기 전, 허 교수에게 전화해 호텔 주소를 보냈고, 소현아와 허이준이 보낸 문자에도 일일이 답장했다.서울에서 파리까지, 10시간을 넘어 달렸고, 비행기는 저녁 9시가 넘어서야 착륙했다.마중을 나온 사람은 파리 현지인으로,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40대 여성이었고 한국어를 할 줄 알았다.그녀는 바스턴 호텔의 집사, 에리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그들의 차를 타고 함께 호텔로 향했다. 장소월은 영어를 잘하는 편이라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오기 전 꽤 많은 공부를 했다.장소월은 인터넷에서 이 호텔의 가격을 검색해보니 하룻밤에 거의 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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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장소월의 짐은 트렁크 하나로 그리 많지 않았다. 방에 도착하니 내부는 꽤 큰 편이었다.“정리 마치면 나랑 누구 좀 만나러 가요. 선생님과 함께 온 학생들이에요. 학번으로 따지면 소월 씨 선배들이죠.”“선생님은 어디 계시죠?”“선생님은 파리 예술 아카데미 측 지도자들과 저녁 약속이 있으세요. 아마 늦게 돌아오실 것 같아요.”이때, 누군가 호텔 방 문을 두드렸고, 서현이 다가가 열어보니 호텔의 객실 담당 직원이었다.서현은 그들과 몇 마디 주고받고, 입구에서 소월을 보며 외쳤다.“소월 씨 찾으러 왔어요.”장소월은 하던 일을 멈추고 문밖으로 나갔다.서현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통역 해드려요?”장소월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영어는 꽤 하는 편이에요.”얘기를 나눠보니 그들은 장소월에게 생필품을 전달하러 온 것이다.입구에 있는 이동식 옷걸이에는 최신상 원피스부터 속옷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옷들은 전부 그녀의 몸에 맞춰 맞춤 제작한 것이고, 화장품과 가방들도 적지 않았다.전적으로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의 기준에 맞춰 준비한 것들이었다. 그들이 준비한 물건들은 아마 이 방에 다 놓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장소월은 대충 옷 몇 벌을 골라 챙기려 했지만, 그들은 맞은편의 호텔 방을 그녀의 드레스룸으로 사용하라고 했다.장소월은 이 일에 너무 오래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아 그냥 내버려 두었다.모든 일을 정리하고 서현은 그녀를 데리고 아래층 식당으로 향했다.식당 창가 구석 자리에서 그녀는 소개했다.“이 두 분이 바로 내가 말한 선배님이세요. 주시윤, 박원근, 모두 나랑 같은 학번이고 곧 3학년생들이죠.”여자를 본 두 남자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장소월은 그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는 자리에 앉았다.주시윤: “소월 후배가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예쁘네요.”박원근도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그러게, 나중에 소월 후배가 학교에 오면 인기 짱이겠는데?”장소월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그녀는 테이블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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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옆에 앉아 있던 주시윤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 자리에 앉혔다.“후배가 밥 사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이번 활동 경비 충분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식당 지배인이 다가왔고 서현이 막 지갑을 여는데 지배인이 말했다.“강 대표님은 우리 호텔의 VIP 회원이십니다. 대표님의 아내도 저희 호텔에서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비용은 무료이니 계산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저희 호텔의 모든 오락 시설을 즐기실 수 있으세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세 사람은 일제히 장소월을 바라보았다.장소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확실히 강영수다운 일 처리 방식이었다.하지만 강영수가 그녀를 위해 한 일이 많을수록, 마음의 짐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그의 행동이 모두 당연한 것 같지만, 그녀는 여전히 빚을 진 느낌이었다.식사를 마친 후,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밥을 먹을 때부터 서현은 말이 별로 없었고, 장소월은 뒤에서 강영수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문을 닫았다.서현은 옷장에서 잠옷을 꺼내 욕실로 향했고, 장소월은 남자의 전화를 받고 혼자 베란다로 갔다.“왜 내가 준비한 방에 묵지 않았어?”그의 목소리는 피곤한 듯 보였다.“이번에 혼자 온 게 아니라 허 교수님의 다른 학생들도 있어. 전부 일반 룸에 묵고 있는데 나만 호화로운 방에 묵으면 분명 뭐라고들 할 거야.”“영수야, 너 언제 와? 보고... 싶어.”이 말을 내뱉은 장소월은 가슴이 쿵쾅거리고 숨이 가빠졌다.강영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나도 너 보고 싶어. 여기 일 다 처리하면 당장 너 보러 갈게.”“그리고, 우리의 첫날밤도 치러야지. 응?”장소월은 부끄러워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들을 보았다. 서울은 지금 낮일 것이다.낯선 환경에서 아는 사람이 없으니 마음이 허전했다.강영수: “일찍 쉬어. 내일 다시 전화할게.”“그래.”“잘자.”장소월이 전화를 끊고 침실로 돌아왔을 때, 방의 전등은 이미 반쯤 꺼져 있었다. 서현은 이미 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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