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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장소월이 소리 냈다.

“오빠.”

전연우의 상반신 위 완벽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근육을 따라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는 몸을 숙여 장소월의 몸을 압박하며 그녀에게 숨을 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한바탕 휘몰아친 뒤 장소월은 잠시나마 의식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틀어막혀버렸다. 소리조차 목구멍에서 새어 나오지 못해 그대로 삼켜버렸다.

통증이 사라질 때까지, 장소월은 처음엔 신음소리를 내다가 나중엔 급기야 울며 빌기까지 했다.

침대 위에서, 탁자 위에서, 창문 앞에서...

방 안 이곳저곳 전체에 야릇한 분위기가 흘러 들어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장소월은 몇 번이고 깨어나다가 다시 정신을 잃기를 반복했다.

새벽 3시.

방안엔 그제야 고요함이 찾아왔다. 장소월은 의식을 잃은 채 남자의 품에 안겨 잠들어 있었다.

침대 옆에 놓아두었던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온 강영수의 이름이 떴다.

전연우는 힐끗 쳐다보고는 그대로 놔둔 채 다 피운 담배꽁초를 버렸다.

...

강씨 저택. 창밖엔 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노부인이 침대에 누워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소월이가 불임이라는 사실 알고 있었어?”

강영수는 부인하지 않았다.

“네. 그게 어때서요?”

“소월이는 이미 강씨 집안의 며느리입니다. 소월이의 몸 상태가 어떻든 그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습니다.”

그 말을 들은 노부인은 가슴에 응어리가 들어앉아 숨을 내쉬기조차 힘겨웠다. 그녀가 창백한 얼굴로 흥분하며 말했다.

“어리석은 놈! 후대를 잇는 게 강씨 집안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아? 예전 그 여자가 널 임신했을 때 내가 널 지켰어. 그 이유는 강씨 집안의 모든 것을 이어받을 후계자가 필요했기 때문이야.”

강영수가 조롱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요? 하신 모든 일들이 강한 그룹을 위한 거였다고요? 그럼 차라리 절 낳지 못하게 하고 그 잡종에게 이어받으라고 하면 좋았잖아요.”

“제 생각은 똑같아요. 소월이의 신분은 절대 변하지 않아요. 임신을 하든 못하든 영원히 제 아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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