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변태에게 찍힌다는 건 정말 생각만 해도 섬뜩해. 소월이는 무슨 죄로 너 같은 인간을 만나서 인생을 망치는 건지.”“네가 이 정도로 강영수를 괴롭히는 건, 설마 아직도 영수가 남천 그룹을 인수해 널 사직시키려던 일을 기억하고 보복하려는 거야?”전연우는 답이 없었고, 서철용은 이를 묵인으로 간주했다.이렇게 음흉한 사람과 적이 아니라 한 패라니. 서철용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전연우는 그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 행여나 서철용 자신까지 다칠까 두렵기도 했다.말을 마친 그는 손을 내 흔들며 말했다.“남은 약은?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얼마나 많은 돈을 들여 개발한 줄 알아? 한 병에 50미리 밖에 없어서 나도 아까워 못 쓰고 있어.”전연우는 액셀을 밟고 핸들을 꺾어 유턴했다.“약 좋더라. 다음에 챙길게.”“그래, 전연우! 다음에 꼭 가져와!”그 약은 환각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고, 먹고 나면 전날 밤의 일을 완전히 잊어버린다. 전연우가 저번에 가져갈 때, 그가 분명 무슨 짓을 꾸밀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서철용은 차창 밖을 바라보며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전연우의 말대로 진정한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같은 시각, 장소월은 아주 설레고 흥분되었다. 처음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비행기 창문으로 내려다보니 모든 것이 한없이 작아 보였다.비행기에 오르기 전, 허 교수에게 전화해 호텔 주소를 보냈고, 소현아와 허이준이 보낸 문자에도 일일이 답장했다.서울에서 파리까지, 10시간을 넘어 달렸고, 비행기는 저녁 9시가 넘어서야 착륙했다.마중을 나온 사람은 파리 현지인으로,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40대 여성이었고 한국어를 할 줄 알았다.그녀는 바스턴 호텔의 집사, 에리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그들의 차를 타고 함께 호텔로 향했다. 장소월은 영어를 잘하는 편이라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오기 전 꽤 많은 공부를 했다.장소월은 인터넷에서 이 호텔의 가격을 검색해보니 하룻밤에 거의 백만
장소월의 짐은 트렁크 하나로 그리 많지 않았다. 방에 도착하니 내부는 꽤 큰 편이었다.“정리 마치면 나랑 누구 좀 만나러 가요. 선생님과 함께 온 학생들이에요. 학번으로 따지면 소월 씨 선배들이죠.”“선생님은 어디 계시죠?”“선생님은 파리 예술 아카데미 측 지도자들과 저녁 약속이 있으세요. 아마 늦게 돌아오실 것 같아요.”이때, 누군가 호텔 방 문을 두드렸고, 서현이 다가가 열어보니 호텔의 객실 담당 직원이었다.서현은 그들과 몇 마디 주고받고, 입구에서 소월을 보며 외쳤다.“소월 씨 찾으러 왔어요.”장소월은 하던 일을 멈추고 문밖으로 나갔다.서현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통역 해드려요?”장소월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영어는 꽤 하는 편이에요.”얘기를 나눠보니 그들은 장소월에게 생필품을 전달하러 온 것이다.입구에 있는 이동식 옷걸이에는 최신상 원피스부터 속옷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옷들은 전부 그녀의 몸에 맞춰 맞춤 제작한 것이고, 화장품과 가방들도 적지 않았다.전적으로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의 기준에 맞춰 준비한 것들이었다. 그들이 준비한 물건들은 아마 이 방에 다 놓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장소월은 대충 옷 몇 벌을 골라 챙기려 했지만, 그들은 맞은편의 호텔 방을 그녀의 드레스룸으로 사용하라고 했다.장소월은 이 일에 너무 오래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아 그냥 내버려 두었다.모든 일을 정리하고 서현은 그녀를 데리고 아래층 식당으로 향했다.식당 창가 구석 자리에서 그녀는 소개했다.“이 두 분이 바로 내가 말한 선배님이세요. 주시윤, 박원근, 모두 나랑 같은 학번이고 곧 3학년생들이죠.”여자를 본 두 남자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장소월은 그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는 자리에 앉았다.주시윤: “소월 후배가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예쁘네요.”박원근도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그러게, 나중에 소월 후배가 학교에 오면 인기 짱이겠는데?”장소월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그녀는 테이블 아래에
옆에 앉아 있던 주시윤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 자리에 앉혔다.“후배가 밥 사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이번 활동 경비 충분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식당 지배인이 다가왔고 서현이 막 지갑을 여는데 지배인이 말했다.“강 대표님은 우리 호텔의 VIP 회원이십니다. 대표님의 아내도 저희 호텔에서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비용은 무료이니 계산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저희 호텔의 모든 오락 시설을 즐기실 수 있으세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세 사람은 일제히 장소월을 바라보았다.장소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확실히 강영수다운 일 처리 방식이었다.하지만 강영수가 그녀를 위해 한 일이 많을수록, 마음의 짐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그의 행동이 모두 당연한 것 같지만, 그녀는 여전히 빚을 진 느낌이었다.식사를 마친 후,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밥을 먹을 때부터 서현은 말이 별로 없었고, 장소월은 뒤에서 강영수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문을 닫았다.서현은 옷장에서 잠옷을 꺼내 욕실로 향했고, 장소월은 남자의 전화를 받고 혼자 베란다로 갔다.“왜 내가 준비한 방에 묵지 않았어?”그의 목소리는 피곤한 듯 보였다.“이번에 혼자 온 게 아니라 허 교수님의 다른 학생들도 있어. 전부 일반 룸에 묵고 있는데 나만 호화로운 방에 묵으면 분명 뭐라고들 할 거야.”“영수야, 너 언제 와? 보고... 싶어.”이 말을 내뱉은 장소월은 가슴이 쿵쾅거리고 숨이 가빠졌다.강영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나도 너 보고 싶어. 여기 일 다 처리하면 당장 너 보러 갈게.”“그리고, 우리의 첫날밤도 치러야지. 응?”장소월은 부끄러워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들을 보았다. 서울은 지금 낮일 것이다.낯선 환경에서 아는 사람이 없으니 마음이 허전했다.강영수: “일찍 쉬어. 내일 다시 전화할게.”“그래.”“잘자.”장소월이 전화를 끊고 침실로 돌아왔을 때, 방의 전등은 이미 반쯤 꺼져 있었다. 서현은 이미 샤
낯선 환경에서 잠든 장소월은 잠을 설쳤다.룸의 모닝콜이 울려서야 그녀는 일어났다. 서현은 어느새 세수를 마쳤는지 화장대 앞에서 머리를 묶고 있었다.장소월은 침대에 앉아 눈 밑에 다크서클이 내려왔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서현은 거울을 통해 그녀를 보며 귀띔했다.“오늘 학교 가는 거 잊지 말아요. 어느 반인지는 알죠?”장소월은 미간을 어루만지며 겨우겨우 대답했다.“알면 됐어요. 그럼 나도 같이 가지 않을게요. 만약 길을 모르겠으면 나한테 전화해서 물어요.”“네.”서현은 오늘 특별히 화장으로 얼굴의 주근깨를 가리고 검은 볼테 안경을 썼다. 책상 위의 룸카드를 보며 망설이더니 챙기고는 가방을 메고 나갔다.방 입구에서 마침 주시원과 박원근을 만났다. 주시원: “소월 후배는?”서현은 안경을 밀더니 대답했다.“이제 깨났어. 우리 소월이 기다리지 말고 바로 선생님 보러 가자. 혼자 괜찮을 거야.”박원근은 머리를 움켜쥐더니 숨을 들이켜고 말했다.“그건 좀 아니지 않을까? 선생님께서 특별히 소월이를 안전하게 학교에 데려다주라고 하셨잖아. 혼자 낯선 땅에서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어떡해? 소월이는 강 대표 사모님이라는 걸 잊지 마. 우리 이번에 파리에 온 것도 모두 강씨 집안 덕분이야. 우리가 푸대접해서 만약 고자질이라도 하면 우리 셋은 분명 욕먹을걸?”서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럼 네가 데려다주던가. 난 그럴 시간 없어. 우리는 대회에 참가하러 온 거지 재벌가 사모님에게 아부하러 온 게 아니잖아? 선생님이 우리에 대한 기대를 잊지 마.”떠나는 서현을 보며 주시원은 웃으며 박원근의 어깨를 툭툭 쳤다.“사실 서현이 말이 맞아. 아무리 네가 똥개처럼 따라다닌다고 해도 너에게 눈길도 돌리지 않을 거야. 이미 주인이 있는 몸이잖아. 그런 헛수고는 그만하고, 이번 대회에서 어떻게 상 받을지나 생각해. 만약 도저히 마음이 안 놓이면 여기서 기다리던가. 난 서현이랑 먼저 아침 먹으러 가야겠어.”주시원은 쏜살같이 도망쳤다.박원근은 손목시계를 보
주시원은 문 앞에 있는 의전원에게 물었다.“안녕하세요, 여기로 가려고 하는데요, 혹시 호텔 측에서 데려다줄 수 있나요?”“전용차 사용 비용은 200달러이고, 따로 서비스 비용 100달러도 지불하셔야 합니다.”“헐, 너무 비싸잖아요. 그럼 방금 떠난 친구들은요? 분명 저 친구들과 같이 온 사람들인데 왜 저희는 전용차가 없어요?”“죄송합니다, 손님. 이건 저희 호텔만의 VIP 서비스입니다. 저분은 호텔의 VIP 시기 때문에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입니다.”주시원은 호기심에 물었다.“얼마면 회원가입이 가능하죠?”상대방은 우호적인 미소를 보였다.“300만 달러, 현금입니다.”“네? 그렇게나 많이요?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소월이랑 같이 가는 건데!”태양 아래 서현의 안색이 차갑게 변하더니 말했다.“지금 택시를 잡기 어려우니 저희가 300달러 지불하죠. 차 한 대 불러주세요.”“서현, 정신 차려. 돈 아껴 써야지. 아직 3개월이나 남았는데, 이러다 그때 가서 거지꼴 나겠어.”“선생님께서 모든 결정은 나한테 맡긴다고 말씀하셨잖아.”박원근은 장소월을 도와 입학 서류를 다 처리한 후 떠났고, 장소월은 택시를 잡기 어려울까 봐 기사에게 그를 데려다주라고 했다.그녀가 하교할 때쯤이면 당연히 호텔 기사가 데리러 올 것이다.전 세계 최고의 전당급 미술학원은 미술계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다.주변의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지만, 그녀는 반드시 혼자 극복해야 한다.서울, 대표 사무실.진봉: “방금 연락을 받았는데, 소월 아가씨가 입학 절차를 마쳤다네요. 대표님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강영수는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매번 혼자 떠날 때마다 일이 터졌어. 소월이에게 아무런 위험도 생기지 않게 이번에는 꼭 잘 보호해.”진봉은 고개를 끄덕였다.“안심하십시오. 몰래 보호하고 있는 경호원들이 있으니 아가씨는 안전하실 겁니다.”“사람은 찾았어?”강영수의 말투가 순간 굳어졌다.“찾았습니다. 하지만... 어르신께서 한발 앞서 김남주 씨와
아이의 천진난만한 눈빛을 보는 순간, 강영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어린 시절의 아픔이 떠올랐다.강영수의 안색은 생각보다 더 어두웠고, 미간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노부인이 눈짓하자, 아주머니는 그 뜻을 알아채고 바로 아이를 안아 올렸다.“작은 도련님, 저랑 장난감 갖고 놀까요? 큰 도련님은 상의할 일이 있으시대요.”아이는 울면서 강영수에게 손을 내밀었다.“아빠, 안아주세요.”강영수는 차갑게 아이를 보더니 그대로 지나쳐 소파에 앉았다.시종일관 웃고 있던 김남주의 시선은 줄곧 남자를 향했다. 아이는 아주머니의 손에서 내려와 김남주의 곁으로 달려갔다.그녀는 손을 뻗어 아이를 자신의 다리 위에 앉혔다. 아이는 두 손으로 그녀의 목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엄마, 아빠가 왜 날 싫어하는 거예요? 혁이가 뭐 잘못했어요? 혁이가 말만 잘 들으면 아빠가 날 좋아하실 거라고 했잖아요?”“하지만 아빠는 혁이를 안아주지 않아요...”작은 눈망울에서는 가슴이 아플 정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김남주는 아이 얼굴의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아빠는 혁이를 싫어하는 게 아니야. 우리 혁이 착하지? 일단 아주머니랑 놀고 있어. 엄마가 아빠랑 얘기 끝나면 가서 같이 놀아줄게.”“네.”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아주머니의 손을 잡고 떠나면서도, 아이는 고개를 돌려 소파에서 차갑게 앉아있는 강영수를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았다.강영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남주를 주시했고, 차디찬 목소리로 말했다.“난 이 아이 인정 못 해.”여자는 당황하지 않고, 조용히 다른 사람이 먼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노부인은 강영수가 이런 대역무도한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자기 자식을 인정하지 않는 부모도 있다니! 미묘한 표정에는 이미 불만이 가득했지만,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남주에게 말했다.“친자 검사를 해보니 아이는 확실히 우리 강씨 집안 핏줄이 맞더구나. 네가 원하는 것이 뭐냐? 만약 아이를 앞세워 강씨 집안에 들어오길 원한다면 난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도심에 있는 부동
“벌써 이런 얘기를 논하는 건 너무 이르지 않아요?”“회사에 급한 회의가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강영수는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더니, 또 멈추어 냉랭하게 김남주를 보았다.“충고하는데, 강씨 집안은 함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외부인은 빨리 나가는 게 좋을 거야.”김남주는 그를 쫓아갔다. 그녀는 분명 많은 것을 양보했지만, 강영수는 왜 돌아오지 않을까?진짜 아이도 낳지 못하는 장소월보다 더 못한 것일까?만약 그렇다면, 지난 5년 동안 그녀가 겪은 그 많은 고생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절대 이렇게 포기할 수 없었다.강영수의 부인 자리는 원래 그녀의 것이었다.무슨 근거로 후발주자의 몫이란 말인가?그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강영수가 절반 목숨으로 장소월을 얻었다고 했다.하지만 그때 강영수는 분명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녀에게 매달렸었다. 지금 그녀가 돌아왔지만...“좋아, 나도 싫고 아이도 싫단 말이지! 강영수, 평생 후회하게 해줄게!”강영수는 차가운 눈동자를 살짝 기울이더니 차갑게 내뱉었다.“좋을 대로.”승용차 장난감을 놀고 있던 아이는 강영수가 가려는 걸 보고, 손에 들고 있던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도 버리고 짧은 다리로 쫓아와 울부짖었다.“아빠, 혁이 떠나지 말아요.”“혁이는 아빠 없이 살 수 없어요.”강영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문 앞까지 쫓아온 아이가 넘어졌는데도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노부인은 얼른 자신의 손자를 일으켜 세웠다. 피부가 벗겨진 금쪽같은 손자를 보고는 더욱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얼른 치료해줘.”아주머니는 아이를 안고 말했다.“네, 어르신.”“흑흑흑, 엄마. 아빠가 저 싫대요.”거실에는 온통 아이의 울음소리로 가득했고, 아무리 달래도 멈추지 못했다.김남주는 아이를 번쩍 들고 가버렸다.노부인은 엄한 목소리로 외쳤다.“거기 서. 내 손자 데리고 어디 가려는 거야?”여자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상의할 여지가 없으니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도 없죠. 혁이는 내가
차를 몰고 호텔로 돌아온 김남주는 혁이의 상처를 간단히 치료해주었다. 울다가 지친 아이는 힘이 빠져 바로 잠들었다.강혁은 강렬한 추위에 잠에서 깨어났다.“엄마, 뭐 해요?”욕실에서 김남주는 아이의 머리 위로 냉수를 뿌리고 있었고, 강혁은 추워 욕조에서 나오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여자는 한 손으로 눌러버렸다.“엄마, 혁이 추워요.”강혁은 추워 온몸을 벌벌 떨었다. 얼어서 새파랗게 된 몸을 부둥켜안고 있었다.김남주는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혁아, 조금만 참아. 엄마 말 잘 들으면 아빠가 곧 널 보러 올 거야. 앞으로 우리 가족은 함께 살 수 있고 혁이도 곧 아빠가 생길 거야.”아이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혁이는 엄마 말 잘 들을 거예요.”“착하네 우리 혁이. 이따가 엄마가 아이스크림 사줄게.”“좋아요!”객실 종업원이 또 얼음 한 바구니를 더 가져다 욕조에 쏟아 넣었다.“엄마, 혁이 너무 아파요.”“조금만 참아.”30분 후, 김남주는 차가운 욕조에서 아이를 안아 올렸고, 물도 닦지 않고 벌거벗은 채로 창문을 향해 소파에서 자게 했다.깊은 밤, 강혁은 열이 39도까지 올라갔다. 온몸은 화로처럼 뜨거웠고 이미 혼수상태에 빠졌다.김남주는 아이를 데리고 한밤중에 병원으로 향했고 의사는 곧바로 해열 주사를 놓았다.아침 여섯 시에야 강혁의 상황은 호전되었고, 간호사가 말했다.“열이 내렸으니 아래층에 가서 병원비를 지급하시고 오후에 퇴원 절차 밟으시면 돼요.”“네, 감사합니다.”간호사는 그녀가 좀 낯이 익었지만, 정확히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나지 않았다.간호사가 병실을 나간 후, 김남주는 표정이 다시 싸늘해지더니 아직 링거를 꽂고 있는 아이를 매섭고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말했다.“엄마를 탓하지 마. 나도 어쩔 수 없었으니까. 영수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꼴은 절대 눈 뜨고 볼 수 없어. 원래 내 자리를 찾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어.”김남주는 그대로 병실을 떠났고, 불쌍한 아이만 혼자 남게 되었다. 시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