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이런 얘기를 논하는 건 너무 이르지 않아요?”“회사에 급한 회의가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강영수는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더니, 또 멈추어 냉랭하게 김남주를 보았다.“충고하는데, 강씨 집안은 함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외부인은 빨리 나가는 게 좋을 거야.”김남주는 그를 쫓아갔다. 그녀는 분명 많은 것을 양보했지만, 강영수는 왜 돌아오지 않을까?진짜 아이도 낳지 못하는 장소월보다 더 못한 것일까?만약 그렇다면, 지난 5년 동안 그녀가 겪은 그 많은 고생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절대 이렇게 포기할 수 없었다.강영수의 부인 자리는 원래 그녀의 것이었다.무슨 근거로 후발주자의 몫이란 말인가?그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강영수가 절반 목숨으로 장소월을 얻었다고 했다.하지만 그때 강영수는 분명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녀에게 매달렸었다. 지금 그녀가 돌아왔지만...“좋아, 나도 싫고 아이도 싫단 말이지! 강영수, 평생 후회하게 해줄게!”강영수는 차가운 눈동자를 살짝 기울이더니 차갑게 내뱉었다.“좋을 대로.”승용차 장난감을 놀고 있던 아이는 강영수가 가려는 걸 보고, 손에 들고 있던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도 버리고 짧은 다리로 쫓아와 울부짖었다.“아빠, 혁이 떠나지 말아요.”“혁이는 아빠 없이 살 수 없어요.”강영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문 앞까지 쫓아온 아이가 넘어졌는데도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노부인은 얼른 자신의 손자를 일으켜 세웠다. 피부가 벗겨진 금쪽같은 손자를 보고는 더욱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얼른 치료해줘.”아주머니는 아이를 안고 말했다.“네, 어르신.”“흑흑흑, 엄마. 아빠가 저 싫대요.”거실에는 온통 아이의 울음소리로 가득했고, 아무리 달래도 멈추지 못했다.김남주는 아이를 번쩍 들고 가버렸다.노부인은 엄한 목소리로 외쳤다.“거기 서. 내 손자 데리고 어디 가려는 거야?”여자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상의할 여지가 없으니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도 없죠. 혁이는 내가
차를 몰고 호텔로 돌아온 김남주는 혁이의 상처를 간단히 치료해주었다. 울다가 지친 아이는 힘이 빠져 바로 잠들었다.강혁은 강렬한 추위에 잠에서 깨어났다.“엄마, 뭐 해요?”욕실에서 김남주는 아이의 머리 위로 냉수를 뿌리고 있었고, 강혁은 추워 욕조에서 나오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여자는 한 손으로 눌러버렸다.“엄마, 혁이 추워요.”강혁은 추워 온몸을 벌벌 떨었다. 얼어서 새파랗게 된 몸을 부둥켜안고 있었다.김남주는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혁아, 조금만 참아. 엄마 말 잘 들으면 아빠가 곧 널 보러 올 거야. 앞으로 우리 가족은 함께 살 수 있고 혁이도 곧 아빠가 생길 거야.”아이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혁이는 엄마 말 잘 들을 거예요.”“착하네 우리 혁이. 이따가 엄마가 아이스크림 사줄게.”“좋아요!”객실 종업원이 또 얼음 한 바구니를 더 가져다 욕조에 쏟아 넣었다.“엄마, 혁이 너무 아파요.”“조금만 참아.”30분 후, 김남주는 차가운 욕조에서 아이를 안아 올렸고, 물도 닦지 않고 벌거벗은 채로 창문을 향해 소파에서 자게 했다.깊은 밤, 강혁은 열이 39도까지 올라갔다. 온몸은 화로처럼 뜨거웠고 이미 혼수상태에 빠졌다.김남주는 아이를 데리고 한밤중에 병원으로 향했고 의사는 곧바로 해열 주사를 놓았다.아침 여섯 시에야 강혁의 상황은 호전되었고, 간호사가 말했다.“열이 내렸으니 아래층에 가서 병원비를 지급하시고 오후에 퇴원 절차 밟으시면 돼요.”“네, 감사합니다.”간호사는 그녀가 좀 낯이 익었지만, 정확히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나지 않았다.간호사가 병실을 나간 후, 김남주는 표정이 다시 싸늘해지더니 아직 링거를 꽂고 있는 아이를 매섭고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말했다.“엄마를 탓하지 마. 나도 어쩔 수 없었으니까. 영수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꼴은 절대 눈 뜨고 볼 수 없어. 원래 내 자리를 찾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어.”김남주는 그대로 병실을 떠났고, 불쌍한 아이만 혼자 남게 되었다. 시간은
강영수는 뜨거운 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말했다.“장 회장님,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소월이 앞에서 장인어른이라고 부르는 정을 생각해서, 한 가족인 회장님을 위한 결정이에요. 남천 그룹이 강한 그룹 계열사가 되는 건 나쁜 점이 하나도 없어요. 지금 남천의 연간 수익은 100억 정도이지만 앞으로 강한 그룹 계열사가 된다면 연간 수입이 적어도 600억은 되겠죠. 이 600억은 강한 그룹에게 그저 자투리일 뿐, 아무것도 아니에요.”“그리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저희는 어떤 이유로든 남천 그룹의 결정에 관여하지 않을 겁니다. 장 회장님은 여전히 그 위치에 계시면 됩니다. 하지만... 대표 자리는 교체해야 할 것 같네요.” 장해진은 화가 나서 관자놀이에 핏줄이 터질 정도였지만 얼굴은 여전히 흐트러짐 없이 웃고 있었다.“강 대표님, 요 몇 년 동안 전 대표가 회사 실적을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는 회사 전 직원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대표를 바꾼다면 수중에 있던 프로젝트들은...”“그런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따로 사람을 파견해 인수인계하겠습니다. 물론... 회장님께서 믿을 만한 사람이 있다면 추천하셔도 되고요.”“참, 듣자 하니 최근 남천 그룹에 자금 구멍이 나서 은행에서도 대출을 미루고 있다고 하죠? 회장님께서 키운 후계자는 실력이 좀 부족한 것 같네요. 회사에 위기를 초래한 사람을 이참에 해고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죠. 아니면 앞으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어요.”강영수는 덤덤하게 장해진을 바라보며 입가에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회장님도 아마 제 뜻을 알아차렸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계약만 체결하면 강한은 남천에 거대한 이익을 줄 뿐만 아니라 회수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제가 따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수표를 드리죠.”“소월이와 제 결혼식에서 전 꼭 장인어른을 뵙고 싶거든요.”남성 부지 개발이 예상대로 완료되지 않으면 남천 그룹에게는 열 배의 위약금이 부과된다. 만약 위약금을 배상할 수 없다면 장해진은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와 가까이하는 것을 용납할 수 있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전연우는 장해진을 따라 룸에서 나왔다.“날짜를 잡아 네 신분을 대외적으로 발표할 생각이다. 오랫동안 내 옆에 있었으니 이제 정식으로 발표해야 괜한 말들이 나오지 않는 법이지.”“그러면 강 대표도 널 경계하지 않을 거다.”“네.”전연우의 눈에는 한 줄기 매서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이 정도 일도 못 하면 대체 어쩌겠다는 거야? 술 좀 마시면 될 것을 어디서 고고한 척하고 있어? 여긴 직장이지, 제삿집이 아니야! 그 반반한 얼굴이 아니었다면 네까짓게 천하일성에 와보기나 보겠어?”엘리베이터 끝 복도에서 뚱뚱한 매니저가 웨이터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송시아는 매니저에게 이마를 쿡쿡 찔리면서도 고집스러운 눈빛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등을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엘리베이터에서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는 차분한 분위기의 잘생긴 남자를 보았을 때, 그녀의 눈은 계속 그에게 향했고, 귓가에서 들려오는 꾸지람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전연우도 그녀의 시선을 눈치챘고,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송시아는 흠칫 놀랐다. 그에게서 익숙하면서도 위험한 기운이 느껴졌다.불과 몇 초 만에 그녀의 시선을 끈 남자는 이미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매니저는 정신이 딴 데 팔린 송시아를 보고는 또 머리를 쥐어박으며 욕했다.욕설이 끝나자 송시아는 테이블을 치우러 갔고, 그녀와 함께 룸서비스를 들어간 직원이 다가와 위로했다.“시아 씨, 괜찮아요? 매니저님이 심하게 말했어요?”송시아는 덤덤하게 말했다.“아니에요. 얼른 치우고 제시간에 퇴근하죠.”“그래요.”천하일성은 24시간 영업했고 3팀이 교대로 일했다. 이 테이블을 치우고 나면 오늘 일찍 퇴근할 수 있었다. 여름방학에 알바를 더 많이 뛰어야 학비를 낼 수 있고, 대학에 다닐 돈이 생긴다.하늘은 원래 불공평한 법이다. 여기서 부자들이 하룻밤에 소비하는 금액은, 아마 그녀가 평생을 벌어도 벌지 못할 돈이었다.다른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얻는 것들
“지금 아이 상황이 많이 안 좋아요. 더 이상 지체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요.”“지금까지 병원비가 정산되지 않아서 병원의 규정에 따라 더 이상 아이에게 약을 줄 수 없습니다.”김남주가 또 무슨 일을 꾸미는지 몰라 강영수는 차갑게 말했다.“전화 잘못 거셨어요. 저는 아이 아버지가 아닙니다.”말을 마친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옆에서 전화 내용을 듣고 있던 진봉도 잠자코 있었다.보아하니,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김남주가 돈이 없어 아이를 병원에 두고 도망간 모양이다. 확실히 그녀가 할법한 행동이었다.하지만 아이는 죄가 없다. 이대로 놔두다가 진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노부인이 가장 신경 쓰는 건 강씨 가문의 핏줄이다. 만약 소월 아가씨가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김남주에게는 추호의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직원 식당으로 들어가려던 강영수는 지하 주차장으로 가는 버튼을 눌렀다.“넌 회사에 있어. 내가 가볼게.”“네.”강영수는 액셀을 밟고는 곧바로 주차장을 빠져나왔다.병원에 도착한 남자는 이런 장면을 목격했다.김남주는 머리에 거즈를 두른 아이를 안고 병원에서 쫓겨났고, 경비원은 비닐봉지에 있는 약도 버렸다.“이건 병원 규정입니다. 돈이 한 푼도 없는데 어떻게 수술을 해줍니까? 당장 나가세요!”김남주는 아이를 안고 무릎을 꿇은 채 울면서 머리를 땅바닥에 박았다.“제발 살려주세요. 이제 겨우 다섯 살이에요. 돈은 제가 어떻게든 마련해볼게요.”“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이봐요, 계속 소란 피워도 아무 소용없어요. 요즘 누가 돈도 없이 진료를 받아요? 요 며칠 입원비용은 저희 나 선생님께서 대신 지급하셨어요. 계속 소란을 피운다면 저희도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어요.”김남주의 어깨에 엎드린 강혁의 작은 얼굴은 이미 탈수증상이 심해 보였다. 며칠 사이에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었다.“엄마, 나 죽어요? 혁이 너무 아파요. 아프면 아빠가 혁이 보러 온다고 했잖아요? 아빠 왜 안 와요? 혁이 아빠 보고 싶어요!”강영수
차에서 김남주는 여전히 굴복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전에 둘이 싸우고 냉전을 할 때도 먼저 사과하는 사람은 언제나 강영수였다.여자가 무릎을 꿇던 순간, 강영수는 확실히 마음이 약해졌다.그녀는 차창 밖을 내다보며 고집스레 말했다.“누가 우리 모자 생사에 관여하래? 이미 약혼도 했으면서, 약혼녀가 알기라도 하면 어떡해? 나랑 거리를 두는 게 좋지 않겠어?”남자는 전방을 주시하며 운전에 몰두했다.“저번에 우리 집에서 내 부인이 되겠다고 큰소리치던 사람이 누구더라? 내 앞에서 연기할 필요 없어.”여자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혁이만 아니었다면 나라고 강씨 가문에 가고 싶은 줄 알아? 가서 네 할머니 눈치 보면서? 어차피 여태까지 넌 아이를 돌본 적이 없으니 이번에도 모른 척해도 돼. 길옆에 세워 줘.”강영수는 매서운 눈으로 싸늘하게 말했다.“아이 양육권은 이미 변호사에게 계약서 작성하라고 했어. 넌 나 못 이겨. 법원도 양육권을 정신병 있는 어머니에게 판결하지 않을 거야.”김남주는 차갑게 웃었다.“그래서, 소월이보고 혁이를 키우라고 할 생각이야? 혁이가 모르는 사람을 엄마라고 부르고? 강영수, 나 아직 안 죽었어! 정신병이 뭐 어때서? 그러는 넌? 너도 미친 인간이잖아!”여자의 말은 정곡을 찔렀다. 그는 확실히 미치광이가 맞았다.김남주는 그를 보면서 입가에 이상한 미소를 짓더니 유유히 말했다.“지금 혁이 상황이 그때 너랑 똑같다는 걸 모르겠어?”“소월이는... 바로 그때의 심유고. 심유가 어떻게 너희 집을 망쳤는지 잊지 마!”“닥쳐!”강영수는 브레이크를 힘껏 밟았다.여자는 아이를 안고 있다가 하마터면 부딪칠 뻔했고, 재빨리 아이의 머리를 감쌌다.“내 말이 틀렸어? 그때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잘못이라면 네 할머니가 했겠지. 그렇게 반대하지만 않았어도 우린 헤어지는 일도 없었고 혁이도 이런 일을 겪지 않았어.”“소월이는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 심유가 아니야. 넌 영원히 소월이를 이길 수 없어. 너처럼 눈에 온통 계산으로 가득 차지
대체 왜?혁이는 그녀가 낳은 그녀의 자식이다. 무슨 근거로 소월이를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하는가?김남주가 죽는 한이 있더라고, 이번 생에는 절대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간호사는 복도에서 들려오는 처량한 울음소리를 듣고 가슴이 오싹해졌다. 미친 사람일지도 모른다. 만약 강영수가 데려온 사람이 아니라면, 병원에서는 진작 경찰에 신고 했을 것이다.박순옥은 아이에게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차를 타고 달려왔다.원래 고열감기에 시달리던 혁이는 갑자기 백혈병이 발견되었다. 병원에서는 맞는 골수를 찾느라 바빴다.강영수가 바로 이 아이와 골수가 일치하는 사람이었다. 일반적으로 혈연관계가 있는 사람과 골수가 일치할 확률이 높았다.그는 거절하지 않고, 당일 밤 바로 수술에 동의했다.그들은 함께 수술실로 들어갔고, 불청객 김남주도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박순옥은 두려움에 떨며 두 부자의 평안을 위해 기도했다.“어르신, 안심하세요. 수술 성공 확률이 높으니 대표님은 아무 일 없을 겁니다.”“일단 소월에게 알리지 마. 열심히 공부해야지. 그 아이 성격이라면 당장이라도 귀국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혁이의 일은 숨길 수 없을 것이다.강영수가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두 사람은 가까스로 함께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일이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 당분간 외부에 공개할 수 없었다.박순옥은 걸어오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이내 얼굴빛이 차갑게 굳어졌다.“네가 여긴 왜 왔어?”김남주는 수술실 문에 표시된 수술 중이라는 글자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녀가 사라진 며칠 동안, 무슨 일을 겪었는지 다소 야윈 모습이었다.“혁이는 제 아들이니 당연히 와야죠. 어르신이 절 막을 권리 없어요.”박순옥은 콧방귀를 뀌었다.바로 이때, 진봉의 휴대폰이 울렸고, 발신자 이름을 보고는 지체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그는 조용한 베란다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소월 아가씨!”휴대폰 너머 장소월은 호텔 방을 정리하고 있었다. 손에는 이불커버를 들고, 어깨에
수술은 4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하룻밤을 지내고 나니 두 사람 상태는 모두 안정되었다.강영수가 깨어났을 땐 날이 밝아있었다.침대 옆에서 그를 간호하고 있던 진봉이 강혁의 상황을 보고했다.“제때에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은 덕분에 아이는 이미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났습니다. 수술 후 3개월 정도 뒤면 완전히 회복된다고 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3개월이면... 마침 장소월이 다시 돌아오는 시간이다.강영수가 연신 몇 번 기침했다. 그가 침대 아래로 내려오려고 하자 진봉이 곧바로 그를 제지했다.“대표님, 아직은 내려오시면 안 됩니다. 열흘은 걸려야 회복되실 수 있습니다.”“소월이는... 연락 왔었어?”장소월을 떠올리자 그녀가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 건 이 일을 설명해야 한다는 불안감이었다. 아이의 일은 그야말로 거대한 폭발력을 지닌 시한폭탄과도 같았다.진봉이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말했다.“수술이 끝나기 한 시간 전 전화가 왔었습니다. 대표님께선 회사의 급한 일을 처리하고 계신다고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설사 아신다고 해도 소월 아가씨는 이해해주실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양육권만 가져오면 소월 아가씨와 예전처럼 지내실 수 있을 거예요.”강영수는 수술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지라 낯빛이 창백했다. 이마 앞 잔머리가 검은색 깊은 눈동자를 뒤덮었다. 그 속에 내려져 있는 어둠은 한참이 지나도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그는 장소월에게 숨기는 것이 구경 맞는 일인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문밖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남주가 어두워진 표정을 가리며 손에 전기 포트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깨어났구나. 혁이 일은 고마워. 병원비는 내가 최대한 갚을게. 이건 내가 만든 곰탕이야. 의사 선생님께서 회복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하시더라고.”김남주는 말을 마친 뒤 음식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침대 위 강영수를 힐끗 쳐다보고는 더는 머물지 않고 병실에서 나갔다.“김남주 많이 변했네.”예전의 그녀는 안하무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