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고민은 대체 누구 때문에 생긴 건지….장소월은 대충 생각해봤을 때 짚이는 것이 있긴 했지만, 굳이 따져 묻지는 않았다.두 사람은 각자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학교에 도착했다.장소월은 얇은 목소리로 얘기했다.“나 갈게. 점심 꼭 챙겨 먹어.”강영수는 그런 장소월을 보며 대답했다.“응.”장소월이 차에서 내렸다. 평소였다면 조금이라도 더 머물러있었을 차인데 오늘은 왜인지 바로 출발해버렸다.그녀는 나름 일찍 도착한 편이었다.“소월아! 소월아!”소현아가 가방끈을 손에 꼭 쥔 채 달려오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소월의 곁에 다다랐을 때쯤 소현아가 물었다.“소월아, 무슨 일 있어? 내가 널 몇 번이나 불렀는데, 왜 대답을 안 해? 무슨 일 있는 거야?”장소월이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소현아가 덧붙였다.“난 또, 너 이미 미술 아카데미 붙었다고 학교 안 오는 줄 알았어. 네가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어. 이미 합격까지 한 사람이 나보다 부지런하냐.”장소월은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뭐, 좀 더 배운다고 손해 볼 건 없으니까.”그녀가 서울 미술 아카데미 시험을 치르고 있을 때, 성적은 이미 엊그제 공개되어 있었다. 그녀는 수석이라는 성적으로 당당하게 합격자 명단에 올라가 있었다.도리대로라면 그녀는 학교에 올 필요가 전혀 없었다.하지만 학교에 오는 것 말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이곳에는 그녀가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고, 그녀의 친구들도 있었다.“그럼 너는? 오늘 왜 이렇게 일찍 왔어?”소현아가 대답했다.“아, 오늘 부모님께서 고향으로 내려가신다고 하셨거든. 비행기 시간 맞춰드리느라 일찍 나온 거야. 그런데 이렇게 우연히 널 만나게 될 줄이야, 너무 좋다.”그녀는 뭐가 그렇게 신나는 것인지 혼자 헤실거리며 웃어댔다.장소월은 그런 느긋한 그녀를 보는 것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고민도 없어 보이고, 시험 망칠 걱정 따위 안 해도 되고, 그녀의 가정환경으로 미루어 봤을 때 그녀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평생을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