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회복기 3개월을 보내고 살펴보니 확실히 그는 실망시키지 않았다.황유나는 서철용의 그 말을 3년 내내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그녀가 부자연스러운 얼굴로 남자의 시선을 피했다.“왜 피해요?”매혹적인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남자가 황유나의 턱을 들어 올리자 그녀의 얼굴에 발그레 홍조가 일었다.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진 순간,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가...황유나가 채 반응을 하기 전에 남자가 현란한 스킬로 여자의 입술을 열고 거칠게 몰아붙였다.황유나는 저도 모르게 끓어오르는 욕망에 남자의 키스를 받아주었다.그녀가 순순히 응하자 키스가 더더욱 깊어졌다. 다가오는 여자는 종래로 거절하는 법이 없는 서철용이다.남자의 손이 돌연 황유나의 치마 밑을 휘젓고 들어가 여자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어루만졌다.황유나가 거친 숨을 내쉬며 잠시 입을 뗐다.서철용이 눈을 맞추며 말했다.“침대로 올라갈까요?”황유나가 쑥스러운 듯 발그레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서철용은 그녀를 번쩍 들어 올린 뒤 사무실에 숨겨진 은밀한 방으로 들어갔다.여자의 몸이 거칠게 침대에 던져졌다. 침대가 움푹 파여 내려갔다가 다시 위로 튕겨 올라왔다. 남자가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여자의 몸을 돌린 뒤 마지막 남은 얇은 속옷을 벗겼다.아랫배에서 무언가를 느낀 황유나가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오랫동안 하지 못한 탓에 찢어질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한 번 또 한 번, 점점 더 거세지는 강도와 함께 쾌감 또한 점점 더 극에 달하고 있었다. 마치 하늘 위 구름 사이를 거닐다가 단번에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얼마가 지났을까, 그녀가 화끈 달아오른 몸을 가누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을 때, 남자가 돌연 움직임을 멈추었다.“계속해요. 나 괴롭단 말이에요.”문 앞에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사람을 본 순간, 몸 아래에서 애원하고 있는 여자에게 흥미가 떨어져 버렸다.서철용은 단정히 옷을 입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배은란은 의자에 앉아
“이거 놔!”그의 것이 아닌 향수 냄새가 배은란의 코를 찔렀다. 목과 셔츠엔 여자의 립스틱 자국까지 남아있었다. 두 사람이 그 방에서 얼마나 격렬히 엉켜있었는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배은란은 그의 품에서 도망치려 몸부림치며 역겨움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질투하는 거야?’배은란의 손톱이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요망스러운 얼굴에 생채기가 나자 서철용은 따끔함에 얼굴을 움켜쥐었다. 그 사이에 배은란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셔츠를 정리하고는 분노에 찬 얼굴로 힘껏 그의 따귀를 내리쳤다.“그 더러운 손으로 나 만지지 마!”서철용의 얼굴이 충격에 한쪽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분노하기는커녕 허허 웃으며 말했다.“너무 살살 때렸어. 난 형수님이 날 거칠게 굴렸으면 좋겠는데?”그 허기짐과 욕망이 가득 담긴 눈빛엔 흥분감까지 일렁이고 있었다.배은란이 이마를 찌푸리고 미치광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저번 두 번은 내 뜻이 아니었어. 당시 우리 사이의 일은 없었던 걸로 생각할 거야. 그 사진들로 날 협박한다고 해도 난 너와 타협하지 않아.”그녀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난 지금 너와 민용 씨가 형제라는 것 때문에 애써 부드럽게 말하고 있는 거야. 성욕을 채우기 위해 여자와 침대에서 뒹군다고 해도 널 말릴 사람은 없어.”“난 지금도 앞으로도 네 형수야.”무슨 일이 생기든 그녀는 절대 민용과 이혼하지 않을 것이다.서철용은 떠나는 사람을 쳐다보며 엄지손가락으로 얼굴 상처를 쓸어내렸다. 손가락에 묻은 피를 보며 그가 미치광이처럼 웃어댔다.등 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배은란은 역겨움이 극에 달해 걸음을 재촉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하강 버튼을 눌렀다.문 앞 휠체어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 본 그녀는 곧바로 마음을 다잡고 그에게로 걸어갔다.배은란이 마스크를 하고 있는 서민용의 수건을 정리해주며 말했다.“아버님의 일은 도련님에게 얘기했어. 책임지고 보살필 거야.”서민용이 말했다.“떠나기 싫으면 억지로 떠나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야 해? 약혼식일 뿐이잖아.”아직 물이 마르지 않아 장소월은 한 번 본 뒤 제자리에 내려놓았다.“당연하지. 넌 강씨 가문 사모님이 될 사람이야. 언젠가는 이 사람들과 접촉하게 될 거야. 리스트를 봐. 혹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내가 바로 지울게.”A4 용지 위에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장소월이 고개를 저었다.“약혼식이 이렇게 복잡할 줄은 정말 몰랐어. 내가 맡아 했다면 머리가 터져버렸을 거야.”그 말을 내뱉는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희미해졌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당시 그녀는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녀는 대학 졸업식에 가지도 못한 채 전연우의 집에서 결혼식 준비 때문에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그녀는 인터넷에서 결혼식에 필요한 물품을 조사했다.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전연우에게 다가가 애교스러우면서도 원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결혼식을 하는데 이렇게나 많은 물건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아요. 이건 청첩장을 보낼 사람 명단이에요. 한 번 봐줘요.”“오빠, 이 답례품 괜찮을까요?”“오빠, 혼인 신고하러 갈 때 이 옷 입고 갈까요?’“오빠, 빨리 카메라를 봐요. 난 우리가 혼인신고를 하는 아름다운 날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할 거예요. 그리고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오빠와 함께 꺼내 볼 거예요.”장소월은 온몸이 찢기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왜 갑자기 그런 기억이 떠오른 걸까.장소월은 왠지 전생에 있었던 그 일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강영수가 고개를 들었다.“왜 그래? 어디 불편한 거야?”장소월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괜찮은 척 미소를 지었다.“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도울 거 있어?”“심심해?”“그냥 돕고 싶어서.”“강씨 가문 예비 사모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심심하면 내려가서 TV 봐. 나도 곧 내려갈게.”그가 자신에게 잘해줄수록 장소월은 그에게 빚진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여자 교도소 교도소장이 직접 독방에 갇힌 김남주를 보러 발걸음을 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본 순간, 그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강씨 가문에서 그녀를 고생시켜야 한다고 특별히 언질을 주었었다. 하지만 결코 죽이라고 하지는 않았다.그가 갑자기 살피러 오지 않았다면 정말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오늘은 김남주가 병원에 실려 와 치료를 받고 의식이 돌아온 지 5일째 되는 날이다. 그녀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져있었다.그녀는 막무가내로 강한 그룹의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강영수가 어디 만나고 싶다고 하여 만날 수 있는 사람인가.모두가 그녀를 정신병 환자 취급했다.예전 적지 않은 사람들이 TV에서 그녀의 인터뷰를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남주 같은 사람이 하는 말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저 미치광이로 생각할 뿐.김남주는 정신병원에 던져졌다.한 번 갇히면 기본이 5일이었다.그녀는 침대에 묶인 채 강제로 진정제를 투여받았다.김남주는 이곳에서 괴로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남자 의사를 만날 때면 그가 자신의 몸을 범하는 것까지 인내해야 했다. 그녀는 이런 모욕을 혼자 쓸쓸히 감당하고 있었다.이 모든 고통은 강영수가 그녀에게 안겨준 것이다.그녀는 매일매일 사람들에게 짓밟혔다. 겨우 딱지가 앉은 상처에 또다시 날카로운 칼날이 파고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흘린 단 한 방울의 피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틀림없이 이 나쁜 놈들이 대가를 지불할 날이 올 것이다!강영수!반드시 날 이런 절벽에 내던진 걸 후회하게 만들 거야!김남주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힘만 빼는 헛수고라는 걸 알게 되었다.하여 오늘 간호사가 진정제를 놓으러 왔을 땐 조금도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모든 걸 받아들였다.설사 의사가 그녀의 몸에 손을 댈지라도 말이다.김남주는 핸드폰을 빼앗겼다. 그녀의 주변엔 도박에 중독되어 매일 돈을 요구하는 아버지 외에 다른 친척이나 친구는 없다.그녀는 이곳에서 나가고 싶었지만 도움을 청할 사람이라곤 단
그녀가 말을 이어 나갔다.“사실 저는 누명을 써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거예요. 휴대폰 한 번만 쓰게 해주시면…. 당신이 무슨 짓을 하든 장단 맞춰드릴게요.”“그래도 제가 미덥지 않으시면, 제가 당신의 모습을 보는 게 두렵다면 제 눈을 가리셔도 좋아요. 절대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을게요. 제가 여기에서 나간다고 해도 당신한텐 피해 없도록 할게요.”설광수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 병상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가슴 쪽을 더듬거렸다.김남주는 매혹적인 교성을 내며 가볍게 콧소리를 냈다.“더~ 조금만 더 세게.”남자의 눈빛 속에서 점점 정복욕이라는 것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손길이 점점 더 거칠어지기 시작했다.욕망이라는 감정에 꺼지기 힘든 불이 붙으며 타오르기 시작했다.김남주는 아무렇게나 휘둘리는 장난감과도 같이 그녀의 몸 위에서 악취를 풍기며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는 한 남자를 감당하고 있었다.그 공허하고 텅 비어버린 눈빛은 흉악해 보이기도, 약간은 사나워 보이기도 했다.강영수... 평생!우리는 절대 죽지 않아!시간은 어느덧 한 시간이나 흘러버렸다. 김남주의 몸 위에서 상하운동을 반복하던 그 남자는 그제야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의 몸 위에서 내려왔다.흐트러진 옷매무시를 가다듬더니 친절하게도 김남주의 몸을 닦아주었다.김남주는 가쁜 숨을 헐떡이며 얘기했다.“제가 부탁한 일 잊으시면 안 돼요.”남자는 대답 한마디 안 하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다음 날, 잠에서 깬 김남주의 손에 채워져 있던 수갑이 풀렸다.수갑을 풀어준 간호사가 얘기했다.“요즘 컨디션 괜찮아 보이셔서 우선 수갑 풀어드릴게요. 하지만 또 소리 지르시면서 액팅 아웃 증상 보이시면 다시 수갑 채워드릴 수밖에 없어요.”김남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수갑이 사라진 자기 손목을 어루만졌다. 간호사가 주는 약을 건네받은 그녀는 익숙하다는 듯 약을 한입에 털어 삼켰다.간호사가 자리를 뜬 것을 확인한 그녀는 베개 밑에
기다리는 하루의 시간이 그녀에겐 감옥에서 보냈던 날들보다 길게 느껴졌다.그녀는 이미 더 이상 이곳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았다.늦은 밤, 시곗바늘은 정확히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그 시각, 정신병원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복도의 불빛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초록빛이 감도는 고요한 통로의 끝은 칠흑 같이 어두웠고 끝없는 심연과도 같이 느껴졌다. 가끔 차디찬 화장실에서는 수도꼭지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가 들려왔다.아무리 봐도 어딘가 모르게 기괴한 분위기가 풍겨왔다.병실 문이 쓱 열리고 김남주는 자신의 곁을 조용히 스쳐 지나가는 검은 그림자가 차 열쇠와 예리한 단검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가는 것을 목격했다.그 의문의 인물이 어떻게 병원에서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이미 원망의 감정이 김남주의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다.그녀에게 다른 것에 신경을 쓸 여력 따위는 없었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천천히 주워들었다. 빨리 병실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그녀의 마음과는 달리 어딘가로 서둘러 출발하려는 기색 하나 없이 느긋했다.그녀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조용히 침대 위에 가만히 앉아있었다.시곗바늘이 12시를 가리켰다.병실 문이 다시 한번 열렸다. 설광수는 자신을 숨기려는 의도조차 없어 보였다. 바로 침대 위에 보이는 사람한테로 달려간 그는 많이 참았다는 듯 그녀는 꼭 끌어안았다.“씻었어요? 냄새 좋네요.”그 순간, 설광수는 숨 한번 내쉬지도 못하고 무방비 상태로 가슴에 단검이 꽂혔다.김남주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악의에 번뜩이는 눈빛을 내보였다.“얘기 계속하지 그래? 왜 더 안 떠들어?”그렇게 얘기를 하면서도 김남주는 손에 들고 있는 단검을 더욱더 깊게 찔러넣었다. 그녀가 단검을 빼내는 순간 단검 끝에 피가 맺히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얼굴 위에 비친 미소가 기괴했다. 마치 지옥의 문턱까지 기어 올라와 목숨을 구걸하는 처녀 귀신처럼.단검을 빼내는 순간, 피가 튀어 올랐다. 그 피는 그녀의 눈가로 튀어 눈앞을 붉
그 고민은 대체 누구 때문에 생긴 건지….장소월은 대충 생각해봤을 때 짚이는 것이 있긴 했지만, 굳이 따져 묻지는 않았다.두 사람은 각자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학교에 도착했다.장소월은 얇은 목소리로 얘기했다.“나 갈게. 점심 꼭 챙겨 먹어.”강영수는 그런 장소월을 보며 대답했다.“응.”장소월이 차에서 내렸다. 평소였다면 조금이라도 더 머물러있었을 차인데 오늘은 왜인지 바로 출발해버렸다.그녀는 나름 일찍 도착한 편이었다.“소월아! 소월아!”소현아가 가방끈을 손에 꼭 쥔 채 달려오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소월의 곁에 다다랐을 때쯤 소현아가 물었다.“소월아, 무슨 일 있어? 내가 널 몇 번이나 불렀는데, 왜 대답을 안 해? 무슨 일 있는 거야?”장소월이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소현아가 덧붙였다.“난 또, 너 이미 미술 아카데미 붙었다고 학교 안 오는 줄 알았어. 네가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어. 이미 합격까지 한 사람이 나보다 부지런하냐.”장소월은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뭐, 좀 더 배운다고 손해 볼 건 없으니까.”그녀가 서울 미술 아카데미 시험을 치르고 있을 때, 성적은 이미 엊그제 공개되어 있었다. 그녀는 수석이라는 성적으로 당당하게 합격자 명단에 올라가 있었다.도리대로라면 그녀는 학교에 올 필요가 전혀 없었다.하지만 학교에 오는 것 말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이곳에는 그녀가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고, 그녀의 친구들도 있었다.“그럼 너는? 오늘 왜 이렇게 일찍 왔어?”소현아가 대답했다.“아, 오늘 부모님께서 고향으로 내려가신다고 하셨거든. 비행기 시간 맞춰드리느라 일찍 나온 거야. 그런데 이렇게 우연히 널 만나게 될 줄이야, 너무 좋다.”그녀는 뭐가 그렇게 신나는 것인지 혼자 헤실거리며 웃어댔다.장소월은 그런 느긋한 그녀를 보는 것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고민도 없어 보이고, 시험 망칠 걱정 따위 안 해도 되고, 그녀의 가정환경으로 미루어 봤을 때 그녀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평생을
설마 벌써 인시윤한테 손을 댄 거야?고작 그놈의 인맥 하나 때문에?아니면 돈 때문에!이번 생의 인시윤과 저번 생의 인시윤이 다른 게 없다. 전연우의 손아귀에서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겠지.전연우가 갑자기 앞으로 한걸음 걸어가더니 손을 뻗어 장소월의 이마 위에 붙어있던 머리카락을 슬쩍 떼어냈다.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그녀로서도 미처 방어할 수가 없었다."아무리 오랜만에 보는 거라고 해도 그렇지, 오빠라고 부르지도 않을 생각이야?“장소월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전연우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깊은 눈동자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정복욕, 소유욕과 광기의 감정들을 가까스로 억누르고 있었다.하지만 소월의 눈에는 보였다. 그 위선적인 웃음 뒤에 감추어진 진짜 그의 모습이 어떤지 말이다.그는 짐승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장소월은 뒷걸음질 치며 가까스로 시선을 그에게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볼게.“소현아가 소월의 오빠를 바라보았다. 둘의 눈이 마주친 순간, 전연우의 미소는 삽시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살벌한 표정만이 소현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표정에 지레 겁을 먹은 소현아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무서워."소월아!“소현아는 황급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소월아, 인시윤 너희 오빠랑 결혼하는 거야?“그게 그녀와 무슨 상관인가?소현아는 괜히 손가락을 만지작대며 말했다."아니, 인시윤이랑 너희 오빠가 결혼하고, 너는 또 인시윤 오빠랑 결혼하면 인시윤은 너한테 아가씨라고 불러야 하는데, 그럼 너는 인시윤을 뭐라고 불러야 해? 너도 아가씨라고 부르는 거야?“"소월아! 나 진짜 어지러워!“그 천진난만하고 맑은 눈동자에는 호기심이 가득 차 있었다.장소월은 급히 그녀의 입을 틀어막으며 얘기했다."조용히 해.“그들은 아직 자리를 뜨지 않았을 텐데 방금 그녀들이 그렇게 큰 소리로 얘기해버리는 바람에 대화 내용을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