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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27화

기다리는 하루의 시간이 그녀에겐 감옥에서 보냈던 날들보다 길게 느껴졌다.

그녀는 이미 더 이상 이곳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았다.

늦은 밤, 시곗바늘은 정확히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시각, 정신병원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복도의 불빛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초록빛이 감도는 고요한 통로의 끝은 칠흑 같이 어두웠고 끝없는 심연과도 같이 느껴졌다. 가끔 차디찬 화장실에서는 수도꼭지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봐도 어딘가 모르게 기괴한 분위기가 풍겨왔다.

병실 문이 쓱 열리고 김남주는 자신의 곁을 조용히 스쳐 지나가는 검은 그림자가 차 열쇠와 예리한 단검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 의문의 인물이 어떻게 병원에서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원망의 감정이 김남주의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다른 것에 신경을 쓸 여력 따위는 없었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천천히 주워들었다. 빨리 병실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그녀의 마음과는 달리 어딘가로 서둘러 출발하려는 기색 하나 없이 느긋했다.

그녀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조용히 침대 위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시곗바늘이 12시를 가리켰다.

병실 문이 다시 한번 열렸다. 설광수는 자신을 숨기려는 의도조차 없어 보였다. 바로 침대 위에 보이는 사람한테로 달려간 그는 많이 참았다는 듯 그녀는 꼭 끌어안았다.

“씻었어요? 냄새 좋네요.”

그 순간, 설광수는 숨 한번 내쉬지도 못하고 무방비 상태로 가슴에 단검이 꽂혔다.

김남주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악의에 번뜩이는 눈빛을 내보였다.

“얘기 계속하지 그래? 왜 더 안 떠들어?”

그렇게 얘기를 하면서도 김남주는 손에 들고 있는 단검을 더욱더 깊게 찔러넣었다. 그녀가 단검을 빼내는 순간 단검 끝에 피가 맺히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얼굴 위에 비친 미소가 기괴했다. 마치 지옥의 문턱까지 기어 올라와 목숨을 구걸하는 처녀 귀신처럼.

단검을 빼내는 순간, 피가 튀어 올랐다. 그 피는 그녀의 눈가로 튀어 눈앞을 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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