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211 - 챕터 220

1175 챕터

제211화

장소월은 입술에 발갛게 부어오른 상처를 피해 립스틱을 발랐다. 상처가 너무 눈에 띄면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도리가 없으니 말이다.30분 뒤, 장소월은 슬슬 짜증이 몰려왔다.드디어, 두 손 가득 물건을 든 남자가 슈퍼에서 걸어 나와 자동차 트렁크에 모두 싣고는 조수석에 앉았다.집에 돌아오니 백윤서도 이미 도착해 있었다. 발걸음 소리를 들었는지 잔뜩 흥분한 얼굴로 슬리퍼를 신은 채 문을 열었다.“오빠, 제가 들게요.”“괜찮아. 이거 무거워.”“알겠어요.”장소월은 두 남매 사이의 애틋한 대화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누군가 지금 이 광경을 보고 있다면 단번에 장소월이 방해꾼이라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이다.전연우가 사 온 물건을 넣으려 냉장고로 향하자 백윤서도 쪼르르 따라갔다.“오빠, 오늘 오 아주머니 휴가예요? 우리 저녁 뭐 먹죠? 아니면 제가 할까요?”“배달음식 주문했어. 곧 올 거야. 넌 가서 숙제를 하고 있어. 도착하면 부를게.”장소월이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백윤서가 그녀를 불러세웠다.“소월아... 너 가려고? 밖에 곧 비 올 것 같아. 우산 챙겨 가.”장소월이 대답했다.“챙겼어요.”전연우가 신선한 우유를 냉장고에 넣으며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어디에 가려고?”“흥취 수업에요. 10시에 돌아오니까 기다리지 말아요.”그 한마디 말을 끝으로 장소월은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이제 집 안엔 그들 두 사람만 남았다. 분위기는 또다시 경직되어버렸다.장소월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수향각에서 시킨 음식이 도착했다.3인분의 양이라 밥상 전체를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뒤덮었다.백윤서도 최근 다이어트 중인지라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적지 않은 음식을 남겼다. 본래 내일 먹으려고 했으나 냉장고엔 이미 마트에서 사 온 음식들로 가득 차 아깝지만 버릴 수밖에 없었다.천하일성 실내 골프장.수업을 시작한 지 한 시간 정도 되었을 때 온주원이 장소월에게 생수 한 병을 가져다주었다. 휴식실 실내에 히터가 틀어져 있어 조금 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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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너 거기 서!”15분 뒤, 장소월이 집에 올라가려고 할 때 어딘가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두 사람이 걸어왔다. 손에 담배를 들고 있는 강용과 그의 뒤를 쫓아오고 있는 긴 원피스에 긴 파마머리를 늘어뜨린 여자 한 명이었다.여자가 강용의 눈앞까지 달려가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강용, 넌 쓰레기야!”“네가 뭔데 나랑 헤어지자고 해? 고작 문자 한 통으로 날 차려고? 대체 날 뭐로 생각한 거야? 버리고 싶을 때면 언제든 버려도 되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했어?”강용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에 든 담배꽁초를 던져버리고는 손을 호주머니에 슥 넣고 말했다.“그냥 엔조이야. 싫증 나면 끝내는 거지 뭐.”가로등 불빛 아래, 산산한 바람이 불어와 그의 앞머리를 흩날렸다. 그 바람에 길고 곧게 뻗은 눈썹이 머리카락에 가려졌다. 그 순간, 그의 볼이 부어오더니 다섯 개의 손가락 자국이 남았다.“난 나한테 먼저 대시하는 여자엔 관심 없어. 넌 다른 남자를 알아봐.”성숙한 어른처럼 치장한 소녀가 가방 안에서 물 한 병을 꺼내더니 씩씩거리며 강용의 머리 위에 부었다.“너 기다려. 우리 아빠는 넌 절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소녀는 들고 있던 생수병을 홱 던져버리고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자리엔 만신창이가 된 강용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그는 머리카락의 물을 툭툭 털고는 앞머리를 이마 위로 올려붙였다.장소월은 예전에 봤던 강용의 여자친구가 아닌 것 같았다. 한창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을 때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그녀를 향해 쏘아졌다.그의 눈빛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재밌냐?장소월은 그와 몇 초간 시선을 맞춘 뒤 덤덤한 표정을 짓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810214를 누르니 문이 열렸다. 이 숫자는 백윤서의 생년월일이었는데 오늘 전연우가 누르는 것을 보고 기억한 것이었다.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거실 불은 켜져 있었지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녀를 위해 켜놓은 듯했다.문을 닫고 소파가 눈에 들어오니 조금 전 흥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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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오부연이 돌아간 뒤.강영수는 또다시 핸드폰을 켰다. 마음속의 기대가 완전히 사라졌다.순간 답답함에 들고 있던 책을 내팽개쳐버렸다. 그 바람에 가치가 2억에 달하는 유명 화가의 그림이 찢어지고 말았다.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그 소리를 들은 오부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도련님은 또다시 타락하고 말 것이다. 이제야 어렵게 회사의 모든 것을 손에 넣었는데 쓰러진다면 도련님에게 분명 이로울 게 없을 것이다.도련님은 강씨 가문 어르신과 사모님, 그리고 인씨 가문 전 사모님의 지지가 있어야만 안정된 보좌에 앉을 수 있다.이토록 중요한 시기엔 절대 아무 일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오부연은 아무리 신통한 약재라도 소월 아가씨의 존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도련님의 병이 다시 재발했을 때 예전처럼 자신을 해치는 일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장소월은 숙제를 해야 한다는 핑계로 강영수와의 문자를 끝내고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씻고 나니 12시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다.다음 날 여섯 시, 그녀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오 아주머니는 이미 음식을 차리고 기다리고 있었다.장소월은 식탁에 자리 잡고 앉았다. 전연우도 평소보다 일찍 깨어나 방에서 나와 그녀와 마주 앉았다.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식사에만 열중했다. 오랜만에 맞이한 평화였다.오 아주머니는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유리컵에 담은 뒤 오늘의 점심 도시락과 함께 장소월의 앞에 놓아주었다.“따뜻한 우유예요. 잊지 말고 마셔요.”“네.”“진통제 드셨어요? 아직 아파요?”생리통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장소월이 대답했다.“많이 나아졌어요.”“힘들면 저한테 전화해요.”“학교에 양호실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예요.”시계를 보니 곧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었다. 그녀는 절반가량 먹은 죽 그릇을 내려놓고 일어섰다.“저 버스를 타야 해요. 이만 갈게요.”“아가씨, 도시락을 갖고 가요.”장소월은 몸을 돌려 도시락통과 우유를 챙기고는 다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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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이런 일이 있을 때면 학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제운 고등학교 임원들이 빠르게 모습을 드러낸다.우연히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 소월 아가씨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진봉은 곧바로 대표님에게 보고했다.의자에 앉아 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남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장소월이 다쳤다고? 왜 이제야 나한테 알려주는 거야? 학교 쪽은 어떻게 됐어?”진봉이 말했다.“학교 측에서 처리 중입니다.”강영수는 몇천만 원짜리 만년필을 덮고 서류를 내려놓았다.“회의를 뒤로 미루고 학교 쪽에 전달해. 일은 내가 해결하겠다고 말이야.”진봉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강한 그룹은 제운 고등학교의 가장 큰 투자사지만 대표가 직접 출마할 필요는 없다. 회사 일에 비하면 학교에서 발생한 모든 일은 한없이 보잘것없다. 18살 소녀 한 명을 너무 과도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소월 아가씨의 일에 부딪히면 대표님은 사리 분별을 못하는 듯하다.하지만 그 여자와 소월 아가씨를 비교하면...아마 오직 소월 아가씨만이 깊은 어둠 속에 빠진 대표님을 끄집어 내올 수 있을 것이다.지나간 고통을 잊어버리고서 말이다....제운 고등학교.아침 자습 시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장소월은 교장 사무실에 불려갔다. 인시윤도 함께 가야 했지만 인씨 가문의 위치 때문에 차마 귀한 집 아가씨는 부르지 못했다.장소월은 무슨 일 때문인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기에 묻지 않았다.한결이 그녀의 앞으로 걸어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번 일은 이미 투자자들 귀에까지 들어갔어. 하지만 안심해. 학교 측에서 널 보호해줄 테니까. 안에 들어간 뒤 아무 말도 하지 마. 다른 사람이 너 대신 해결해 줄 거야.”장소월은 고개를 숙이고 한결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분명 피해자는 그녀 자신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하고 무겁단 말인가.엽준수의 이모와 삼촌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잔혹한 욕설을 퍼부었다.“나쁜 년, 넌 내 동생을 죽이고 내 조카를 감옥에 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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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50세 남짓한 남자가 일어서 분노에 찬 얼굴로 책상을 퍽 치며 말했다.“너 그게 무슨 뜻이야! 내 동생은 죽어도 싸다는 거야?”“그럼 저는요? 전 무슨 잘못이 있어서 다쳐야 하는 건데요? 그리고 엽준수에게 칼에 찔려 아직도 병원에 누워있는 친구는 또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장소월은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 어머니를 잃고 감옥에 갔다고 하여 상대방 쪽 잘못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사망자를 존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그들은 6,70년대 생으로 시골에서만 생활했기에 교육을 받지 못했고 법률 지식도 아주 희박하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말해도 그들을 이해시킬 수 없었다.하지만 장소월은 시골 사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할머니는 어릴 적 시골에서 살았었는데 당시엔 먹고 입는 것조차 구하기 힘들었고 글자도 깨우치지 못한 문맹이었다. 할아버지는 쌀 한 가마니를 대가로 할머니를 아내로 맞이했다.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갔지만 할아버지는 동네 양아치로 빈둥거리며 살다가 34살이 되던 해에 누군가와 싸우는 바람에 숨을 거두었다.이런 불행 속에서도 할머니는 종래로 다른 사람을 원망한 적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작은 힘으로라도 곤란에 처한 사람들을 도우려 했다.“만약 그날 밤 그들이 절 구해주지 않았다면 지금 죽어있는 사람은 저였을 거예요!”“죽었다고 하여 그 사람이 옳은 행동을 한 건 아니라고요.”한결이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보기엔 제 학생의 말이 맞습니다. 엽준수의 가족분들, 저희가 이미 경찰서에 연락했으니 곧 엽준수를 데리고 올 것입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피해자는 직접 올 수 없으니 그의 친구들이 대신 올 겁니다. 그들은 그날 밤 사건의 목격자이기도 합니다.”옆에 서 있던 중년 여자가 씩씩거리던 남자를 한쪽으로 끌고 가 무언가 속삭였다.얼마 후 남자가 돌연 말을 바꾸었다.“사실 저희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필경 사람이 목숨을 잃은 일이니 천만 원만 주세요. 그럼 저희도 더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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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휴게실에 앉아있던 장소월이 따뜻한 물이 담겨 있는 컵을 감싼 채 기성은에게 물었다.“전연우가 엽준수의 일을 대체 어떻게 처리한 거예요?”기성은은 문어구에 서서 등 뒤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대답했다.“아가씨, 모르는 게 좋아요. 전 대표님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을 말끔히 해결할 거예요.”얼마 후 건물 입구에서 누군가 도착한 듯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눈앞에 나타난 사람을 본 순간 장소월은 너무 놀라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네이비색 정장에 고귀한 분위기의 강영수가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너... 여긴 왜 왔어?”뒤에 서 있던 오부연이 말했다.“강한 그룹은 제운 고등학교에 가장 많은 자본을 투자한 회사라 일이 생겼다는 소식에 온 것입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소월 아가씨죠.”강영수가 말했다.“오 집사.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죄송합니다. 도련님.”장소월은 시선을 거두고 불안한 듯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었다.“귀찮게 해서 미안해. 이번 일은 전... 오빠가 학교에 누가 되지 않게 잘 처리할 거야.”“소월아, 우리 사이에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 네 일은 이제 내 일과도 같아. 너 손 다쳤다면서? 봐봐...”강영수가 손을 내밀자 그녀는 자신의 손을 뒤로 숨기며 말했다.“난 괜찮아. 거의 다 나았어.”오부연이 말했다.“아가씨, 도련님에게 보여주세요. 도련님이 며칠 내내 아가씨를 걱정했어요.”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두 사람 사이에 오묘한 감정이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다행히 그곳엔 그들의 말을 들은 사람은 없었다.장소월은 천천히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강영수는 곧바로 그녀의 손목을 잡고 의자에 앉았다. 그 모습에 오부연은 방에서 나간 뒤 문을 닫았다.장소월은 남자와 단둘이 있는 걸 불편해하는지라 순간 몸이 경직되어 무척이나 부자연스러워 보였다.“소월아? 너 지금 날 무서워하는 거야?”강영수는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했다. 매번 단둘이 있을 때면 이렇듯 심하게 경계했다. 마치 그가 그녀를 해칠까 봐 두려워하는 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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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였다.실은 그는 정말 따뜻한 사람이다. 회사의 모든 일을 제쳐두고 그녀를 도우려 왔으니 말이다. 장소월은 서울에서 강영수의 위치를 잘 알고 있다. 이런 일에 그가 직접 나설 필요는 전혀 없지만 오직 그녀를 위해 발걸음을 한 것이다...그가 그녀에게 잘해줄 수록 그녀는 더 큰 부담감을 느꼈다. 그의 이 깊은 마음을 온전히 받아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녀도 강영수도 아직은 어린 나이이다. 앞으로 생길 가능성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그와 하룻밤이라도 함께 보내고 싶어 접근하는 여자는 아주 많다. 때문에 강영수는 여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만약 그때 그녀가 강영수를 지옥에서 끌어내온 일로 목숨을 빚졌다고 생각해 이런 은혜를 베푸는 것이라면 너무도 과분하다. 이미 충분히 갚고도 남았으니 말이다.그날 강영수가 그녀에게 준 생일 선물과 그녀를 위해 준비한 모든 것은 두 번의 생을 거쳐오면서 받은 가장 큰 서프라이즈였다.장소월은 처음부터 그에게 무언가를 받을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강영수는... 그녀의 계획 밖의 사람이다. 그녀가 그의 손을 잡을 가능성은 없다.강영수에게 지금보다 더 큰 권력이 쥐어져있어 그녀를 장씨 집안이라는 마귀소굴에서 구해낼 수 있다고 해도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한때는 다정하고 능력 있는 그에게 마음이 동하긴 했지만 말이다.“좀 괜찮아졌어?”남자가 그녀의 손가락을 어루만지며 입술에 가까이 가져갔다. 시원한 입김을 상처에 불어주니 한결 시원했다.그녀는 처음으로 그의 손등에 있는 문신을 똑똑히 보았다. 강용의 몸에 새겨진 것과 비슷했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장소월이 물었다.“이 문신 도안에 무슨 의미가 있어?”강영수가 덤덤히 말했다.“그런 거 없어. 그저 당시 꽂혔던 거로 새겼을 뿐이야.”장소월은 그의 말을 들으니 더더욱 큰 의미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더이상 캐묻지 않았다.한 시간 남짓 지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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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전연우는 학교에서 온 전화를 받은 뒤 곧바로 회의를 취소하고 학교로 달려왔다. 사실 이런 일은 기성은만 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전연우가 직접 걸음을 할 필요는 전혀 없는 일이다.기성은이 조심스레 말했다.“정말 엽준수를 퇴학시키실 겁니까? 10년의 처벌을 받게 하고요? 제가 알기론 아가씨의 행동 때문에 시작된 일입니다.”전연우가 창가 쪽 의자에 앉아 차가운 기운을 풍기며 깊은 눈동자로 그를 쳐다보았다. “너도 소월이의 잘못이라고 생각해?”“아닙니다.”“네가 누굴 위해 일하고 있는지 기억해.”전연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문 앞까지 걸어갔을 때 기성은이 자세를 곧추 세우고 말했다.“전 대표님만을 위해 일합니다.”당시 그가 전연우의 곁에 머무르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그녀의 목숨은 전연우의 것이나 다름없었다.전연우가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만들어준 것이다.전연우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너한테 월급을 주는 건 내가 아니야!”장소월은 더더욱 불안해졌다. 전연우는 학교의 일에 대해선 종래로 물은 적이 없다.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날개를 달아 장씨 가문을 박차고 나오는 건 허황된 망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이제 많이 영리해졌다. 하지만... 그 영리함 때문에 오히려 더 큰 벌을 받게 되었다.휴게실.장소월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강영수의 눈빛을 피했다.“오빠가 일을 끝낸 것 같아. 난 나가봐야겠어.”그녀는 문을 열고 다급히 걸어 나갔다. 한 손엔 강영수가 준 약을 들고서 말이다.전연우는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담배를 별로 피우지 않는다.기성은이 장소월이 오고 있음을 알리자 전연우는 채 피지 않은 담뱃불을 끄고는 휴지통에 버렸다.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전연우를 본 장소월은 저도 모르게 휴게실에서 나오는 강영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바람핀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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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진봉이 말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그날 밤 지나갔던 모든 차량을 조사해보았는데 사고 차량은 폐차장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 관한 정보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 일부러 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제 생각에 그 사고는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강영수가 눈을 질근 감았다.“조사할 필요 없어. 그런 쓰레기 같은 인간한테 시간 낭비할 필요 없으니까.”그 말을 들으니 진봉은 대표님이 이미 답을 짐작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장소월은 전연우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으며 아래로 내려갔다.학교 문 앞에서 백윤서와 인시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인시윤이 장소월에게 다가가 말했다.“너 괜찮아? 미안해! 내가 고 선생님을 찾아가는 게 아니었어. 괜히 그것 때문에 엽준수가 널 오해했잖아. 네 잘못은 하나도 없어. 그리고 나 ㅂ고 선생님한테 얘기해 네 시험지를 가져왔어. 소월아, 너 진짜 대단해!”장소월은 멍하니 시험지를 쳐다보았다.역시... 그녀는 인시윤의 힘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능력으로 합격한 것이다.이 사실을 확인하자 그녀는 마음속에서 무거운 바위를 내려놓은 것 같았다.“고... 고마워요...”“그리고...”인시윤이 장소월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우리 오빠가 넌 부담가질 필요 없다고 했어. 엽준수는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고 엄마는 요독증 말기래. 설사 이번에 치료를 받았다고 해도 수술을 견디지 못했을 거야.”“소월아, 네 잘못이 아니야. 나 이번 일로 오빠한테 처벌을 받았는데 글쎄 시를 300번이나 베끼래.”“그래...”처벌을 받는데 왜 저렇게 좋아하는 거지?“우리 오빠가 나한테 했던 두 번째 한 마디 때문에 난 처벌을 받아도 행복해.”백윤서가 말했다.“괜찮으면 됐어요. 엽준수는 감옥에 가게 되는 거예요?”전연우가 대답했다.“그럴 거야.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지.”6년 아니면 10년?전연우가 관여하면 종신형을 받을지도 모른다.천만 원을 요구했다가 한 푼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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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네가 칼을 막아줬어도 장소월은 너한테 고마워하지도 않아.”그때, 장소월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엽시연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장소월도 양반은 못 되겠네.”아직 문 앞에 서 있던 세 사람은 돌연 자리를 뜨는 장소월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장소월은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전연우를 포함한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며 장소월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고마워!”장소월이 마음을 담아 말하고는 허리를 폈다.“병원에 못 가봐서 정말 미안해. 괜찮아?”재덕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괜찮아요. 의사 선생님께서 상처가 깊지 않으니 며칠만 치료하면 된다고 했어요.”엽시연이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시끄러워! 장까지 배 밖으로 나왔는데 상처가 깊지 않다고? 이제 와 착한 척하지 말고 꺼져. 꼴 보기 싫으니까.”재덕이 엽시연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형,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내 말이 틀렸어? 예전에 우릴 얕잡아보고 무시한 게 누군지 잊었어?”“강용, 쟤 학교에서도 저렇게 착한 척해?”엽시연이 강용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예전엔 화도 잘 냈는데 지금은 많이 누르고 있어.”“전엔 내가 너희들한테 편견이 있었다는 거 인정해.”장소월이 솔직히 털어놓았다.“난 혼자 있는 게 익숙해서 너희들과 어떻게 어울려야 할지 몰랐어. 미안해.”“다시 내 소개를 할게. 난 장소월이라고 해...”그녀가 손을 내밀자 재덕이 약간 쑥스러운 듯한 얼굴로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전 재덕이에요.”“고마워.”두 사람이 손을 맞잡았다. 장소월이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다가간 순간이었다.장소월은 그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거기엔 장소월의 꾀도 숨겨져 있었다.오늘 밤 세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할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진다...하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분명 분위기는 훨씬 화기애애해질 것이다.그들과 헤어지고 인시윤과 함께 돌아가던 중 인시윤이 물었다.“너 무슨 말을 한 거야?”장소월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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