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봉이 말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그날 밤 지나갔던 모든 차량을 조사해보았는데 사고 차량은 폐차장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 관한 정보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 일부러 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제 생각에 그 사고는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강영수가 눈을 질근 감았다.“조사할 필요 없어. 그런 쓰레기 같은 인간한테 시간 낭비할 필요 없으니까.”그 말을 들으니 진봉은 대표님이 이미 답을 짐작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장소월은 전연우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으며 아래로 내려갔다.학교 문 앞에서 백윤서와 인시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인시윤이 장소월에게 다가가 말했다.“너 괜찮아? 미안해! 내가 고 선생님을 찾아가는 게 아니었어. 괜히 그것 때문에 엽준수가 널 오해했잖아. 네 잘못은 하나도 없어. 그리고 나 ㅂ고 선생님한테 얘기해 네 시험지를 가져왔어. 소월아, 너 진짜 대단해!”장소월은 멍하니 시험지를 쳐다보았다.역시... 그녀는 인시윤의 힘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능력으로 합격한 것이다.이 사실을 확인하자 그녀는 마음속에서 무거운 바위를 내려놓은 것 같았다.“고... 고마워요...”“그리고...”인시윤이 장소월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우리 오빠가 넌 부담가질 필요 없다고 했어. 엽준수는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고 엄마는 요독증 말기래. 설사 이번에 치료를 받았다고 해도 수술을 견디지 못했을 거야.”“소월아, 네 잘못이 아니야. 나 이번 일로 오빠한테 처벌을 받았는데 글쎄 시를 300번이나 베끼래.”“그래...”처벌을 받는데 왜 저렇게 좋아하는 거지?“우리 오빠가 나한테 했던 두 번째 한 마디 때문에 난 처벌을 받아도 행복해.”백윤서가 말했다.“괜찮으면 됐어요. 엽준수는 감옥에 가게 되는 거예요?”전연우가 대답했다.“그럴 거야.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지.”6년 아니면 10년?전연우가 관여하면 종신형을 받을지도 모른다.천만 원을 요구했다가 한 푼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도리
“네가 칼을 막아줬어도 장소월은 너한테 고마워하지도 않아.”그때, 장소월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엽시연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장소월도 양반은 못 되겠네.”아직 문 앞에 서 있던 세 사람은 돌연 자리를 뜨는 장소월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장소월은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전연우를 포함한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며 장소월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고마워!”장소월이 마음을 담아 말하고는 허리를 폈다.“병원에 못 가봐서 정말 미안해. 괜찮아?”재덕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괜찮아요. 의사 선생님께서 상처가 깊지 않으니 며칠만 치료하면 된다고 했어요.”엽시연이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시끄러워! 장까지 배 밖으로 나왔는데 상처가 깊지 않다고? 이제 와 착한 척하지 말고 꺼져. 꼴 보기 싫으니까.”재덕이 엽시연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형,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내 말이 틀렸어? 예전에 우릴 얕잡아보고 무시한 게 누군지 잊었어?”“강용, 쟤 학교에서도 저렇게 착한 척해?”엽시연이 강용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예전엔 화도 잘 냈는데 지금은 많이 누르고 있어.”“전엔 내가 너희들한테 편견이 있었다는 거 인정해.”장소월이 솔직히 털어놓았다.“난 혼자 있는 게 익숙해서 너희들과 어떻게 어울려야 할지 몰랐어. 미안해.”“다시 내 소개를 할게. 난 장소월이라고 해...”그녀가 손을 내밀자 재덕이 약간 쑥스러운 듯한 얼굴로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전 재덕이에요.”“고마워.”두 사람이 손을 맞잡았다. 장소월이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다가간 순간이었다.장소월은 그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거기엔 장소월의 꾀도 숨겨져 있었다.오늘 밤 세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할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진다...하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분명 분위기는 훨씬 화기애애해질 것이다.그들과 헤어지고 인시윤과 함께 돌아가던 중 인시윤이 물었다.“너 무슨 말을 한 거야?”장소월이 말했다.
마지막 수업을 남겨두고 장소월은 학교를 나섰다.오후 네 시 반, 경찰서 취조실.엽준수가 머리를 밀고 죄수복을 입은 채 어두운 눈동자로 멍하니 한곳을 쳐다보며 진술실 안에 앉아있었다. 그들은 얇은 유리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그녀는 아무도 모르게 이곳에 혼자 온 것이었다.그녀가 벽에 걸려있는 전화기를 귀에 가져갔다.엽준수도 마찬가지로 전화기를 들었지만 시선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향하지 않았다.경찰이 나가자 장소월이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여기에 온 건 아무도 모르니까.”엽준수는 이미 많은 고초를 당해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악에 받쳐 소리쳤다.“내가 어떤 꼴로 있는지 보고 싶어서 왔어? 이제 만족해? 장소월, 넌 돈 많은 부모님을 둔 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 넌 날 망쳤어. 다 너 때문이야! 너만 없었다면 난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거야! 난 그저 엄마의 치료비를 벌고 싶었을 뿐인데 너 때문에 엄마가 죽었어! 내 인생은 네가 망친 거야! 나 널 죽이지 못한 게 미친 듯이 후회돼!”장소월은 맑은 눈동자로 그를 응시하며 말했다.“엽준수, 난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가 네 인생을 망쳤다고?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돈이 있었다고 해도 네 엄마는 그 수술을 견디지 못했을 거라는 거 너도 알잖아. 넌 그냥 나한테 졌다는 걸 인정하지 못했던 거야.”장소월은 그의 동공이 당황한 듯 확장되는 것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아마 그의 정곡을 찔렀을 것이다.그녀가 말을 이어갔다.“난 예전 성적이 가장 낮은 반의 꼴등이었어. 그래서 6반에선 내가 부정행위로 반을 옮길 기회를 얻었다는 소문이 돌았었지. 그리고 내가 올림피아드 팀에 들어간 것도 넌 아마 인시윤의 도움이 작용했다고 생각해 질투하고 불공평하다고 느꼈겠지... 사실 나도 나 자신을 의심한 적 있어. 정말 다 내 잘못인가? 내가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온 건가? 라고 말이야. 하지만 지금... 난 알게 됐어. 난 틀리지 않았어. 난 그저 내 인생에 깃든 모든 불행
장소월은 떠날 때 엽준수에게 만점에 근접한 시험지를 남겨주었다.점수를 본 순간, 그는 살을 에이는 얼음 구덩이에 들어간 듯 부들부들 떨었다.그가 틀렸다.그가 틀린 것이다!장소월의 말처럼 허영심 때문에 사채까지 쓰며 억지로 제운 고등학교에 오는 게 아니었다. 엄마를 죽이고 모든 걸 망쳐버린 건 다름 아닌 엽준수 자신이다.18세 소년은 경찰서 안에서 시험지를 꽉 움켜쥔 채 서럽게 울부짖었다.그게 무엇이든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이건 변하지 않는 이 세상의 이치다!장소월이 경찰서에서 나왔을 땐 해가 뉘엿뉘엿 지고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골목길 안에서 그녀와 같은 검은색 교복을 입고 바짓자락을 거두어올린 소년이 책가방을 메고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었다. 고개를 들고 눈꽃을 바라보는 그의 옆모습은 장인이 빚어놓은 듯 준수했다. 하얀 눈꽃 한 송이가 코끝에 내려앉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렸다.강용은 입을 다물고 있으면 평소 사고뭉치 악동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장소월이 먼저 입을 열었다.“네가 왜 여기에 있어?”강용이 고개를 옆으로 젖히며 그녀에게 걸어갔다.“밥 사준다며?”“그래서 계속 이곳에서 기다린 거야?”“네가 무슨 상관이야? 네가 뭔데!”그는 항상 이런 식이다. 몇 마디만 나누면 곧바로 삐딱해진다.장소월은 그를 무시해버린 채 고개를 돌리고 걸어갔다.강용은 긴 다리를 성큼성큼 옮기며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한동안의 침묵 끝에 강용이 입을 열었다.“저번에 했던 말 여전히 유효해?”장소월은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유효기간은 이미 지났어.”“흥! 양심도 없는 년!”장소월은 사실 아주 느리게 걷고 있었다. 그 역시 일부로 발걸음을 늦추는 것 같았다.“마지막이야!”“...”“강용, 마지막이야. 내일도 오지 않으면 다시는 널 기다리지 않을 거야.”강용이 손을 뻗어 그녀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알았어.”저녁 식사는 구영관에서 하기로 했다.이곳의
강용이 언급되자 장소월은 조심스레 강영수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다.강용의 이름을 듣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순간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장소월은 자신이 사람들의 사이에서 가장 난처한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장소월은 그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이곳의 화차가 맛있어. 마셔봐.”“그래.”강영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하지만 그가 기뻐하는지 아닌지는 보아낼 수 없었다.이 차가 그의 입에 맞을까? 이곳의 차는 모두 일반적인 자스민 차라 그가 평소 마시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장해진도 평소 차를 즐겨 마시는데 그 가격은 모두 수백, 수천만 원에 달한다.주머니 속 핸드폰이 진동해 꺼내 보니 강용으로부터 짧은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일이 생겨서 못 가!」장소월은 핸드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나 전화 한 통 하고 올게.”강영수가 문신이 새겨진 손으로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그래. 다녀와.”그는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장소월은 조용한 구석으로 가 강용에게 전화를 걸었다.술집 안, 음악 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만들 정도로 크게 울려 퍼졌다.강용은 담배 연기가 자욱한 방에서 양쪽에 늘씬한 몸매의 아가씨를 안고 앉아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노래를, 어떤 사람들은 카드를 치고 있었다.강용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오만 원 짜리 한 무더기를 밀며 카드 한 장을 던졌다.그때 돌연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옆자리 아가씨를 쳐다보며 자신의 호주머니를 힐끗거렸다. 아가씨가 그의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통화버튼을 누른 뒤 강용의 귓가에 가져갔다.“누구시죠?”장소월은 핸드폰 너머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니 어디에 있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그녀는 어쩌면 처음부터 강용이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장소월은 자신의 말이 들리지 않을까 봐 전화를 끊고 문자를 보냈다.「바빠? 오늘 사지 못한 밥은 다음에 꼭 살게.」강용은 핸드폰을 힐끗 보고는 뒤집어놓고 계속하
장소월이 화장실에서 나갔을 때 오부연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소월 아가씨!”“오 집사님?”장소월은 그가 자신을 찾아온 데엔 분명 할 말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시간 괜찮으시면 저와 얘기 좀 해도 될까요?’역시!비상구로 가장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장소월이 물었다.“집사님, 무슨 일이시죠?”“아가씨, 이걸 봐주세요.”오부연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장소월이 살펴보니 저번 주에 받은 심리 검사 결과가 쓰여있었는데 심각한 우울증 판정이 내려져 있었다.환자 이름을 본 장소월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살펴봐도 분명 강영수였다.장소월은 화들짝 놀랐다.“이... 이건?”하지만 식사 자리에서든, 학교에서든 그는 정상인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도련님의 병은 완치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아무리 설득해도 도련님은 일이 바쁘단 핑계로 약을 드시지 않아요. 도련님은 성격이 점점 더 포악해지고 있어요. 저번 주주총회에선 주주 한 명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주먹을 휘둘렀어요. 이런 일은 이미 몇 차례나 발생했어요. 만약 지속된다면 주주들은 도련님의 성정을 문제 삼아 대표 자리를 내려놓으라고 요구할 수도 있어요.”“그럼... 제가 어떻게 하길 바라나요?”“도련님이 아가씨를 여러 번 도왔잖아요. 그러니까 도련님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설득해 주세요. 지금은 아가씨를 제외하곤 아무도 도련님의 마음을 돌리지 못해요.”장소월이 이마를 찌푸리며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강영수의 곁에서 몇 년을 일한 집사님도 하지 못하는 일을 몇 번밖에 만나지 않은 제가 어떻게요...”“소월 아가씨는 영리한 사람이니 도련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저번 수술하는 날엔 아가씨에게 변고가 생겼다는 말을 듣자마자 수술대를 박차고 나가 학교로 달려갔어요. 도련님께선 절대 이 말을 아가씨에게 하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렸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어요.”그는 장소월을 위해 이렇게나 많은 도움을 주었다!잠시 후 장소월은 룸에
인시윤이 말했다.“왜 웃어요!”엽시연이 연이어 부인했다.“웃은 거 아니에요. 사레에 들렸을 뿐이에요.”인시윤은 더는 엽시연에게 신경 쓰지 않고 흰송이버섯 볶음을 전연우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식지 않았는지 먹어봐요. 식었으면 하나 더 시킬게요.”장소월이 했던 말 그대로였다.장소월은 귓불이 새빨개진 채 고개를 떨구었다. 오히려 그녀가 더 부끄러워진 것이다.그녀가 그런 행동을 한 건 오직 오부연의 말 때문이었다.강영수는 병증이 악화되었고 우울증 치료제도 끊은 데다 매일 먹는 음식량도 아주 적다.강영수는 확실히 그녀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장소월은 이에 너무나도 큰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그의 상황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다. 그게 전연우의 앞이라도 말이다. 모든 사람에겐 독립적인 인격이 존재한다. 줄곧 누군가의 손에 좌지우지 당하는 노리개처럼 뭐든 그의 말대로 행동할 수는 없다.아홉 시가 되어가자 백윤서가 전연우에게 말했다.“오빠, 나 피곤해서 먼저 갈게.”전연우가 시계를 보고는 말했다.“집에 갈 시간이네. 너 내일 학교에도 가야 하잖아. 내가 데려다줄게.”인시윤이 곧바로 말을 가로챘다.“오빠, 오빠가 소월이를 데려다줘. 난 연우 씨의 차에 앉아 왔으니까 연우 씨한테 데려다 달라고 할게.”그녀는 재빨리 전연우의 손목을 잡았다.강영수는 장소월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그 눈빛을 읽은 그녀가 말했다.“그... 그래!”인시윤이 밝은 얼굴로 말했다.“그럼 그렇게 결정하자.”이어 장소월이 말했다.“엽시연, 내가 이미 차를 불러놓았으니까 타고 가. 안전에 조심하고.”엽시연과 그의 친구들은 배불리 먹고 의자에 기대 쉬고 있었다.“알았어.”장소월과 강영수가 함께 문 앞까지 걸어 나갔다. 진봉이 차를 몰고 지하주차장에서 이곳까지 올라오려면 조금의 시간이 필요하다.찬 바람을 쐬니 몸이 으스스 떨려왔다.그때 어깨 위에 외투 하나가 걸렸다.장소월이 고개를 돌려보니 강영수가 입고 온 그래이색 정장이었다.“네 옷
“까먹었어. 다음엔 꼭 챙길게.”“응.”장소월은 강영수의 차에 탔다. 차 안은 에어컨을 켜서 별로 춥지 않았고, 그 외투는 여전히 그녀의 몸에 걸쳐 있었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장소월은 차 시트에 기대어 긴 속눈썹을 감고 잠이 들었다.진봉은 백미러로 확인하고, 차 안의 불빛을 어둡게 조정했다. 차 안은 조용해서 그녀의 얕은 호흡이 잘 들릴 정도였다.강영수는 담요를 꺼내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에 덮어주었다. 장소월은 편안해서 자세를 가다듬더니, 인기척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를 통해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미안, 깼어?”부드러운 목소리였다.장소월은 고개를 숙여 담요를 내려다보고는 졸음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도착했어?”“아직 좀 남았어. 도착하면 깨워줄 테니까 계속 자.”“응.”장소월이 다시 자려는데 문득 따뜻한 손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장소월은 강영수에게 몸을 반쯤 기대고 그의 어깨를 베고 있었다.장소월은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순간 머리가 맑아졌다.자세가 친밀해서, 남들이 보기에 영락없는 커플이었다.하지만 장소월은 그를 밀어낼 수 없었고, 그가 껴안도록 내버려 두었다. 사실 그녀는 이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이유를 말할 수 없지만, 그냥 별로였다.진도가 너무 빨라서일까?그럴지도 모른다.장소월은 마음을 늦게 여는 타입이라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전연우는 그들보다 먼저 도착했으니 아마 이미 올라갔을 것이다.장소월이 가든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차는 성인 남성이 달려서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늦게 달렸다.아파트 밑.“나 혼자 올라가면 돼. 이미 늦었으니 빨리 돌아가! 도착하면 전화하고!”강영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응.”장소월은 총명해서 그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오늘 그의 행동은 이미 장소월에게 들켰다. 강영수는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작별 인사를 한 후, 그녀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떠났다.장소월은 엘리베이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