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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장소월은 떠날 때 엽준수에게 만점에 근접한 시험지를 남겨주었다.

점수를 본 순간, 그는 살을 에이는 얼음 구덩이에 들어간 듯 부들부들 떨었다.

그가 틀렸다.

그가 틀린 것이다!

장소월의 말처럼 허영심 때문에 사채까지 쓰며 억지로 제운 고등학교에 오는 게 아니었다. 엄마를 죽이고 모든 걸 망쳐버린 건 다름 아닌 엽준수 자신이다.

18세 소년은 경찰서 안에서 시험지를 꽉 움켜쥔 채 서럽게 울부짖었다.

그게 무엇이든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건 변하지 않는 이 세상의 이치다!

장소월이 경찰서에서 나왔을 땐 해가 뉘엿뉘엿 지고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골목길 안에서 그녀와 같은 검은색 교복을 입고 바짓자락을 거두어올린 소년이 책가방을 메고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었다. 고개를 들고 눈꽃을 바라보는 그의 옆모습은 장인이 빚어놓은 듯 준수했다. 하얀 눈꽃 한 송이가 코끝에 내려앉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렸다.

강용은 입을 다물고 있으면 평소 사고뭉치 악동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장소월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강용이 고개를 옆으로 젖히며 그녀에게 걸어갔다.

“밥 사준다며?”

“그래서 계속 이곳에서 기다린 거야?”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네가 뭔데!”

그는 항상 이런 식이다. 몇 마디만 나누면 곧바로 삐딱해진다.

장소월은 그를 무시해버린 채 고개를 돌리고 걸어갔다.

강용은 긴 다리를 성큼성큼 옮기며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한동안의 침묵 끝에 강용이 입을 열었다.

“저번에 했던 말 여전히 유효해?”

장소월은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유효기간은 이미 지났어.”

“흥! 양심도 없는 년!”

장소월은 사실 아주 느리게 걷고 있었다. 그 역시 일부로 발걸음을 늦추는 것 같았다.

“마지막이야!”

“...”

“강용, 마지막이야. 내일도 오지 않으면 다시는 널 기다리지 않을 거야.”

강용이 손을 뻗어 그녀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알았어.”

저녁 식사는 구영관에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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