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먹었어. 다음엔 꼭 챙길게.”“응.”장소월은 강영수의 차에 탔다. 차 안은 에어컨을 켜서 별로 춥지 않았고, 그 외투는 여전히 그녀의 몸에 걸쳐 있었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장소월은 차 시트에 기대어 긴 속눈썹을 감고 잠이 들었다.진봉은 백미러로 확인하고, 차 안의 불빛을 어둡게 조정했다. 차 안은 조용해서 그녀의 얕은 호흡이 잘 들릴 정도였다.강영수는 담요를 꺼내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에 덮어주었다. 장소월은 편안해서 자세를 가다듬더니, 인기척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를 통해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미안, 깼어?”부드러운 목소리였다.장소월은 고개를 숙여 담요를 내려다보고는 졸음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도착했어?”“아직 좀 남았어. 도착하면 깨워줄 테니까 계속 자.”“응.”장소월이 다시 자려는데 문득 따뜻한 손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장소월은 강영수에게 몸을 반쯤 기대고 그의 어깨를 베고 있었다.장소월은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순간 머리가 맑아졌다.자세가 친밀해서, 남들이 보기에 영락없는 커플이었다.하지만 장소월은 그를 밀어낼 수 없었고, 그가 껴안도록 내버려 두었다. 사실 그녀는 이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이유를 말할 수 없지만, 그냥 별로였다.진도가 너무 빨라서일까?그럴지도 모른다.장소월은 마음을 늦게 여는 타입이라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전연우는 그들보다 먼저 도착했으니 아마 이미 올라갔을 것이다.장소월이 가든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차는 성인 남성이 달려서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늦게 달렸다.아파트 밑.“나 혼자 올라가면 돼. 이미 늦었으니 빨리 돌아가! 도착하면 전화하고!”강영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응.”장소월은 총명해서 그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오늘 그의 행동은 이미 장소월에게 들켰다. 강영수는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작별 인사를 한 후, 그녀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떠났다.장소월은 엘리베이터를
30분 뒤, 불이 켜지지 않은 방에서 강영수는 전화를 받았다.여자의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도착했어?”“응.”휴대폰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내가... 오 집사님에게 물어보니 요즘 너 약 잘 챙겨 먹는다며? 좀 나아졌어?”“응, 나아졌어.”“만약 어디 아프면 제때 병원에 가.”“음.”오 집사는 약과 물 한 잔을 들고 있었지만, 방에서 통화하는 소리를 듣고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대략 5분 정도 지나 전화가 끊기자, 오 집사는 침대 머리맡의 희미한 등불을 켜고 걸어갔다.“소월 아가씨인가요?”강영수는 몸을 돌려 나지막이 말했다.“맞아. 내 병에 대해 오 집사가 모두 말해줬어?”오 집사는 부인했다.“소월 아가씨께서 먼저 물어보셨어요. 저는 적당한 부분만 골라서 말씀 드렸고요. 사실 소월 아가씨도 도련님을 많이 걱정하고 계세요. 아가씨는 집에서 잘 지내지 못해요. 그분을 위해서라도 도련님은 자기 몸을 잘 돌봐야 해요. 주주들을 설득해서 권위가 안정되어야만 아가씨를 고해에서 구해낼 수 있어요.”“맞아...”강영수는 몸을 돌려 반짝이는 거리를 보며 깊어진 눈으로 말했다.“강한 그룹을 완전히 장악해야만 나한테 진정한 권력이 생기는 거고, 소월이도 옆에 데려올 수 있어.”주주총회에서 그의 자리는 이미 대부분 주주들의 불만을 받아 현재 위치가 흔들리고 있었다.만약 철저히 해결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인간들이 완전하게 굴복할 수 있을까?“도련님, 아가씨 말대로 제때 약을 챙겨 드시고 일단 병을 고치는 건 어떨까요?”강영수는 약을 먹고 곧 잠이 들었다.그녀의 잘 자라는 말도 들었다.장소월은 한밤중에 목이 말라서 주방으로 와 물을 찾았다. 날씨가 이미 추워져 다시 물을 끓여 찬물과 뜨거운 물을 반반씩 섞은 다음 물컵을 들고 방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갑자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백윤서가 먼저 들어왔다. 그녀의 눈은 펑펑 울었는지 약간 붉었다.“윤서야, 내일 다시 얘기해.”백윤서가 아무리
“넌 이제 어린 애가 아니야. 무슨 일이든 내가 달래줄 수 없다고. 윤서야, 이번이 마지막이야!”백윤서는 전연우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고 눈물이 그의 옷자락을 적셨다. 전연우의 말은 계속 그녀의 가슴을 후벼팠다.“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오빠 곁을 떠난 적이 없어요. 늘 절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오빠... 다른 사람 좋아하지 마요. 만약 날 버린다면, 난 어떡해요.”전연우와 백윤서는 어려서부터 보육원에서 함께 자랐고, 함께 많은 일을 겪다 보니, 확실히 특별한 정이 있었다.하지만 전연우는 욕심이 많아, 지금 가진 모든 것에 전혀 만족하지 못했다.처음에 그가 원하는 것이 장씨 집안이었다면, 지금은 인시윤이 있다...전연우는 백윤서 때문에 눈앞에 보이는 권세와 지위를 포기할 수 없다. 장씨 집안은 인씨 집과 비교하면 정말 보잘것없었다.돈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지는 몰라도, 권세 앞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권력이 있으면 서울에서 막강한 힘을 휘두를 수 있고, 전생에서 그랬던 것처럼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강가를 얻으려 할 것이다.“윤서야, 난 절대 널 버리지 않아. 이 약속은 꼭 지켜.”전연우는 몇 마디 말로 백윤서를 달랬다.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고 방으로 들여보냈다.방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장소월은 전연우가 떠나기를 기다렸다.발걸음을 떼려는데, 남자가 소리 없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전연우의 차갑고 무서운 눈동자에 장소월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재밌어?”강한 압박이 그녀를 덮쳤다.장소월은 손에서 이미 차버린 물을 꽉 쥐고, 시선을 돌리며 설명했다.“물 마시려고 나왔다가, 우연히 들었어. 당신 사생활이니까 나랑 상관없고, 외부에도 함부로 말하지 않을 거야.”장소월이 한 발짝 내딛자, 전연우에게 팔이 잡혀 벽에 세게 부딪혔고, 컵의 물이 손등에 쏟아졌다.“뭐 하는 짓이야?”장소월은 불만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오 아주머니와 백윤서가 모두 집에 있는데 전연우가 과연 심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전연우는
사람은 변한다.전연우는 그녀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장소월은 확실히 변했다. 멍청하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공주에서 이제는 감히 그와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전연우는 손을 놓았다.“자신 있는 건 좋은 일이야... 소월아... 명심해! 네 성은 장씨야. 장가가 뒤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얼마나 많은 원수가 있는지 아냐고? 네가 장가의 보호에서 벗어나는 순간, 네 목숨은 원수들의 손에 놀아나는 거지. 기생으로 팔려가고, 인신매매범에게 장기가 털리고...”장소월의 얼굴빛은 순식간에 변했다. 두렵지 않다고 하면 당연히 거짓말이었다.전연우는 그녀에게 결코 자비로운 적이 없었다.장소월이 죽는다고 해서 장해진도 눈 하나 깜짝할 인간이 아니었다. 그녀는 도구에 불과했으니, 그에게 아무런 손해도 없었다.“설마 강영수가 있는 한, 네가 무사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자식도 그냥 널 심심풀이 도구로 여기는 거야. 네가 진짜 강씨 집안에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아? 그런 헛된 꿈은 버려! 밖에서 잘 생각하고 들어와.”장소월은 한 번도 강영수와 어떤 결과를 바란 적이 없었다전연우의 뒷모습이 복도에서 사라지고, 머리 위의 센서 등이 꺼지고, 장소월은 혼자 어둠 속으로 숨어버렸다.전연우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그는 정말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장소월이 다른 남자와 다정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물건을 빼앗긴 기분이 들었다.‘장소월! 내가 널 갖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널 갖는 건 허용하지 않아! 네 마음에 내가 없다고 한들, 다른 사람이 있어서도 안 돼. 아니면... 널 망쳐버릴지도 몰라!’새벽 12시 30분.장소월은 아파트 아래층에 혼자 앉아 머릿속이 텅 비었고,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줄이 끊어진 것 같았지만, 아무리 해도 연결이 안 되었다.검은 운동화 한 켤레가 보이더니, 오만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 떨어졌다.“이건 집에서 쫓겨난 건가?”장소월은 고개를 들 필요 없이 목소리를
강용은 그녀 곁에 앉아 거의 반 갑의 담배를 피웠다. 장소월은 담배 냄새를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났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들어가니 거실 불은 꺼져 있었다.거의 1시가 되어갔다.방에 들어가니 백윤서는 몸을 뒤척였는데, 그녀가 잠을 안 잤는지, 아니면 인기척에 깨었는지 알 수 없었다.장소월은 재빨리 침대에 올라가 침대 머리맡의 불을 껐다. 아마도 전연우의 말들 때문인지 장소월은 눈을 감았지만 머릿속에는 여전히 온갖 생각들로 가득했다.그녀는 밤새도록 생각에 잠겼다...아침 6시 30분.백윤서는 방에서 나와 소파에 앉아 잡지를 보고 있는 사람을 보며 순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랐다.만약 예전 같으면 먼저 다가가 아침 인사를 했을 것이다.하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고 바로 식탁 앞으로 가서 앉았다.오 아주머니는 죽을 들고 부엌에서 나와 백윤서만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소월 아가씨는요? 아직도 방에서 정리 중인가요?”“소월이 못 봤는데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안 보였어요.”오 아주머니는 걱정스러운 듯 눈살을 찌푸렸다.“설마 어젯밤에 안 들어 온 거 아닌가요? 도련님? 아가씨 못 보셨어요?”“신경 쓰지 마세요.”잡지의 빼곡히 적힌 글씨들을 그는 모두 알고 있지만,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잠시 후, 오 아주머니는 평소대로 장소월의 책상을 정리해주러 갔다. 장소월은 매일 늦게까지 책을 읽었고, 책상에 많은 책이 너부러져 오 아주머니는 늘 정리해주었다.하지만 방에 들어가 텅 빈 책상을 보고 오 아주머니는 눈꺼풀이 뛰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 곧장 옷장을 열었더니, 백윤서의 옷과 함께 놓여 있던 옷장의 절반이 텅텅 비어 있었다.장소월의 옷이 모두 사라졌다!오 아주머니는 걱정으로 가득 찬 얼굴로 급히 거실로 달려갔다.“도련님, 아가씨 옷과 짐이 사라졌어요. 설마 나간 건 아니겠죠?”전연우는 갑자기 얼굴을 찌푸리고, 형언할 수 없는 어두운 얼굴로 백윤서를 바라보았다.“난 어제 너무 깊이 잠들어서 아무런 인기
[난 당신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아.밤새도록 생각했어. 우리 서로 보기 귀찮으니, 내가 떠나는 게 맞아.오 아주머니한테는 내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잘 챙길 테니장소월.]젠장!전연우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그가 전화를 걸었을 때는 알림음이 울렸다.“지금 거신 번호는 통화 중이오니...”장소월은 그의 번호를 자동으로 끊도록 설정했다.‘감히 날 차단해? 장소월!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오빠, 어떻게 됐어요?”백윤서가 베란다로 다가가 걱정스레 물었다.전연우는 어두운 얼굴로 휴대폰을 접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일단 학교로 데려다줄게.”“하지만 아직 너무 일러요.”그녀는 아직 아침을 다 먹지 못했다.전연우가 화내는 모습을 보며 백윤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백윤서는 책가방을 챙겨 아파트에서 나왔다.아직 길이 많이 막히는 편은 아니어서 10여 분 만에 학교에 도착했다.차에 탄 백윤서는 용기 내 물었다.“오빠, 어제 소월이랑 싸웠어요?”가는 내내, 전연우는 매섭고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고, 백윤서는 감히 말을 걸지 못했다.‘오빠는 한 번도 내 앞에서 이런 얼굴을 보인 적이 없어. 이렇게 화난 모습은 처음이야. 혹시 소월이가 나가서 화가 났나?’그녀는 사실 질투가 났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백윤서는 속으로 자신을 위로했다.‘그래, 소월이는 특별하잖아. 그래도 장씨 집안의 아가씨인데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랑은 신분이 다르지. 어렸을 때부터 금의옥식 하여 모두가 꿈꾸는 인생을 살았어. 소월이는 이제 오빠를 깨끗이 포기한 것 같았어. 지금 소월이가 갑자기 떠나서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장 아저씨를 볼 면목이 없지.’“오빠, 내가 소월이 잘 설득할 테니까 걱정 마요. 만약 나랑 같이 방을 쓰는 게 불편하다고 하면, 내가 서재로 옮기거나 다른 곳에서 묵으면 되니까.”전연우의 차가운 눈동자에 찬바람이 스쳤다.“이건 내
“헐, 쟤 미쳤어? 감히 강용을 깨워?”“우리 재밌는 구경하겠네. 강용을 깨운 결과가 무엇인지 소월이가 똑똑히 체험하게 될 거야!”반에서 강용이 자는 것을 보면 아무도 감히 방해하지 못했다. 반에서 말하는 소리도 평소보다 조용했다.하지만 오늘은 이상한 날이었다. 평소에 강용은 수업에 아예 안 오거나 오후에나 오는데, 오늘은 첫 번째로 교실에 도착했다.“강용? 강용?”장소월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여러 번 불렀다.백윤서는 막 서문정과 밖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왔다.“소월아, 네가 웬일이야?”백윤서는 뒤에 엎드려 있는 사람을 보고 또 말했다.“강용 찾으러 왔어? 몸이 좀 아픈 것 같던데. 무슨 일로 찾아왔어?”‘아프다고?’장소월은 입을 오므리고 대답했다.“그럼 됐어. 다음에 다시 찾아올게.”‘오늘은 일단 푹 쉬게 하자. 어제 확실히 추웠어.’강용은 그녀에게 외투를 주었고, 자신은 검은 반소매를 입고 돌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장소월은 거의 한 시간 넘게 간접흡연을 했으니, 그 추운 날씨에 강용이 얼어 죽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사실 강용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장소월은 강용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었다.강용은 분명 장소월을 미치도록 싫어하면서...책상에 엎드린 강용은 갑자기 움직이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일어나 앉았다. 검은 머리칼이 헝클어져 있었고, 몸을 뒤로 젖히며, 나른하고 긴 눈동자로 그녀를 보았다.“무슨 일이야?’그의 목소리는 좀 잠겼고 힘이 없는 것으로 보아 진짜 몸살이 난 것 같았다.장소월은 자신의 노트를 그의 책상에 놓았다.“이건 지리와 역사 수업 노트야. 다음 주에 너 기말고사 보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전부 외우면 70-80점은 문제 없어.”강용은 노트를 넘겨보았다. 매 장마다 빼곡히 예쁜 글씨가 적혀있었다.“전부?”이 말을 들은 학급의 모든 학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강용이랑 장소월?이게 지금 실화?그들은 앙숙이었다!두 사람은 처음부터 서로를 미워했는데, 지금 강용이 장소월의 노트를 보고 있
백윤서는 웃으며 말했다.“그래!”허철도 사실 농담이었다. 그의 성적은 이미 집에서도 포기한 상태고, 그가 성공할 거란 기대도 하지 않았다.집안의 어르신은, 졸업하면 허철을 부대에 집어넣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원래 염색한 골드 머리도 어르신에 의해 깎였다.허철은 백윤서가 준 노트를 받아 한 페이지를 넘겼다. 성경책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글들이 빽빽하게 적혀있었다.사실 허철은 그냥 한 말이었고 진짜 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준 성의가 있으니 낭비할 수 없었다.저녁 두 시간 남짓한 야간 자율학습은 선생님의 감독 없이 스스로 자율에 맡겨졌다.전에 아파서 나오지 않은 바람에 장소월은 이미 몇 교시의 야간 자율학습에 참여하지 못했다.지금 그녀는 그동안의 진도를 따라잡아야 했다.그런데 며칠 만에 시험지가 십여 장이나 있었다. 비록 양면 시험지였지만, 한 면은 책에 있는 지식이고, 다른 한 면은 요점을 초과하여 문제가 비교적 어려웠다.장소월은 시험지를 풀면서, 오늘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인시윤과 다른 여자아이들이 화장실에 갔다 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하마터면 인시윤을 까먹을 뻔했다. 그녀는 오늘 한 번도 장소월을 찾아오지 않았다.‘어쩐지 오늘 조용하더라니.’아마도 저번에 인시윤에게 한 말 때문에 마음이 좀 불편했을 것이다.그래서 오늘 학교에 와서도 인시윤은 장소월을 상대하지 않았다.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장소월은 처음에 그녀와 전연우를 엮어 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저녁 식사 후, 장소월은 인시윤이 더 이상 자신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것을 느꼈다.인시윤은 성격이 활발하고 쿨했다...든든한 집안 배경도 있으니, 더 이상 장소월의 앞에서 능청맞게 행동할 필요가 없었다.인시윤이 없으니 장소월은 좀 이상했다.“시윤아, 누구랑 메시지 하는 거야?”“누구긴 누구야! 고집불통 아저씨지.”인시윤은 두 번째 줄 세 번째 자리에 앉아 평소 목소리대로 말했다. 하지만 교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