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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50세 남짓한 남자가 일어서 분노에 찬 얼굴로 책상을 퍽 치며 말했다.

“너 그게 무슨 뜻이야! 내 동생은 죽어도 싸다는 거야?”

“그럼 저는요? 전 무슨 잘못이 있어서 다쳐야 하는 건데요? 그리고 엽준수에게 칼에 찔려 아직도 병원에 누워있는 친구는 또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장소월은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 어머니를 잃고 감옥에 갔다고 하여 상대방 쪽 잘못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사망자를 존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6,70년대 생으로 시골에서만 생활했기에 교육을 받지 못했고 법률 지식도 아주 희박하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말해도 그들을 이해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장소월은 시골 사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할머니는 어릴 적 시골에서 살았었는데 당시엔 먹고 입는 것조차 구하기 힘들었고 글자도 깨우치지 못한 문맹이었다. 할아버지는 쌀 한 가마니를 대가로 할머니를 아내로 맞이했다.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갔지만 할아버지는 동네 양아치로 빈둥거리며 살다가 34살이 되던 해에 누군가와 싸우는 바람에 숨을 거두었다.

이런 불행 속에서도 할머니는 종래로 다른 사람을 원망한 적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작은 힘으로라도 곤란에 처한 사람들을 도우려 했다.

“만약 그날 밤 그들이 절 구해주지 않았다면 지금 죽어있는 사람은 저였을 거예요!”

“죽었다고 하여 그 사람이 옳은 행동을 한 건 아니라고요.”

한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보기엔 제 학생의 말이 맞습니다. 엽준수의 가족분들, 저희가 이미 경찰서에 연락했으니 곧 엽준수를 데리고 올 것입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피해자는 직접 올 수 없으니 그의 친구들이 대신 올 겁니다. 그들은 그날 밤 사건의 목격자이기도 합니다.”

옆에 서 있던 중년 여자가 씩씩거리던 남자를 한쪽으로 끌고 가 무언가 속삭였다.

얼마 후 남자가 돌연 말을 바꾸었다.

“사실 저희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필경 사람이 목숨을 잃은 일이니 천만 원만 주세요. 그럼 저희도 더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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