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부자 맞아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1275 챕터

제21화

그의 말투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강유리는 하고 싶었던 질문을 다시 삼켜야 했다.깊은 밤, 차 안에는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강유리는 두리번거리며 차의 내부 구조를 관찰했다. 그녀의 차와 아주 흡사했는데 차창으로 고개를 돌리자 준수한 남자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였다.육시준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강유리는 상대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왜 날 그렇게 보지?”육시준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서 잠시 머물다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누가 먼저 시작했어?”강유리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되물었다.“알면서 왜 물어?”그녀가 사람 머리를 책상에 박아 놓고 때렸다는 걸 알면서 이런 질문을 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CCTV는 완전하지 않아. 누군가 일부러 편집한 것 같아.”강유리는 눈을 깜빡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유강그룹 그 늙은이들이 육경서를 위한답시고 참 많은 걸 신경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남자의 깊고 속을 알 수 없는 눈동자를 마주보자 강유리는 갑자기 이런 말이 생각났다.“넌 나 육시준의 아내야… 그러니까 다른 남자랑 자꾸 엮이지 마….”어젯밤 술 취한 그가 그녀를 안고 했던 말이었다.여자는 예쁜 눈동자를 깜빡이다가 작은 손으로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먼저 때렸어.”남자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내가 일부러 사고 친 거 아니고 저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어왔어.”그녀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계속 말했다.“그 과정에서 이간질을 좀 하긴 했지만… 난 원래 예쁘고 똑똑하고 매력적이잖아? 그 쓰레기가 쉽게 넘어오더라고! 너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너랑 결혼하기로 했으니 다른 남자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게!”“바람둥이라면 더더욱 피해야지. 나 사람 보는 안목 있어. 이제 다시는 속지 않을 거야.”그녀는 주먹을 꼭 쥐고 의지를 불태웠다.육시준은 그제야 그녀가 뭘 말하려는지 알아차렸다.‘그러니까 정실 자리는 영원히 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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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소안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렇게 불만을 토로해서 걱정되어 말했더니 벌써 결정했다고?“너 신중하게 생각해! 내가 들어봐도 그 남자 절대 일반인은 아닌 것 같은데 나중에 속고 또 나보고 밤중에 술 마시러 나오라고 하지 말고!”“낯선 남자가 각자 원하는 바가 있어서 서로 손을 잡은 거잖아. 육시준은 내 돈을 노리고 결혼한다고 똑똑히 말했어. 어차피 감정이 없는 결혼인데 누가 누굴 속이겠어?”소안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탄식하듯 말했다.“그런 것까지 다 생각했구나!”강유리는 몸에 묻은 거품을 씻어내고 여유롭게 끈나시 슬립을 입었다.“남자는 책과도 같아. 천천히 읽어야 재밌는 거지. 안 그래?”소안영이 혀를 차며 말했다.“남자 손도 못 잡은 너한테서 그런 말 들으니까 이상하다. 그래서 뭘 읽어냈는데?”강유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일단 표지는 예뻐.”소안영이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설마? 겨우 표지만 읽었어? 신혼밤에 아무 일도 없었단 말이야?”강유리는 저도 모르게 반박했다.“설마.”“그래? 내가 널 너무 과소평가한 건가? 느낌이 어땠어? 겉모습이 뛰어난 그 남자가 널 실망시키지는 않았겠지?”수화기 너머로 변태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강유리는 얘기를 잘못 꺼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렇다고 둘이 아무 일도 없었다고 얘기할 수는 없었다.그러면 소안영은 또 그녀에게 강한 척만 하는 바보라고 놀려댈 게 뻔했다.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욕실 문을 열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끝내줬어. 오늘도 계속해야지….”하지만 말을 끝맺기도 전에 강유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강유리는 살짝 당황한 듯한 육시준의 눈빛을 읽었다. 아마 그도 그냥 잠만 잤을 뿐인데 자신이 이런 식으로 친구에게 떠벌릴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강유리는 다급히 핸드폰을 끄려고 했지만 실수로 스피커 버튼을 눌러 버렸다.“세상에나! 진짜 잤어? 그 사람 대단하다! 아니 외모가 얼마나 뛰어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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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그는 천천히 다가가서 그녀의 하얗고 긴 다리를 바라보다가 전등을 꺼버렸다.침실에 어둠이 찾아왔다.옆자리 매트리스가 살짝 흔들리자 강유리는 저도 모르게 육시준 쪽으로 돌아누웠다.두 사람의 피부가 얇은 천만 사이에 두고 밀착되자 서로의 온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어젯밤 어떻게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잤는지 강유리는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지만 그렇다고 쑥스럽지는 않았다.하지만 오늘 밤은 서로가 다 정신이 멀쩡한 상태였다.23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이성과 같은 침대에서 멀쩡한 정신으로 같이 누워 있는 상황. 게다가 아까 그런 도발적인 말까지 했으니….강유리는 저도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렸다.두근.두근.고요한 밤이라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하지만 그렇게 바짝 긴장한 상태로 한참을 기다려도 옆자리에 누운 남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쳇, 남자는 다 사기꾼이라더니! 오늘 했던 말은 다 거짓말이었어?’그녀는 자기만 기대했다는 생각에 조금 화가 났다.쑥스러움과 긴장감에서 분노와 실망으로 바뀐 강유리는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제야 옆에 있던 남자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육시준이 그녀를 향해 돌아눕자 탄탄한 가슴에 얼굴이 닿았다.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그제야 강유리는 짜증스럽게 고개를 들며 물었다.“왜?”졸다가 이제야 옆에 여자가 있다는 걸 알아챈 건가?남자의 차가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처음에는 가벼운 뽀뽀로 시작했다가 갑자기 돌변하더니 거친 키스가 이어졌다.강유리는 순식간에 잠기가 싹 사라졌다.여자의 작은 손은 저도 모르게 남자의 가슴으로 가 있었다.뜨거운 온도가 손끝에서 느껴졌다.“너….”“우리 어젯밤 아무 일도 없었어. 하지만 오늘은 좀 다르지.”육시준은 양팔로 그녀의 옆자리를 짚고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 뜨거운 불이 치솟고 있었다.축 가라앉은 중저음 톤의 목소리에서 뜨거운 욕망이 느껴졌다.강유리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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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저긴 LK그룹 소유잖아. 다 아는 사실인데 정말 몰랐어?”육시준은 뭔가 알아내려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는 그녀가 지금도 자신의 신분을 모른다는 걸 믿지 않았다.3년 전에 그가 귀국했을 때, 그녀 역시 비슷한 시간에 귀국했기에 소문을 못 들었다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육경서가 유강으로 갔고 어젯밤 일도 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못 느꼈을까? 아니면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걸까?강유리는 눈을 깜빡이며 그에게 물었다.“그 남자만 좋아한다는 갑부?”육시준은 당황한 표정을 금할 수 없었다.“아쉽네!”그 갑부의 손에서 건물을 빼앗아 온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였다.강유리는 망원경을 내려놓고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는 침실로 갔다. 마치 오랜 기대가 무너진 것처럼 쓸쓸하고 처량한 뒷모습이었다.육시준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 있었다.왜 그에 대한 그녀의 평가는 남자를 좋아하거나 그 방면에 문제가 있다는 게 전부인 걸까?강유리는 다시 침실로 돌아가서 잠을 청했다. 그렇게 단잠을 자던 그녀는 전화 벨소리에 잠에서 깼다.수화기 너머로 성홍주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너 대신 기소 포기 각서 썼어. 천강이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고 했으니까 경찰서에 있었던 일도 더 얘기하고 싶지 않아.”“자경원 아파트는 네 엄마 거니까 양도하기 싫은 거 이해해. 하지만 신영이랑 천강이 곧 결혼하는데 신혼집을 군림 별장에 구매하기로 했거든? 돈이 좀 부족하니 결혼선물이라고 생각하고 120억 입금해.”“네 남편 육가 놈이라며? 그러면 돈도 많을 텐데 그 정도 돈은 줄 수 있겠지?”사실 마지막 말이 성홍주의 목적이었다.경찰서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들은 그는 크게 분노하며 인맥을 총동원했지만 경찰서에서는 사람을 풀어주지 않았다. 결국 그는 보호자 신분으로 출석해서 강유리 대신 합의하고 겨우 임천강을 경찰서에서 데리고 나왔다.그런데 임천강이 한 말이 충격이었다.한국 재계 순위 1위, LK그룹 대표가 강유리의 남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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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그는 다급히 다가가서 그녀를 위로했다.“신영아, 미안해. 어젯밤 그 말은 진심이 아니었어! 오해하지 마.”성신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때는 어떻게든 육경서와 계약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어. 그게 아니었으면 그런 성격파탄자를 내가 왜 만나!”그는 그녀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성신영은 얼굴을 그의 품에 파묻고 서럽게 울었다.사실 어젯밤 이성을 되찾은 뒤에는 그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임천강은 사실 강유리가 곧 유강 엔터를 되살릴 수도 있다고 암시하고 있었다.하지만 질투에 이성을 잃은 그녀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고 그 말이 그냥 듣기 싫었다.강유리는 화려한 이목구비를 소유하고 있었다.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런 미모였다. 그리고 능력도 좋아서 유강 엔터를 맡게 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사람들은 모두가 그녀를 칭찬했다.성신영은 질투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신분부터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되는 그녀를 질투했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녀를 질투했으며 남자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그녀의 매력을 질투했다.“사실 처음부터 언니가 나보다 낫다고 생각한 거 아니야?”그녀가 훌쩍이며 물었다.“그럴 리 가! 넌 강유리보다 착하고 온순하잖아. 난 네가 대단한 사람이기를 바라지 않아. 내가 어차피 너 지켜줄 테니까.”임천강은 그녀가 울기만 하자 가슴이 아파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계속 위로했다.“여자가 아무리 대단해도 어차피 우리 결혼식을 준비해 줘야 할 입장이잖아. 장인어른이 그러셨어. 그 여자한테 결혼 선물로 큰 거 하나 받겠다고. 우린 성대한 결혼식을 치르게 될 거고 모두가 우릴 부러워할 거야.”성신영이 원했던 말이었다.그녀는 이내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심정을 추스르고 이렇게 물었다.“하지만 언니한테 그렇게 큰 돈이 있을까?”임천강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사실 그녀가 돈이 없다고 하면 차라리 편할 것 같았다.그렇다는 건 어젯밤 변호사가 사람을 잘못 봤다는 걸 증명할 수 있었다.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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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120억을 결혼선물로 내놓으라니.정말 강도가 따로 없었다.그리고 새신랑과 같이 밥 먹으러 오라니….강유리는 호박죽을 숟가락으로 저으며 생각에 잠겼다.그녀를 아무리 쥐어짜도 돈이 나오지 않으니 주의를 그녀의 남편에게 돌린 것 같았다.떠오르는 스타 성신영과 대영그룹 막내아들이 약혼한 다는 소식은 조용히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었다.연예계도 떠들썩했다.성신영은 예쁜 외모에 훌륭한 배경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데 약혼자가 재력가 집안이라니 더욱 주목을 끌었다.그것에 비하면 강유리가 거의 무너져 가는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소식은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다.토요일 저녁.성홍주는 본가에 친척과 지인들을 초대했다.강유리는 집에서 여유롭게 화장을 하고 있었다.성홍주의 비서가 사전에 연락해서 약속 시간을 꼭 지켜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강유리는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고 눈을 가늘게 뜨고 아이라인을 그리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어차피 갈 생각이면 지각은 하지 말자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물론 결혼 선물도 준비했다.화장을 마치고 나오자 소파에 익숙한 그림자가 보였다.“왜 벌써 왔어?”최근 같이 생활하면서 그녀는 육시준의 출퇴근 시간을 대략 파악하게 되었다.그는 아침 아홉 시에 나가서 저녁 여섯 시에 집에 돌아온다.늦게 돌아올 때는 있지만 일찍 들어올 때는 없었다.그런데 오늘은 퇴근 시간 전에 집에 돌아왔다.육시준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몸매를 강조한 검은색 이브닝 드레스에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 작고 청초한 얼굴. 동작 하나하나가 우아하고 매혹적이었다.“같이 본가에 가야지.”남자가 담담한 목소리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강유리는 그제야 그가 정장을 입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늠름하고 준수한 모습이었다.“같이 가려고?”강유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연한 거 아니야? 원래 나랑 같이 가려던 거 아니었어?”“그럴 것까지는 없는데?”그녀는 어차피 약혼식 깽판 부리러 가는데 짐짝은 필요 없었다.하지만 아무런 거리낌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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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참 미련한 여자였다.다른 여자들은 어떻게든 그와 엮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그녀는 자꾸만 그를 밀어냈다.오늘은 그의 부모님이 귀국하는 날이었다. 두 분은 귀국하면서 오늘 본가에 밥 먹으러 오라고 지시했다.강유리는 약혼식에 참석한다고 나갔으니 그도 어쩔 수 없이 혼자 본가로 향했다.검은색 벤틀리가 정통식 저택의 정원에 들어섰다.집안으로 들어선 육시준은 육경서가 과장된 표정으로 형수가 돈도 많고 젊은 사업가이며 예쁜데 속물도 아니라며 자랑하는 소리를 들었다.육경서는 그를 보자 놀라서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 물었다.“형은 왜 왔어?”육시준은 먼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 뒤 담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밥 먹으러 왔지.”육경서는 어색한 표정으로 입만 뻐금거렸다.육시준의 어머니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네가 밥을 왜 먹어? 네 마누라 오늘 그 불쾌한 파티에 갔다는데 넌 밥이 넘어가니? 잠깐만, 경서 너 이 자식 우리한테 거짓말한 거 아니지?”부모님이 돌아오자마자 육경서는 대박 사건이라며 육시준의 결혼 소식을 부모님께 전했다.부모님은 신부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그들은 능력, 배경 이런 거 다 떠나서 정상적인 여자면 된다고 했다.하지만 그날 그 사건이 있은 뒤로 육시준은 여자와의 모든 접촉을 차단했다.곧 서른이 되어 가는 아들이 연애도 못해서 어쩌나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 희소식이 들려온 것이다.육경서는 두 손 들고 장담했다.“제 말 사실이에요! 처음 만나고 이튿날 바로 혼인신고 했고 바로 독립해서 나갔어요!”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옆에서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육시준이 음산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육경서는 다급히 말을 돌렸다.“걱정하지 마. 누군지 얘기는 안 했어. 공개하고 싶을 때 공개해! 아니다, 그냥 형수님이 공개하고 싶을 때 공개해!”부모님은 두 형제의 대화를 들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한편으로는 황당하기도 했다.“우릴 능가하는 대단한 집안이야? 왜 공개하기 싫대?”아버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아들에게 물었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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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한편, 성가네.성신영은 약혼식은 꼭 본가에서 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다. 자기가 이 집의 아가씨라는 신분을 강조하기 좋은 곳이었다. 파티에는 상류사회 인사들과 연예계에서 사이가 각별한 친구들만 초대했다.물론 이렇게 화려한 약혼식에 언론 매체가 빠질 수 없었다.강유리는 10분 늦게 도착했다.그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메뉴가 이미 올라온 뒤였다.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기에 그녀는 알아서 구석진 곳을 찾아 음식을 먹었다.“언니는 왜 혼자 있어? 형부는?”이때 애교스러운 목소리가 그녀의 조용한 식사를 방해하고 들어왔다.고개를 돌리자 임천강의 팔짱을 끼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성신영이 보였다. 하얀색 A라인 드레스에 우아함을 강조하려고 목선을 드러냈지만 얼굴은 약간 부어 있었다.지난번 클럽에서 그녀는 약혼식장에 멍든 얼굴로 나오게 하려고 일부러 더 세게 때렸다.그래도 메이크업아티스트가 워낙 실력이 좋은지 멍은 완벽히 가려졌고 전체적으로 핑크톤을 많이 써서 사랑스러움을 강조했다.성신영은 강유리가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자 갑자기 얼굴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솔직히 강유리의 화려한 아름다움에 비해 자신은 미운 오리새끼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더 좋지 않았다.짓밟힌 자존감은 참을 수 없는 질투와 분노로 바뀌었다.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강유리에게 물었다.“언니,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 못 알아보겠어?”강유리는 시선을 거두고 담담한 목소리로 대꾸했다.“며칠 안 본 사이에 더 못생겨졌네.”성신영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그녀는 애써 분노를 수습하고 서러운 눈빛으로 임천강을 바라보았다.그런데 임천강은 강유리에게서 취한 듯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팔짱을 낀 손에 힘을 주며 언성을 높였다.“오빠!”임천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손을 다독이며 강유리에게 물었다.“유리야, 장인어른은 네 남편도 같이 데려오라고 하셨다던데 왜 혼자 왔어?”그는 인상을 쓰며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강유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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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성신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눈빛으로 임천강을 바라보았다.임천강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역시, 이 여자는 아직 날 잊지 못 했어.’그는 성신영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내고는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신영이 뿐이야. 난 너한테 기회를 줬어. 네가 그걸 거절한 거고.”그가 말한 기회는 바람 피운 것을 들킨 날에 그가 너랑 결혼은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었다.강유리는 그와 입씨름을 하기도 귀찮아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성신영이 그녀의 팔목을 잡으며 말했다.“언니, 우리 얘기 좀 해.”말을 마친 그녀는 임천강에게 애교스러운 목소리로 좋게 대화로 풀겠다고 말했다.임천강도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인상을 쓰며 자리를 떠났다.어차피 강유리가 자신을 잊지 못했다는 걸 확인한 걸로도 충분했다.임천강이 떠나자 성신영은 부드러운 미소를 싹 지우고 경멸에 찬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언니, 들었지? 천강 오빠는 나만 사랑해!”“그래. 평생 둘이 행복하게 살아.”강유리는 살짝 손을 빼며 말했다.성신영은 그녀의 차가운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천강 오빠가 정말 언니를 걱정해서 그런 말을 한 것 같아? 오빠는 그냥 육경서랑 계약하고 싶은 거뿐이라니까? 그러니까 우리 천강 오빠한테서 멀리 떨어져! 평생 언니는 나한테 상대가 안 되니까!”성신영은 아무리 연기라도 임천강이 강유리에게 잘해주는 게 기분 나빴다.임청강은 그녀의 남자였고 가문의 재산도 모두 그녀의 것이어야만 한다.육경서?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언니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천강 오빠는 나를 선택했잖아? 그리고 언니는 나한테 결혼 선물을 해줘야 하는 입장이고!”의미심장한 말을 마친 성신영은 미련없이 뒤돌아섰다.강유리는 인상을 쓰며 그녀의 뒷모습을 쏘아보았다.약혼식이 정식으로 시작되었다.성홍주는 무대 위에서 감개무량한 얼굴로 축사를 말한 뒤, 가족을 사랑하는 장녀가 동생을 위해 큰 선물을 준비했다면서 그녀를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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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분위기가 순간 이상해졌다.박수 소리도 뜸해졌다.성신영 모녀가 어디 출신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냥 원래 이 집 안주인인 강민영이 세상을 떠나고 이들 모녀가 나타났다는 것만 기억했다.지금의 사모님은 성홍주의 첫사랑이었기에 사람들은 그녀가 도시에서 자랐다고 생각했다.아무도 그들의 출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그런데 강유리가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고의인 건지는 모르지만….성홍주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강유리가 이렇게까지 가문의 체면은 안중에도 없이 사람들 앞에서 망신줄 줄 몰랐다. 하지만 그가 무대에 초대한 거라 당장 내려가라고 할 수도 없었다.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이번 시즌 수익이 얼마나 되는데?”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강유리 손에서 돈이라도 받아와야 했다.“제가 유강 엔터를 물려받기 전에는 아버지가 경영하셨죠? 시즌 실수익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버지가 가장 잘 아시겠죠.”강유리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담담하게 대꾸했다.성홍주도 침착한 목소리로 응대했다.“유강 그룹에 소속된 기업이 얼마나 많은데 언제 잘 나가지도 않는 엔터 사업을 신경 쓰겠어?”강유리는 그가 드디어 엔터 사업이 불황이라는 것을 인정하자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성홍주는 순간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그래요? 그럼 제가 돌아가서 장부 잘 정리해서 공개할까요?”여자는 눈을 깜빡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성홍주의 동공이 순식간에 확장되었다.유강엔터는 사실 매년 적자였다. 다른 기업에서 돈을 끌어다 쓰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흑자로 보여도 사실 모든 게 가짜였다.가짜 장부가 세상에 공개되면 그는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강유리!”“그래야 신뢰를 줄 수 있죠. 안 그러면 제가 돈을 빼돌렸다고 생각하면 어떡해요?”그녀는 순진무구한 미소를 지으며 성홍주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이건 공공연한 도전장이었다.성홍주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리에서 힘이 풀리고 식은땀이 났다.옆에 있던 왕소영은 다급히 그를 부축하며 비서에게 쫓아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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