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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그는 천천히 다가가서 그녀의 하얗고 긴 다리를 바라보다가 전등을 꺼버렸다.

침실에 어둠이 찾아왔다.

옆자리 매트리스가 살짝 흔들리자 강유리는 저도 모르게 육시준 쪽으로 돌아누웠다.

두 사람의 피부가 얇은 천만 사이에 두고 밀착되자 서로의 온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어젯밤 어떻게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잤는지 강유리는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지만 그렇다고 쑥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 밤은 서로가 다 정신이 멀쩡한 상태였다.

23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이성과 같은 침대에서 멀쩡한 정신으로 같이 누워 있는 상황. 게다가 아까 그런 도발적인 말까지 했으니….

강유리는 저도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렸다.

두근.

두근.

고요한 밤이라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

하지만 그렇게 바짝 긴장한 상태로 한참을 기다려도 옆자리에 누운 남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쳇, 남자는 다 사기꾼이라더니! 오늘 했던 말은 다 거짓말이었어?’

그녀는 자기만 기대했다는 생각에 조금 화가 났다.

쑥스러움과 긴장감에서 분노와 실망으로 바뀐 강유리는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제야 옆에 있던 남자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육시준이 그녀를 향해 돌아눕자 탄탄한 가슴에 얼굴이 닿았다.

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그제야 강유리는 짜증스럽게 고개를 들며 물었다.

“왜?”

졸다가 이제야 옆에 여자가 있다는 걸 알아챈 건가?

남자의 차가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처음에는 가벼운 뽀뽀로 시작했다가 갑자기 돌변하더니 거친 키스가 이어졌다.

강유리는 순식간에 잠기가 싹 사라졌다.

여자의 작은 손은 저도 모르게 남자의 가슴으로 가 있었다.

뜨거운 온도가 손끝에서 느껴졌다.

“너….”

“우리 어젯밤 아무 일도 없었어. 하지만 오늘은 좀 다르지.”

육시준은 양팔로 그녀의 옆자리를 짚고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 뜨거운 불이 치솟고 있었다.

축 가라앉은 중저음 톤의 목소리에서 뜨거운 욕망이 느껴졌다.

강유리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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