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미련한 여자였다.다른 여자들은 어떻게든 그와 엮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그녀는 자꾸만 그를 밀어냈다.오늘은 그의 부모님이 귀국하는 날이었다. 두 분은 귀국하면서 오늘 본가에 밥 먹으러 오라고 지시했다.강유리는 약혼식에 참석한다고 나갔으니 그도 어쩔 수 없이 혼자 본가로 향했다.검은색 벤틀리가 정통식 저택의 정원에 들어섰다.집안으로 들어선 육시준은 육경서가 과장된 표정으로 형수가 돈도 많고 젊은 사업가이며 예쁜데 속물도 아니라며 자랑하는 소리를 들었다.육경서는 그를 보자 놀라서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 물었다.“형은 왜 왔어?”육시준은 먼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 뒤 담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밥 먹으러 왔지.”육경서는 어색한 표정으로 입만 뻐금거렸다.육시준의 어머니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네가 밥을 왜 먹어? 네 마누라 오늘 그 불쾌한 파티에 갔다는데 넌 밥이 넘어가니? 잠깐만, 경서 너 이 자식 우리한테 거짓말한 거 아니지?”부모님이 돌아오자마자 육경서는 대박 사건이라며 육시준의 결혼 소식을 부모님께 전했다.부모님은 신부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그들은 능력, 배경 이런 거 다 떠나서 정상적인 여자면 된다고 했다.하지만 그날 그 사건이 있은 뒤로 육시준은 여자와의 모든 접촉을 차단했다.곧 서른이 되어 가는 아들이 연애도 못해서 어쩌나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 희소식이 들려온 것이다.육경서는 두 손 들고 장담했다.“제 말 사실이에요! 처음 만나고 이튿날 바로 혼인신고 했고 바로 독립해서 나갔어요!”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옆에서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육시준이 음산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육경서는 다급히 말을 돌렸다.“걱정하지 마. 누군지 얘기는 안 했어. 공개하고 싶을 때 공개해! 아니다, 그냥 형수님이 공개하고 싶을 때 공개해!”부모님은 두 형제의 대화를 들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한편으로는 황당하기도 했다.“우릴 능가하는 대단한 집안이야? 왜 공개하기 싫대?”아버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아들에게 물었다. 사
한편, 성가네.성신영은 약혼식은 꼭 본가에서 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다. 자기가 이 집의 아가씨라는 신분을 강조하기 좋은 곳이었다. 파티에는 상류사회 인사들과 연예계에서 사이가 각별한 친구들만 초대했다.물론 이렇게 화려한 약혼식에 언론 매체가 빠질 수 없었다.강유리는 10분 늦게 도착했다.그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메뉴가 이미 올라온 뒤였다.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기에 그녀는 알아서 구석진 곳을 찾아 음식을 먹었다.“언니는 왜 혼자 있어? 형부는?”이때 애교스러운 목소리가 그녀의 조용한 식사를 방해하고 들어왔다.고개를 돌리자 임천강의 팔짱을 끼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성신영이 보였다. 하얀색 A라인 드레스에 우아함을 강조하려고 목선을 드러냈지만 얼굴은 약간 부어 있었다.지난번 클럽에서 그녀는 약혼식장에 멍든 얼굴로 나오게 하려고 일부러 더 세게 때렸다.그래도 메이크업아티스트가 워낙 실력이 좋은지 멍은 완벽히 가려졌고 전체적으로 핑크톤을 많이 써서 사랑스러움을 강조했다.성신영은 강유리가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자 갑자기 얼굴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솔직히 강유리의 화려한 아름다움에 비해 자신은 미운 오리새끼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더 좋지 않았다.짓밟힌 자존감은 참을 수 없는 질투와 분노로 바뀌었다.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강유리에게 물었다.“언니,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 못 알아보겠어?”강유리는 시선을 거두고 담담한 목소리로 대꾸했다.“며칠 안 본 사이에 더 못생겨졌네.”성신영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그녀는 애써 분노를 수습하고 서러운 눈빛으로 임천강을 바라보았다.그런데 임천강은 강유리에게서 취한 듯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팔짱을 낀 손에 힘을 주며 언성을 높였다.“오빠!”임천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손을 다독이며 강유리에게 물었다.“유리야, 장인어른은 네 남편도 같이 데려오라고 하셨다던데 왜 혼자 왔어?”그는 인상을 쓰며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강유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되
성신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눈빛으로 임천강을 바라보았다.임천강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역시, 이 여자는 아직 날 잊지 못 했어.’그는 성신영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내고는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신영이 뿐이야. 난 너한테 기회를 줬어. 네가 그걸 거절한 거고.”그가 말한 기회는 바람 피운 것을 들킨 날에 그가 너랑 결혼은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었다.강유리는 그와 입씨름을 하기도 귀찮아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성신영이 그녀의 팔목을 잡으며 말했다.“언니, 우리 얘기 좀 해.”말을 마친 그녀는 임천강에게 애교스러운 목소리로 좋게 대화로 풀겠다고 말했다.임천강도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인상을 쓰며 자리를 떠났다.어차피 강유리가 자신을 잊지 못했다는 걸 확인한 걸로도 충분했다.임천강이 떠나자 성신영은 부드러운 미소를 싹 지우고 경멸에 찬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언니, 들었지? 천강 오빠는 나만 사랑해!”“그래. 평생 둘이 행복하게 살아.”강유리는 살짝 손을 빼며 말했다.성신영은 그녀의 차가운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천강 오빠가 정말 언니를 걱정해서 그런 말을 한 것 같아? 오빠는 그냥 육경서랑 계약하고 싶은 거뿐이라니까? 그러니까 우리 천강 오빠한테서 멀리 떨어져! 평생 언니는 나한테 상대가 안 되니까!”성신영은 아무리 연기라도 임천강이 강유리에게 잘해주는 게 기분 나빴다.임청강은 그녀의 남자였고 가문의 재산도 모두 그녀의 것이어야만 한다.육경서?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언니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천강 오빠는 나를 선택했잖아? 그리고 언니는 나한테 결혼 선물을 해줘야 하는 입장이고!”의미심장한 말을 마친 성신영은 미련없이 뒤돌아섰다.강유리는 인상을 쓰며 그녀의 뒷모습을 쏘아보았다.약혼식이 정식으로 시작되었다.성홍주는 무대 위에서 감개무량한 얼굴로 축사를 말한 뒤, 가족을 사랑하는 장녀가 동생을 위해 큰 선물을 준비했다면서 그녀를 무대로
분위기가 순간 이상해졌다.박수 소리도 뜸해졌다.성신영 모녀가 어디 출신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냥 원래 이 집 안주인인 강민영이 세상을 떠나고 이들 모녀가 나타났다는 것만 기억했다.지금의 사모님은 성홍주의 첫사랑이었기에 사람들은 그녀가 도시에서 자랐다고 생각했다.아무도 그들의 출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그런데 강유리가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고의인 건지는 모르지만….성홍주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강유리가 이렇게까지 가문의 체면은 안중에도 없이 사람들 앞에서 망신줄 줄 몰랐다. 하지만 그가 무대에 초대한 거라 당장 내려가라고 할 수도 없었다.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이번 시즌 수익이 얼마나 되는데?”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강유리 손에서 돈이라도 받아와야 했다.“제가 유강 엔터를 물려받기 전에는 아버지가 경영하셨죠? 시즌 실수익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버지가 가장 잘 아시겠죠.”강유리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담담하게 대꾸했다.성홍주도 침착한 목소리로 응대했다.“유강 그룹에 소속된 기업이 얼마나 많은데 언제 잘 나가지도 않는 엔터 사업을 신경 쓰겠어?”강유리는 그가 드디어 엔터 사업이 불황이라는 것을 인정하자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성홍주는 순간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그래요? 그럼 제가 돌아가서 장부 잘 정리해서 공개할까요?”여자는 눈을 깜빡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성홍주의 동공이 순식간에 확장되었다.유강엔터는 사실 매년 적자였다. 다른 기업에서 돈을 끌어다 쓰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흑자로 보여도 사실 모든 게 가짜였다.가짜 장부가 세상에 공개되면 그는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강유리!”“그래야 신뢰를 줄 수 있죠. 안 그러면 제가 돈을 빼돌렸다고 생각하면 어떡해요?”그녀는 순진무구한 미소를 지으며 성홍주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이건 공공연한 도전장이었다.성홍주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리에서 힘이 풀리고 식은땀이 났다.옆에 있던 왕소영은 다급히 그를 부축하며 비서에게 쫓아내라
‘한가족답네. 뻔뻔한 모습이 아주 꼭 닮았어. 그러니까 어떻게든 나한테서 돈을 뜯어내야겠다는 거지?’추악한 가족들의 얼굴을 쭉 훑어보던 강유리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오늘은 돈 때문에 온 거 맞아요.”강유리의 말에 성홍주를 비롯한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유강엔터의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아빠도 알고 계셨죠? 하루, 이틀만에 이렇게 된 건 아닐 테고... 그런데 놀랍게도 회계 장부는 해마다 흑자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기록이 되어 있더군요...”“너 그게 지금...”성홍주의 낯빛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일단 아버지께 만회할 기회를 드릴까 해요. 3개월 안에 회계 장부 상태 그대로 돈 채워넣으세요. 안 그럼 회사 대표로서 이 사실을 이사들에게 알릴 수박에 없으니까요.”말을 마친 강유리가 우아하게 돌아서려던 그때, 성홍주가 성한일에게 눈치를 주었다.이에 바로 문을 닫은 성한일이 차가운 얼굴로 강유리를 노려보았다.“누나, 우리 가족끼리 이러지 말자. 웬만하면 좋게 말로 해결하는 게 좋지 않겠어?”강유리가 반박하려던 그때, 성홍주의 근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그 동안 널 너무 오냐오냐 한 것 같구나. 한일아, 무릎 꿇려.”한편, 검은색 벤틀리.조수석에 앉은 육경서가 태블릿 PC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육시준을 자꾸만 힐끔힐끔 돌아보고 있다.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분주한 육경서의 모습에 참다 못한 육시준이 미간을 찌푸렸다.“할 말 있으면 그냥 해.”“형, 정말 거기 형수님 혼자 보내도 돼? 우리 형수님 괴롭힘이라도 받으면 어쩌려고.”어느새 강유리와 친해진 육경서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하지만 육시준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그럴 리가 없어.”“뭐야? 왜 그렇게 확신해. 형은 와이프 걱정도 안 돼? 형수님은 도대체 왜 형이랑 결혼한 거야.”“잘생겨서.”“뭐?”이 무슨 왕자병 말기 환자가 내뱉을만한 대사란 말인가.육경서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그때, 육시준은 드디어 태블릿 PC에서 눈을 뗐다.
육경서의 오버 리액션에 육시준은 불쾌한 얼굴로 그를 돌아본다.휴대폰과 육시준을 번갈아 바라보던 육경서가 결국 자신의 휴대폰을 건넸다.유강그룹 직원 메신저 단톡방의 메시지를 확인한 육시준이 미간을 찌푸렸다.“다들 이 기사 SNS에 공유해 주세요.”강유리의 비서가 성신영이 어린이 재단에 10억을 기부하기로 했다는 기사 링크를 보낸 것이었다.“이 사람은 누구야?”“형수님 비서. 형수님처럼 포스가 넘치는 사람이랄까?”기사를 한동안 빤히 바라보던 육시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김 기사님, 유리네 집으로 가주세요.”“알겠습니다.”육시준의 말에 차량이 바로 방향을 돌리자 육경서의 얼굴에 드디어 미소가 걸렸다.“오, 드디어 우리 형수님한테 힘을 실어주기로 한 거야? 오케이. 그럼 나도 바로 공유해야지~”톱스타인 육경서의 인기에 힘입어 기사는 바로 톱 라인에 걸리게 되었고 성신영의 팬들은 결혼이라는 경사를 앞두고 어려운 아이들에게 기부를 하는 성신영을 향해 얼굴만큼 마음도 예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한편, 스타인 엔터의 힘을 이용해 기사를 내리려던 임천강은 약속과 달리 어느새 인기 검색어로 오른 기사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한편, 강유리는 욱신거리는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탐욕으로 이미 물든 가족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싸움 되게 잘하니까 조심해!”전에 이미 강유리에게 한방 먹은 적이 있었던 성신영이 괜히 성홍주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부모님까지 다치면 큰일나니까!”그녀의 말에 건장한 보디가드 두 명이 바로 앞을 막아섰다.일촉즉발의 순간.“똑똑똑!”급박한 노크소리에 바로 문 근처에 서 있던 성한일이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누구야?”이에 문 밖에 서 있던 임강준이 젠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임강준입니다. 저희 대표님께서 사모님과 함께 댁으로 들어가겠다고 하셔서요.”‘이 목소리... 귀에 익은데. 어디서 들어봤더라?’강유리가 미간을 찌푸렸다.한편, 성홍주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강유리 때문에 정말 여기까지 왔다고? 계약
“그러게요.”임강준이 허리를 숙였다.육시준의 포스에 눌려 다들 말도 제대로 못하던 그때, 그나마 먼저 정신을 차린 성홍주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저기... 누구신지...”그의 질문에 임강준이 대신 대답했다.“LK그룹 육시준 대표님이십니다.”육시준, 로열엔터의 대표이자 대한민국 재계 1위 LK그룹의 주인.워낙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터라 나름 재계에서 괜찮은 지위를 가진 성홍주였지만 육시준을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아들 뻘인 남자 앞에서 쪽팔리게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대충 상황 파악을 끝낸 강유리가 쪼르르 달려갔다.“올 필요 없다고 했잖아.”하지만 육시준의 시선은 그녀의 작은 얼굴에 남은 붉은 자국으로 향했다.“다쳤어?”미간을 찌푸린 육시준이 그녀의 상처를 살짝 어루만졌다.손가락을 타고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고 전류가 흐르는 듯 찌릿찌릿한 느낌에 강유리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큼, 괜찮아. 이쪽은 내가 다 해결했으니까 집에 가자.”괜히 민망해져 그의 손길을 피한 강유리가 대답했다.“제대로 처리한 거 맞아?”육시준의 시선이 방안에 있는 다른 이들을 훑고 지나자 다들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응, 그렇다니까.”뭔가 찝찝했지만 강유리가 그렇다고 하니 육시준도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연스레 그녀의 손을 잡았다.“저기요!”바로 그때, 또랑또랑한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목소리의 정체는 성신영. 육시준을 보는 순간, 연예계에서 미남은 수도 없이 만나왔던 그녀였지만 남다른 포스와 태가 나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입을 떡 버릴 수밖에 없었다.순간 옆에 서 있는 임천강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지고 그와 자연스레 스킨십을 주고 받는 강유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질투심의 불길이 화르륵 타올랐다.‘왜! 강유리 저딴 계집애가 어떻게 저런 남자랑...’육시준과 강유리가 자리를 뜨려하자 다급해진 그녀가 한발 앞으로 다가섰다.“형부 맞으시죠? 궁금해서 그런데... 저희 언니 결혼 전에 일, 형부한테 솔직하
파티는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임천강은 하객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하루종일 웃느라 입꼬리에 경련이 날 지경이었지만 수많은 사람들 속, 육경서를 발견한 임천강의 입가에 드디어 진심어린 미소가 피어올랐다.“두 분 결혼 축하드립니다.”“별말씀을요. 저랑 신영이 사귄 지도 3년인데 결혼해야죠. 그 동안 저희 두 사람끼리 쌓은 추억, 사람들한테 자랑하고 싶은 욕심도 좀 있었고요.”임천강의 손짓에 비서가 바로 영상을 재생하기 시작했다.조명이 어두워지고 스크린에 그 동안 두 사람이 찍은 사진들이 플레이되기 시작했다.‘육경서... 나랑 별로 친분도 없는데 여기까지 왔네. 이건 분명 절호의 기회야. 어떻게든 스타인으로 영입해야 해.’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바라보며 자랑스러운 눈빛을 짓던 임천강이 육경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저랑 신영이가 사귈 때만 해도 저희 스타인도 겨우 시작 단계에 불과했고 신영이도 별 볼일 없는 신인이었죠...”“그러게요. 수많은 신랑 후보들 중에서 선택받으신 거 축하드립니다.”“네?”육경서의 뜬금없는 말과 심상치 않은 주위의 분위기에 임천강이 스크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분명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가 담긴 영상이 재생되어야 할 스크린에는 지금까지 성신영이 만나왔던 남자들과의 수위 높은 사진들이 나오고 있었다.1분도 안 되는 영상에 나온 남자들의 얼굴만 9명 남짓.하객들의 술렁거림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뭐야? 서로 첫사랑이라고 하지 않았어?”“성신영이랑 작품 함께한 남자들이 대부분인데. 촬영 스냅컷 같은 게 아닐까?”“저 사진들 수위를 봐. 그게 말이 돼?”“...”잠깐 머릿속이 새하얘졌던 임천강이 소리쳤다.“당장 꺼! 영상 당장 끄라고!”분노의 고함과 함께 임천강이 부랴부랴 백스테이지로 달려가고 그 비굴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육경서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감히 우리 형수님을 배신해? 너도 망신 한번 당해 봐라.’한편, 검은색 벤틀리 차 안.창밖을 내다보던 강유리는 연신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