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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이혼, 후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581 - 챕터 590

1299 챕터

제581화

차설아는 어색한 마음에 꼼짝 못 한 채 제자리에 굳어서고는 웃으며 말했다.“하하, 깼, 깼어요? 얼굴에 모기가 있어서 치워주려고 했죠.”“참으로 친절하시네요.”남자는 여전히 누운 자세였지만 카리스마가 넘쳤고 터프하게 긴 팔로 여자를 품에 끌어당기더니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제가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요?”차설아는 남자의 가슴팍에 반쯤 엎드리고 있었는데 섣불리 움직이지도 못했다. 발버둥 치면 오히려 더 어색한 자세로 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녀는 일부러 덤덤한 표정을 보이며 말했다.“보답은 필요 없어요, 저도 그냥 은혜를 갚은 것뿐이에요. 온밤 동안 저를 돌봐주셨잖아요. 약 먹는 것도 도와주고 피아노도 쳐줬으니 모기 하나 잡는 것쯤이야 아무 일도 아니죠.”“하긴.”남자가 느긋하고 여유롭게 말했다.“아픈 사람 돌보는 게 어디 쉬운 줄 알아요? 특히 당신은 약을 먹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다고요. 온밤 동안 고생을 하니 허리 시큰시큰하고 눈꺼풀도 무겁네요. 설마 모기 하나 잡는 것으로 퉁 칠 셈은 아니죠?”“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차설아가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이 녀석 완전 얍삽하네? 나한테 당한 거 바로 써먹어?’“뭐 별거 없어요. 어깨랑 다리 주물러주고 노래나 불러봐요.”차설아의 얼굴색은 한껏 어두워졌다.“그만하시죠? 이런 농담 좋아하지 않아요.”미스터 Q는 그제야 차설아를 놓아주고는 창밖의 쟁반 같은 밝은 달빛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저랑 얘기 좀 하고 달이나 구경하는 건 괜찮겠죠?”“네.”차설아가 손가락을 튕기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간식과 과일을 챙겨왔다.“시작하죠.”그녀는 몸에 담요를 두르고 손에 빨간 사과를 쥐더니 느긋하게 말했다.남자가 허리를 곧게 펴고는 그녀를 위아래로 살펴봤다.“이제 열은 안 나는 거예요?”“네.”“감기 기운도 없어요.”“없어요.”차설아는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는 으쓱해하며 말했다.“나 엄청 건강한 체질이에요. 감기에 걸려도 잠을 자면 바로 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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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미스터 Q는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내가 누군지 많이 중요한가요? 혹시 저에게 무슨 특수한 감정이 생긴 건가요?”“아니거든요!”차설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곧바로 설명했다.“난 그냥 당신이랑 있으면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편안한 느낌이 들어요. 당신이 소문과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아요.”“내 정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면 끝까지 캐물을 필요가 없죠. 굳이 따지자면 우리는 바이어와 셀러의 관계일 뿐이에요. 당신은 나에게 이 섬을 팔고, 나는 그 돈을 지불하는 거죠. 아주 간단해요.”“하긴!”차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어쩌면 그녀가 잠시 어리석게 행동한 것일지도 모른다.눈앞의 남자는 그저 약을 먹여주고 피아노를 연주했을 뿐인데 그녀는 바로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언제 뒤통수를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경계심을 낮췄다.차설아가 깊은숨을 들이마시더니 다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마치고는 미스터 Q에게 물었다.“이 섬이 어떤 것 같아요? 언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데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언제 돈을 지불할 수 있어요?”배성준에게 약속한 돈을 더 미룰 수는 없었으니 먼저 돈을 받고 그 구멍을 때워야 했다.미스터 Q가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이 여자, 왜 갑자기 태도가 급변한 거야? 방금까지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든다더니 갑자기 나에게 돈을 내라며 재촉하는 거야?’“섬이 마음에 드네요. 돈은 언제든지 지불할 수 있어요. 하지만...”남자가 흠칫했다. 다른 조건이 있는 게 분명했다.차설아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지. 자정 살인마라는 별명이 괜히 생긴 것도 아닐 것이고. 성심 전당포를 제대로 이름을 날리게 했으니 분명 거래하기 까다로운 사람일 것이야.’“무슨 조건이 있는데요? 말해봐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할게요.”“그 말, 확실해요?”그는 차설아를 위아래로 살펴보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차설아는 담요를 다시 몸에 꼭 두르고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나를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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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차설아는 정곡에 찔려 분노의 표정으로 말했다.“세상에 어떤 엄마가 자기 아이들이 아버지 없이 자라길 바라겠어요? 아이들 아버지가 너무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서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이 다른 상처를 받지 않도록 보호할 수밖에 없었어요.”“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요?”미스터 Q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믿을 만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요? 당신의 그 기준이 아이들의 생각보다 중요한가요? 오히려 아이들은 당신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요.”“당신이 뭘 알아요?”차설아가 반박했다.“두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내가 키웠어요. 세상에서 나보다 아이들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요. 아이들이 어떤 아버지를 원하는지 내가 알아서 판단할 수 있으니 당신이 지적할 필요는 없어요.”“정말로 고집불통이네.”미스터 Q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럼 나는 왜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왜 꼭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할 거로 생각하는데요?”‘당신이 아이들 아버지의 원수니까!’하지만 차설아는 차마 이 말을 내뱉지 못했다.“그럼 이렇게 하죠...”차설아가 난감한 얼굴을 보이자 남자가 말했다.“나한테 시간을 주는 건 어때요? 지금부터 당신이 다시 섬을 되찾아갈 때까지 내가 달이 아버지 역할을 하는 거예요. 그때도 내가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나도 포기할게요. 어때요?”미스터 Q의 말은 너무나도 의외였다.자정 살인마라고 불리는 사람이 물러설 줄이야?그녀는 남자를 바라보더니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되기는 하지만 왜...”“이유는 없어요. 그냥 달이와 인연이 있는 것 같아서요. 어쩌면 내가 전생에 달이 아빠였을지도 모르죠.”남자가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결국 돈이 필요한 차설아는 일단 미스터 Q의 제의에 동의했다.계약서를 체결한 그녀는 순조롭게 돈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워낙 새로운 것을 좋아하던 달이 녀석은 더는 그녀에게 달라붙지 않고, 미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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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차가 해안에 도착했을 때 차설아와 미스터 Q는 가는 길이 달라 헤어지려고 했다.차설아는 이 순간을 진작 바랐지만 순수한 달이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남자에게 달라붙고는 놓아주지 않으려고 했다.“아빠, 이제 헤어지는 거예요? 너무 아쉬워요. 같이 집으로 가서 엄마와 오빠랑 같이 살면 안 돼요?”“그게...”미스터 Q가 대답하기도 전에 차설아가 굳은 얼굴로 거절했다.“안 돼!”“왜 안 돼요? 엄마랑 아빠랑 달이가 같은 집에 살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달이야, 엄마 말 들어봐. 이 사람 말이야, 좋은 사람이 아니거든. 그냥 같이 놀면 모르겠는데 왜 집까지 들이려고 해? 이거 완전 나쁜 사람 집에 초대하는 격이야, 너무 위험해. 그래서 안 되는 거야.”“하지만 미스터 Q는 나쁜 사람이 아닌 좋은 사람 같아요. 우리를 해치지 않고 오히려 잘해주고 챙겨주고 있잖아요.”귀여운 달이는 이제 미스터 Q를 굳게 믿고 있었다.달이는 미스터 Q와 알고 지낸 지 이틀밖에 안 되었지만 미스터 Q가 진심으로 자기에게 잘해주는 걸 느낄 수 있었다.엄마와 똑같이 오직 그녀를 위한 순수한 마음이 느껴졌고, 충분히 믿음직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얘가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내가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차설아는 정말 화가 나 두 팔을 두르면서 말했다.“그렇게 좋으면 미스터 Q를 따라가. 엄마를 왜 따라오는 거야?”그 말을 들은 달이는 얼른 미스터 Q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는 차설아의 허벅지를 끌어안으며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질투하지 마세요. 달이는 영원히 엄마를 제일 사랑해요. 달이에게 엄마보다 더 중요한 사람은 없다고요. 두 사람 중에 굳이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엄마를 선택하죠.”“됐어, 나랑 얘기하지 마.”차설아가 고개를 홱 돌리고는 씩씩거리며 말했다.‘흥, 내가 그렇게 쉽게 달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차설아는 오늘 오는 길에도 여러 번 질투를 느꼈다. 달이에게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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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차설아는 달이가 연애에 눈이 멀어 모든 걸 포기하는 사랑밖에 모르는 여자가 되기를 바라는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얼마 후 택시는 곧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차설아는 아직 집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난리가 난 집 안의 상황을 예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배경윤은 울면서 난리를 부리고 있었고, 원이는 덤덤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원이야, 제발, 내가 부탁할게. 내 휴대폰에 있는 바이러스를 지워줘. 휴대폰에 엄청 중요한 파일이 있단 말이야, 절대 외부에 알려지면 안 돼.”“무슨 중요한 파일이 있겠어요? 한 번 봤는데 이모 셀카 사진밖에 없던데요?”“셀카 사진이 안 중요해? 이모 부탁을 들어줘. 다른 건 몰라도 휴대폰을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단 말이야. 경윤 이모가 패배를 인정할 테니까 제발 지워줘. 이렇게 부탁할게.”“패배를 인정하면 엄마가 어디로 갔는지 빨리 알려주세요. 엄마는 왜 인사도 안 하고 떠난 거예요? 엄마가 제 연락을 받지 않던데 설마 저를 버린 건 아니겠죠?”원이가 입을 삐죽 내밀더니 씩씩거리며 배경윤에게 물었다.배경윤은 죽고 싶은 마음이 다 생겼다.“그게, 나도... 나도 잘 몰라. 그냥 너를 잘 돌봐달라고 문자가 왔었어. 그리고 사라졌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 너를 돌봐주러 온 게 아니라 완전 너에게 당하고 있잖아. 무슨 어린아이가 어른보다 더 상대하기 더 까다로워? 내가...”“무슨 일이야?”차설아가 문을 열고 들어오고는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원이는 듬직하게 앉아있더니 차설아의 목소리를 듣고는 쌩 달려갔다.“엄마, 돌아오셨어요? 원이는 엄마가 원이를 버리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녀석은 엄마 뒤에 있는 사랑스러운 동생과 존경하는 민이 이모까지 발견하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달이랑 민이 이모님도 온 거예요? 정말 잘됐어요!”“오빠, 드디어 달이랑 만나게 되었네. 안아줘!”두 녀석은 반가운 마음에 서로 껴안았다.“언니, 드디어 돌아왔어? 언... 언니 아들이 어떤 짓을 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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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차설아가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흥분한 목소리로 맞장구를 쳤다.“그래, 아무나 아빠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엄청 중요한 사람이니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고. 아무 남자에게나 아빠라고 부르면 돼? 원이야, 달이가 평소 원이의 말을 잘 듣잖아. 이번에 달이를 제대로 교육해야 해.”그렇다, 차설아가 달이를 설득하기 위한 ‘최종 비밀 병기’는 바로 원이었다.그녀가 한 말이면 달이가 꼭 듣는 건 아니었지만 원이의 말은 무조건 믿으며 따랐다.아니나 다를까, 원이가 진지한 얼굴로 말하면서 달이를 교육하기 시작했다.“달이야, 오빠가 말했었잖아. 이 세상은 아주 복잡한 거라고. 엄마랑 오빠, 민이 이모, 경수 아빠랑 경윤이 이모 빼고는 우리를 접근하는 사람 모두 나쁜 사람일 수 있어. 아무 사람을 아빠로 따랐다가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면 어떻게 해? 우리를 해치려고, 심지어 엄마를 해치려고 하면 어떻게 해?”평소의 달이라면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원이의 말을 새겨듣겠지만 이번에 달이는 보기 드물게 원이의 말을 듣지 않고 반박했다.볼이 빨개진 달이는 귀여운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말했다.“오빠의 말이 맞지 않은 것 같아.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이 어디 그렇게 많겠어? 적어도 내가 만난 사람은 다 엄청 좋은 사람들이었어. 아빠도 좋은 사람이야. 엄마가 편찮으실 때 챙겨주셨고, 나랑도 놀아주고 비행기도 태워줬어. 그리고 헬리콥터도 타 하늘을 나는 느낌을 받게 해주겠다며 약속했단 말이야... 그렇게 좋은 사람이 어떻게 나쁜 사람일 수 있겠어?”차설아와 원이가 그 말을 듣고는 마음이 답답해 발을 동동 구르며 한숨을 쉬었다.“네 동생 좀 어떻게 해 봐. 이거 완전 사랑에 눈먼 여자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야? 얼른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설득해. 아니면 나중에 커서도 나쁜 남자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고생할 게 뻔해.”차설아가 원이에게 말했다.그녀는 모든 희망을 원이에게 걸었다.원이가 더 엄숙한 얼굴로 달이를 보며 말했다.“달이야, 계속 그렇게 고집을 부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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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차설아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엄숙한 얼굴로 배경윤에게 물었다.“돈을 구했다고? 벌써?”배경윤은 놀란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오빠가 은행에서 빌린 돈에 이자까지 더하면 최소 1조는 된다고 하던데 그렇게 많은 돈을 언니가 벌써 모았다고? 그럴 수가 있나?’“언니, 이 돈 어떻게 구한 거야? 설마 또...”“걱정하지 마. 다시는 그 바닥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할아버지와 약속했었어. 이 돈은 빌린 돈이야. 때가 되면 다시 돌려줘야 해.”“누구한테서 빌렸는데?”“그건 몰라도 돼. 아무튼... 문제없는 돈이니 걱정하지 마. 높은 이자가 붙은 것도 아니고 출처가 불분명한 돈도 아니니 안심하고 써도 돼.”차설아는 배경윤에게 너무 많은 걸 알리고 싶지 않아 미스터 Q와 있었던 일을 숨겼다.“그럴 리가 없어!”배경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하늘에서 이렇게 큰돈이 주어진다고? 1조가 쉽게 빌릴 수 있는 돈이야? 전체 해안시에서 돈 많은 성씨 가문을 빼고는 이 돈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네. 그래서... 설마 성씨 가문에 가서 빌린 건 아니겠지?”“그게...”차설아는 배경윤이 이런 기상천외한 생각을 할 줄은 몰랐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전체 해안시에서 1조의 큰돈을 내놓을 수 있는 가문은 성씨 가문밖에 없었으니 말이다.그래서 차설아는 아예 배경윤을 따라서 말했다.“역시 네가 눈치가 빨라 속일 수 없다니까. 성씨 가문에 가서 돈 빌린 거 맞아. 그때 나에게 미안한 짓을 한 것도 있고, 선뜻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고.”“이렇게 생각하면 성씨 가문이 완전히 매정한 것도 아니란 말이야. 만약 성도윤이 언니를 구하려다가 죽은 걸 알게 되고, 또 빌려 간 이 돈을 천신 그룹이 성대 그룹의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쓰인 걸 알게 된다면 얼마나 화가 치밀어 오를까?”“그건 내가 상관할 것 없지. 비즈니스계가 얼마나 살벌한 곳인데, 그건 그들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야. 차씨 가문이 재기할 수 있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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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배성준은 의외인 듯 놀란 표정을 보이더니 차설아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정말 돌아올 줄이야. 그래도 그 패가망신한 자식을 쉽게 안 놓아줄 생각인가 보지? 하지만 경수는 배씨 가문 도련님이라는 이름밖에 없어. 아무리 들볶는다고 해도 돈을 내놓지 못할 거라고. 그러니 얼른 다른 사람에게 빌붙는 게 좋을 거야.”그 말을 들은 배경윤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당장이라도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아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오빠가 먼저 언니에게 달라붙었거든요. 설마 설아 언니가 배씨 가문 돈을 보고 오빠를 받아줬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죠? 언니는 성씨 가문도 미련 없이 쿨하게 떠난 여자라고요. 그런데 왜 우리 배씨 가문의 돈을 탐내겠어요. 김칫국 그만 마셔요.”“닥쳐!”배성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가장 아끼는 두 자식이 모두 그의 체면을 구기고 있었으니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제가 틀린 말을 했어요? 설아 언니는 전혀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 작정하면 몇천억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데 왜 돈을 보고 오빠를 받아들였겠어요? 제발 정신을 차리세요.”“그래?”배성준의 얼굴색이 갑자기 바뀌더니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차설아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당신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찾아온 거란 말이야?”차설아가 씩 웃고는 말했다.“그래요, 돈은 이미 마련했어요. 아버님께서 약속을 지키셨으면 하는데요. 더는 경수를 괴롭히지 마세요. 그리고 약속대로 부성 그룹의 지분도 모두 넘겨주셔야 해요.”배성준이 대답했다.“당신이 돈을 갚는다면 당연히 약속을 지키지. 다만... 조건이 하나 있네. 그 조건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경수에게는 상속권도 차려지지 않을 거야.”“무슨 조건이죠? 말씀해 보세요.”“부성 그룹의 지분은 그 패가망신한 놈에게 넘겨도 돼. 앞으로 부성 그룹은 그놈의 것으로 되겠지. 하지만 당신이 그놈이랑 연을 끊어야 해. 다시는 경수의 마음을 받아주지 말라고. 두 사람 앞으로 얼굴 볼 일도 없었으면 해.”배성준이 단호하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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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배성준이 테이블을 세게 내리쳤다.“이 집에서 나 배성준의 말을 듣는 사람이 있기는 한 거야? 다들 나 화나게 만들려고 작정한 거야?”차설아는 그들이 싸우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그저 조용히 계약서에 사인하고는 말했다.“사인했어요, 그리고 돈은 경수 개인 계좌에 보낼게요. 경수에게 한 마디만 전해주세요. 그동안 저를 위해 한 모든 것이 고마웠다고요. 앞으로는 다시 만날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그대로 배씨 저택을 떠났다.허전한 마음보다는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그동안 차설아는 배경수의 도움을 무상으로 받아왔기 때문에 사실 마음의 부담이 매우 큰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배성준이 얘기를 꺼냈으니 그녀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도 자연스레 그와 선을 그을 수 있다.다만 천신 그룹은 그녀와 배경수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것이나 두 사람이 완전히 선을 긋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차설아는 이 일을 될수록 빨리 처리해야겠다며 다짐했다.배씨 저택에서.배경수는 드디어 자유를 되찾았다.배경윤이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그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있었다.“왜 아버지가 갑자기 나를 풀어주신 거야? 상속권도 넘겨주시겠다고... 설마 보스가 정말 돈을 모은 거야?”배경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배경윤을 보며 물었다.“그래, 설아 언니가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을 구한 건지 모르겠어. 그래서 아빠가 오빠를 풀어준 거고. 두 사람 계약서까지 하나 만들어 사인했어...”배경수는 계약 내용을 배경수에게 알려줬다.“젠장!”배경수는 화가 치밀어 올라 상처에 약을 채 바르지 못했는데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고는 씩씩거리며 말했다.“보스 방금 떠났지? 내가 쫓아가야겠어.”“그냥 가지 마. 내가 말했잖아, 계약 내용 중에 두 사람 다시 얼굴을 보게 된다면 설아 언니가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조항이 있다고. 지금 쫓아간다고 해도 설아 언니에게 폐만 끼칠 거야.”“무슨 계약 내용이 그래? 내가 당장 가서 찢어버리겠어.”“오빠, 좀 진정해. 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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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배경윤의 ‘좋은 방법’을 들은 배경수는 그제야 구겨진 미간을 폈다.이때 배성준이 그의 방 앞으로 다가왔는데 그는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처럼 득의양양했다.“아들, 기분이 어때? 맞은 곳은 많이 아파?”그는 기분이 좋은지 미소를 머금은 채 배경수에게 말을 걸었다.배경수는 차가운 얼굴을 보였다. 배성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씩씩거리며 말했다.“그래도 아버지가 봐주신 덕분에 이렇게 숨을 붙이고 살고 있잖아요.”“쯧쯧, 말투를 들어보니 아직도 나에게 화가 난 거야? 내가 다 너를 생각해서 그렇게 한 거 아니야. 나 배성준의 아들로 살아가는데 너에게 시집오고 싶어 하는 여자가 한둘이야? 왜 꼭 이혼한 여자에게 매달리는 건데? 그래도 그 여자가 양심은 있어. 네가 은행에서 빌린 돈을 모았다니. 이렇게 보면 넌 역시 나 배성준의 아들이야. 여자를 홀리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고.”배성준이 말하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배경수의 어깨를 툭툭 쳤다.“...”배경수의 어깨에는 아직 깊은 채찍 자국이 남아 있었다.배성준이 그 상처를 건드리자마자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는데도 배경수는 입을 꾹 다물었다.배경윤이 얼른 배경수의 편을 들어주며 분노의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왜 그렇게 매정하게 구신 거예요? 오빠가 설아 언니를 얼마나 오랫동안 쫓아다녔는데요. 이제 설아 언니가 겨우 마음을 열었는데 아빠도 참... 두 사람 사이를 그대로 갈라놓다니. 정말 독하시네요. 아빠처럼 독한 사람을 평생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이제 와서 오빠를 아들이라고 부르시는 거예요? 전에는 패가망신한 놈이라고, 때려죽이겠다고 욕하시더니. 역시 돈이 최고네요. 아빠의 마음을 돌려놨으니. 사람들이 우리 배씨 가문을 무시하는 것도 이유가 있어요, 돈에 눈이 먼 게 맞잖아요.”“안 닥쳐? 이 계집애가 가만히 보면 맨날 내 체면을 구겨!”배성준은 배경윤의 말을 듣고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막냇딸을 워낙 예뻐했기 때문에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씩 웃으며 말했다.“아빠가 일석이조인 일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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