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선 이혼, 후 집착 / Chapter 571 - Chapter 580

All Chapters of 선 이혼, 후 집착: Chapter 571 - Chapter 580

1335 Chapters

제571화

차설아는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몰라 난처한 표정이었다.만약 해바라기 섬을 사러 온 사람이라고 한다면 달이는 손에 든 호미를 들고 당장 쫓아낼지도 모른다.“엄마가 해안에서 새로 사귄 친구야.”차설아는 어쩔 수 없었는데 이렇게 소개할 수밖에 없었다.“엄마 친구였어요?”달이는 차설아의 품에서 내려와 미스터 Q의 앞에 다가가더니, 귀여운 얼굴을 쳐들고 배시시 웃으며 남자의 손을 잡고 말했다.“안녕하세요, 엄마 친구는 곧 달이 친구예요. 해바라기 섬에 오신 걸 환영해요.”미스터 Q의 딱딱하던 입꼬리에는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차갑던 마음이 달이에 의해 녹은 것이 분명했다.그는 허리를 굽혀 작은 달이의 손을 맞잡고 말했다.“안녕, 꼬마야. 나는 네 엄마의 친구일 뿐만 아니라 네 오빠의 친구이기도 해. 앞으로 우리 네 사람 아주 즐겁게 지내게 될 거야.”“좋아요!”달이는 눈을 반짝이며 서둘러 말했다.“우리 엄마는 친구가 별로 없어요. 특히 남성 친구는 더더욱. 지난 4년 동안 경수 아빠와 경윤이 이모, 두 친구밖에 없었어요. 저도 엄마가 좀 외롭다고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금 엄마에게 새 친구가 생겼다니. 앞으로 우리 엄마 잘 부탁드립니다!”“경수 아빠?”미스터 Q는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그럼 그분이 네 엄마의 남편이야?”“그건 아니에요!”달이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우리 엄마는 지금 싱글이에요. 경수 아빠는 저희 친아버지가 아니라 그저 명목상 아버지...”“콜록!”차설아는 이마를 짚고 가볍게 기침을 하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됐어, 달아. 그만 말해. 그저 평범한 친구에게 엄마의 모든 사정을 다 말해줄 필요는 없어.”달이는 천사와도 같은 아이였다. 아무런 경각심도 없는 천사 달이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 머리를 거치지 않고 다 말하는 경향이 있어 차설아를 난처하게 만들었다.미스터 Q 입가의 미소가 더 짙어지더니 손바닥으로 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 섬은 아주 아름답더구나. 아저씨에게 섬 구경 좀
Read more

제572화

“이모, 뭘 걱정하고 계시는지 편히 말씀하세요.”차설아가 묻자, 민이 이모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아가씨도 알다시피 두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해바라기 섬에서 자랐고 바깥세상을 접한 적이 없어요. 원이 도련님은 워낙 똑똑하고 경계심도 많아서 남에게 쉽게 속지 않겠죠. 하지만 달이 아가씨는 걱정이에요. 천사 같은 아가씨가 바깥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쁜 사람을 만나면 어떡해요...”“무엇보다 달이 아가씨는 타고난 체질 때문에 호흡기가 약해요. 공기 질에 대한 요구가 아주 높죠. 공기가 이렇게 좋은 해바라기 섬에서도 자주 앓는데 이곳을 떠나면 더 큰 일이잖아요?”차설아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러게요. 저도 그 부분이 걱정되긴 했어요. 하지만 달이를 계속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울 수는 없어요. 바깥세상도 경험해야 해요. 해안에서 최대한 환경이 좋은 곳으로 찾아볼게요.” “해안에서 환경이 가장 좋은 곳이라면, 두 지역의 식물 피복률이 가장 높죠. 하나는 차씨 저택의 별장 지역이고, 다른 하나는 성가 저택이 있는 안양구예요.”“이모, 제가 이번에 돌아가 보니, 차씨 저택의 별장 지역이 글쎄 쓰레기 처리 구역으로 지정되었더라고요. 곧 쓰레기 철거장으로 건설된대요...”“뭐라고요?”민이 이모는 놀랍고도 분노했다.“감히 누가 그 땅에 손을 대요? 어르신과 사모님께서 직접 고르신 땅이에요. 차씨 가문의 명맥과 직결되어있는 귀한 땅을 쓰레기 철거장으로 만든다니요! 어르신이 저세상에서 노하실 거예요.”“이모,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제가 잘 처리할 거예요. 차씨 가문은 해바라기 섬과 마찬가지로 너무 많은 추억을 담고 있어요. 두 곳 모두 제가 최선을 다해 지킬 거예요.”한편, 달이는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며 미스터 Q의 손을 잡고 그들이 사는 집에 도착했다.“아저씨,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성처럼 생겼죠? 엄마가 저는 성의 공주이고 오빠는 왕자라고 했어요...”미스터 Q는 집을 둘러보았다. 곳곳마다 아늑하고 낭만적인 분위기였다.조개껍데기로 만든 풍령
Read more

제573화

달이는 흥미진진하게 카드를 나눠주었다. 이것은 예전에 그들이 즐겼던 게임이었다. 매번 이 게임을 할 때마다 차설아와 원이만 이기고 달이와 민이 이모는 졌었다.‘이번에는 가면 아저씨가 있으니 꼭 이겨봐야지!’차설아는 미스터 Q에게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모아 양해를 구했다.“유치하긴 하지만 아이가 좋아해요. 오신 김에 아이랑 좀 놀아주세요, 부탁드려요!”미스터 Q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달이는 곧 카드를 나눠주었고, 세 사람은 카드를 펼쳤다. 흑백 조커는 미스터 Q에게, 컬러 조커는 달이에게 돌아갔다.“와, 이겼어요! 제가 이겼어요!”달이는 처음 이겨서 기뻐서 펄쩍 뛰며 미스터 Q를 한바탕 들볶을 태세였다.하지만 미스터 Q는 손님이고, 또 그들의 ‘돈줄’이라 차설아는 달이에게 일침을 가했다.“달아, 아저씨는 손님이셔. 너무 지나친 요구를 하면 안 돼.”“엄마, 안심하세요. 달이는 절대 손님을 난처하게 하지 않아요.”“그럼 아저씨와 진실 게임을 할 거야, 아니면 왕 게임을 할 거야?”“음... 왕 게임?”“좋아, 난 다 괜찮아.”미스터 Q는 오히려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달이는 미스터 Q를 빤히 쳐다보더니 반짝이는 큰 눈을 깜박거리고 깃털 가면을 가리키며 말했다.“아저씨, 그 가면을 벗어주면 안 돼요?”남자가 대답하기도 전에 차설아가 더 긴장하여 얼른 제지했다.“이건 안 돼. 다른 거로 바꿔.”미스터 Q의 가면은 금기이며, 그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되면 죽는다고 전에 배경수가 말했었다.비록 현재까지는 사람을 죽이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변태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차설아는 감히 위험을 무릅쓸 수 없었다.정상적으로 보이는 변태가 왕왕 더 무서운 법이다!“하지만 이건 룰이에요. 만약 아저씨께서 룰을 지키지 않으면 벌을 받아야 해요.”달이는 두 손을 허리에 집고 자신의 원칙을 고수했다.미스터 Q는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럼 벌을 받지. 어떤 벌을 줄 건데?”“에이, 재미없어.”달이는 실망하여
Read more

제574화

“그건...”달이는 차설아를 한번 쳐다보더니 우물쭈물하는 모습이었다. 차설아에게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게임 룰은 지켜야 해.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져.”미스터 Q는 짙은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엄숙한 말투로 달이에게 경고했다.차설아도 흥미를 느끼고 웃으며 달이를 꼬드겼다.“무슨 비밀이 있는지 엄마에게 말해봐. 엄청 궁금한데?”“그럼 제가 말할 테니, 엄마 절대 화내면 안 돼요.”달이는 눈을 껌벅이며 차설아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걱정하지 마, 엄마 화 안 낼게. 사람은 누구나 비밀이 있어. 엄마도 있는걸?”차설아는 자신이 비교적 개방적인 엄마라고 생각했다. 법을 지키는 선에서 아이들에게 독특한 생각이 있다면, 그녀는 무조건 지지하는 편이었다.“좋아요, 그럼 달이가 말할게요.”달이는 심호흡을 하고 부드럽고 작은 손으로 차설아의 손을 잡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엄마, 사실 오빠와 저는 아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비록 아버지가 없어도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엄마는 계속 말씀하셨지만, 저와 오빠는 만약 아버지가 있다면 더 행복할 것 같아요.”“그래서 말인데요. 저와 오빠에게 아버지를 찾아주면 안 되나요?”차설아는 바로 멍해졌고, 입가에 맴돌던 부드러운 미소도 굳어졌다.달이는 상황을 보고 바로 말을 바꾸었다.“엄마, 장난이에요. 저와 오빠는 아버지가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엄마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해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리고 화도 내지 마시고요.”“아니야, 내가 왜 우리 달이에게 화를 내겠어. 그저...”차설아는 멈칫하더니 조금 슬퍼졌다.“그저 달이와 오빠가 모두 아버지를 원하는 줄 몰랐어!”두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라는 빈자리에 익숙했고, 그들에게 그림책이나 동화 이야기를 들려주면 최대한 아버지 캐릭터를 제외하곤 했다.그래서 아이들은 ‘부성애’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알고 보니,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필요 없는 것이 아니었다. 두 아이가 입
Read more

제575화

그러자 옆에 있던 달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엄마, 아버지도 할 수 있고 엄마도 할 수 있지만, 아버지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기는 해요.”“뭐?”차설아와 미스터 Q는 모두 녀석을 쳐다보며 큰 호기심을 보였다.“바로 비행기죠!”“아버지는 분명 엄마보다 더 높이 들 거예요. 아버지의 높은 어깨에 앉아보고 싶어요!”녀석의 말에 차설아는 반박할 힘이 없었고 죄책감에 빠졌다.확실히 남녀 사이에는 체격 차이가 존재했으니, 남자의 듬직함이 아이들에게 더 큰 안정감을 줄 것이다. 이것은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었다.“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아저씨가 비행기 태워줄게.”미스터 Q는 갑자기 허리를 굽히고, 긴 팔을 내밀더니 달이를 가볍게 자신의 넓은 어깨에 올려놓았다.“와, 아주 높아요! 바다 전체가 다 보여요!”녀석은 깔깔 웃으며 손으로 남자의 목을 잡고 은방울 굴리는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더 높이, 아저씨, 더 높이!”이 모습은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더 따뜻하고 화목해 보였다. 차설아는 뒤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달이는 매일 즐겁고 유쾌하게 보냈지만, 이렇게 격양된 고함을 지르고 마음껏 웃음을 터뜨리는 건 처음이었다.어쩌면, 그녀는 두 아이에게 아버지를 찾아주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지도 모른다.하지만 현실은 잔인했다. 자신의 배우자를 찾는 건 쉬웠지만, 아이의 아버지를 찾는 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우선, 그녀는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기에 미혼 남성은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은 상대방에게 불공평한 일이니 말이다.그리고, 그녀는 다른 사람의 새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기에 또 많은 남성을 배제해야 했다.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그 어떤 남자도 기꺼이 남의 아이를 키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그런 사람이 설령 있다고 해도, 차설아는 상대방을 좋아해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능력을 잃은 것 같았다.최종 결론은... 너무 어렵다!민이 이모는 밥을 차려놓
Read more

제576화

“뭘 결정했는데? 엄마한테 알려줄래?”차설아는 몸을 웅크리고 앉아, 수건을 들고 부드럽게 달이의 땀을 닦아주었다.녀석은 너무 뛰어서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붉어져 아주 귀여웠다.“엄마, 방금 제가 늘 아버지를 원한다고 말했잖아요. 하지만 엄마는 아버지를 찾지 않으니, 미스터 Q 아저씨를 양아버지로 삼아 제 아버지로 만들 거예요!”달이는 별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진지하게 말했다.“안돼!”차설아는 망설임 없이 달이의 생각을 잘라버렸다.어쨌든 성도윤은 달이의 친아버지이고, 미스터 Q는 공교롭게도 성도윤과 원수지간이었다. 이 두 사람이 부녀 사이가 되는 것은 달이가 ‘적을 아버지로 삼는 것’이 아닌가?성도윤과 원한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니 이렇게 부도덕한 일을 그녀는 할 수 없었다. 그러니 달이의 결정을 더더욱 동의할 수 없었다.“왜 안 돼요?”달이는 입을 삐죽 내밀고 예쁜 얼굴에는 혼란에 가득 찼다.“미스터 Q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저를 비행기도 태워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겠다고 했어요. 달이 아버지에 아주 적합하다고요.”“이미 매수당했네. 우리 순수한 달이는 왜 이렇게 경계심이 없을까? 만약 해안으로 돌아간다면 1분 안에 인신매매범에게 유괴될 거야...”“미스터 Q 아저씨는 엄마 친구잖아요. 그래서 달이도 분명 좋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엄마도 해바라기 섬으로 데려올 리가 없잖아요?”“음... 그건 말이야...”차설아는 순간 달이의 물음에 말문이 막혔고, 괜히 찔려서 코를 만지작거리더니 말했다.“네가 아버지로 삼고 싶다고 해서 아저씨도 널 딸로 삼고 싶어 하는 건 아니잖아?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아저씨에게 너 같은 딸이 생기면 앞으로 여자친구를 찾는 데 영향이 있을 거야!”차설아는 아이의 포동포동한 볼을 꼬집으며 달랬다.“엄마 말 들어. 아무나 아버지로 삼으면 안 돼. 달이가 아버지를 원한다면 엄마가 노력해서 가능한 한 빨리 찾아줄게, 응?”이때 미스터 Q는 걸
Read more

제577화

차설아는 흐리멍덩한 머리를 내저으며 애써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그녀는 일 년에 감기도 한 번 걸리지 않는 건강한 체질인데, 찬바람을 좀 쐬었다고 해서 몸살이 난다면, 이건 부끄러운 일이었다!옆에 있던 미스터 Q는 어두운 얼굴로 묵묵히 차설아의 이마에 손등을 대더니 차갑게 말했다.“열이 이렇게 나는데 고집 피우다니. 미련하기는!”미련?흐리멍덩하던 차설아는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며 마음속에 이상한 감정이 밀려왔다.성도윤을 제외하고 두 번째로 감히 그녀를 ‘미련’하다고 말한 사람이다.그에게는 세상에 두려울 것 하나 없는 강한 카리스마가 풍겼고, 이런 카리스마도 성도윤에게만 느꼈었다.아무리 고집이 센 차설아라고 해도, 남자의 강한 카리스마에 눌려 자기도 모르게 얌전한 여자로 변하곤 했다...“엄마, 열 나세요? 많이 아파요? 달이가 호 불어주면 좀 낫지 않을까요?”달이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차설아를 꼭 안고 호호 불어주며 열을 식히려고 했다.차설아는 재빨리 몸을 피하고 민이 이모에게 말했다.“이모, 일단 전 상관하지 마시고 달이부터 챙겨주세요. 몸이 워낙 허약한 아이라 저한테 감염되면 안 돼요.”“그러네요, 달이 아가씨는 면역력이 약해서 옆에 누군가 감기에 걸리면 항상 따라서 걸리곤 했죠. 이번에는 잘 격리해야겠어요.”민이 이모는 재빨리 달이를 차설아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 끌어당기며 걱정했다.“하지만 아가씨는...”“걱정 마세요. 제가 돌봐주죠.”미스터 Q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지만, 그의 성숙하고 의젓한 모습은 왠지 믿음직스러운 느낌을 주었다.민이 이모는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죠. 이따가 제가 탕약을 끓일 테니 아가씨에게 잘 먹여주세요. 감사합니다.”민이 이모는 말을 마치고 달이를 데리고 다른 작은 집으로 향했다.차설아는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몸이 나른했지만, 남자 앞에서 너무 약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됐어요, 저 돌볼 필요 없고 계속 시찰하세요. 전 한잠 푹 자고 일어나면 돼요. 저는
Read more

제578화

차설아는 남자에게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녀는 감기에 걸렸을 뿐이지 전신 마비가 온 것도 아니니 굳이 직접 방으로 데리고 갈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여자의 방에 어떻게 낯선 남자를 들일 수 있을까?하지만 그녀는 지금 온몸이 나른해져 그와 입씨름할 힘이 별로 없었다. 그냥 누워서 푹 자고 싶어 손가락을 들어 계단을 가리켰다.“2층 첫 번째 방.”남자는 그녀를 안고 2층 침실로 향했다.차설아의 방은 그녀의 성격과 정반대였다. 귀여운 핑크색과 티파니 블루색이 어우러졌고, 인형 수공예품 같은 것들이 가득 있었다. 침대 주위에는 얇은 베젤이 달려 매우 아름답고 환상적이었다.“호랑이 같은 성격을 가진 설아 씨에게도 이렇게 귀여운 면이 있는 줄 몰랐네요.”미스터 Q는 차설아를 침대에 눕힌 뒤 그녀의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차설아는 머리가 아프고 힘이 없어 이를 악물고 말했다.“별다른 일 없으면 나가서 일 보세요. 여기서 시간 낭비할 필요 없어요.”“그건 안 되죠. 이미 민이 이모님에게 설아 씨를 잘 돌봐주겠다고 약속했어요.”“진짜 그럴 필요 없어요. 한 잠 자고 나면 괜찮아져요.”“그럼 설아 씨는 주무시죠. 전 구경할 테니.”남자는 말을 마치고는 허리를 굽혀 차설아가 피아노 뚜껑에 올려놓은 인형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차설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고, 이 눈치 없는 남자를 발로 차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체결하지 않은 전당포 계약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아예 이불을 잡아당겨 머리를 가리고 쿨쿨 잠들었다.차설아는 잠결에 민이 이모가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지만, 또 이내 나가는 것 같았다.“괜찮아요?”이불을 사이에 두고 미스터 Q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차설아는 온몸이 뜨겁고 힘이 없어서 그를 상대하기 귀찮아 눈을 감고 계속 잤다.“민이 이모가 약을 끓여왔어요. 먹고 자세요.”미스터 Q는 침대 옆에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약을 손에 들고 숟가락으로 떠서 열을 식히고 있었다.차설아는 여전히 이불 안에서
Read more

제579화

“휴, 당신 대체 왜 이래요? 제가 아프든 말든, 약을 먹든 말든, 그쪽이랑 뭔 상관이죠? 왜 자꾸 나에게...”“아무래도 제가 먹여줘야 할 것 같네요?”남자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천천히 여자에게 다가가서 차설아에게 ‘먹여’줄 포즈를 취했다.차설아는 순간 꼬리를 내리고 코를 쥐고는 인상을 찌푸리고 한 모금 마셨다.‘젠장... 너무 써!’여자는 조심스럽게 눈을 들어 기회를 잡아 ‘반칙’을 하려 했지만 남자의 살인적인 눈빛을 보고는 계속 약을 마셔야 했다.‘하느님, 맙소사, 내 팔자는 왜 이 약처럼 쓴 거야? 내 집에서 다른 남자에게 약을 먹으라고 강요당하다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경우냐고!’차설아가 고통스럽게 약을 마시는 것을 본 남자는 벌떡 일어나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더니 피아노 옆으로 가서 우아하게 앉았다.곧이어 그의 갸름한 손가락은 마치 흐르는 물처럼 흑백 피아노 건반에서 미끄러지더니 아름다운 선율이 천천히 방안을 휘감았다.차설아는 흠칫 놀랐다.‘자정 살인마라고 불리는 인간이 피아노도 칠 줄 안다고? 게다가 수준급이야!’음악은 마치 진정제처럼 그녀의 짜증 나는 마음을 한순간에 고요하게 만들었다.더 신기한 것은 그녀의 몸도 그렇게 아프지 않고, 온몸이 편안해졌다.손에 든 약도 별로 쓰지 않은 것 같았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젖히고는 약을 전부 마셨다.피아노를 치던 남자는 순식간에 몰입하더니, 심지어 눈까지 감은 채 음악에 흠뻑 취해 있었다.차설아는 약그릇을 침대 캐비닛 위에 올려놓고 침대 위에 반듯하게 누워 눈을 감았다.어느새 그녀는 잠이 들었다...은은하고 부드러운 선율 속에서 그녀는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차설아는 오색영롱한 정원에 도착했다. 공기 중에는 꽃과 풀의 향기로 가득했고 하늘도 푸르러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았다.그녀는 정원에서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매우 즐겁게 웃으며 함께 하늘 끝까지 달려갔다.그 끝자락에는 몸집이 큰 남자가 등을 돌린 채로 그들을 오래 기다린 듯했다.민이 이모는 방으로
Read more

제580화

“휴, 뭐겠어요? 성씨 가문의 둘째 아들 성도윤 도련님밖에 더 있겠어요?”민이 이모는 이 이름을 언급하며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아가씨가 전에 결혼한 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죠? 그 결혼생활에 많은 정성을 쏟았고, 성씨 가문에도 많은 정을 쏟았지만, 안타깝게도 결국 불행한 결말을 맞이했죠...”“여자는 말이에요, 아주 강하지만 정이라는 것을 만나면 집착이 되죠. 우리 아가씨는 계속 그 실패한 결혼생활에 갇혀서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미스터 Q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가면 아래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온몸에 싸늘하고 우울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모님 말씀을 들어보니, 설아 씨는 오랜 세월 동안 계속 전남편을 사랑하고 있고,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밤잠을 설치면서 불면증을 앓고 있다는 건가요?”“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죠.”“전 남편에게 벗어날 수 없는 건 꼭 사랑 때문만이 아니라, 아쉬움일 수도 있어요.”“아쉬움이요?”“맞아요, 감정이라는 건 주식과도 같잖아요. 투자를 많이 할수록 점점 헤어나올 수 없죠. 한번 손해를 보면 손을 떼기는커녕 더 많은 원금을 걸고 도박을 하고는 결국 많은 것을 잃게 되죠... 마음속에 그렇게 큰 구멍이 뚫렸는데, 어떻게 쉽게 풀릴 수 있겠어요.”민이 이모의 말은 아주 철학적이라 미스터 Q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그는 깊은 감명을 받은 듯 차갑게 말했다.“이모님 말씀이 맞아요. 감정이라는 건 주식과도 같아 승패를 결정하기 어렵죠. 유일한 해결책은 너무 많은 것을 투자하지 않는 거죠. 100%의 감정에 1%를 투자하면 언제든지 회수할 수 있고, 자연히 아쉬움도 없겠죠.”민이 이모는 이해할 수 없는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우리 아가씨에게 어떤 감정이신가요? 만약 1%의 감정만 투자할 생각이라면 흔들지 마세요. 우리 아가씨는 한 번 빠지면 나오기 어려워해요. 이미 한번 사랑의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절
Read more
PREV
1
...
5657585960
...
134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