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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휴, 당신 대체 왜 이래요? 제가 아프든 말든, 약을 먹든 말든, 그쪽이랑 뭔 상관이죠? 왜 자꾸 나에게...”

“아무래도 제가 먹여줘야 할 것 같네요?”

남자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천천히 여자에게 다가가서 차설아에게 ‘먹여’줄 포즈를 취했다.

차설아는 순간 꼬리를 내리고 코를 쥐고는 인상을 찌푸리고 한 모금 마셨다.

‘젠장... 너무 써!’

여자는 조심스럽게 눈을 들어 기회를 잡아 ‘반칙’을 하려 했지만 남자의 살인적인 눈빛을 보고는 계속 약을 마셔야 했다.

‘하느님, 맙소사, 내 팔자는 왜 이 약처럼 쓴 거야? 내 집에서 다른 남자에게 약을 먹으라고 강요당하다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경우냐고!’

차설아가 고통스럽게 약을 마시는 것을 본 남자는 벌떡 일어나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더니 피아노 옆으로 가서 우아하게 앉았다.

곧이어 그의 갸름한 손가락은 마치 흐르는 물처럼 흑백 피아노 건반에서 미끄러지더니 아름다운 선율이 천천히 방안을 휘감았다.

차설아는 흠칫 놀랐다.

‘자정 살인마라고 불리는 인간이 피아노도 칠 줄 안다고? 게다가 수준급이야!’

음악은 마치 진정제처럼 그녀의 짜증 나는 마음을 한순간에 고요하게 만들었다.

더 신기한 것은 그녀의 몸도 그렇게 아프지 않고, 온몸이 편안해졌다.

손에 든 약도 별로 쓰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젖히고는 약을 전부 마셨다.

피아노를 치던 남자는 순식간에 몰입하더니, 심지어 눈까지 감은 채 음악에 흠뻑 취해 있었다.

차설아는 약그릇을 침대 캐비닛 위에 올려놓고 침대 위에 반듯하게 누워 눈을 감았다.

어느새 그녀는 잠이 들었다...

은은하고 부드러운 선율 속에서 그녀는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차설아는 오색영롱한 정원에 도착했다. 공기 중에는 꽃과 풀의 향기로 가득했고 하늘도 푸르러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았다.

그녀는 정원에서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매우 즐겁게 웃으며 함께 하늘 끝까지 달려갔다.

그 끝자락에는 몸집이 큰 남자가 등을 돌린 채로 그들을 오래 기다린 듯했다.

민이 이모는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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