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당신 대체 왜 이래요? 제가 아프든 말든, 약을 먹든 말든, 그쪽이랑 뭔 상관이죠? 왜 자꾸 나에게...”“아무래도 제가 먹여줘야 할 것 같네요?”남자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천천히 여자에게 다가가서 차설아에게 ‘먹여’줄 포즈를 취했다.차설아는 순간 꼬리를 내리고 코를 쥐고는 인상을 찌푸리고 한 모금 마셨다.‘젠장... 너무 써!’여자는 조심스럽게 눈을 들어 기회를 잡아 ‘반칙’을 하려 했지만 남자의 살인적인 눈빛을 보고는 계속 약을 마셔야 했다.‘하느님, 맙소사, 내 팔자는 왜 이 약처럼 쓴 거야? 내 집에서 다른 남자에게 약을 먹으라고 강요당하다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경우냐고!’차설아가 고통스럽게 약을 마시는 것을 본 남자는 벌떡 일어나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더니 피아노 옆으로 가서 우아하게 앉았다.곧이어 그의 갸름한 손가락은 마치 흐르는 물처럼 흑백 피아노 건반에서 미끄러지더니 아름다운 선율이 천천히 방안을 휘감았다.차설아는 흠칫 놀랐다.‘자정 살인마라고 불리는 인간이 피아노도 칠 줄 안다고? 게다가 수준급이야!’음악은 마치 진정제처럼 그녀의 짜증 나는 마음을 한순간에 고요하게 만들었다.더 신기한 것은 그녀의 몸도 그렇게 아프지 않고, 온몸이 편안해졌다.손에 든 약도 별로 쓰지 않은 것 같았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젖히고는 약을 전부 마셨다.피아노를 치던 남자는 순식간에 몰입하더니, 심지어 눈까지 감은 채 음악에 흠뻑 취해 있었다.차설아는 약그릇을 침대 캐비닛 위에 올려놓고 침대 위에 반듯하게 누워 눈을 감았다.어느새 그녀는 잠이 들었다...은은하고 부드러운 선율 속에서 그녀는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차설아는 오색영롱한 정원에 도착했다. 공기 중에는 꽃과 풀의 향기로 가득했고 하늘도 푸르러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았다.그녀는 정원에서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매우 즐겁게 웃으며 함께 하늘 끝까지 달려갔다.그 끝자락에는 몸집이 큰 남자가 등을 돌린 채로 그들을 오래 기다린 듯했다.민이 이모는 방으로
“휴, 뭐겠어요? 성씨 가문의 둘째 아들 성도윤 도련님밖에 더 있겠어요?”민이 이모는 이 이름을 언급하며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아가씨가 전에 결혼한 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죠? 그 결혼생활에 많은 정성을 쏟았고, 성씨 가문에도 많은 정을 쏟았지만, 안타깝게도 결국 불행한 결말을 맞이했죠...”“여자는 말이에요, 아주 강하지만 정이라는 것을 만나면 집착이 되죠. 우리 아가씨는 계속 그 실패한 결혼생활에 갇혀서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미스터 Q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가면 아래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온몸에 싸늘하고 우울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모님 말씀을 들어보니, 설아 씨는 오랜 세월 동안 계속 전남편을 사랑하고 있고,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밤잠을 설치면서 불면증을 앓고 있다는 건가요?”“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죠.”“전 남편에게 벗어날 수 없는 건 꼭 사랑 때문만이 아니라, 아쉬움일 수도 있어요.”“아쉬움이요?”“맞아요, 감정이라는 건 주식과도 같잖아요. 투자를 많이 할수록 점점 헤어나올 수 없죠. 한번 손해를 보면 손을 떼기는커녕 더 많은 원금을 걸고 도박을 하고는 결국 많은 것을 잃게 되죠... 마음속에 그렇게 큰 구멍이 뚫렸는데, 어떻게 쉽게 풀릴 수 있겠어요.”민이 이모의 말은 아주 철학적이라 미스터 Q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그는 깊은 감명을 받은 듯 차갑게 말했다.“이모님 말씀이 맞아요. 감정이라는 건 주식과도 같아 승패를 결정하기 어렵죠. 유일한 해결책은 너무 많은 것을 투자하지 않는 거죠. 100%의 감정에 1%를 투자하면 언제든지 회수할 수 있고, 자연히 아쉬움도 없겠죠.”민이 이모는 이해할 수 없는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우리 아가씨에게 어떤 감정이신가요? 만약 1%의 감정만 투자할 생각이라면 흔들지 마세요. 우리 아가씨는 한 번 빠지면 나오기 어려워해요. 이미 한번 사랑의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절
차설아는 어색한 마음에 꼼짝 못 한 채 제자리에 굳어서고는 웃으며 말했다.“하하, 깼, 깼어요? 얼굴에 모기가 있어서 치워주려고 했죠.”“참으로 친절하시네요.”남자는 여전히 누운 자세였지만 카리스마가 넘쳤고 터프하게 긴 팔로 여자를 품에 끌어당기더니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제가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요?”차설아는 남자의 가슴팍에 반쯤 엎드리고 있었는데 섣불리 움직이지도 못했다. 발버둥 치면 오히려 더 어색한 자세로 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녀는 일부러 덤덤한 표정을 보이며 말했다.“보답은 필요 없어요, 저도 그냥 은혜를 갚은 것뿐이에요. 온밤 동안 저를 돌봐주셨잖아요. 약 먹는 것도 도와주고 피아노도 쳐줬으니 모기 하나 잡는 것쯤이야 아무 일도 아니죠.”“하긴.”남자가 느긋하고 여유롭게 말했다.“아픈 사람 돌보는 게 어디 쉬운 줄 알아요? 특히 당신은 약을 먹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다고요. 온밤 동안 고생을 하니 허리 시큰시큰하고 눈꺼풀도 무겁네요. 설마 모기 하나 잡는 것으로 퉁 칠 셈은 아니죠?”“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차설아가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이 녀석 완전 얍삽하네? 나한테 당한 거 바로 써먹어?’“뭐 별거 없어요. 어깨랑 다리 주물러주고 노래나 불러봐요.”차설아의 얼굴색은 한껏 어두워졌다.“그만하시죠? 이런 농담 좋아하지 않아요.”미스터 Q는 그제야 차설아를 놓아주고는 창밖의 쟁반 같은 밝은 달빛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저랑 얘기 좀 하고 달이나 구경하는 건 괜찮겠죠?”“네.”차설아가 손가락을 튕기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간식과 과일을 챙겨왔다.“시작하죠.”그녀는 몸에 담요를 두르고 손에 빨간 사과를 쥐더니 느긋하게 말했다.남자가 허리를 곧게 펴고는 그녀를 위아래로 살펴봤다.“이제 열은 안 나는 거예요?”“네.”“감기 기운도 없어요.”“없어요.”차설아는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는 으쓱해하며 말했다.“나 엄청 건강한 체질이에요. 감기에 걸려도 잠을 자면 바로 나아요.
미스터 Q는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내가 누군지 많이 중요한가요? 혹시 저에게 무슨 특수한 감정이 생긴 건가요?”“아니거든요!”차설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곧바로 설명했다.“난 그냥 당신이랑 있으면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편안한 느낌이 들어요. 당신이 소문과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아요.”“내 정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면 끝까지 캐물을 필요가 없죠. 굳이 따지자면 우리는 바이어와 셀러의 관계일 뿐이에요. 당신은 나에게 이 섬을 팔고, 나는 그 돈을 지불하는 거죠. 아주 간단해요.”“하긴!”차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어쩌면 그녀가 잠시 어리석게 행동한 것일지도 모른다.눈앞의 남자는 그저 약을 먹여주고 피아노를 연주했을 뿐인데 그녀는 바로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언제 뒤통수를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경계심을 낮췄다.차설아가 깊은숨을 들이마시더니 다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마치고는 미스터 Q에게 물었다.“이 섬이 어떤 것 같아요? 언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데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언제 돈을 지불할 수 있어요?”배성준에게 약속한 돈을 더 미룰 수는 없었으니 먼저 돈을 받고 그 구멍을 때워야 했다.미스터 Q가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이 여자, 왜 갑자기 태도가 급변한 거야? 방금까지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든다더니 갑자기 나에게 돈을 내라며 재촉하는 거야?’“섬이 마음에 드네요. 돈은 언제든지 지불할 수 있어요. 하지만...”남자가 흠칫했다. 다른 조건이 있는 게 분명했다.차설아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지. 자정 살인마라는 별명이 괜히 생긴 것도 아닐 것이고. 성심 전당포를 제대로 이름을 날리게 했으니 분명 거래하기 까다로운 사람일 것이야.’“무슨 조건이 있는데요? 말해봐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할게요.”“그 말, 확실해요?”그는 차설아를 위아래로 살펴보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차설아는 담요를 다시 몸에 꼭 두르고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나를 욕심
차설아는 정곡에 찔려 분노의 표정으로 말했다.“세상에 어떤 엄마가 자기 아이들이 아버지 없이 자라길 바라겠어요? 아이들 아버지가 너무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서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이 다른 상처를 받지 않도록 보호할 수밖에 없었어요.”“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요?”미스터 Q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믿을 만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요? 당신의 그 기준이 아이들의 생각보다 중요한가요? 오히려 아이들은 당신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요.”“당신이 뭘 알아요?”차설아가 반박했다.“두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내가 키웠어요. 세상에서 나보다 아이들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요. 아이들이 어떤 아버지를 원하는지 내가 알아서 판단할 수 있으니 당신이 지적할 필요는 없어요.”“정말로 고집불통이네.”미스터 Q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럼 나는 왜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왜 꼭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할 거로 생각하는데요?”‘당신이 아이들 아버지의 원수니까!’하지만 차설아는 차마 이 말을 내뱉지 못했다.“그럼 이렇게 하죠...”차설아가 난감한 얼굴을 보이자 남자가 말했다.“나한테 시간을 주는 건 어때요? 지금부터 당신이 다시 섬을 되찾아갈 때까지 내가 달이 아버지 역할을 하는 거예요. 그때도 내가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나도 포기할게요. 어때요?”미스터 Q의 말은 너무나도 의외였다.자정 살인마라고 불리는 사람이 물러설 줄이야?그녀는 남자를 바라보더니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되기는 하지만 왜...”“이유는 없어요. 그냥 달이와 인연이 있는 것 같아서요. 어쩌면 내가 전생에 달이 아빠였을지도 모르죠.”남자가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결국 돈이 필요한 차설아는 일단 미스터 Q의 제의에 동의했다.계약서를 체결한 그녀는 순조롭게 돈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워낙 새로운 것을 좋아하던 달이 녀석은 더는 그녀에게 달라붙지 않고, 미스터
차가 해안에 도착했을 때 차설아와 미스터 Q는 가는 길이 달라 헤어지려고 했다.차설아는 이 순간을 진작 바랐지만 순수한 달이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남자에게 달라붙고는 놓아주지 않으려고 했다.“아빠, 이제 헤어지는 거예요? 너무 아쉬워요. 같이 집으로 가서 엄마와 오빠랑 같이 살면 안 돼요?”“그게...”미스터 Q가 대답하기도 전에 차설아가 굳은 얼굴로 거절했다.“안 돼!”“왜 안 돼요? 엄마랑 아빠랑 달이가 같은 집에 살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달이야, 엄마 말 들어봐. 이 사람 말이야, 좋은 사람이 아니거든. 그냥 같이 놀면 모르겠는데 왜 집까지 들이려고 해? 이거 완전 나쁜 사람 집에 초대하는 격이야, 너무 위험해. 그래서 안 되는 거야.”“하지만 미스터 Q는 나쁜 사람이 아닌 좋은 사람 같아요. 우리를 해치지 않고 오히려 잘해주고 챙겨주고 있잖아요.”귀여운 달이는 이제 미스터 Q를 굳게 믿고 있었다.달이는 미스터 Q와 알고 지낸 지 이틀밖에 안 되었지만 미스터 Q가 진심으로 자기에게 잘해주는 걸 느낄 수 있었다.엄마와 똑같이 오직 그녀를 위한 순수한 마음이 느껴졌고, 충분히 믿음직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얘가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내가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차설아는 정말 화가 나 두 팔을 두르면서 말했다.“그렇게 좋으면 미스터 Q를 따라가. 엄마를 왜 따라오는 거야?”그 말을 들은 달이는 얼른 미스터 Q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는 차설아의 허벅지를 끌어안으며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질투하지 마세요. 달이는 영원히 엄마를 제일 사랑해요. 달이에게 엄마보다 더 중요한 사람은 없다고요. 두 사람 중에 굳이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엄마를 선택하죠.”“됐어, 나랑 얘기하지 마.”차설아가 고개를 홱 돌리고는 씩씩거리며 말했다.‘흥, 내가 그렇게 쉽게 달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차설아는 오늘 오는 길에도 여러 번 질투를 느꼈다. 달이에게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차설아는 달이가 연애에 눈이 멀어 모든 걸 포기하는 사랑밖에 모르는 여자가 되기를 바라는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얼마 후 택시는 곧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차설아는 아직 집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난리가 난 집 안의 상황을 예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배경윤은 울면서 난리를 부리고 있었고, 원이는 덤덤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원이야, 제발, 내가 부탁할게. 내 휴대폰에 있는 바이러스를 지워줘. 휴대폰에 엄청 중요한 파일이 있단 말이야, 절대 외부에 알려지면 안 돼.”“무슨 중요한 파일이 있겠어요? 한 번 봤는데 이모 셀카 사진밖에 없던데요?”“셀카 사진이 안 중요해? 이모 부탁을 들어줘. 다른 건 몰라도 휴대폰을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단 말이야. 경윤 이모가 패배를 인정할 테니까 제발 지워줘. 이렇게 부탁할게.”“패배를 인정하면 엄마가 어디로 갔는지 빨리 알려주세요. 엄마는 왜 인사도 안 하고 떠난 거예요? 엄마가 제 연락을 받지 않던데 설마 저를 버린 건 아니겠죠?”원이가 입을 삐죽 내밀더니 씩씩거리며 배경윤에게 물었다.배경윤은 죽고 싶은 마음이 다 생겼다.“그게, 나도... 나도 잘 몰라. 그냥 너를 잘 돌봐달라고 문자가 왔었어. 그리고 사라졌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 너를 돌봐주러 온 게 아니라 완전 너에게 당하고 있잖아. 무슨 어린아이가 어른보다 더 상대하기 더 까다로워? 내가...”“무슨 일이야?”차설아가 문을 열고 들어오고는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원이는 듬직하게 앉아있더니 차설아의 목소리를 듣고는 쌩 달려갔다.“엄마, 돌아오셨어요? 원이는 엄마가 원이를 버리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녀석은 엄마 뒤에 있는 사랑스러운 동생과 존경하는 민이 이모까지 발견하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달이랑 민이 이모님도 온 거예요? 정말 잘됐어요!”“오빠, 드디어 달이랑 만나게 되었네. 안아줘!”두 녀석은 반가운 마음에 서로 껴안았다.“언니, 드디어 돌아왔어? 언... 언니 아들이 어떤 짓을 했는
차설아가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흥분한 목소리로 맞장구를 쳤다.“그래, 아무나 아빠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엄청 중요한 사람이니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고. 아무 남자에게나 아빠라고 부르면 돼? 원이야, 달이가 평소 원이의 말을 잘 듣잖아. 이번에 달이를 제대로 교육해야 해.”그렇다, 차설아가 달이를 설득하기 위한 ‘최종 비밀 병기’는 바로 원이었다.그녀가 한 말이면 달이가 꼭 듣는 건 아니었지만 원이의 말은 무조건 믿으며 따랐다.아니나 다를까, 원이가 진지한 얼굴로 말하면서 달이를 교육하기 시작했다.“달이야, 오빠가 말했었잖아. 이 세상은 아주 복잡한 거라고. 엄마랑 오빠, 민이 이모, 경수 아빠랑 경윤이 이모 빼고는 우리를 접근하는 사람 모두 나쁜 사람일 수 있어. 아무 사람을 아빠로 따랐다가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면 어떻게 해? 우리를 해치려고, 심지어 엄마를 해치려고 하면 어떻게 해?”평소의 달이라면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원이의 말을 새겨듣겠지만 이번에 달이는 보기 드물게 원이의 말을 듣지 않고 반박했다.볼이 빨개진 달이는 귀여운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말했다.“오빠의 말이 맞지 않은 것 같아.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이 어디 그렇게 많겠어? 적어도 내가 만난 사람은 다 엄청 좋은 사람들이었어. 아빠도 좋은 사람이야. 엄마가 편찮으실 때 챙겨주셨고, 나랑도 놀아주고 비행기도 태워줬어. 그리고 헬리콥터도 타 하늘을 나는 느낌을 받게 해주겠다며 약속했단 말이야... 그렇게 좋은 사람이 어떻게 나쁜 사람일 수 있겠어?”차설아와 원이가 그 말을 듣고는 마음이 답답해 발을 동동 구르며 한숨을 쉬었다.“네 동생 좀 어떻게 해 봐. 이거 완전 사랑에 눈먼 여자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야? 얼른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설득해. 아니면 나중에 커서도 나쁜 남자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고생할 게 뻔해.”차설아가 원이에게 말했다.그녀는 모든 희망을 원이에게 걸었다.원이가 더 엄숙한 얼굴로 달이를 보며 말했다.“달이야, 계속 그렇게 고집을 부린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