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선 이혼, 후 집착: Chapter 1111 - Chapter 1120

1213 Chapters

제1111화

차설아가 자료를 들고 성진의 전원 절차를 밟을 때 주치의 데이비드는 의외라는 반응이었다.“제인, 왜 갑자기 병원을 옮기려고 하는 거죠? 그는 지금 회복이 중요한 시기예요. 장기간의 이동은 적합하지 않다고요.”데이비드의 스펙은 인근 도시로 보면 모두 최고로 손꼽히고 상냥하고 겸손하며 책임감도 강했다.처음에 그들이 이 마을에 온 것도 데이비드의 의술 때문이었는데 이 반년 동안 데이비드의 치료를 받으면서 서로 깊은 우정을 쌓았다.“특별한 사정이 있어서요. 때가 되면 다시 돌아올 거에요.”차설아는 데이비드에게 대충 설명하고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다.“반드시 병원을 옮겨야 한다면 주치의도 바꿔야 하잖아요. 당신도 알다시피 의사마다 의료 이념이 다릅니다. 내가 보기에 진의 상황은 좋아지고 있어요. 인내심을 가지고 요양하고 기분을 좋게 유지하면 천천히 좋아질 것입니다, 적어도 팔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데이비드는 심각한 표정으로 차설아를 일깨워주었다. “만약 병원을 바꾸고 주치의를 바꾼다면 의사가 데이터만 보고 급진적인 치료방식을 취할 수 있어요.”“급진적인 치료방식이라뇨?”“근육재생 호르몬 주사를 맞는다든지, 새로운 팔다리를 직접 이식한다든지...”“그건 안 되죠.”차설아는 듣기만 해도 미덥지 않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호르몬 주사를 맞든 팔다리를 바꾸든 그건 정상적인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래서 전 병원을 옮기지 않는 것을 추천해요. 어쨌든 이미 잘 적응했고 나의 의료 이념을 진도 잘 받아들일 수 있잖아요. 이 결정적인 시기에 포기할 수 없어요. 그렇지 않아요?”데이비드는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만지작거리며 차근차근 논리정연하게 차설아를 설득했다.“데이비드, 당신 말이 일리가 있어요, 그럼 전원은 안 할게요, 퇴원 절차를 밟고 좀 지나면 다시 입원할게요, 그건 괜찮아요?”차설아는 심사숙고 끝에 절충점을 찾았다.이제 성진의 허리 부상은 거의 회복되었고 병원에 있어도 매일 일상적인 재활 훈련을 하고 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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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2화

그가 차설아에 대한 요해대로라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절대 움직이지 않았을 거다.그녀가 이렇게 허둥지둥거리는 걸 보니 틀림없이 S급 위험 주의보가 내려졌다는 뜻일 거다.“왜냐하면... 집에 더 안 가면 내 해바라기가 다 시들어버릴 거니까. 내가 안 급하게 생겼어?”“허허, 이유도 참... 내가 믿을 거 같아?”“방금 당신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나에게 가장 먼저 말하고 나를 속이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잖아. 벌써 약속을 어기는 거야?”“당신 정말... 이 일은 내가 지금 말하기 어려워. 나중에 자세히 설명할게.”차설아는 성진을 달래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이런, 그녀가 어떻게든 피하려고 하던 성도윤이 엘리베이터 중앙에 떡하니 서 있었다.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의아해했다.시간이 마치 이 순간에 멈춘 것 같았다.“당신이 어떻게...”차설아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던 성도윤의 시선이 휠체어를 탄 성진에게로 향했고 잘생긴 얼굴에는 청천벽력 같은 충격의 빛을 띠었다.“성진? 네가 왜 여기 있어?”일부 사소한 것들이 머릿속에서 재편성되기 시작했고 한 단락씩 모두 연결되었다.서은아의 말에 의하면 성진은 그의 여자 친구와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눈앞의 이 여자가 차설아란 말인가?계속 돌봐주고 격려해 주고 시력을 회복하면 그녀의 얼굴을 보게 해주겠다고 약속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던 그 사기꾼?이와 동시에 성진도 차설아의 모든 행위를 이해했다.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뒤의 차설아를 향했다. “당신이 이렇게 이상하게 행동했던 게 그 때문이었구나... 내가 진작에 짐작했었어야 했는데. 당신을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그 사람 말고 또 누가 있겠어.”망했다.차설아는 이마를 두드리며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했다.휠체어 방향을 돌려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어, 이렇게 된 이상 우리도 퇴원할 필요 없으니 돌아가서 푹 자자.”“어차피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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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3화

“오늘은 늦었으니 쉬어야겠다, 정말 알고 싶으면 내일 아침 일찍 찾아와. 내가 다 얘기해줄게.”성진은 말을 마친 뒤 차설아를 향해 말했다.“나 졸려, 가자.”“그래.”차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성도윤은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그들이 그렇게 화목한 모습이 마치 노부부 같았는데 그가 마치 억지를 부리는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알려주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그는 어쩌면 자신이 정말 미친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차설아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휠체어를 밀어서 원래의 병실로 왔다.여인은 묵묵히 이불을 깔고 성진을 일으켜 침대에 눕혔고 또 묵묵히 이불을 덮어주었는데 한마디도 없었고 마음속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뒤섞였다.그렇게 피하고 싶었지만 여전히 피하지 못했으니 이 또한 하늘의 뜻이겠지. 하늘은 늘 간단한 국면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다.침대 머리맡에 기댄 성진의 잘생긴 얼굴에는 보기 드문 굳은 표정이었고 역시 침묵을 지켰다.고요함 속에서 서로의 숨소리만 들렸고 분위기는 미묘했다.차설아는 모든 것을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당신이 화가 났다는 거 나도 알고 있으니 나를 욕하고 싶으면 마음껏 욕해. 이번에는 내 잘못이야.”그에게 더 이상 어떤 일도 숨기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렇게 큰일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었으니 정상인이라면 분명 화가 나고 실망할 것이다. 하물며 사소한 것까지도 반드시 성도윤과 비교해야 하는 성진은 더더욱!“내가 당신을 욕을 해서 뭐 해, 아니, 어떻게 욕해. 당신한테 기대어 살아가는 내가 무슨 자격으로?”성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무뚝뚝하게 말했다.“성진, 내가 너에게 말하지 않은 것도 네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야. 네가 어떤 사람인지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내가 너에게 말했더라면 너는 아마 진작에 폭발했을 거야.”차설아는 성진의 이상한 말투에 못마땅하여 참지 못하고 반박했다.“이것 봐. 내가 한마디 할 때마다 이렇게 많이 변명하는데 내가 어떻게 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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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뜻밖에도 방문을 열자 성도윤이 문밖 벽에 기대어 서 있었고 복도의 등이 그의 모습을 길게 끌고 있었다.그녀는 그 모습을 보고는 얼굴을 차갑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을 닫으려고 했다.“얘기 좀 합시다.”남자가 고개를 들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랑 내가 무슨 할 얘기가 있어요?”“정말 우리가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이 시간에 문을 열지 않았을 거예요.”“....”남자의 말에 차설아는 반박할 수 없었다.그렇지, 마음에 담은 것이 많아서 뒤척이다 보니까 잠이 안 오는 거고 그걸 정리 안 하면 잠을 더 오랫동안 못 잘 수도 있었다.“좋아요, 얘기 좀 해요.”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옥상의 환경은 나쁘지 않았는데 야외 카페로 가장 밝은 별을 볼 수 있었다.차설아는 아무 데나 자리를 잡고 앉아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올려다보며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성도윤도 곁에서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침묵을 깨지 않았다.이상하게도 별로 친하지 않은 두 사람인데 마치 오랜만에 만난 연인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는데 한마디도 하지 않아도 편안했다.성도윤은 이런 느낌이 너무 좋았다.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을 즐기는 느낌이었다.“나랑 얘기 좀 하자며 왜 말을 안 해요?”한참 후 차설아는 반짝이는 별에서 시선을 거두어 남자의 애틋한 눈동자에 부딪혔다.성도윤은 쑥스러워하며 어설프게 목청을 가다듬었다.“그쪽이 차설아예요?”그는 수준이 매우 떨어지는 쓸데없는 말을 물었다.“그럼 내가 누구예요?”차설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그녀는 이 녀석이 예전과 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빙산이었는데 지금은 멍청한 것 같기도?“그거 알아요? 당신 때문에 너무 불쾌했다는 걸. 언젠가 내가 당신을 만난다면 꼭 욕할 거라고 나 자신에게 말했어요.”“욕을 한다고요?”“놀라워요?”성도윤은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꽉 쥐었다.“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약속을 어기는 거예요.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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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5화

차설아는 남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저도 모르게 긴장했는데 또 마음 한쪽에는 조금의 기대가 있었다.“내가 뭐 때문에 당신한테 그렇게 잘해준 것 같은데요?”그녀는 그가 이미 기억을 회복해서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건지 의심했다.만약 그렇다면 그의 연기는 정말 칸 영화제에 갔어야 했다. 너무나 완벽했다.“한 여자가 남자에게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베풀 수 있다는 건 그 여자가 이 남자를 사랑하기 때문일 수밖에 없죠. 당신이 나에게 그렇게 잘해준 건 어쩌면 당신이 나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해도 될까요?”성도윤은 빙빙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반년 가까이 그를 괴롭혔던 질문을 던졌다.신지 요양병원에서의 경험은 너무 특별했기 때문에 아무리 감정에 무딘 사람일지라도 차설아가 얼마나 그를 아끼는지 느낄 수 있었다.이런 의문을 품고 그는 나중에 요양병원으로 돌아갔고 그제야 여자가 그에게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는지 알게 되었고 뜻밖에도 자신의 피를 그의 약으로 사용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다. 이 여자가 그를 이렇게 신경 쓰는데 왜 한 마디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을까?“너무 사랑한다고요?”차설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조롱하는 어투로 말했다. “내가 너무 착한가 보죠. 남을 기꺼이 도울 뿐만 아니라 좋은 일을 하고 이름을 남기지 않는 것은 순전히 내 인품이 좋아서예요.”“나한테 변명할 필요 없어요. 남에게 잘해주는 데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죠. 하지만 목숨을 걸고 남에게 잘해주는 건 사랑해서가 아니면 뭐 때문이란 말이죠?”“하하하, 성도윤 씨, 요즘 사랑이 많이 부족했나 봐요? 여자가 대가를 무릅쓰고 남자를 위해 헌신한다면 그건 사랑뿐만 아니라 속죄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있어요?”차설아의 눈빛은 처음보다 날카로워졌다.만약 남자가 계속 꼬치꼬치 캐묻는다면 그녀는 그의 흉터를 다시 들춰낼 수밖에 없었다.성도윤은 표정이 살짝 바뀌며 되물었다.:속죄라니요?”“당신 눈이 어떻게 실명했는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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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6화

그가 이렇게 귀찮게 굴 줄 알았으면 그녀는 한사코 그와 대화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장면은 한동안 어색했다.“시간이 늦었으니 나는 이만 돌아가 쉬어야겠어요. 천천히 생각해봐요.”차설아는 남자의 손을 힘껏 뿌리치고 일어나 떠나려 했다.“정확히 말하지 않으면 못 가게 할 거예요.”성도윤은 여자의 손목을 잡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의혹은 날 반 년 동안 괴롭혔어요. 얼마 후면 내 약혼녀와 결혼을 할 텐데 만약 진실을 알지 못한다면 난 은아한테 너무 미안할 것 같아요.”“도대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 거예요. ”“왜 내가 너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지 알고 싶어요, 우리 사이... 도대체 어떤 과거가 있는 거죠?”성도윤은 엄청나게 똑똑했고 감지 능력도 최고였다.뇌수술을 받고 깨어나 처음 그녀와 접촉했을 때 그는 그들 사이에 기묘한 이끌림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게다가 많은 사람이 우물쭈물하고 그녀에 대해서는 말을 회피하는 반응은 이 여인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만약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서은아와 결혼하는 것은 모두에게 불공평한 일이니까!“그 말인즉슨 무조건 모든 것을 알고서야 마음 편히 서은아와 결혼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차설아는 말다툼을 포기하고 물었다.“그렇게 생각해도 좋아요.”성도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인정했다.결혼이 임박할수록 이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다만 은아가 괴로워하지 않기 위해 그는 이런 감정들을 잘 숨겼을 뿐이다.“그럼 당신이 만약 내가 당신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면 서은아를 포기하는 거 아녜요?”차설아는 조심스레 떠보았다.“...”성도윤은 고개를 숙이고 침묵을 지켰다.그는 몰랐다, 의심할 여지 없이 서은아는 현재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그는 은아를 포기할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만약 한때 그가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고 단지 실수로 그녀를 잃어버렸다면 새로운 사랑과 옛사랑, 그는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몰랐다.“그 봐요, 당신도 어떻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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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7화

여자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연약한 목소리가 그들의 대화를 끊었다.“도윤아, 여기 있었구나, 한참 찾았어.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네.”서은아는 환자복을 입은 허약한 얼굴에 파이프까지 꽂은 채 옥상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여긴 어떻게 왔어?”성도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얼른 앞으로 나가 부축했고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이제야 몸이 좀 나아졌는데 왜 이렇게 제멋대로 하는 거야?”“아니거든, 당신이 사라지면 내 몸이 어떻게 멀쩡해도 소용없어.”서은아는 두 번 기침하며 가냘프게 성도윤의 품에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 “아까 악몽을 꿨는데 너를 빼앗기는 꿈이었어. 갑자기 깨어나 사방을 둘러보는데 네가 없는 거야. 어쩐지 당신이 옥상에 있을 것 같아서 옥상으로 찾으러 달려왔어. 너무 힘들어. 상처가 덧나서 아픈 거 같아.”“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그건 꿈일 뿐이야. 난 언제나 당신 곁에 있을 거야.”성도윤은 가슴이 아파 여자를 꼭 끌어안았다 .서은아는 줄곧 자신 곁에 있었고 그가 가장 힘들 때 그를 버린 적도 없었고 그로 인해 원수에게 복수를 당했기에 그녀는 그에게 있어서 벗어날 수 없는 책임이 되었다.그녀가 아프니 그도 같이 아팠다. 그녀가 미간을 조금 찌푸려도 그는 그녀를 위해 온 세상을 등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정말 내가 엉뚱한 생각을 한 거야?”서은아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남자를 바라보며 차설아를 가리켰다. “그럼 왜 늦은 밤중에 이 여자랑 옥상 커피숍에 단둘이 있는 거야? 이렇게 야릇한 분위기에 두 사람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엉뚱한 생각을 않게 생겼어?”성도윤은 차설아를 힐끗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궁금한 게 많아서 찾아가서 물어보려고 했을 뿐이야.”“궁금한 게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면 되지. 한밤중에 나 몰래 이 여자와 밀담할 필요는 없잖아? ”원래 안정감이 없던 서은아는 차설아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차설아 씨는 세계여행을 다닌다고 하지 않았어요? 갈 곳이 그렇게 많은데 굳이 여기서 우리랑 우연히 만나길 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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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8화

그는 오늘 밤 자신이 약간 통제 불능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마치 불장난을 하는 사람처럼 조심하지 않으면 분명 불에 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정말이지? 이건 당신이 나에게 약속한 거야, 만약 당신이 나중에 이 여자를 따로 만난다면 나는... 여기서 뛰어내려 죽을 거야, 당신 평생 후회하게 할 거야.”서은아는 캄캄한 아래층을 가리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자, 화내지 말고 일단 내려가자. 여긴 너무 추우니까 감기 조심해야지.”성도윤은 말을 끝내기 무섭게 서은아를 안고 자리를 떴다.도중 두 사람은 차설아와는 말 한마디 없었는데 기본적 예의인 작별인사도 없이 떠났다.“...”차설아는 두 사람이 떠난 방향을 보며 우두커니 서 있었고 한참 동안 반응이 없었다.“하하, 하하하! ”그러고 나서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웃겨, 성도윤도 웃기고 서은아도 웃겼다. 하지만 가장 웃긴 건 역시 그녀 자신이었다.성도윤의 원래 짝이면서도 얼굴을 못 드는 내연녀 형편이 되어 치욕을 당하고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꽁냥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차설아, 정말 대단해. 그의 완벽한 인생을 완성하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이 정도까지 비굴하게 만들고 묵묵히 혼자 모든 걸 감수하다니... 이보다 더 미련한 사랑꾼이 어디 있겠는가!일주일 후차설아는 주치의의 원래 계획에 따라 성진의 퇴원 절차를 밟았다.이번 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또 짧았는데 성도윤과 정말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두 사람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만날 수 있는 어떤 장소도 피했다.모든 것이 평소와 같이 진행되었다. 만약 곰곰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두 사람의 만남은 꿈만 같았다. 진실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꿈 말이다.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성진도 있었다.차설아가 말을 꺼내지 않으면 그도 절대 그 얘기를 입 밖에 내지 않았고 항상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차설아는 차를 불러 입원실 아래층에서 기다리게 했고 가방을 메고 성진을 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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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9화

성도윤은 창문 뒤에 숨어서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오랫동안 그 차를 지켜보았다.“자기야, 뭘 그렇게 넋을 놓고 보는 거야?”심심해서 잡지를 뒤적거리던 서은아는 성도윤이 창밖을 내다보며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자 머릿속에 경보가 울렸다.“새 한 마리.”성도윤의 담담한 대답이 돌아왔다.“새 한 마리?”서은아는 그 대답에 목을 길게 빼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무것도 없는데?”“날아가는 새 한 마리였어, 하지만 아직 날개가 뻣뻣하지 않아 멀리 날 수는 없을 것 같아.”성도윤은 시선을 거두고 손에 든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서은아의 좋지 않은 예감은 더욱 강렬해졌다.아마 남자가 말하는 '새는 단순한 새가 아닐 것이다.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홀가분한 척 남자를 향해 물었다. “자기야, 요 며칠 설아 씨를 다시 보러 간 적이 있어?”“내가 다시는 안 만날 거라고 약속했잖아.”성도윤의 표정은 약간 엄숙했다. “며칠 동안 나는 당신이랑 거의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당신이 이런 말을 묻는다면 나를 너무 믿지 않는 거 아니야?”“미안해,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자칫 잘못하면 당신을 잃을까 봐 그러는 거야.”“우리가 그렇게 사랑하는데 당신은 왜 우리 사이에 자신이 없어? 아니면... 우리 사이의 사랑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강하지 않은 건가?”성도윤의 눈빛은 탐구로 가득 차 있었고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웠다.“그럴 리가!”서은아는 찔린 듯 고개를 숙이고 남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엄밀히 말하면 그녀는 차설아한테서 성도윤을 훔친 도둑과 같다.성도윤이 지금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느냐는 바로 그가 차설아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었다.어느 날, 그가 갑자기 기억을 되찾으면 서은아는 단 1초 만에 지옥으로 되돌아갈 것이다...“내가 궁금한 게 있으면 당신한테 물어봐도 된다고 말했잖아...”성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많은 일이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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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0화

서은아는 담담한 어조로 이것저것 이야기를 긁어모아 성도윤에게 완전히 다른 사실을 말했다.“정, 정말이야?”성도윤의 그윽한 눈동자는 분노와 증오, 그리고 약간의 의심으로 반짝였다.분명히 이것은 그가 예상한 진실과 너무 달랐기에 그는 잠시 동안 받아들일 수 없었다.“나를 믿는다면 이게 다야. 만약 나를 못 믿는다면 차설아를 찾아가서 물어봐.”서은아는 더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성도윤은커녕 그녀 자신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말은 흠잡을 데 없었다.더구나 소영금 같은 확실한 증인들도 있으니 말이다.“그럴 필요 없어...”성도윤은 주먹을 살짝 쥐며 말을 이었다.“사실 그 여자가 진작에 인정했어. 단지 내가 믿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그는 그사이에 분명 무슨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나쁜 여자가 어떻게 자신의 피를 자신의 약으로 삼을 수 있겠는가?지금 보니 단순히 그녀가 그를 다치게 하고 양심에 찔려 속죄하러 온 것뿐인데 말이다.아니, 차설아, 나 성도윤은 이렇게 쉬운 사람이 아니야. 감히 나를 건드려놓고 그렇게 쉽게 떠날 생각 하지 마.차는 넓은 길을 따라 유유히 작은 마을로 향했다.차설아는 창가에 기대어 푸른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며 침묵에 잠겼다.성진은 일찌감치 차설아의 울적함을 눈치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그렇게 아쉬우면 퇴원 연기를 신청해도 돼.”남자는 눈을 감고 짐짓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차설아는 고개를 돌려 평온한 얼굴을 한 남자를 보면서 그가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무슨 소리야, 나... 내가 아쉬워 할 게 뭐 있어.”이 말은 그녀 자신도 말하고 자신이 없었다.뼛속 깊이 새겨진 그리움은 이성으로 자제할 수 있지만 지울 수 없었다.그녀는 마음속에 확실히 성도윤이 있고 그 어느 순간에도 그를 놓아준 적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리움이 덜할 거다. 하지만 일단 만나면 마음속에서 불길이 타오르는 걸 막을 수 없었다.“숨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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